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단백질·DNA 만드는 두 원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최소한 탄소(C), 수소(H), 산소(O), 질소(N), 황(S), 인(P)이라는 6가지 원소를 필요로 한다.
이를 약칭 촌스프(CHONSP)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는 모두 별 먼지’라는 칼 세이건의 유명한 비유처럼 6대 필수 원소는 모두 우주에서 왔다.
이 원소들이 구체적으로 어디에서 왔느냐는 여전히 과학계의 주요한 논쟁 거리 가운데 하나지만,
대체로 지구 형성기 후기에 목성 너머 외행성계에서 날아온 소행성들을 통해 지구로 배달된 것으로 본다.
이 통설에 이의를 제기하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라이스대 연구진은 생명체의 6대 원소 중 질소(N)와 인(P)은
목성 안쪽의 내행성계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질소와 인은 생명체에 특히 중요한 두가지 원소다.
질소는 생명체의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 인은
생명체의 설계도(DNA)와 에너지원(ATP)을 만드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원소다.
생명을 하나의 완성된 그림이라고 치면 탄소와 수소, 산소는 밑그림에 해당하고,
질소와 인은 그 위에 그림을 완성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붓터치에 해당한다.
지구가 생명의 행성이 될 수 있도록 화룡점정을 찍는 역할을 하는 원소가 질소와 인이다.
단백질의 복잡한 3차원 입체 구조를 만들어주는 황은 그림이 변형되지 않도록 지켜주는 마감재에 비유할 수 있다.

목성이 물질 이동의 장벽 역할
그 결과 흥미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초기 태양계에서는 원시 행성계 원반의 난류로 인해 인(P)을 함유한 고체 입자들이 외곽으로 유출되면서,
태양계 외곽으로 갈수록 미행성체들이 더 높은 인-질소(P/N) 비율을 보였다.
그러나 이 원반에서 거대한 목성이 등장하면서 반전 상황이 펼쳐졌다.
목성이 강력한 중력 장벽을 형성해 물질의 이동을 차단하면서,
2세대 미행성체에선 내행성계 운석의 인-질소 비율이 더 높고 바깥쪽으로 갈수록 점차 낮아졌다.
연구진은 “두 세대의 미행성체 사이에서 원소 비율의 변화 방향은 정반대였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두 세대 모두 태양계 안쪽(내행성계)에서 형성된
미행성체의 인-질소 비율이 현재 지구의 비율과 가장 비슷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책임저자인 데브지트 파탁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지구가 생명에 필수적인 인과 질소를 기존에 생각했던 외행성계가 아니라,
주로 내행성계에서 얻었다는 걸 시사한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생명의 6대 원소 중 질소와 인은 내행성계에서 자급자족하고,
수소와 탄소 등 나머지 원소들은 외행성계의 소행성들로부터 보충받았다는 얘기다.
연구를 이끈 라지디프 다스굽타 교수는
“우리 태양계에서 목성은 거주 가능한 행성을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 화학 성분의 분포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목성과 같은 거대 행성이 없는 외계 행성계에서도
지구와 같은 생명체 필수 원소가 구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Phosphorus-nitrogen systematics of first-generation planetesimals constrain life-essential element delivery to Earth.
DOI: 10.1126/sciadv.aed874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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