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Automobili Lamborghini).
페라리와 쌍벽을 이루는 이탈리아 대표 수퍼카 제조사다.
과거 미우라와 쿤타치 등을 선보이며 남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오랜 시간 직선 중심의 디자인과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고수하며
람보르기니만의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런데 알고 보면, 그들의 눈부신 발전 뒤에는
경량화 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도 함께 있었다.
쿤타치 에볼루치오네(Countach Evoluzione)
자동차에 쓰는 가장 대표적 경량 소재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이다.
람보르기니는 1983년, 산타가타 볼로냐 지역에 복합 재료 연구소
‘Esperienza Materiali Compositi’를 세우고 보잉 767 항공기에 들어가는
탄소섬유와 케블라(Kevlar) 설계 노하우를 흡수했다.
첫 결과물은 쿤타치 에볼루치오네(Countach Evoluzione).
공차중량이 단 980㎏으로, 기본 쿤타치보다 500㎏ 가벼운 몸무게를 자랑했다.
설계는 파가니의 창립자 호라치오 파가니(Horacio Pagani)가 담당했다.
탄소섬유 제조 기술을 더 빨리 터득할 기회도 있었다.
당시 파가니는 회사에 탄소섬유 제작 장비를 구매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거절했고, 그는 회사를 떠나 자신만의 사업을 꾸렸다.
파가니의 데뷔작 존다 C12가 가벼운 탄소섬유 섀시를 품을 수 있었던 이유다.
이후 2007년, 미국 워싱턴 대학교와 파트너십을 맺고
수준 높은 탄소섬유 제작 기술을 쓰기 시작한다.
파가니가 제안했던 장비인 ‘오토클레이브’를 쓰지 않고도
튼튼한 부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 공법은 훗날 무르시엘라고 후속작,
아벤타도르(Aventador)의 모노코크 섀시를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다.
이듬해에는 탄소섬유 모노코크 구조물 충돌 연구를 위해 보잉과 협업했다.
이탈리아산 소량 생산 자동차에 우주 항공 분야 기술이 스며든 순간이었다.
더불어 골프클럽 제조사 캘러웨이(Callaway)와도 손을 잡아
‘포지드 카본(Forged Carbon)’ 개발에 성공한다.
11년 전 20대 한정판으로 만든 세스토 엘레멘토(Sesto Elemento)
차체의 대부분을 이루는 재료다.
가야르도의 파워트레인을 가져다 썼지만,
공차중량은 350㎏ 더 가벼운 999㎏에 그쳤다.
또한, 람보르기니의 ‘탄소섬유 자동차 수리 서비스’는
세계 최초로 독일 기술 검사 협회 TÜV의 인증을 받았다.
이탈리아 지역 TÜV 전문가가 직접 나서 신뢰도와 책임감,
작업 시간 등을 점검했다.
수리 담당 직원들은 네바다 주로 날아가 전문 교육을 받은 뒤,
미국 연방항공청이 주관하는 상급 합성 구조물 수리 자격증을 따야 한다.
2015년에는 ‘카본스킨(CarbonSkin)’을 공개했다.
차체가 아닌 실내 곳곳에 두를 인테리어 소재다.
가죽보다 65%, 합성 섬유인 알칸타라보다 28% 가볍다.
탑승객 손이 닿는 부분인 만큼 표면도 부드럽게 처리했다.
직접 우주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 2019년 11월, 탄소섬유 연구를 위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날아갔다.
프로젝트는 나노 및 의학 기술을 가지고 있는
휴스턴 메소디스트 연구소와 함께했다.
우주 환경에서 탄소섬유가 보이는 5가지 반응을 분석하며,
자체 개발 소재를 우주에서 테스트한 세계 최초의 자동차 제조사로 거듭났다.
연구 결과는 트랙 전용 수퍼카 에센자 SCV12에 담았다.
별도의 롤 케이지가 필요 없는 탄소섬유 모노코크 섀시로
FIA의 정적 테스트에서 12t 넘는 힘을 버텼다.
동적 테스트에서 초속 14m로 다가오는 충격도 이겨냈다.
그렇게 까다로운 FIA 프로토타입 기준을 가뿐히 통과했다.
아벤타도르의 V12 6.5L 가솔린 엔진으로 최고출력 830마력을 냈으며,
단 40대만 생산했다.
한편, 오랜 시간 복합 소재를 연구해온 람보르기니는
생산 공정의 지속가능성도 고려하기 시작했다.
물 등 부품 제조에 들어가는 자원을 아끼고,
폐기물 양을 줄이려는 노력도 함께한다.
가령, 폐기물에서 뽑아낸 재료로 공장 패널이나
부품을 옮기는 카트를 만든다.
작은 탄소섬유 조각은 재활용 탄소섬유로 빚어,
사람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들어갈 자동차용 부품으로 쓴다.
간단한 판촉 상품을 만들어 람보르기니 행사 초청 고객들에게 제공하기도 한다.
글 서동현 기자
사진 람보르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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