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고분군, 일제강점기 대부분 훼손
1971년 무령왕릉 우연히 발견
무덤처럼 안 보인 외관 덕에 도굴 면해
국보 12종 등 4600점 유물 출토
우리 ‘문화재’에는 민족의 역사와 뿌리가 담겨있습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도 있듯이
수천, 수백년을 이어져 내려온 문화재는
우리 후손들이 잘 가꾸고 보존해 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이죠.
문화재는 어렵고 고루한 것이 아닙니다.
문화재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 쉽고 친근하게 배울 수 있는
문화재 이야기를 전합니다.<편집자주>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충청남도 공주는 백제의 옛 수도로
백제의 숨결을 품은 도시입니다.
과거 우리나라에는 4세기에서 7세기 중엽에 걸쳐
고구려, 백제, 신라가 세력을 다투던 시대가 있었는데요.
우리는 이 시기를 삼국시대라고 부릅니다 .
고구려는 기마병으로 대륙을 호령했고,
신라는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백제는 두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고 약한 나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삼국 중에서 가장 먼저 전성기를 누리고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던 곳이 바로 백제입니다.
공주시 금성리 일대에는 웅진기 백제의 왕과 왕족의 고분군이 있어요.
1963년에 사적 제 13호로 지정됐죠.
과거 명칭은 송산리 고분군이었어요.
하지만 1971년 무령왕릉이 우연히 발견되면서
2021년 9월 17일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으로 명칭이 변경됐습니다.
당시 무령왕릉의 발견은 국내는 물론 해외도 깜짝 놀라게 했어요.
장마철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배수로 공사를 하던 중
벽돌 무덤의 입구가 발견된 것이죠.
무령왕릉은 백제 고분군 중 유일하게 도굴되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발견됐어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1971년7월8일 발굴조사단이 무령왕릉 입구의 가림벽돌을 들어내고 있다(사진=국립공주박물관).
무덤 입구의 지석에 새겨진 ‘영동대장군 백제 사마왕’은
무덤의 주인이 백제 제 25대 무령왕이라는 사실을 알려주었어요.
백제를 강국으로 부흥시킨 무령왕은
수도를 웅진에서 사비(부여)로 옮긴 성왕의 아버지입니다.
무덤 주인이 확인된 왕의 고분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었죠.
계묘년(523년) 5월 7일 승하해 을사년(525년) 8월 12일에
안장했다는 내용까지 적혀 있었어요.
이는 ‘삼국사기’ 기록과 일치했습니다.
백제 고분군을 마지막으로 도굴한 사람은 일본인이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공주고보의 일본어 교사였던 가루베 지온이라는 인물이죠.
벌건 대낮에 발굴조사를 명목으로 백제 왕릉들을 파헤쳤어요.
그는 백제 최초의 벽돌무덤(전축분)인 송산리 6호분을 발견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6호분 바로 뒤에 있던 무령왕릉을 찾아내진 못했어요.
무령왕릉은 5·6호분과 바싹 붙어있어서
무덤처럼 보이지 않았기에 도굴을 면할 수 있었던 것이죠.
국보로 지정된 무령왕 왕비의 관꾸미개(사진=국립공주박물관).
화려한 왕의 금제관식은 백제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유물이에요.
귀걸이와 목걸이, 팔찌, 청동거울, 도자기, 다리미까지.
당시의 시대상을 알 수 있는 방대한 유물이 출토됐고,
이 유물들을 통해 찬란했던 백제의 문화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 전시관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볼 수 있어요.
전시관은 무령왕릉 및 5·6호기분을 실물과 동일한 크기로 재현해놨어요.
국립공주박물관의 웅진백제실에서도 무령왕릉의 유물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공주에 갈 일이 있다면 전시관에 잠시 들러
천천히 유물들을 살펴보면 어떨까요.
1500년 전 백제로 시간여행을 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무령왕릉 입구에서 발견된 국보 ‘진묘수’(사진=국립공주박물관).
이윤정 (younsim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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