Bowers & Wilkins
살아있는 전설 B&W Part.1 홈 오디오 편
하이파이 스피커의 상징적 존재 B&W
음악을 듣기 위한 제품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라면 다름 아닌 스피커를 들 수 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듣고 즐기는 스피커의 역사는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여러 제조사와 엔지니어들의 수십 년간 노력의 결과다. 그 중에서도 하이파이를 넘어 하이엔드 오디오 제조사들 중 스피커 설계 기술을 앞에서 이끈 파이오니어들이 존재한다.
영국의 B&W, 덴마크의 다인오디오, 프랑스의 포컬, 미국의 클립시, 윌슨오디오 등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외에 더 대중적 제품을 생산해오면서 스피커의 역사는 진보해왔다. 그 중 알게 모르게 우리 주변을 잠식하고 있을 만큼 대단히 다양한 분야에 걸쳐 스피커를 제작, 보급해온 메이커 하나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B&W를 언급할 수밖에 없다.
전 세계 3천개 이상 호텔 룸에 B&W 스피커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으며 공연장이나 극장에서도 B&W 의 스피커를 접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헤드폰과 이어폰은 물론이며 일체형 무선 스피커 등에 이르기까지 B&W 스피커는 우리 주변에 가장 가까이 있는 스피커 시스템 중 하나다.
비틀즈라는 전설적인 록 밴드가 녹음한 장소인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도 B&W 스피커가 모니터링 스피커로 사용되고 있다. 클래식을 좋아한다면 도이치 그라모폰의 상당수 음원은 B&W 스피커로 모니터링되어 최종 마스터링된 음악인 경우가 비일비재할 정도. 단지 음악을 재생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듣는 음악의 생산 과정에서도 B&W 스피커의 비중은 매우 높다.
B&W 의 출발 그리고 매트릭스
하지만 B&W 의 시작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 영국 워싱 지역에 처음 문을 연 것은 1965년 경으로 작은 전파상에 불과했다. 하지만 존 바워스(John Bowers)와 로이 윌킨스(Roy Wilkins)의 노력을 곁에서 지켜본 나이트 여사가 당시 1만 파운드를 기증하면서부터 B&W 는 정식으로 스피커 연구,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이후 최초의 B&W 스피커 P1을 시작으로 DM 시리즈 등 B&W 는 60년대를 지나 70년대까지 매우 무서운 속도로 새로운 제품들은 내놓았다.
B&W 가 그들 역사에서 가장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은 1979년 매트릭스 801 이라는 스피커 출시 시점부터다. 케블라 소재의 미드레인지를 분리하고 맨 상단에 트위터를 올렸으며 12인치 대형 우퍼를 별도의 챔버에 수납한 801은 당시 전 세계 스피커 제조 역사에 일대 변혁을 일으켰다. 매트릭스(Matrix™) 로 명명된 챔버 구조는 인클로저 공진을 최소화한 혁신적인 설계 구조로서 B&W의 특허로 등록되었으며 현재까지도 B&W 테크놀로지의 핵심으로 자리하고 있다.
매트릭스 801은 B&W 신화의 진정한 출발점에 위치해있다. 이 스피커는 출시 후 애비로드 스튜디오 및 도이치 그라모폰, 데카 등 전세계 최고 수준의 레코딩을 추구하는 음반사 등에 모니터 스피커로 채택되었다. 스튜디오 레코딩에 사용하는 모니터 스피커의 최상의 반열에 오르며 B&W 는 전 세계 유명 스튜디오는 물론 일반 음악 애호가들로부터 절대적인 찬사를 이끌어낸다.
