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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상폐주식의 전말

mistyblue 2013. 5. 14. 21:10

상폐의 징후
보통은 금요일을 d-day 로 잡습니다. 아니면 연휴 바로 전날로 잡거나..
금요일에 주식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으니 매수를 자제하라고 하지요? 하지만 상폐주나 작전주의 마지막
불꽃일 수도 있으니 조심할 필요도 있습니다. 물론 개인투자자들이 그래서 금요일 또는 연휴에 매수를
자제하기 시작하면 꾼들이 요일을 바꿀 수도 있겠으나 아직까지는 대체로 그렇다는 말입니다.
왜 주말이나 휴일을 낄까요?
그것은 모든 금융기관이나 직장의 지인등 사적정보망을 닫고 오직 게시판에서 꾼들이 설파하는
인터넷 정보에 집중하도록 하기위해서입니다. 장이 시작하면 쏟아낼 매도물량을 진정시키도록
작업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아무튼..
금요일 하루 종일 매수의 힘이 넘쳐 상한가는 아니지만 5%이상 상승했고 동시호가도 올려치며 마감했고 제가 당할 때는 시간외라는 것이 없었던 기억입니다만 시간외에서도 상한가로 마감했다칩시다. 기분좋게 저녁을 먹고 해당종목 게시판에 접근을 해보면 벼락이 떨어져있습니다.
해당종목의 신용등급하향 판정이 내려있거나 대주주 횡령설, 검찰 조사설 뭐 암튼 그렇습니다.
딱부러지게 부도의 판정이 아닌 부도의 냄새가 물씬풍기는 뉴스가 금요일 장 끝나고 나온거죠.
분위기 좋다가 이게 왠 난리냐싶어 게시판을 계속 주시하면 전면에 나서는 인간이 있습니다.
그동안 게시판을 통하여 시끄럽게 굴지않으며 조용히 간결한 문체로 주가의 향배를 잘 맞춰가며 신임을 쌓아오던 아이디가 장문의 글을 올려놓습니다.
내용이야 천차만별이니 그렇다치고 요점은 자기 주식수가 좀 많다. 너무 피해가 커서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내게 힘을 실어달라 이런식으로 설레발을 쳐가면서 초상집의 완장을 차려고합니다. 믿었던 회사가 너무 실망을 주었느니 어쨌느니 하면서 법적 대응을 한다면서 시키지도 않은 머슴역할을 자청합니다.
휴일동안 어디서 준비를 그리도 했는지 회사의 재무구조의 문제점과 추진하는 사업 기타 회생가능성 등을 잘 정리해서 올립니다. 이때 절대로 100%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한줄기 희망의 빛 같은 걸 주려고 노력하지요. 대충 내용은 우리가 하기에 달렸다 뭐 이런식입니다.
휴일이 지나고 장이 열립니다.
주가는 당연히 하한가입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크게 무리가 가지않는 선에서 포트폴리오에 담은 주식이지만 상당한 손실이 나있습니다. 보통은 4~5 번 하한가를 때리니까요. 거의 반토막이 나지요. 반토막이 나야 개잡주라도 물타기를 시도하니까..
하한가가 풀리기 전날 호재성 공시가 올라오거나 뉴스가 나옵니다.
뉴스는 절대로 정규 언론기관을 통해 나오지 않습니다. 제가 딱 찝어 어디라고 게시판에서 밝힐 수 없으나 여러분도 알고 저도아는 거기 그놈들중 한 곳에서 그것도 짤막한 단신으로 올리지요.
공시는 뭐 확정공시는 전혀 없고 그렇다고 회사에서 자진해서 올리는 공시도 아니고 떠도는 풍문에 대한 답변요구공시형식으로 올라옵니다. 답변은 언제나 그렇듯 확정된 내용은 없고 향후 변동사항이 있으면 공시하겠다 이런 사탕발림이구요.
그런데 이 공시나 뉴스가 조금 황당한 내용을 품고있기 마련입니다.
예를 들어 나스닥 상장설이라던지 금광개발설, 유전발견설, m&a 설,신약개발설 등xxx용등급추락으로 하한가 맞고있는 회사와는 전혀 어울리지않는 황당한 공시, 만약 사실이라면 기존의 하한가의 설움을 일거에 뒤집고 시장을 보란듯이 비웃으며 연상으로 날아갈 수 있는 공시와 뉴스가 단 확실하지 않음이라는 단서로 유포됩니다.
