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육군과 해군이 운용할 신형 헬기 도입사업이 오는 10월 기종 선정을 앞두고 있다. 현재 연기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육군 AH-X (대형공격헬기) 사업에는 보잉 AH-64 아파치 롱보와 벨 AH-1Z 바이퍼, TAI T129가, 해군의 MOH(해상작전헬기) 사업에는 시콜스키 MH-60R과 아구스타웨스트랜드의 AW159가 경쟁 중이다.
대형공격헬기사업, AH-1Z 급부상
이들 두 사업 중 관심이 집중된 것은 아무래도 AH-X 사업. 36대의 대형공격헬기를 해외에서 도입하는 사업으로 약 1조8,425억원에 달하는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특히 이번 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AH-1Z 바이퍼의 급부상이다. 지금까지 보잉의 AH-64D 아파치가 유력한 후보기종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당초 맞상대로 예상됐던 유로콥터의 타이거 대신 AH-1Z 바이퍼가 아파치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한국을 바이퍼의 첫 수출국으로 목표로 잡은 벨도 늦게 사업에 뛰어든 만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월 10일, 벨은 육군이 주관한 ‘육군항공 전투발전 세미나 및 무기체계 소개회’를 통해 미국에서 공수해온 실제 AH-1Z 바이퍼를 육군 관계자들을 비롯한 행사 참관객들에게 직접 선보였다.
마침 이날은 대형공격헬기사업 제안서 제출일. 행사에 참석한 벨의 알렉스 민(Alex B. Min) 국제군수사업개발 담당 부사장은 “제안서 내용은 밝힐 수 없지만, 바이퍼는 한국 육군이 요구하는 모든 요건을 충족시켜 준다”며 “한국 육군이 요구하는 사항을 고려하면 바이퍼가 최고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헬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바이퍼의 대전차작전 능력은 아파치와 맞먹고, 해상특작부대저지 및 신속대응 능력은 경쟁기종보다 월등하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바이퍼의 진짜 성능을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 이번 사업에서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AH-1Z 바이퍼의 급부상이다. / 사진: 벨
이에 비해 보잉은 다소 조용한 분위기다. 제안서를 제출한 이후인 만큼 이어질 시험평가와 협상에 매진하겠다는 분위기다. 대신 보잉측은 아파치야말로 한국 육군에 가장 적합한 기종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보잉코리아의 티모시 니콜스 BDS 부문 상무는 “현재 아파치는 전 세계 많은 국가에서 운용되고 있고, 실전에 참가한 기종”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런 만큼 높은 생존성과 검증된 성능, 유지보수 측면에서 한국 육군의 요구사항을 가장 잘 충족시켜줄 수 있는 헬기”라고 강조했다.
해상작전헬기사업도 2파전
해군의 해상작전헬기사업은 2파전이다. MH-60R을 제안한 시콜스키와 AW159를 제안한 아구스트웨스트랜드가 현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알려진 것처럼 해상작전헬기사업은 해군의 차기 호위함에 탑재할 신형 해상작전헬기를 도입하는 사업. 이 사업에 약 5,538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한때 국내개발과 해외구매를 놓고 의견이 분분해 사업이 지연됐지만 지난해 8월 30일, 제52회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긴급소요 전력으로 8대를 해외구매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 현재 해상작전헬기사업은 MH-60R을 제안한 시콜스키와 AW159(사진)를 제안한
아구스트웨스트랜드가 현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 사진: 영국 국방부
특히 이들 두 기종의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MH-60R은 향후 미 해군이 300여대를 도입, 대잠전 및 대함전을 위한 주력 헬기로 운용할 계획으로 기존 SH-60B 및 SH-60F 헬기 임무를 이어받게 된다. 또한 시호크는 거의 20년간 미 해군 해상헬기 전력의 중추역할을 하면서 SH-3, SH-2, CH-46 등을 대체해 왔다. 이는 곧 성능이 검증됐다는 얘기다. 한국 해군도 MH-60R의 이러한 점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AW159는 기존 슈퍼링스의 성능을 한층 강화시킨 기종이다. 현재 한국 해군이 슈퍼링스를 운용하고 있는 만큼 연속성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다. 아구스타웨스트랜드 관계자도 “AW159는 기존 링스 헬기의 계보를 잇는 기종이자, 현재 및 향후 작전요구사항을 충족하도록 설계된 기종”이라며 “대함전과 대잠전용으로 슈퍼링스 Mk.99/A를 운용하고 있는 한국 해군의 해상헬기 현대화 요구를 충족하는 이상적인 헬기”라고 강조했다. 현재 영국 해군이 오는 2015년부터 운용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 2월, 영국 해군 호위함인 아이언 듀크함(HMS Iron Duke)에서 20일간 다양한 기상조건에서의 주야간 함상시험을 마쳤다.