제품 디자인의 전설 중 한 명이자 국내에서는 에이프릴 뮤직의 오라노트 디자인으로 유명한 케네스 그렌지 및 모튼 워렌 같은 뛰어난 디자이너들이 합류했다. 그리고 창립자인 존 바워스는 매트릭스 시리즈의 완성을 보며 1987년 운명을 달리한다. 현대 하이파이 오디오의 역사를 몇 단계 앞으로 진보시킨 장본인의 죽음은 꽤 커다란 사건이었다. 하지만 B&W 에 기본적으로 구축해놓은 탁월한 매트릭스 설계와 유닛 및 크로스오버 제작 기술 등을 바탕으로 화려한 90년대를 열어젖혔다.
스피커 설계의 혁명 - Nautilus
80년대에 사실상 홈 하이파이 오디오와 스튜디오 모니터 스피커 분야에서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B&W 였다. 그러나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B&W 는 R&D 에 투자하며 90년대 들어 또 한 번 기존 스피커 설계와 사운드의 패러다임을 뒤엎어버린다. 80년대의 B&W 가 매트릭스로 대변된다면 90년대는 노틸러스가 그 변혁의 아이콘이다. 노틸러스는 마치 조개를 연상시키는 형상으로 완성된 노틸러스는 자연물로부터 영향 받은 디자인에 당시 최고 경지에 오른 스피커 설계 기술이 집약된 작품이었다. 당시 전통적인 사각 박스 디자인에서 벗어나 고전적인 스피커 형상을 완전히 허물어버렸다.
5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해낸 노틸러스는 스피커 디자인과 설계, 사운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쾌거를 이루어냈다. 캐비닛 공진을 최소화했으며 스탠딩 웨이브가 사라졌고 한 쪽 채널 당 총 네 개의 유닛이 주파수 대역을 나누어 담당하는 광대역 스피커의 출현을 알렸다. 스피커 유닛에서 방사된 각 주파수대 음악 신호가 인클로저 밖과 안 그 어느 곳에서도 일체의 부자연스러운 반사나 막힘이 없이 흐를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노틸러스다. 이를 위해서 개발된 기술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테이퍼드 튜브 로딩 방식으로 유닛을 담고 있는 캐비닛의 후면을 뒤로 길게 디자인해 주파수 대역 간의 간섭을 없애고 자연스럽게 소멸되게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베이스 캐비닛의 진동이 트위터로 전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디커플링 기술 등 노틸러스에서 개발된 기술은 기존에 없었던 것들 투성이다.
B&W 의 새로운 스탠다드 - 800 시리즈
현재도 별도의 독립된 제작 공정을 통해 생산되고 있는 노틸러스는 현대 하이파이 스피커 디자인의 상징과도 같다. 영국 디자인 관련 뮤지엄 등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하지만 199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한 1993년 노틸러스의 출시는 시작에 불과했다. 노틸러스의 디자인 그리고 이를 개발하면서 얻은 아이디어 외 혁신적인 신기술을 기반으로 노틸러스 800 시리즈가 런칭된다.
어찌 보면 노틸러스는 B&W 가 앞으로 걸어갈 길을 제시한 상징적인 플래그십 모델이었고 실제로 대중에게 소개할 제품들은 노틸러스 800 시리즈로 거듭난다. 1998년 대중 앞에 선보인 노틸러스 800시리즈는 노틸러스 800, 801, 802, 803, 804, 805 등 총 6개 모델이 중심이다. 이 시리즈는 B&W 플래그십 하이파이 스피커의 총아로 자리매김하며 향후 B&W 라인업의 기준이 된다.
노틸러스 800 시리즈는 오리지널 노틸러스에서 물려받은 여러 기술적 혁신의 산물과 마치 우주인을 연상시키는 독보적인 디자인으로 20세기를 넘어 21세기까지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상징이 된다. 이렇게 장수하면서 오디오파일과 음악 애호가의 오랜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변화에 따른 음악 소스의 해상도 등 매해 달라지는 트렌드에도 정교하게 대응해나갔기 때문에 가능했다.
