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비가 잘 안 온다더니, 밤새 번개와 천둥치며 비가 온다.
민박집 아저씨 말이 자기도 이런 비는 처음이란다. 허걱...
비오는데 어디를 갈까 걱정하다 식사를 하고 나니 벌써 10:30..
결국 스페인 신부님이 적극 추천하셨던 몬세랏(Montserrat)으로 기차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마침 혼자 몬세랏 가는 친구가 있어 하루동행이 되기로 하였다.
넘 늦은 아침식사와 민박집 아저씨의 장황한 가이드, 지폐를 잘 안먹는 티켓 자판기 때문에
대낮의 질주에도 불구하고 기차를 놓치고 말았다.
유명하다는 소년합창단의 공연이 1시이기 때문에 꼭 타야했는데..
그러나 일편단심 동행들 때문에 1시간을 기다려 다음 기차를 탔다.
바르셀로나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몬세랏(Montserrat)은
높이 1,236m인 암벽산에 세워진 까딸루냐 지방에서 가장 장엄한 성지이다.
9세기부터 수도원이 생겨났고 파괴와 재건의 세월을 거쳐 지금에 이르고 있고,
현재에도 베네딕도회 수사님들이 살고 있으며 15세기 회랑, 16세기의 성당 등이 보존되어 있다고 한다.
기차역에 내려서 로프웨이로 갈아타고 오르는데 산세가 장난이 아니다. 저멀리 내려다 보이는 광장이 기차역.
산중턱에 자리잡은 수도원과 부속 건물들.. 저기 보이는 줄이 우리가 타고온 로프웨이 줄이다.
주변이 온통 크고작은 구릉들인데 그중에 몬세랏이 가장 높다.
몬세랏은 톱니모양의 산이라는 뜻인데 이름대로 울퉁불퉁 바위산들이 병풍처럼 둘려쳐있다.
가우디도 사그라다 파밀리아(성가족 성당)을 지을 때 영감을 받았단다. 그러고보니 옥수수탑의 모양이 비슷하다.
산따 마리아 광장을 중심으로 여러 건물들이 위치한다. 맨 왼쪽에 3개의 아치 문으로 들어가면 대성전.
가운데 분홍빛 건물이 호텔.. 광장 아래의 아치문들이 기념품가게과 카페테리아..
하나로 연결된 건물들이 필요에 따라 참 이쁘게 지어져있다.
푸니쿨라라는 산악레일기차를 타고 산 정상 가까이 올라갔다. 기암괴석이 높이 솟은 산 중턱에
자리잡은 수도원과 작은 마을. 촉촉한 공기와 싱그런 자연의 향기... 벌써부터 넘 좋다.
에고.. 비가 또 내린다. 하지만 산중에 내리는 비는 운치가 있고 구름 걸친 산은 또 얼마나 멋진지..
나는야, 주어진 상황에 마냥 조아라하는 착한 여행자.. ㅋㅋ
Sant Joan(성 요한)이라는 암자의 흔적이 있다는데 비가 와서 못가고 전망대에서 비오는 仙景만 내려다 보았다.
산골짜기에 비구름이 잔뜩 밀려와 저 아래 수도원이 숨박꼭질 하듯이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구름이 서서히 걷혀서 나타나는 수도원을 신기하게 내려다보며 우와~ 보인다~~ 좋아라 하며 찍은 사진. ^^
구름과 어우러진 산의 전경이 장관이다.
예전에 스위스의 융프라우요흐도 그랬지만 왠지 구름이 걸쳐진 산들은 성스러워 보인다.
또 하나의 푸니쿨라를 타면 로사리오(묵주기도)의 길로 갈 수 있다. 나즈막한 돌담이 둘려쳐진
돌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환희, 고통, 영광의 신비 조각들을 하나하나 둘러보았다.
처음엔 그냥 예수님의 일생인 줄 알았는데 가다보니 이상해서 안내서를 자세히 보니 로사리오 길이다.
이곳은 고통의 신비 5단. 십자가에서 못박혀 돌아가심.. 암석을 도는 모퉁이에 외로이 서있는 십자가..
신비 하나하나가 여러 작가들의 커다란 조각 작품이라 각기 다른 해석과 표현이 감상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은 영광의 신비 3단, 성령강림 장면.
유일하게 모자이크 컬러로 화려하게 되어 있는 곳이라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셋이 돌아가며 사진을 찍다.