불거진 가격 논란
오는 10월, 두 사업에 대한 최종기종이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미 국방안보협력처가 미 의회에 판매승인을 요청한 보도자료 원문이 공개돼 한때 논란이 된 바 있다. 재미 언론가인 안치용씨가 공개한 이 원문에는 특히 MH-60R 한국 판매승인을 요청한 내용도 포함돼 있어 더욱 주목받았다. 이 원문에 따르면 한국 정부가 요청한 MH-60R 8대, T-700 GE 401C 엔진 18대(2대는 여유분), 통신 및 전자전 장비, 지원장비, 장구 및 시험장비, 인원훈련 및 훈련장비, 군수지원 등 총 예상가격으로 약 10억 달러를 책정했다. 10억 달러는 우리돈으로 약 1조1천5백억 원. 이는 현재 책정된 예산인 5,538억 원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국내 언론들도 이를 인용해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10억 8천4백만 달러 상당의 시호크 헬기 8대와 하푼 미사일 18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은 언론해명을 통해 “언급된 10억 8천4백만 달러는 미 정부가 미 의회에 판매승인을 얻기 위해 보고한 자료로 실제 제안가와 차이가 있다”면서 “해상작전헬기 최종가격은 두 개 기종간 치열한 가격경쟁과 협상을 통해 결정될 예정으로 현 단계에서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 미 국방안보협력처가 의회에 판매승인을 요청한 보도자료 원문에 따르면 MH-60R(사진)의 도입
예상가격은 약 10억 달러로 현재 책정된 예산의 두 배가 넘는다. / 록히드마틴
미 해군이 도입할 예정인 MH-60R 가격도 공개됐다. 안씨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2013년 미 국방예산 원문을 공개하면서 “미 해군의 시호크헬기 1대 구매가격은 약 4천4백만 달러로, 한국이 미 국방안보협력처 예상가격대로 약 1억2천5백만 달러로 도입할 경우 대당 가격이 미 해군 구매가격의 3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미 정부가 해외에 시호크 헬기를 판매할 경우 연구개발비용이 포함된다”면서 “한국은 유지보수, 교육훈련 등이 포함돼 있어 미 해군 구매가격보다는 높을 수 밖 없지만, 3배나 가격차이가 나는 것은 미국 무기가 만만치 않게 비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미 국방안보협력처가 카타르에 시호크 6대를 7억5천만 달러에, 덴마크에 시호크 헬기 12대를 20억 달러에 판매했다고 밝혀 한국 정부에만 비싼 가격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한국 구매가격이 미 해군 인도가격의 3배에 달하는 만큼 가격협상을 잘해서 구매가격을 낮추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보잉, 아파치 가격 크게 낮춘 듯…
현재 대형공격헬기사업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기종인 아파치 블록III의 가격도 관심대상이다. 그러나 가격은 제안서에 포함되는 내용으로 외부공개가 안 되는 항목. 대신 지난 2010년 12월, 미 국방안보협력처가 인도에 판매할 22대분의 가격을 보면 약 14억 달러로 책정됐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아파치 블록III 1대 가격은 약 6천3백60여만 달러에 달한다.
▲ 보잉은 아파치 블록III 가격을 대폭 낮춰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번 대형공격헬기사업이 인도와 동일한 조건일 수는 없겠지만, 만약 비슷한 조건으로 한국이 36대를 구매한다면 전체 비용은 23억 달러, 우리돈으로 약 2조6천4백여억 원으로 당초 예산의 1.4배에 달하게 된다. 이는 당연히 보잉에 불리한 상황. 하지만 이번 대형공격헬기사업에서 변수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보잉이 아파치 블록III 가격을 대폭 낮춰 이번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소식통은 이번에 제안된 아파치 블록III 가격이 경쟁기종인 AH-1Z 가격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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