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한국 국민 2100만 명은 당뇨병 관리 지금 당장 시작해야

mistyblue 2023. 11. 25. 11:19

당뇨병 증가 속도, 빨라도 너무 빠르다…

국가적 위기로 인식해야 할 상황
늦어도 40세부터 당뇨병 검사 필요…

당뇨병 방아쇠 ‘비만’ 예방 위해 식습관 개선과 운동 필수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약 10년 전, 대한당뇨병학회는 국내 당뇨병 환자가 약 600만 명에 도달할 시점이 2050년이라고 예측했었다.

그런데 이미 2020년에 그 수를 넘어섰다. 예측보다 당뇨병 증가 속도가 30년이나 빠른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 당뇨병 환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으로 진행할 위험이 큰 당뇨병 고위험군(당뇨병 전단계)이 당뇨병 환자의 2배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과 정상 혈당 사이에 있는 당뇨병 전단계 인구를 약 15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 전단계는 당뇨병에 준해 치료해야 하므로 당뇨병과 당뇨병 전단계 인구를 합한 2100만 명 이상은

당장 관리를 시작해야 하는 셈"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도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당뇨병에 당뇨병 전단계까지 포함하면 전체 성인의 절반 이상(54.9%)이 관리가 필요하다.

아울러 최근 2030세대 건강 행태 악화 등 요인으로 젊은 연령군에서도 당뇨병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실제로 젊은 층의 당뇨병 증가세는 가파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30대 당뇨병 환자는 12만 명으로 4년 전보다 25.5% 늘어났다.

같은 기간에 20대 당뇨병 환자는 47%나 증가했다.

당뇨병 전단계와 2030세대 환자 증가세만 봐도 국내 당뇨병 환자 수가 1000만 명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쯤 되면 한 집 건너 한 집은 당뇨병 가족인 셈인데, 이런 상황을 국가적 위기로 인식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30세대는 질병 위험도가 낮을 것으로 생각해 당뇨병을 간과하기 쉬운 연령대로,

숨어있는 당뇨병 환자와 당뇨병 고위험군을 발견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이 필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당화혈색소 검사를 추가하고,

남녀 모두 35세부터 당뇨병 선별 검사를 받을 것 등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시사저널 임준선

 

환자 3명 중 1명은 당뇨병 인지 못 해

당뇨병 증가를 막기 위해 국가 개입까지 필요한 이유는 거의 모든 장기에서 발생하는 당뇨병 합병증 때문이다.

당뇨병은 그 자체 증상보다 합병증이 치명적이다.

혈액에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면 혈액은 물엿처럼 끈적해진다.

그래서 말초 조직까지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만성 혈관 합병증이 발생한다.

합병증은 초기 자각증상이 없어 더 위험하다.

이미 증상이 나타날 정도가 되면 되돌릴 수 없는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인경 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은 눈(망막증), 콩팥(신증), 전신(신경병증), 심장(협심증), 뇌(뇌졸중), 발(당뇨발) 등

다양하게 발생한다.

당뇨병성 망막증은 실명을 부른다.

신증은 투석 치료가 필요하다.

신경병증이 생기면 양쪽 발끝이 저리고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무감각으로 고생한다.

협심증은 자칫 돌연사를 초래하고, 뇌졸중으로는 편측 마비가 올 수 있다.

다리 동맥이 막히면 발가락이 까맣게 변하거나 가벼운 상처도 쉽게 낫지 않는 당뇨발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뇨병 합병증은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삶의 질을 현저하게 떨어뜨린다.

그래서 사회경제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당뇨병 진료를 받은 사람이 2022년 369만 명으로 여기에 투입된 진료비는 약 3.4조원에 달한다. 고혈압에 이어 두 번째로 진료비가 많이 필요한 질환이다.

 

 

체중 5~7% 감소로 당뇨병 진행 58% 억제 

당뇨병 환자 약 600만 명에 당뇨병 전단계 환자가 약 1500만 명인데 치료받은 사람은 400만 명을 밑돈다.

당뇨병 환자 3명 중 1명은 자신에게 당뇨병이 있는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2009~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 따르면, 당뇨병 인지율은 66.6%이고 치료율은 62.4% 수준이다.

정인경 교수는

"당뇨병이 심해지고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는 것(다음), 소변을 많이 보는 것(다뇨), 많이 먹게 되는 것(다식)과 체중감소가 그것이다.

하지만 당뇨병 초기에는 별다른 자각증상이 없어 모르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다.

당뇨병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그 상태가 지속되면 합병증까지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당뇨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손쉬운 방법은 늦어도 40세부터는 매년 건강검진을 통해 혈당을 추적하는 일이다.

특히 비만하거나,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이전에 당뇨병 전단계 진단을 받았거나, 임신성 당뇨병 과거력이 있거나,

고혈압·이상지질혈증이 있는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정기적으로 당뇨병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당뇨병 검사는 당뇨병을 확인하는 수단일 뿐이다.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개선이 절대적이다.

당뇨병의 다른 이름이 생활습관병일 정도로 당뇨병은 나쁜 생활습관이 오랜 기간 쌓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주요 만성질환을 공통으로 예방할 수 있는 예방관리 수칙 실천을 통해

당뇨병과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뇨병 위험 요인은 노화, 가족력, 비만(과도한 허리둘레), 운동 부족, 나쁜 식습관 등이다.

