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그리고...김정미
김정미라는 이름은 두 가지 상반된 이미지로 다가온다. 하나는 그때 그시절에 흑백 TV에
나와서 이상야릇한 창법으로 노래 부르던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언제부터인가 고가의 희귀
음반에 담겨 있는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전자의 경우 '흘러간 대중가수" 이고 후자의 경우
"영원한 보컬리스트" 라고 부를 수 있을까.
물론 두개의 김정미는 결국은 하나다. 그녀를 "1970년대 가요를 부르는 유행가 가수" 라고
부르든 "한국 싸이키델릭의 여제" 라고 부르든 그녀는 하나다. 이런 상반된 측면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힘은 다름 아니라 신중현이다. 즉, 김정미의 음반은 분명 그룹이 아닌 가수를 내세운 음반이지만 그와 동시에 신중현과 그의 그룹의 작품집이다. 즉, 히트 할 만한 곡을 써서
가수에게 주고 대충 녹음해서 장사하려는 상업적 음반과는 거리가 멀다.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너무 당연한 사실을 장황하게 이야기 했는지 모르겠다. 만약 이 글을 쓰는 대상이 김정미의 음반 가운데 명반으로 꼽히는 [바람]이나 [NOW]였다면 이런말이 필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음반은 김정미의 초기 음반 가운데 2종의 음반으로 추린것이다. 즉,[바람]이나 [NOW]
에서 한국적 싸이키델릭 사운드 가 만개 하기까지 신중현의 실험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보여주는 텍스트이다.
정확히 말한다면 지금 CD로 복각되는 이 음반은 [김정미 최신가요집: 잊어야 한다면/간다고 하지 마오]{킹/유니버어살, KLS-44, 1972}와 [간다고 하지마오/아니야]{킹/유니버어살, KLS-68,
1973.6}로 부터 10곡을 발췌하여 다시 배열한 것이다. 원본 그대로 발매하는 것을 원하는 컬렉터들 에게는 이 점이 불만 스러울 것이다. 나 역시 그런 불만을 가진 사람에 속한다. 미비한 대로 그
시대의 기록 이라는 점에서 원본 그대로 발매되기를 바래는 심정은 많은 이들의 공통된 것이리라
이런 아쉬움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일단 2종의 음반들을 비교해 보면 중복된 곡들이 많다.
(자세한 리스트는 글 말미를 참고) 정확히 말한다면 2종의 음반으로 부터 10곡을 발췌하여 다시 배열한 것이다.[언제나,잊어야 한다면, 간다고 하지마오, 잊었던 사랑]이 그렇고 재발매 CD
에는 누락 되었지만 [기다리는마음, 가나다라마바]도 두 음반에 모두 수록 되어 있다.
이 가운데 [가나다라마바]는 [NOW]에 다시 수록되어 있으므로 다소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다. 왜 이렇게 몇곡을 누락하고 합본을 발매하는 이유는 신중현 본인만 알고 있을것이다.
그 당시의 열악한 녹음 환경이나 기타 여러 사정으로 인해 몇몇 곡들이 긑내 불만 스러웠을 것이라고 유추해석 할 뿐이다. [NOW]와 [바람]의 경우 중복된 곡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두 음반 모두
원형대로 재발매 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합본으로 나오는 이 음반에서도 신중현의 불만에 대해 상상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해서 이 음반에서 김정미가 노래하는 신중현의 작품은 아직 과도적이다.김정미의 창법은 [바람]이나[NOW]에서 처럼 하늘로 훨훨 날아오르는 것처럼 몽환적이지 않다. 굳이 말한다면
싸이키델릭 보다는 소울에 가깝다.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초까지 신중현이 길러냈던 많은
여가수들이 확립한 전형적 창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더 말하자면 김추자의
그림자로 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이야기다.
김정미의 노래만 그런 것은 아니다.몇몇 곡들을 들어보면 현악기와 관악기 등 사이키델릭 사운드
에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악기들을 이용한 편곡도 종종 사용된다. 가사의 테마도 [바람]이나
[NOW]의 수록곡들, 특히 하늘 이나 바람 같은 초현실적이고 비의적인 가사애 비하면 대중적인 편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하자면 당시 대중가요 가사의 사랑타령 처럼 천편일률적이고
진부하지는 않지만.
결론적으로 이음반에 담긴 음악을 뒤에 나온 음반들과 비교 한다면 영적(SPIRITUAL)이라기 보다는 육감적이고, 초월적이라기 보다는 세속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음반은 가수가 부르는
대중가요 음반을 넘어선다. 그이유는 무엇일까.