이미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이 공시와 뉴스를 현실로 믿지는 않습니다. 다만 간절히 현실이 되기를 바라지..
그리고 장이 열리면 차라리 쩜상이면 좋으련만 팔기도 뭐하고 물타기도 뭐한 가격대에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대부분 물을 타게 되어있습니다. 왜냐하면 정상적인 기다림으로는 결코 내가 산 가격대까지 오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문제는 그 사실을 상폐꾼들도 잘 안다는 것입니다.
그날 종가는 상한가로 마감을 하고 역시 추가매입을 해서 평단을 낮춘 것을 현명하게 생각하며 "제발 본전만와라 뒤도 안돌아보고 본전에 팔아준다" 수없이 결심합니다. 다음날도 주가는 아침부터 상한가로 갈 것처럼 꼬시고 이때 전날 못들어갔던 사람들도 추가로 매수합니다. 연속 하한가 이후 반드시 이런 밥상이 있다는 것을 아는 단타족들과 많이 떨어졌네하면서 들어오는 얼떨리우스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매수는 기존 주주의 처절한 물타기 매수세입니다.
이제 상한가 한 번만 더치면 본전은 아니지만 큰 손실 보지 않고 빠져나올 수 있어서 상한가 가면 분위기 봐가면서 손절을 할지 하루 더 버텨서 약간 먹고 팔지 결정하자며 "재수가 없으려니까 이런 경우도 있다" 위로하며 잠을 청한뒤 다음날 장이 열리면 오전에 좋던 주가가 갑자기 하한가로 돌아섭니다.
정말 이해가 가지를 않습니다.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이러면 세력들도 손실일텐데 챠트를 보고 나름 계산을 해서 세력들 평단을 추측해보면 왜 손해보는 짓을 할까 정말 이런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매집을 해야할 이유가 있나 고민을 합니다. 그런데 계산이 틀린 줄을 모릅니다. 세력은 수익을 내려는 것이 아니라 한 주도 남김없이 매도하려 한다는 것을..

다음날 주가는 다시 하한가.
이때부터는 계좌는 이미 내 것이 아닌셈입니다. 세력이 하자는 대로 하게되어 있습니다. 절대로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옆에서 말리면 의만 상하고 싸움나게 되어있습니다. 이미 자기 자금의 80%이상이 들어가게되고 손실은 총 자본의 절반이상입니다. 왜냐하면 빨리 빠져나오려고 평단을 낮추고 싶은 생각에 물을 많이 탔기때문입니다.
이 와중에 주목할 만한 현상이 두가지 생깁니다.
한 가지는 회사 또는 공장에 방문을 하고 왔다는 글이 올라옵니다. 주로 위의 완장차겟다는 놈이 올리지만 다른 꾼이 올리기도합니다. 내용이야 뻔하지요. 회사 잘돌아가고 사장님이하 임원들과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고 차도 한잔 잘 얻어마시고 왔다고. 회사는 이상이 없는데 주가가 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요동을 쳐서 주주들이 손실을 입을까 사장님이 걱정하시더라는 양념과 함께 기다리면 주가는 제자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무언의 희망을 주입해줍니다. 아주아주 달콤하죠. 정신이 없이 두들겨 맞았는데 살살 위로해주니 옆에 있으면 밥이라도 사주고 싶을정도입니다.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표현을 못합니다만 아무튼 나중에 상폐를 당하고 모인 사람들이 제일 많이 이야기 하는게 공장다녀왔다는 글만 없었어도 하한가 풀릴 때 매도했을 거라고 할정도로 달콤하고 안심스럽게 글을 올립니다. 주식투자자인지 소설가인지 모를 정도로..
다른 한가지는 바로 위의 완장이 자기 전화번호를 올립니다. 그것도 대게 유선전화 번호를 올립니다.

소액주주가 힘을 합쳐 이 난국을 타개해나가자고 하면서 보유한 주식수와 사는 곳, 연락처등을 알려달라고 나섭니다. 전화해보면 진짜로 전화를 받습니다. 그리고 보유주식이 몇 주인지 물어보지요. 전화번호도 확실한 것을 보니 믿을 수 있는 사람이구나 생각하게됩니다.
이시점에서 밑줄 한 번 치세요.
