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베를린에서 체험해야 할 10가지

mistyblue 2013. 4. 28. 20:26
Berlin Best 10
베를린은 예나 지금이나 예술가들이 오매불망 사모하는 도시다. 지금 유럽에서 가장 핫한 도시인 베를린에서 꼭 경험해야 할 10가지를 추천한다.
ⓒBAZAAR 글/박루니(바자) Photographed by Jono Lee
1. 베를린의 관문, Bahnhof Zoo
정말이다. 루 리드는 베를린에 한 번도 가보지 않고도 자신의 동경을 담아 앨범 <Berlin>을 만들었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라프 시몬스 역시 단 한 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베를린 파시스트 젊은이들의 복장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는 베를린 주(Zoo) 역의 구조도 꽤 소상하게 알고 있다. 데이비드 보위의 베를린 공연이 꽤 길게 나와서 보았다는 영화 <Christiane F>에서 주인공 소녀가 몸을 파는 장소로 베를린 주 역이 자주 등장하니까. U2의 <Zooropa>도 바로 이 주 역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유럽의 다른 도시에서 기차로 베를린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주 역(베를린 사람들은 ‘반호프 후’라고 부른다)은 베를린을 찾아온 예술가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바로 앞에 ‘섹스 박물관’이 있는 역이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2. 33번 묵어보아야 할, Propeller Island City Lodge Hotel
베를린에서 객실마다 각기 다른 인테리어로 장식하여, 다시 찾게 만드는 마케팅 수법은 꽤 전통적인 축에 낀다. 그 중 프로펠라 호텔은 꽤 유명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5명이 의기투합하여, 명상의 방, 레슬링의 방, 사자의 방, 할머니의 장롱 방 등 아기자기하고 기상천외하며 동시에 안락한 33개의 방을 디자인했다. 홈페이지(www.propeller-island.com)로 미리 원하는 방을 예약할 수 있다. 하룻밤에 약 100유로 정도. (내가 묵은 방은 갤러리의 방이었다. 색이 들어가긴 했지만 투명한 유리를 통해 샤워시설이 딸린 화장실을 감상할 수 있다. 물론 그 안의 사람도 함께….)

3. 베를린풍 귀염둥이
‘베를린은 젊고, 거칠고, 즉흥적이고, 공허하다.’ 디올 옴므의 디자이너이기도 한 에디 슬리메인의 말이다. 그는 베를린에서의 일상을 담은 사진집, <Intermission>과 <Berlin>을 내기도 했다. 사진집 속의 베를린 청년들, 근육이라고는 한 점도 찾을 수 없는 바싹 마른 몸에 퇴폐적인 분위기의 그들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쿠담이나 프레드리히 거리의 현대적인 쇼핑가를 돌아보다가 보면 점점 의문에 빠진다. 자정이 넘은 시간, 클럽이 즐비한 미테(Mitte)라는 지역에서 마침내 만났다. 지하의 어두컴컴한 클럽에서 만난 남녀 모두, 골반에 걸쳐진 청바지에 체인을 늘어뜨리고, 소매를 잘라 낸 검은색의 셔츠를 입고, 그 가늘고 긴 팔에 가죽 팔찌를 둘렀다. 검은색 아이라인을 둘러 퀭한 눈매까지 그 시절의 마약 복용자들 그대로였다. 파리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어진, 이 거칠고 혼돈에 빠진 젊은이의 문화를 사랑하는 에디 슬리메인은 주말이면 기차를 타고 베를린을 찾는다고 한다.

4. 클럽에서 맞는 일요일 아침
일반적인 베를린의 주말은 이렇다. 자정 무렵이면, 밤새도록 운행하는 지하철 U반을 타고 프리드리히샤인(Fridrichshain) 거리를 따라 줄줄이 늘어선 레이브 클럽,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의 펑크 클럽, 쇼네베르크(Schoneberg)의 몰려 있는 게이와 레즈비언 클럽으로 간다. 출출해지면 밤새 문을 여는 야식집에서 소시지나 베이글로 간단한 요기를 하고 클럽에서 클럽으로 옮기다 보면 어느새 일요일 아침이 밝아온다.

5. 내 생애 최고의 음반 가게, Leila-M Music Berlin
다 합쳐봐야 3백 장도 안 될 것 같은 CD들은 알파벳 순서로 정리되어 있지 않다. 게다가 카드도 안 받는다. 하지만 자기 마음에 드는 중고 음반만을 갖다 놓는다는 주인이 마음에 들었다. 말년의 커트 코베인처럼 생긴 그의 취향은 뷰욕, 알렉스 고퍼, DJ 클러쉬, 피치카토 파이브처럼 대중적인 이름도 있고, 베를린을 비롯한 유럽의 인디 음반도 있다. 망설여진다면 소파에 놓인 휴대용 CD 플레이어로 들어보면 된다. 장르, 국적, 레이블의 이름으로 구분된 LP들 역시 턴테이블로 들어볼 수 있다. 어떤 음악이든 듣고 살 수 있다!