신중현과 그 남자들(THE MAN)
김정미 노래의 배후엔 신중현의 존재는 익히 아는 일이고 이제는 진부하기 까지하다. 그런데
정확히 말하면 신중현이 아니라 그의 그룹이다. 신중현이 만든 그룹은 무수히 많다.그룹을 거쳐간
사람은 그룹의 수 보다 세배, 네배는 많을 것이다. 이 그룹들을 신중현이 이끌었다고 말하는 것으로 충분할까? 이제는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답변부터 하면 김정미의 독집 음반들은 모두[더 맨]이 연주를 맡았다. 독집 이라고 강조하는 것은
김정미의 음반 데뷔는 독집이 아닌 [신중현 사운드VOL.2 1971]이기 때문이다. 이음반에서의 연주는 골든 그레입스가 맡았다. 이그룹은 함중아와 윤수일이 거쳐갔던 그룹으로 알려져 있는데
신중현이 이그룹에 관여한 시기는 매우 짧았다고 한다. 따라서 신중현이 만든 무수한 가수의 음반들 가운데 이 음반이 각별하다면 김정미가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 외에도 [더 맨]이 연주를 담당
했다는 이유가 추가되어야 한다. 얼마 전 신중현은 그가 이끌었던 모든 그룹들 가운데 [더 맨]이
가장 애착이 가는 그룹 이라고 말한 바 있다.김정미가 데뷔하던 무렵인 1971년에 결성된 [더 맨]은 신중현 외에 손학래(오보에), 이태현(베이스), 문영배(드럼), 김기표(키보드), 박광수(보컬)로
이루어진 6인조 그룹이었다. [더 맨]은 신중현이 이끈 이전의 그룹들과는 많이 달랐다.
이전의 그룹들이 신중현과 비슷한 경력을 가지고 그와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인물들과 함께 한
것이었다면 [더 맨]은 그렇지 않다. 클래식 음악을 공부하고 실제로 서울 시립교향악단에서
오보에를 연주하던 손학래를 영입한 것이나, 약관의 키보드 주자 김기표(당시 이름 김성철)을
영입한 일이 대표적이다. 이태현과 문영배는 가장 탄탄한 리듬을 형성했던 인물들이다.
후에 이들은 가요계의 버팀목으로 성장한다.
그래서 미인이나 생각해 같은 보다 대중적인 신중현의 음악은 엽전들(1974~75)을 통해 탄생 하지만 가장 신중현다운 음악은 [더 맨]을 통해 탄생 했다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CD로 재발매된 [신중현&더맨]에 수록된 이른바 롱 버젼을 들으면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비록 당시에는 가수의 음반 뒷면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지만 ...(아름다운 강산은
장현, 거짓말이야는 윤용균, 안개속의 여인은 지연의 음반 뒷면을 차지하고 있다.) 개인적인 취향 이겠지만 감탄사만 연발 할 뿐 다른 수식어가 필요치 않다.
다시 김정미로...
다시 음반으로 돌아와보자.앞의 이야기를 종합 한다면 김정미 라는 알려진 전설은[더 맨]이라는
덜 알려진 전설을 동반한다. [더 맨]의 진화 과정은 김정미의 노래가 점차 싸이키델릭 해지고 초현실적
으로 되는 과정과 일치한다.이미 발매된 이정화의 음반을 들으면 느낄 수 있듯 신중현의 음악은 1960년대 말부터 이미 싸이키델릭했다.(이정화 음반 연주는 덩키스) 그렇지만 싸이키델릭 이라는 외래의 사조가
한국 땅에서 숙주를 제대로 발견한 것은 [더 맨] 그리고 김정미를 통해서 였다는 것도 분명해 보인다.
이 시기의 싸이키델릭 사운드가 이국적 이면서도 토속적이고 국제적이면서 한국적이다.
## 이 글에서 그룹이라고 표현한 용어는 요즘의 관행을 따른다면 밴드가 적절 할것이다. 당시의 관행을
따라 그룹이라고 표현했다. 당시 밴드는 악단을 의미 했으니까.
## 신중현은 진정한 음악에 대해 리얼 뮤직 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음악에 대한 그의 미학적 입장은
정말 중요한 토론거리다.
** 참고
[김정미 최신 가요집]
SIDE A
1. 잊어아 한다면
2. 간다고 하지마오
3. 언제나
4. 나 생각나네
5. 곁에 와주오
SIDE B
1. 기다리는 마음
2. 가나다라마바
3. 잊었던 사랑
4. 못잊어
[김정미 2집 --- 간다고 하지 마오/아니야]
SIDE A
1. 아니야
2. 오솔길을 따라서
3. 고독한 마음
4. 만나고 헤어 진다면
5. 잊었던 사람
SIDE B
1. 잊어야 한다면
2. 간다고 하지 마오
3. 기다리는 마음
4. 가나나다라마바
5. 언제나
정리...
최근 위에 열거한 김정미의 음반을 CD로 구입하여 듣던 중 그 느낌을 글로 옮겨 볼까 하는 구상중 이었는데 맞춤맞게 카페 [나우 한국 사이키델릭 여제]에 카페지기님의 느낌좋은 안성맞춤의 글이 올라 있어 그 글을 발췌하여 미미하게 수정하여 이 글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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