상폐가능하다고 언론에서 떠들고 연하한가 맞은 주식에 회사방문기와 전화번호가 올라오면 목숨걸고 팔아라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은 아무리 주식에 손실이 난다고 해도 쉽게 회사 찾아가서 사장 만나게 됩니까? 쉽게 전화번호 그것도 유선전화번호를 인터넷에 올리게 됩니까?
상폐꾼들이 마지막 작업을 하기위해 개인투자자의 주식 수를 파악하려고 합니다. 또한 전화를 받아서 자기는 엄청난 주식을 보유했다며 자기도 안팔고 얼마까지 보고있다 현재 떠도는 풍문의 일부는 거짓이고 일부는 회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조만간 공시할 거다 해가며 이번 하한가는 이를 알고 들어온 세력들이 매집을 하는 단계이니 기다리라 뭐 이런식으로 안심을 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전화번호를 올립니다.
간혹 이 단계에서 쪽지신공까지 펼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듣도보도 못한 아이디가 갑자기 나와서 "이 종목 걱정이 많으실텐데 나름 알고있는 것이 있으니 쪽지보내라 게시판에 이야기하면 세력이 본다" 이러면서 글 올리면 과연 이 종목이 상폐인지 아니면 계속 들고가야하는지 답답하기 이루말할 수 없는 투자자들은 백이면 백 쪽지를 보내보게되어있습니다. 차라리 상폐가 확실하다는 정보라도 확인하고 싶어서..
쪽지를 보내보면 아니나 다를까 "이 종목 내가 아는 세력이 작업을 하는데 예전에도 그 형님들이 주신 정보로 크게 먹었습니다. 지금은 좀 힘들지만 가지고 계시면 얼마얼마까지 올립니다" 이런 쪽지가 날아옵니다. 대충 계산을 해보면 내가 받은 손실 만회하고도 엄청난 수익이 납니다.
드디어 하한가가 풀리고 이번에는 쉽게 상한가도 가지않고 하한가도 가지않고 주가가 요동을 칩니다. 그리고 이 단계가 제일 긴편이기때문에 대부분 여기서 치명상을 입습니다. 미수를 하고 xxx을 받고 신용을 쓰고 어떤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 초대박 수익을 노리다 얻은 초대박 손실을 만회하려하지만 결코 불가능합니다.
이미 개인들 물량을 다 파악하고 평단을 알고있는 상폐꾼들이 결코 수익을 얻게 놔주질 않습니다. 물을 타서 평단을 낮추면 바로 주가를 같이 떨어뜨리기에 거래를 하면 할 수록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결국 어느 순간에 다다르면 홀로 결정을 해야할 단계가 옵니다.
이미 원금은 다 날아갔고 xxx로 끌어들인 자금을 어떻게 할 것이냐인데 대부분 포기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주가가 오르고 있고 일말의 희망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신용평가기관이 회사 상황을 잘 몰라서 등급을 성급히 낮춘 것이고 회사는 아직 때를 기다리며 공시를 준비하고 있고 그간 하한가 때려가며 매집한 세력들이 조만간 단타족들을 털고나면 연상으로 말아올릴 것이다. 게시판에 아직 힘을 주는 희망의 글들이 많이 있고 나보다 몇십배 많은 주식을 가지고 있는 그 분도 아직 털지 않았다고 하지 않는가.
하지만 저는 이단계에서 나왔습니다.
과연 내가 마지막 한 순간을 참지 못해서 결국 손실을 확정짓는 것이 아닌가 수없이 번민하면서도, 대박은 아니어도 원금은 회복해야 할텐데 수없이 고민하면서도 눈물을 머금고 팔았습니다.
팔고나니 그 다음날 상한가 가서 땅을 쳤는데 다시 떨어지더군요. 그리고 장 종료 후 감사의견 거절 공시가 나왔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바보아니냐고 그 단계까지 갈 정도로 주식을 들고 있는 사람이 바보지 어떻게 상폐주식을 거기까지 들고가느냐고..
저는 이렇게 답변하렵니다.
사람은 자기가 믿는대로 된다는 진리를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사람은 자기가 되고싶은대로 믿는 경향도 있다는 사실을 그 일을 통해서 배웠다고......

상폐 그 이후..