6. 베를린에서 가장 주목받는 갤러리, Kunst-Werke Berlin
에디 슬리메인이 베를린을 오고 가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쿤스트 베어크 베를린에서 제공한 스튜디오 덕분이었다. 쿤스트 베어크, 줄여서 KW는 본래 마가린 공장으로 사용되던 건물을 개조한 현대 갤러리로, 젊은 아티스트들이 베를린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돕는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장 컨템포러리한 작업을 지원하는 게 특징으로, 지난여름 아트선재에서 전시를 했던 토비아스도 이곳 출신. KW의 디렉터는 뉴욕의 대표적인 컨템포러리 갤러리 PS1의 큐레이터이기도 해서, 뉴욕과 교류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주변에 속속 현대 갤러리들이 생기면서 베를린 지역의 새로운 문화 명소로 자리잡고 있다. 아우구스트라세(Auguststrasse) 역에서 5분 거리.

7. 콜위츠 플라자(Kollwitz Platz)의 허름한 갤러리들

세계의 재능 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죄다 베를린으로 이주한다는 소문은 거짓말이 아니다. 싼 아파트가 필요한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뿐 아니라, 베를린 서독 지역의 갤러리들도 구 동독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이들이 모여있는 크로이츠베르크과 프렌즐라우에르 베르크(Prenzlauer Berg)는 베를린의 여느 동네와 사뭇 다르다. 2년간 그곳 스튜디오에 있었던 에디 슬리메인의 말을 빌리자면, ‘80년대 뉴욕 이스트 빌리지’분위기라고.
지하철 S반 로사 룩셈부르크 역에서 숀하우저 거리(Schonhauser Strasse)를 따라 콜위츠 플라자까지, 무너져 가는 건물과 공사장 사이 사이에 부티크와 갤러리들이 있다. 말이 갤러리이지 낡은 건물을 대충 고친 전시장이다. 심한 경우에는 벽의 페인트가 너덜거리고 조명 시설도 제대로 안 되 있는 허름한 공간에 달랑 대여섯 점의 작품들이 전시되기도 한다. 채 30분도 안 되는 거리에 구겐하임, 페라가몬 박물관, 이집트 박물관 등이 몰려 있는 일명 박물관 섬과 비교하면 딱하기 그지없는 수준. 하지만 주말이면 베를린 젊은이들은 전시를 보러 이곳으로 몰려 간다. 벌써 70년대에 베를린 3부작을 발표했던 데이비드 보위는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말한다. “베를린 사람들은, 자고로 예술은 거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갤러리에서가 아니라.”

8. 크로이츠베르크 호프집에서의 맥주
크로이츠베르크 주변에 밀집해 있는 싸구려 술집에 가면 2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맥주를 배가 찢어지도록 먹을 수 있다. 게다가 저녁이면 주변의 예술가, 젊은이들이 모여들어, 여행자로서 유일하게 그리고 가장 합법적인 방법으로 그네들의 저녁 시간을 훔쳐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 것에 비해 강하고 쓴 맥주 맛이 입에 안 맞거들랑, 맥주에 라즈베리를 첨가한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se)나 레모네이드를 섞은 알스터바저르(Alsterwasser)를 마셔보시길. 가장 대표적인 독일 맥주 브랜드, 베이젠블러(Weizenbler) 맥주와 흑맥주인 쇼바르츠비에러(schwarzbirer) 이름 정도는 알아두는 것이 좋다. 어디건 점원들은 친절하지 않고 맥주의 높이는 언제나 잔마다 그려진 눈금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9. no.100 시내버스로 하는 현대건축 여행

전쟁, 분단, 통일 등 그리 즐겁지 않은 역사가 만들어낸 베를린의 미학적인 도시 풍경을 단 돈 몇 천원에 감상할 수 있다. 주요 관광지를 가로지르는 100번 버스를 타보라. 동 베를린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을 가로질러 브란덴브루크 문부터 프레드리히 기념비까지 18세기에서 19세기에 이르는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과 기념비들을 볼 수 있다. 또 단단하고 단조로운 공산주의 건물들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는 칼 막스 광장도 구경할 수 있다. 냉전시대에 폐허가 되었다가 최근에야 개발된 포츠담 광장은, 유명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물들이 많다. 안타깝게 100번 버스는 가지 않지만, 바우하우스도 꼭 봐야 할 건축물. 지금도 주거단지로 이용되는 바우하우스를 보려면 지하철 S반 샤비그니 플라츠 (Savignyplatz) 역에서 내릴 것.

10.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
89년 무너진 베를린 장벽의 흔적이 남아 있는 두 장소 중의 하나. 2000년 밀레니엄 행사의 하나로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들을 초대해서 콘크리트 벽을 그림으로 장식하게 했다. 이 관광 명소를 찾은 관광객들과 동네 건달들이, 낙서라고 하기에는 의미 있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를 조금씩 덧붙이고 있다.
출처 : GreenLady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글쓴이 : greenlad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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