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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에 전투기를 수출한다고?…'30조 대박' 노린다

mistyblue 2023. 5. 20. 10:34

경공격기 FA-50, 미국 훈련기로 채택 가능성
록히드마틴과 협업해 수주전 나서
성사되면 500대 전투기 수출 가능
계약금액 총 30조원에 이를 듯

 

▶안재광 기자
한국이 미국에 전투기를 수출한다. 생각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

에이, 무슨말이야. 미국 전투기가 얼마나 센데.

미국이 뭐가 아쉬워서 한국 전투기를 사'

 


그런데 한국이 전투기를 만들기는 합니까?

전투기 개발했다는 뉴스 본 것 같기도 하죠.

우선 한국이 전투기, 생산 합니다. 정확히는 '경공격기'라고 하죠.

엄청 센 커다란 전투기 말고 '아담한 전투기'는 만들수 있어요.

FA-50 파이팅 이글이란 멋진 이름이 붙었는데요.

이거 꽤 잘만들어요. 수출도 많이 합니다.

 


그럼 이 아담한 전투기를 미국이 살 가능성은 있느냐.

결론적으로 있습니다.

자동차를 생각해 보면 포르쉐, 람보르기니 같은 비싼 차만 있는 게 아니라

쏘나타, 아반떼도 있잖아요.

미국에도 미사일 잔뜩 달고, 레이더에도 안 잡히는 엄청 좋은 전투기부터

조종사들이 훈련용으로 쓰는 저렴한 전투기까지 다양한 기종이 필요하거든요.


미국은 원래 록히드마틴 같은 자기네 나라 방산기업 것만 썼는데,

록히드마틴이 요즘 주문이 몰려서 소화를 다 못 하는 탓에

한국에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번 주제는 전투기 수출하는 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줄여서 KAI라고 많이 하죠. Korea Aerospace Industries의 약자를 써요. 

 


KAI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정부 주도로 삼성, 현대, 대우

세 곳의 항공 부문을 합쳐서 출범시킨 회사에요.

당시 부실이 너무 커져서 정책금융공사,

지금은 산업은행에 합쳐진 기관이죠.

여기서 공적자금을 8조원이나 쏟아부어 살려 냅니다.


지금은 삼성 같은 대기업들 지분은 하나도 없고,

수출입은행이 지분 26%로 최대주주.

국민연금도 약 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공기업이죠.

 


사장으로 오신 분들 보면, 대부분 고시 출신 공무원들이었요. 

일부는 군인 출신도 있습니다.

2022년 취임한 강구영 사장도 공군 장성을 지냈습니다.

 


KAI의 현재 주력 제품,

FA-50이에요. FA-50 이전에 T-50이란 훈련기가 있었는데, 골든 이글로 불렸죠.

 


이 훈련기를 개조한 게 FA-50 입니다.

T-50은 미국의 록히드마틴으로부터

KAI가 기술 이전을 받아서 개발한 것이라,

록히드마틴의 기존 전투기와 꽤 유사합니다.

 

예를 들어 록히드마틴이 가장 많이 팔아먹은 전투기 F-16.

현재 한국 공군의 주력 전투기이기도 하죠.

FA-50 조정할 줄 알면 F-16 조정은 쉽다고 해요.

 


FA-50 특징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성비가 좋다'.

아까 말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투기, F-16보다 성능은 좀 떨어지긴 합니다만,

그 이전에 나온 F-5란 전투기가 있었는데.

이게 자동차로 치면 쏘나타 같은 보급형 전투기였어요.

이것 보단 훨씬 낫죠.

F-5는 너무 구식이라 사실 비교하는 게 좀 그런데요.

한국 공군이 아직도 운용 중이긴 해요.


FA-50의 최대 속도는 마하 1.5.

그러니까 초음속 비행이 가능하고.

T-50에는 없었던 레이더나 미사일도 달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존 미사일 대비 세 배나 빠른

초음속 미사일을 장착한다는 계획도 있어요.

 


FA-50의 작전 반경이 지금은 아주 넓지는 않는데,

이 미사일 달면 훨씬 먼 거리의 표적을 정밀 타격할 수 있어서

작전 반경이 넓어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쏘나타인데 너무 잘 나와서 그랜저 못지 않다.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 가격은 어떻게 되느냐.

얼마 전에 말레이시아가 18대 사갔는데,

계약 금액이 9억2000만달러.

대당 5100만달러쯤 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660억원쯤 합니다.

전투기도 차 처럼 옵션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F-16에 옵션 많이 달면 6300만달러, 820억원쯤 하거든요.

이렇게만 보면 FA-50보다 24% 가량 비싼건데.