다른 사람은 둘째치고 왜 나는 상폐주를 들고 희미한 실오라기 같은 희망을 가지며 거기까지 갔을까 나중에도 여러번 생각해봤습니다. 나름 대학교육도 받았고 평소 귀가 얇긴 하지만 그다지 멍청하다는 소리는 들으며 크지 않았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신용등급도 부도수준으로 하락하고 모든 객관적 지표가 부도를 말하면 시장가로 목숨걸고 팔아야 하는 거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그런 주식들이 상한가를 계속 쳐대는 것이 우리 주식시장의 현실이니 그냥 욕심많아서 당했다 자위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상폐주에 걸리신 분들이 대부분 그렇겠지만 들고있을 당시는 상폐주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하고 이걸로 떼돈을 벌겠다는 생각 안합니다. 어쩌다 주식 잘못 골라 손실이 이만저만 아니니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본전이라도 찾아야겠다는 일념뿐입니다.
지나고 보니 주식의 객관적 가치와 미래를 믿은 것이 아니였습니다. 그 주식을 통해 알게된 가상의 인물들의 인격과 글을 믿어온 것입니다. 몇 억이 넘는 주식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들고있다는 그들.. 절제된 언어와 합리적인 사고로 주식의 현 위치를 알아듣기 쉽게 설명해주던 그들..
차라리 게시판에 쌍욕을 해대거나 천박한 언어로 속보이는 짓들을 하던 사람들의 글을 믿었던 결과라면 맘이 그리 허전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돈을 잃고보니 금전적인 손실보다 인간에대한 실망이 제 마음을 더 아프게 하였습니다.
완장을 자청해서 차던 인간은 예상대로 더 이상 글을 올리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올렸던 글을 삭제하지도 전화번호를 숨기지도 않습니다. 다만 전화를 안받을뿐입니다. 사실 법률적으로 걸고 엮을 방법이 없습니다. 나중에 그가 올린 글들을 다 찾아 읽어봐야 법적인 문제가 될만한 글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희망을..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을 달콤하게 계속 주입했을 뿐..
중요한 것은 그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리매매가 진행되기전 거래정지의 기간동안 게시판을 잠잠히 읽기만하던 피해자들의 글이 하나 둘씩 올라옵니다. 소액주주 모임을 구성하자, 대표이사를 고발하자, 심지어 의견거절을 낸 회계법인과 담당자를 형사고발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지만 백약이 무효입니다.
결국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주식커뮤니티가 아닌 다음이나 네이버등의 커뮤니티에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란 이름의 카페가 개설되고 피해금액의 1% 또는 일인당 얼마 형식으로 변호사비용이랍시고 요구를 하며 소액주주 대표가 선임되게됩니다. 이러는 과정에서 각자 자기 주식 수를 밝히게 되는데..
서로 헛 웃음만 나올 정도로 게시판에서 소위 큰 손처럼 굴던 아이디들의 주식 보유액은 겨우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에 지나지 않습니다. 상폐꾼들도 나쁘지만 상폐꾼과 더불어 양념을 치던 떠벌이들의 장난에 놀아났구나 싶어 그저 묵묵히 읽기만하던 저같은 바보들은 보유주식 수를 이야기하기가 창피할 정도입니다.
제 추측이긴 하지만 이 작업이 상폐꾼이 게시판에서 벌이는 마지막 작업입니다.
그간의 눈익은 아이디들 중 비대위 결성을 위하여 나서는 아이디들이 있고 결국 한사람이 추천을 받아 피해자 대표가 되는데 오프라인으로 만나본다고 해봐야 그 사람이 진정 피해자인지 상폐꾼인지 어느 누구도 구별할 수 없습니다. 이미 게시판의 지난 글들은 다 못믿을 이야기가 되어버렸기때문입니다.
왜 그리 변호사비용은 빨리도 요구하는지, 그리고 왜 감감무소식인지, 다 같은 피해자인데 마치 또 다른 완장이라도 찬 것처럼 자기 결정에 피해자들의 운명이 달린 듯 왜 그리도 전횡을 휘두르는지.. 결국 피해자들 사이에서 분란이 일어납니다. 또 다른 대표를 세우기도 하고 변호사비 송금한 것을 반납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아무튼 상폐꾼이 세워놓은 자중지란의 시나리오대로 진행이됩니다.
그러는 와중에 정리매매는 진행됩니다.
실날같은 희망으로 이미 많이 떨어진 주식이고 회사의 청산가치가 있으니 아마 10% 내외로 하락한 후 다시 주가는 제자리를 찾기를 원하고 바라며 정리매매 첫날 주식시장 열리길 밤을 새다시피하고 뜬눈으로 지켜보지만 안타깝게도 주가는 휴지 한롤 가격도 안되는 수준에서 시작합니다. 이때라도 팔면 좋으련만 이 기간에도 상폐꾼들은 휴지를 다문 몇 푼이라도 받고 팔으려고 하루사이에 시초가의 두배 또는 세배로 올리기도 합니다.
