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서정원 조사결과, 조선시대 가사문학 대가 송순으로
소유자 불명확했던 북한산 백석동천은 홍우길로 확인돼
담양 소쇄원 제공 soswaewon.co.kr
한국 전통 정원의 대명사로 꼽히는 전남 담양 ‘소쇄원’(瀟灑園)의 명칭을 지은 이가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명작 <면앙정가>를 지은 16세기 문인 송순(1493~1582)으로 밝혀졌다.
문화재청은 현재 남아있는 조선시대 전통 별서(교외 별장)의 정원 11곳에 대한
유래와 변천사 등을 정밀 조사한 내용을 2일 발표하면서 이런 사실을 공개했다.
소쇄원은 16세기 초 선비 양산보(1503∼1557)가 관직을 떠나 낙향해 살면서 만들었다.
‘깨끗하고 시원하다’는 뜻을 지닌 ‘소쇄’는 원 소유자 양산보의 호인 ‘소쇄옹’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나 문화재청 쪽은 양산보와 교유했던 지인 하서 김인후(1510~1560)의 문집 <하서전집>에서
‘소쇄원의 이름이…송신평(宋新平)에게서 나온 것임을 밝힌다’는 구절을 최근 찾았다면서
‘송신평’은 신평이 본관인 송순의 다른 이름이라고 밝혔다.
양산보와 교유한 지인들 가운데 송순이 소쇄원이란 호칭을 처음 지었고,
그 뒤 다른 지인들이 계속 쓰면서 이 명칭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담양 소쇄원 제공
눈 내린 소쇄원의 풍경. <한겨레> 자료사진
이번 조사에서는 소쇄원 외에도 상당수 전통 정원·정자들의 원래 명칭과 소유자,
유래가 새로이 밝혀졌다.
경남 거창에 있는 명승 수승대는 16세기 성리학 사상가 퇴계 이황의 시
‘기제수승대’(寄題搜勝臺)를 근거로 작명했다고 알려졌으나,
삼국시대부터 불러온 ‘수송대’(愁送臺)가 본래 명칭으로 확인돼
명승 호칭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원래 소유자가 명확하지 않았던 서울 부암동 백석동천과 관련해선
조선 말기 중신으로 그림에도 능했던 애사 홍우길(1809~1890)이
백석실(白石室)이란 정자를 짓고 정원을 처음 조성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고려 말기의 충신 야은 길재를 받들기 위해 지은 정자로만 알려졌던 채미정도
1768년 선산부사 민백종이 지역 유림과 합심해 세운 건립 내력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서울 북한산 기슭의 옛 별서정원인 백석동천의 풍경. 문화재청 제공
이 밖에 문화재청은 지난해 부실 고증 논란 끝에
명승 지정 명칭이 뒤바뀌는 곡절을 겪었던
서울 성북구 별서(성락원)와 관련해
‘육교시사(六橋詩社) 시회(詩會)가 열리기도 했으며…’라고 기술한
국가문화유산포털의 설명 내용은 사실 여부가 불명확해 삭제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명승 별서정원의 고시문과
국가문화유산포털 내용을 고치고,
거창 수승대는 30일간 지정 명칭 변경에 대한 각계 의견을 들은 뒤
변경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문화재청은 조사를 마친 11곳 외의 다른 명승 별서정원들에 대한
역사성 고증 조사도 지속하기로 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역사, 기타 글과 자료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50년만에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동시에 가지게 된 나라" - 미국 유명대학 교수가 분석한 한국의 독보적인 위상 (0) | 2021.09.12 |
---|---|
'무릉계곡' 순한 풍경 지나..'기암 절벽' 극한 비경에 압도 당하다 (0) | 2021.09.03 |
30년전 '쉬쉬'하며 감췄던 일본식 고분..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기환의 흔적의 역사] (0) | 2021.08.24 |
다 빈치 그림만 믿지 말라.. '석기 그릇'에 담긴 최후의 만찬 (0) | 2021.08.07 |
[4K] 주말 오후의 홍대, 연남동 카페골목 풍경, 경의선 숲길...... (0) | 2021.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