노틸러스 800시리즈는 B&W 창립 35주년을 기념해 2001년 시그니처 800 시리즈로 변모해 한 차례 스페셜 버전이 출시된 바 있다. 그리고 이후 2005년에는 드디어 보석의 일종인 다이아몬드를 트위터에 적용하는 데 성공하며 고역 재생 수준을 한 차원 진보시켰다. 그리고 2010년엔 다이아몬드 트위터를 또 한 차례 개선하면서 2세대 800 다이아몬드 시리즈를 런칭해 전 세계 평론가와 오디오파일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아낸다. 이후 2006년도엔 B&W 의 몇몇 제품들에 관여했던 전설적인 디자이너 케네스 그렌지를 다시 초빙해 시그니처 다이아몬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는 35주년 시그니처 800에 이어 40주년을 맞이한 B&W를 자축하는 의미가 담긴 또 하나의 기념비 작이다.
800 시리즈 D3
2010년 2세대 800 다이아몬드 버전이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에서 B&W 는 과거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강력한 승부수를 던진다. 기본적으로 800 다이아몬드 시리즈의 3세대 버전이며 따라서 시리즈명도 800 D3 다. 하지만 800 시리즈 D3 는 모든 면에서 기존 2세대 다이아몬드 버전과 완벽히 차별화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났다. 외관상으로는 전체적인 디자인 기조만 남아 있을 뿐이며 적용된 소재나 유닛 등에서 기존 버전과 비슷한 것은 트위터 진동판 정도에 불과하다.
트위터는 다이아몬드 진동판을 사용했으나 그 외에 알루미늄 하우징 및 그 구조와 완전히 바뀌었다. 중역을 담당하는 미드레인지는 더욱 대범한 변화의 조짐을 보인다. 매트릭스 시절부터 B&W 중역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케블라 소재의 진동판을 과감히 버렸고 여기엔 컨티늄(Continuum)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소재의 진동판을 채용하고 나섰다.
우퍼는 그 진동판 소재로 에어로포일(Aerofoil)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800 D3 의 가장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이것은 저역 한계의 매우 급진적인 확장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802 D3 스피커의 경우 저역이 무려 14Hz 까지 내려가 가청 한계를 단숨에 넘어선다. 비슷한 인클로저를 채용한 스피커들 중에서는 아마도 가장 낮은 저역을 재생하는 스피커 중 하나가 아닐까한다. 단지 청각이 아닌 온몸으로 느껴지는 초저역을 서브우퍼 없이 단 두 개의 스테레오 라운드스피커를 통해 즐길 수 있다.
인클로저 디자인은 마치 기존에 출시된 40주년 기념 시그니처 다이아몬드의 연장선에 있는 듯 보인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디자인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B&W 의 신제품은 항상 파격을 거듭해왔으며 결국엔 스피커 설계와 디자인의 레퍼런스로 자리매김하곤 했다. 그리고 이러한 디자인은 모두 최고의 성능을 위한 설계에서 연유한다. 현격히 넓어진 광대역을 공진 없이 재생하기 위해서는 인클로저 구조와 소재에서 강력한 대책이 필요했다. B&W 가 고안한 것은 내부에 매트릭스 구조를 더욱 심화시켜 적용하되 초저역 재생에도 강력히 대응할 수 있는 막강한 소재가 필요했고 결국 알루미늄 구조물을 투입했다. 이것은 마치 미국의 매지코 등의 메이커에서 시도하곤 하는 금속 소재의 응용으로 전면 배플 안쪽과 후면을 알루미늄으로 처리해 공진을 최소화했다.
800 시리즈 D3 는 이 외에도 하단 받침을 알루미늄으로 가공해 매우 안정적이고 견고한 설치가 가능해졌다. 각 면들이 만나는 부분에서 오리지널 노틸러스처럼 거의 직각으로 맞물리는 부분이 없는 유려한 디자인. 음향학적으로 철저히 계산된 설계와 함께 전작보다 더욱 슬림하면서 단단해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표면 가공에서 매우 달리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기막히게 잘 빠진 세단을 보는 듯한 마감이 특히 눈에 띈다.