이 가운데 노화와 가족력을 뺀 나머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다.

운동 부족과 나쁜 식습관을 개선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비만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비만은 당뇨병의 방아쇠라고 할 정도로 당뇨병의 최대 위험 요인이다.

정인경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식사와 운동요법을 병행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약을 처방해도 식사 관리나 운동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을 함께 하지 않으면

약의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아 혈액에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 병이 1형 당뇨병이다.

인슐린이 분비되더라도 몸에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이 또한 혈액의 포도당 농도가 높아지는데 이것이 2형 당뇨병이다.

1형 당뇨병은 일반인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그러나 2형 당뇨병은 체중 감량으로 개선할 수 있다.

또 일반인이 비만을 예방하는 것은 당뇨병 전단계를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미국과 핀란드에서 시행된 대규모의 전향적 임상시험에서 생활습관 교정을 철저히 한 그룹은

대조군에 비해 당뇨병 전단계(내당능장애)에서 2형 당뇨병으로의 진행이 58%나 억제됐다.

 

생활습관 교정은 체중을 5~7% 이상 줄이는 데 중점을 뒀다.

미국 연구에서는 지방 섭취량을 전체 섭취 열량의 25% 이하로 제한했다.

전체 섭취 열량은 1200~1800kcal로 한정했고 1주일에 150분 이상 신체활동을 했다.

핀란드 연구에서는 지방 섭취량을 전체 섭취 열량의 30% 이하로 제한하고

특히 포화지방은 10% 이하로 유지했다. 신체활동은 하루 30분 이상 중강도 이상으로 실천했다. 

 

이와 함께, 당뇨병 전단계인 사람은 매년 1회 혈당 검사를 받아 당뇨병으로 진행하는지를 추적해야 한다.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을 복용할 때 갑자기 당뇨병으로 진행하기도 하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물을 많이 마시거나, 소변을 자주 보거나, 식사량이 늘 때는 반드시 병원에서 검사해 봐야 한다.

의사의 판단에 따라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가령 당뇨병 전단계인 사람이 초고도비만이라면 비만 수술을 해서라도 2형 당뇨병으로의 진행을 막아야 한다.

안철우 교수는

"당뇨병을 방치하면 매년 15~20%가 당뇨병으로 진행한다.

식습관 개선과 운동 등으로 체중을 낮추면 당뇨병 전단계의 약 70%는 정상으로 돌아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Q&A로 보는 당뇨병

Q 공복혈당지수는 비정상인데 당화혈색소는 정상인 경우가 있다. 또 반대의 경우도 있는데

어떤 것을 기준으로 삼아야 할까?

 

A 정상 혈당은 최소 8시간 공복 상태에서 100mg/dL 미만이고,

75g 포도당 내성검사 2시간째 혈장 포도당 농도는 140mg/dL 미만이다. 그런데 ❶공복 혈당 126mg/dL 이상

❷75g 포도당 부하검사 2시간 후 혈당 200mg/dL 이상 ❸당화혈색소 6.5% 이상

❹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오줌을 자주 누거나 물을 자주 마시거나 설명되지 않는 체중 감소)이 있을 때

혈당 200mg/dL 이상이 당뇨병이다.

❶~❸번은 서로 다른 날 검사를 반복해 확진하지만,

같은 날 두 가지 이상에서 기준을 충족하면 바로 진단할 수 있다.

 

Q 당뇨병은 유전되나?

 

A 가족 중 2형 당뇨병 환자가 있으면 직계 가족의 당뇨병 발병 위험은 당뇨병이 없는 가족보다 3.5배 높다.

당뇨병과 유전은 분명히 관련돼 있으며 30~70% 영향을 미친다.

당뇨병 발병에는 유전적 요인 외에 생활습관도 관련이 깊다.

따라서 유전적인 성향이 강해도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

 

Q 당뇨병에 좋다는 음식은 효과가 있나?

 

A 당뇨병에 좋다고 소문난 식품들(돼지감자·구지뽕 등)은 대부분 그 성분이 명확하지 않고,

효과 역시 검증되지 않았다.

일부 진액 제품들은 설탕이 추가돼 오히려 혈당을 더 높일 수 있다.

또 많은 양을 복용할 경우 식품 자체의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복용 중인 당뇨병 치료제와 상호작용으로 이상 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다.

 

Q 당뇨병이 있으면 과일을 먹지 못하나?

 

A 과일에는 당 성분(과당, 포도당 등)도 있어 당뇨병 환자가 많이 먹으면 혈당이 급증한다.

따라서 의사와 상의해 적절한 양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과일을 먹을 때는 주스나 즙 형태보다는 섬유소가 풍부한 생과일로 먹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하루 1~2회 과일을 섭취하도록 권장하는데 1회 양은 사과 3분의 1개 정도다.

 

Q 단 음식을 많이 먹으면 당뇨병에 걸리나?

 

A 단 음식을 많이 먹는다고 당뇨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흔히 먹는 단 음식은 열량이 높고 영양소는 적어서 비만 위험을 높인다.

비만은 2형 당뇨병의 주된 원인이다. 고도비만인 사람은 정상체중의 사람보다

10년 후 2형 당뇨병 발병 위험이 80배 높다.

또 2형 당뇨병 환자의 80%가 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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