이 구간에 재미보는 사람도 있겠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고파는 사람이 상폐꾼일 경우에만 주가가 뛰기에 단타꾼이나 피해자들은 큰 재미(?)를 볼 수 없게되어있습니다. 정리매매에 단타로 참여해보시면 자연히 알게됩니다. 소액은 가능해도 많은 수량은 상폐꾼끼리 왔다갔다합니다.
이 롤러코스터를 즐기며 소액이라도 놀아보려고 들어오는 상폐전문 단타꾼들과 상폐꾼들의 10원띠기 놀음에 주주들은 차마 팔지를 못합니다. 오늘 두배면 내일이면 네배 모래는.. 이런식으로 정리매매 마지막 날까지 계산을 해가며 주가가 복구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차라리 팔면 몇백만원이라도 건질 수 있는 것을..
왜냐하면 정리매매 전에 게시판에 동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한다는 글이 전화번호와 함께 여러 아이디로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알고보면 다 거짓이지만 당시 생각에는 이렇게 이번 폭락의 기회를 빌어 최종거래가격의 절반정도의 가격이긴 하지만 이 가격에라도 사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회생가능성이 있겠구나.. 어차피 팔아봐야 몇백 안되는 거 꾹 참고 몇년 들고 있다보면 재 상장도 가능할 거야 이런 희망을 붙들고 있게됩니다.
휴지를 가게문 닫기 전에 떨이로 무게달아 팔려는데 옆에서 내 휴지도 사세요 하고 내놓으면 귀찮지요? 그래서 그런 글들을 올려서 소액 휴지보유자들에게 들고 있으면 티슈된다고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것입니다. 사실 순식간에 모든 일들이 진행되기에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몇천만원을 불과 몇개월 사이에 몇십만원에 팔아넘겨야하는 패배도 스스로 용납이 잘 안되구요.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그래도 최후의 기회에 잘 팔아놓고서도 정리매매 마지막날에 이백만원인가를 들여서 그 동안 내가 들고있던 주식 수만큼 상폐주식을 다시 샀습니다. 그 마지막 분위기에서도 주주들은 정리매매에 팔지 말자는 분위기였고 향후 나스닥 상장사와 주식교환을 통한 무언가가 있으리라는 희망적인 메세지가 계속 들어오고 있었으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참 미친짓이죠. 되고싶은대로 믿게 만드는 희망은 참 무섭습니다.
물론 동아건설이나 삼보컴퓨터처럼 상폐당한 주식이 아직 재 상장은 아니지만 주주들에게 계속적인 희망을 주는 경우도 있구요. 그러나 대 다수는 그렇게 정리매매 후 사그러져갑니다. 들끓던 주주들도 제풀에 나가 떨어지고 비대위는 있는 듯 없는 듯, 소송은 진행이 되는 지 마는 지 하며 간혹 열받은 회원이 소송비 반환을 요구하면 마지못해 돌려주는 식으로 그렇게 세월만 몇 년을 흘러갑니다. 오직 남는 것은 팍스넷의 상폐주식 게시판뿐이랑 내 계좌에 남아있는 볼때마다 씁쓸한 거래불가 종목뿐입니다.
혹시 주관적인 경험을 너무 객관화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으시는 분이 있다면..
과연 제가 당한 것이 운없이 상폐종목을 매수한 결과인지 아니면 잘 짜여진 시나리오로 무장한 함정에 빠진 것인지 저도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비슷한 시기에 상폐를 당한 종목들 게시판을 오가며 그간의 과정들을 살펴보았구요. 비슷한 쪽지를 받거나 댓글을 보면 주시하며 그 마무리를 지켜보곤 하였습니다.
결론은 대부분 비슷한 시나리오를 무대와 조명만 바꾸고 비슷한 팀이 펼치는 몇개월짜리 초고액연극이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주식에 대한 객관적 평가보다는 인간에 대한 주관적 신뢰와 믿음에 호소하는 일단 들어오면 불이 꺼질때까지 전재산을 내놓게 만드는 허무의 세레모니..

출처 : 길위의 인생
글쓴이 : 춘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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