B&W 는 이러한 마감을 위해 한화 70여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해 페인팅 공정을 만들었다고 한다. 뉴 800 다이아몬드 D3 라인업은 802 D3, 803 D3, 804 D3, 805 D3 등의 2채널 스피커 외에 HTM1 D3, HTM2 D3, FS-805 D3, HS-HTM D3 등 홈 시어터 스피커 라인업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출시되었다. 또한 플래그십 모델인 800 D3 가 올해 출시될 예정으로 800 D3에서 신형 D3 버전의 대미를 장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B&W 의 대중화를 이끌다 : CM S2 & 600 시리즈
지금까지 B&W 의 대략적인 역사를 매트릭스, 노틸러스 등 그들의 레퍼런스 라인업을 중심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B&W 가 오늘날 대중적인 사랑을 받으며 전세계 최고의 스피커 브랜드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매우 다양한 라인업에 있다. 고가의 플래그십 하이엔드 스피커 외에 조금 더 진입장벽이 낮은 가격대의 제품도 꾸준히 개발해 출시하고 있다. 현재는 홈 스피커 중 대중적인 라인업으로 CM 시리즈와 600 시리즈를 들 수 있다.
CM 시리즈는 800 다이아몬드 시리즈의 하위 스피커 라인업으로 현재 CM S2 버전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다. CM S2 는 기본적으로 상단에 노틸러스 튜브 로딩 방식을 응용한 트위터가 탑재된다. 알루미늄 돔 진동판을 사용해 B&W 만의 매우 맑고 착색 없는 고역을 재생해준다. 중역을 담당하는 미드레인지는 기존 800 다이아몬드 등 플래그십 라인업에서 사용했던 케블라와 FST(Fixed Suspension Transducer)를 결합한 진동판을 채용해 왜곡 없이 투명하며 뛰어난 대역 밸런스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CM S2 라인업은 미드레인지/베이스 유닛의 공진을 없애기 위한 독자적인 플러그와 문도르프 등 고급 부품을 적용하고 있다. 800시리즈에 비해 한층 낮은 가격에 동일한 설계사상을 물려받은 CM S2 는 가정에서 B&W 와 친해지기 가장 알맞은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B&W 의 홈 라우드스피커의 엔트리급인 600 시리즈 또한 CM 시리즈의 여러 기술과 소재, 설계 컨샙트를 이어받아 CM 시리즈와 함께 B&W 의 대중화를 견인하고 있다.
하이파이를 넘어 하이엔드 그리고 홈시어터까지
1965년 설립한 B&W 의 50년 역사는 현대 대중음악과 클래식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제네시스의 피터 가브리엘이 주최하는 세계적 월드 뮤직 페스티발 WOMAD에는 B&W 의 스피커가 쓰인다. B&W 가 운영하는 ‘Society of Sound’ 에는 여러 뮤지션들과 오케스트라가 참여하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또한 ‘Fellows’ 라고 명명된 그룹은 B&W 와 함께했던 디자이너 케네스 그렌지는 물론 제임스 뉴튼 하워드, 알프레드 브랜델, 피터 가브리엘, 카산드라 윌슨이 리스트에 올라있다.
단순히 음악의 재생 도구로서 오디오를 넘어 그들의 시대를 만들어온 디자이너와 음악가 등이 B&W 와 함께 성장해왔다. 그리고 순수한 음원의 생산에서부터 재생 그리고 콘서트 현장에까지 B&W 의 염색체는 골고루 넓게 퍼져있다. B&W 는 단지 제품 개발과 판매에만 목메어 매출 증대만 꾀하는 흔한 기업과 다르다. B&W 는 전세계 오디오와 스피커 메이커의 살아있는 레전드 중 하나라는 데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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