로사리오 길을 걸어가면서 옷은 젖고 다리는 아프지만 상쾌한 공기와 웅장한 대자연과
이쁜 동행들 덕분에 넘 기분이 좋아, "이제 비개고 무지개만 뜨면 되겠네.." 하고 장난을 쳤다.
(앙코르에서 이미 무지개를 만난 환희를 경험한 터라서.. ㅎㅎ)
그런데 뒤를 보던 동행 숙이가 갑자기, "무지개다 !!!" 그러는 거다.
헉.. 정말 무지개다.. 높은 산 위에서 저 아래 낮은 구릉들 위로 길다랗게 드리워진
무지개를 내려다보는 느낌.. 와~~ 거의 울음이 날 지경이었다. 선명하고 긴 무지개...
그리고 "우와 감동이다..." 하는 기쁨에 찬 목소리.. 이런 행운에 대한 감사의 마음.. ^_______^
로사리오 길이 끝나는 곳에 구원의 성모가 발견된 santa cova(성스러운 동굴)에 작은 성당이 있다.
유럽의 여러 성당에 온갖 화려한 색유리들이 있지만 이렇게 작고 소박한 것이 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희망의 창.. 저 너머에 희망과 사랑이 있을까? 이번 여행엔 어떤 보석들이 숨겨져 있을까?
3개의 아치가 있는 문을 지나 대리석이 깔린 광장을 지나면 대성당의 유명하다는 퍼사드가 나온다.
1900년에 새로이 재건한 것으로 네오-르네상스 양식이란다.
이번 여행의 재미 중 하나는 성화나 조각을 보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 찾는 것이었다. 늘 우리가 가진 지식 한도 내에서 말이다. ^&^
이 조각은 중앙이 예수님이고 왼쪽에 열쇠와 십자가를 거꾸로 들고 있는 분이 성 베드로,
오른쪽에 성서를 들고 있는 분이 성 요한, 그 옆 4번째 X자 십자가를 들고 서 있는 분이 성 안드레아다.
성인상을 보면 순교한 모습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성 안드레아가 X자 십자가에 달려 순교하셨다고.
* 참고 : 까딸루냐는 바르셀로나 인근 지역을 말하는데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에 가면 이정표도 스페인어와 까딸란어를 병기한다.
소년합창단이 성가부르는 것을 보기 위해 이렇게 이쁘고 한가로운 산따 마리아 광장 계단에 앉아
빵과 요거트, 커피로 저녁을 대신 했다. 가족 단위의 사람들이 정겹게 성당으로 향하는 평화로운 모습들..
걸인의 밥상이지만, 황제만큼 행복한 저녁시간..
여유롭게 앉아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으며 책도 읽고 싶은 너무 평화로운 산따 마리아 광장에 해가 진다.
어둑해지는 하늘이 넘 이뻐 우연히 찍었는데 참 이쁜 그림이 나왔다. ^^
30명 남짓한 수사님들이 조그맣게 읊조리는 기도소리가 얼마나 감미로운지 모른다. 우와..
뜻은 알지 못해도, 저절로 기도의 마음이 우러나는 분위기.. 아.. 참 좋다..
몬세랏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13세기 창단) 소년합창단 중 하나인 유명한 에스꼴라니아 성가대가 있다.
몬세랏에 왔다면 꼭 들어야 한다는데 다행히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후 1:00와 7:10에 들을 수 있다.
수사님들의 기도소리와는 또다른 청아한 목소리.. 역시 참 좋다. 오늘은 귀도 눈도 넘 즐거운 날이다. 흐흐~
그중에는 아주 작은 아이들도 있었는데, 아마도 신입 성가대원인듯. 선배들의 성가를 한눈도 안팔고 경청하는 모습이 넘 귀여웠다.
넘 깔끔하고 이쁜 기념품 가게엔 몬세랏 고유의 기념품들이 가득.. 연필, 수첩, 성모상, 여러 관련 책들,
티셔츠, 장난감 등등등. 전국 어딜 가나 조악한 것들만 있는 우리나라와 넘 비교된다.
그 중에 눈길은 끈 것은 몬세랏의 상징을 한데 모아 귀엽게 만든 재미난 조각..
성스러운 바위산, 검은 성모상, 소년합창단.. 아이디어 넘 좋지? 요건 좀 비싸서 사진만 한장 찍고.. ㅋㅋㅋ
조명이 켜지니 또다른 아름다움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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