 


록히드마틴이 요즘 돈독이 올라서 F-16,

1978년 나온 이 구식 전투기를 엄청 비싸게 팔고 있어요.

대만이 2019년애 F-16 66대 사는 데 쓴 돈이 자그마치 81억달러,

대당 1억25000만달러나 했습니다.

최신 옵션 더 넣었다 해도 그렇지, 두 배나 더 비싸게 팔았어요.

 


그런데, 2019년에 이 가격이었다는 것이고.

요르단이 올 1월에 대당 3억5000만달러에 샀다는

외신 기사도 나왔어요.

이건 솔직히 이건 말은 좀 안 되는 가격이긴 해요.

중동 국가들이 종종 이렇게 가격을 부풀려서

계약을 하는 관행이 있다고는 합니다.

 

뭐, 가격 자체보다 F-16이 엄청 비싸졌다.

이렇게만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이렇게 비싼 가격을 받는데,

주문해서 물건 받으려면 최소 4-5년,

길면 10년도 걸린다고 하죠.


F-16의 또 다른 단점.

유지비도 비싸요.

시간당 유지비가 2만달러나 됩니다.

한마디로 오래된 모델이고, 엄청 비싼데,

연비도 안 좋다.

연비로 치면 FA-50은 유지비가 시간당 3500달러.

F-16보다 70%나 저렴하죠.

새 모델에 연비 좋고, 가격 싸고.

저 같으면 당연히 FA-50 삽니다.

 


물론 이런건 있어요.

F-16은 40년 넘게 검증된 스테디셀러고,

브랜드도 록히드마틴 딱 박혀있고.

브랜드 파워가 있어요.

더구나 '미제 전투기' 아닙니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거 사면 좀 더 이쁘게 봐주겠죠.

 


그럼에도 검증 좀 덜 됐고, 브랜드 파워 떨어지지만 가격 훨씬 싸고,

무엇보다 주문하면 빨리 받을수 있는 FA-50을 고려 안 할 이유는 없어요.

FA-50을 해외 국가 중 처음 실전 배치한 게 필리핀 공군이었는데요.

2017년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테러리스트 거점을 정밀 폭격해서 이름을 날립니다.

이후에 필리핀, 태국도 FA-50 도입을 결정했죠.

동남아에만 지금까지 총 68대가 나갔어요.

 


또 K-방산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 도입 중인 폴란드, 48대나 주문을 해놨습니다.

요즘에 FA-50에 관심이 있다고 알려진, 수출이 유력한 국가들로는

콜롬비아, 슬로바키아, 이집트, 필리핀 등이 꼽힙니다.

 

그럼 미국은 왜 FA-50에 관심이 있냐.

미군의 공군, 해군에서 대규모 훈련기 도입이 조만간 있다고 해요.

2025년, 2026년으로 예상을 하는데요.

나오는 물량만 500대에 달합니다.

훈련기로 쓸 거라 엄청 좋은 전투기는 필요 없고.

딱 FA-50 정도 되는 가성비 좋은 걸 찾는다고 하죠.

 


미국은 자국 산업보호법, 'Buy American Act'란 것이 있어서

자국 기업에 방위산업 주문을 몰아주는데요.

FA-50의 원천기술, 정확히는 T-50의 원천 기술을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제공했다고 했잖아요.

록히드마틴이 미국에서 KAI와 손을 잡고

계약을 대신 맺는 것으로 논의가 되고 있습니다.

록히드마틴은 중간에서 이름 빌려주고

수수료만 손쉽게 먹겠다는 건데.

우리 입장에서도 수수료 그래, 많이 줄게. 계약만 따와 다오,

하는 심정으로 손을 잡은 것 같습니다.

 


만약에 미국에 전투기를 팔 수만 있다면.

500대나 되니까, 대당 600억원 잡아도 총 30조원에 달합니다.

그 자체로 엄청난 물량인 것이고.

이것이 또 성과가 되어서,

미국 외 다른 우방국들에게 엄청나게 팔아 먹을수 있어요.

사실 KAI 입장에선 이게 마진은 훨씬 더 좋을 겁니다.

 


FA-50 잘 팔려서 실적이 좋겠네.

그럼요.

2023년 3월말 기준 수주 잔고, 약 25조원에 달합니다.

작년에 KAI 매출이 2조8000억원쯤 했으니까,

10년치 가까운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요.

25조원 일감 가운데 FA-50 같은 전투기,

완제기가 6조원이나 잡혀 있습니다.

 

또 요즘 잘 되는 게 기체 부품 사업인데요.

KAI는 보잉이나 에어버스 같은 민간 항공기 회사들에

부품을 공급하고 매출을 올리는 데,

사실 이게 더 규모가 크긴 합니다.

