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이스탄불, 갈라타다리.. 남겨두고 온 아쉬움과 바램들..

mistyblue 2013. 4. 30. 22:21

 

그때 무작정 터키로 떠나려고 했던 것은..

어쩌면 조금 무모한 짓 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즘도 터키에는 지진, 잦은 테러, 어느 배낭여행객의 의문의 죽음 등..

이런저런 사건들이 끊이지 않고 우리의 귀에 들어오고 있다.

때마침 우리나라의 김선일 군이 아랍계 이슬람 무장세력에 납치되어 끝내 주검이 되어 돌아와야만 했던..

정말 우리 국민 모두가 분개했던 사건들도 오래 지나지않았던 때니까..

이슬람 문화권 여행은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뉴스보도도 있었고..

더구나 터키는 그런 이라크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서..

테러가 기승을 부리는 그런 곳이었다..

 

그렇고 그런 사건들을 애써 무시해보고 지나치려 해도..

우리에게는 너무도 생소한 이슬람 문화라는 거..

그거 또한 장벽이었다..

다시금 생각해봐도.. 우리와는 참 거리감이 꽤 먼 나라다.. 그곳은..

 

나의 아흔을 훨씬 넘어버린 지혜로우신 할머니는..

내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돈 많이 모으고 절약해라..

벌 수 있을 때 되도록 많이 벌고, 구두쇠처럼 살고나서..

나의 수중에 어느 정도 돈이 들어오는 것만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현명한 거다라는 말씀을 꾸준히 하신다..

정말.. 지치지도 않으신다..

고장난 라디오처럼.. 늘 불러도 되는 히트송처럼..

그 말씀을 언제까지고 하신다..

 

이제 와서.. 나는 그 말씀을 들을 걸.. 하는 후회가 된다..

이렇게 여행에 목마르게 하고, 새로운 문화에 끊임없는 갈증을 느끼게 하고..

더구나 한번 다녀와본 곳에 대한 향수는 왜 그리도 큰지..

정말.. 할머니 말씀을 들을 걸 그랬다..

 

그냥 이 나라에서, 이 나라 국민으로서의 혜택을 오롯이 받으며.. 평범하게 살아볼걸..

 

하지만.. 이미 난 그 맛을 봤다..

생선맛을 보고 너무나 황홀했던 고양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랴~"라는 오명을 쓰고야 말았다..

 

방앗간의 맛난 곡식을 미치도록 행복하게 먹었던 참새들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쳐가랴?"라는 말을 지금껏 듣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선악과 과일을 맛본 이브와 아담처럼..

돌이킬 수 없어졌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맛을 보았기 때문에.. ㅠ.ㅠ

이건 비극일까? 희극일까?

 

하지만 난 그런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살았었던 때보다..

지금이 오히려 행복하고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느낀다..

내가 어디에 포커싱을 맞추고 살아야 할지도 이제는 분명히 알게 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영원히 사랑하고 싶은 사람과 손을 맞잡은 채..

여행지에서의 첫 아침을 맞이하며 건넜었던 이 다리도 잊을 수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그 시간에 그 다리에..

많은 터키의 젊은이들이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오염되지 않아서 고기가 많은지..

그들의 통엔 하나같이 우리나라의 피래미같은 물고기가 숨쉴틈도 없이 빽빽했다..

궁금해서..

"what is this?"라고 물어봤지만..

그들은.. 그저..

해맑게 웃으며..

"fish~ fish" 이러기만 한다..

 

허 참 답답하다.. 그러게 무슨 고기냐구요..

그리고 이걸 먹는거냐고도 물어봤는데.. 역시나 웃으면서 계속 피쉬.. 피쉬..

허허~ 알겠다구요.. 그쵸.. 고기..

알겠습니다... ^^

 

서로 못 알아듣고 다른 이야기만 하고..

이야기의 중심을 벗어난 채, 변죽만 울리고 있어도..

우리들의 대화는 즐겁고,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네들] 저 사람은 이게 생선인 줄도 모르나봐.. ㅋㅋ 쟤네들은 바다도 없는 곳에서 왔나봐..

             생선 한번도 안 먹어봤겠지? 되게 재밌다.. 피쉬 피쉬.. 이게 피쉬라는 거야..

[우리들] 뭐냐.. 우리도 생선인 건 알지.. 종류가 뭐냐고.. 그리고 한강처럼 보이는 이곳에서 잡

             은 고기는 대체 먹을거냐, 뭐할거냐? 계속 언제까지 피쉬라고만 할건데.. ㅋㅋ 어쨌든

             쟤들이 웃으니까 우리도 알아듣는 척 하고 웃어주자.. 안 그럼 무안할 거 아냐?

 

뭐 이런 이유에서 웃은 거 같은데..

내가 눈치가 뭐 백아흔구단이니까.. 아마 맞을거다..

 

우리나라의 저 사람들 나이대 젊은이들은..

지금 이시간쯤 열심히 근무하고, 상사에게 깨지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눈물을 흘리며, (아차차 시차가 아홉시간쯤 나지?)

그럼 밤이니 술이라도 한잔 기울이면서..

"내가 기껏 돈 몇푼 벌려고, 내 자존심까지 팔아야 돼?"

라고 하소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터키의 갈라타다리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이들은..

너무나 한가롭고, 평화롭다..

과연 그들은 그만큼 넉넉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는 걸까?

나는 힘든 한국의 일상에서 조금쯤 벗어나 잠깐 여유로움을 누리고 있을지라도..

저들의 한가로움이 이해가 안된다.. 도무지..

샐러리맨에 불과한 내 생각으론.. 아마 쟤들은 백수일거야..

이렇게 다리에서 고기라도 낚아서..

시장 가서 팔거나, 아님 그거 가져가서 집안 식구들 끼니라도 떼울려는 거겠지..

이렇게 위안을 삼을 뿐..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그렇게 보기엔..

일상에서 느끼는 피로에 쪄든 얼굴이 아니고,

까만데도 굉장히 빛이나는 모습이었다..

얼굴이 하얗지도 않은데..

그 분위기만으로도 우리를 압도할만큼..

 

 

 

 

 

이제 와서 멀리서 바라보니..

다리에는 우리가 헤아리지 못할만큼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다..

 

어릴 적..

어머니와 싸우고 나신 후, 아버지는 늘 울 오빠를 데리고 낚시를 가신다음..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셨었다..

 

낚시를 하면, 마음이 평온해지고..

당신이 했던 행동, 말, 하나하나 다 정리가 되나보다..

 

나도 그곳에 지금 찌 하나를 드리우고 온 것 같다..

내가 그곳에 두고 온 못다한 아쉬움 하나..

우리가 과연 이렇듯 이야기가 많고, 아름다운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반문하며 불안했던 마음 하나..

 

언젠가 먼 훗날.. 이곳을 다시 찾게된다면.. 꼭 낚시를 해봐야겠다..

 

그리고 이곳의 물고기의 정체를 꼭 파헤쳐봐야겠다..

과연 먹을려는 거냐? 키우려는 거냐? 아님 그냥 재미로 낚고 나중에 놔주려는 거냐?

 

물음표가 남겨주는 의미들을 한없이 남겨두고 온 그곳..

참 인생무상이다..

내가 없어도, 나에게 무척이나 의미있었던 그곳에서..

사람들은 그저 그렇게.. 무덤덤하게 살아가고 있겠지..

그게 인생이고, 살아간다는 거겠지..

그런거겠지..

출처 : GreenLady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글쓴이 : greenlad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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