수주 잔고의 40%에 해당하는 10조원이 부품 수주죠.

요즘 보잉이나 에어버스도 코로나 끝나고 항공기 주문이 몰리고 있죠.

부품 수요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깁니다.

항공기 부품 수주, 매출 이거 엄청 늘어날 가능성 큽니다.

 


그럼 FA-50 말고 수출할 것,

딴건 없냐.

당연히 있습니다.

KF-21,

한국형 중형 공격기 '보라매'를 개발하고 있죠.

생긴 것 보면 우선 FA-50보다 우람하죠.

체급이 하나 위에요.

프랑스의 라팔, 유럽 컨소시엄이 개발한

유로파이터 타이푼과 비교되는 전투기입니다.

 


2026년 대한민국 공군에서 공대공,

그러니까 하늘에서 싸우는 능력을 갖춘 것을 우선 40대 도입하고.

또 2028년에는 바다에 떠 있는 함정을 공격하거나,

지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전천후 기능을 갖춰서

80대 도입하기로 했어요.

 

앞으로 레이더에 안 잡히는 스텔스 기능까지 넣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스텔스 기능이 있으면 5세대 전투기로 분류가 되고,

가격을 확 높일수 있어서 성공만 하면 '대박' 날 것 같습니다.

FA-50을 사간 나라들, 폴란드나 말레이시아,

필리핀 같은 나라들이 잠재적인 고객이에요.

 


LAH(Light Armed Helicopter)라고 하는데,

소형무장헬기도 개발하고 있어요.

지난해 방산 전시회에서 처음 실물을 공개했습니다.

20mm 기관포, 공대지 유도탄 같은 무기 장착이 가능합니다.

탱크 잡는 헬기로 콘셉트를 잡고 있어요.

내년부터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KAI는 올 초에 비전 2050이란 것을 발표했는데요.

2050년까지 매출 40조원,

세계 7위 항공우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이에요.

지금 매출 3조원도 안 하는데, 좀 오버 아니냐.

근데 KAI 같은 방산 기업은 우선 든든한 내수가 있습니다.

제품 개발하면 특별한 하자 없으면 우리 군이 우선 사줍니다.

 


또 전투기, 항공기는 한번 팔면 끝이 아니라 계속 매출이 나와요.

부품, 정비 이런게 계속 해야 하거든요.

이걸 MRO라고 하는데요.

MRO 매출이 물건 납품할 때 매출보다 평균 2.5배나 크다고 합니다.

전투기 해외에 쫙 깔아놓으면 계속 돈이되는 사업이다.

 


그리고 전투기나 헬기, 이런 것도 좋은데.

결국에는 시장이 더 큰 우주 발사체 분야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보다 원대한 그림도 있어요.

발사체 관련해선 누리호 사업의 총조립,

그리고 1단 추진제 탱크 사업을 KAI가 했습니다.

또 차세대 발사체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건 돈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술 확보 차원에서

중요할 것 같아요.

 


위성 분야에서도 경쟁력이 높죠.

KAI는 동시에 중형 위성 여섯 기를 조립할 수 있는

시설과 설비가 있는데요,

이건 한국에서 독보적입니다.

정부가 군 정찰위성, 차세대 중형위성 사업에

2025년까지 3조원 어치의 발주를 할 예정이고,

당연히 KAI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KAI는 1999년 출범 이후 숱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FA-50, 혹은 그 이전의 T-50, 또 헬기 도입을 위해 정부에 로비를 벌였고

이 탓에 군에서 도입하려고 했던 첨단 무기 발주가 취소됐다는 것인데요.

하지만 이 덕분에 FA-50이 빛을 볼 수 있게 된 점도 분명히 있습니다.

 


민영화 논란도 늘 따라 다녔는데요.

2012년 정부 지분을 민간에 매각하려고 했다가 실패했죠.

이번 정부 들어 다시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화가 강력한 인수 후보란 말이 돌죠.

한화는 대우조선해양을 먹어서 육해공을 다 할 수 있는 회사거든요.

기존에 하던 K-9 자주포, 또 첨단 레이더 시스템,

여기에 잠수함까지 갖췄어요.

또 사장 선임 때마다 늘 낙하산 논란에도 시달렸어요.

 


어쨌든 이런 여러 논란 속에도 KAI가 전투기를 수출하고,

헬기를 국산화 한 것은 대단한 성과 같습니다.

 

이왕 전투기 팔아먹는 것,

미국으로부터 500대 공급계약 꼭 따내서 K-방산의 저력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훈련기로 시작한 KAI 전투기, 명품 전투기로 거듭날 지 눈여겨 보겠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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