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베네치아사람 없는 베네치아

mistyblue 2013. 4. 30. 22:30

‘물의 도시’ 베네치아는 쇠락하는가?

베네치아는 전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관광지다. 하지만 정작 베네치아 사람들에게는 더 이상 살기 힘든 곳이 되어가고 있다. 집값과 물가가 너무 비싸고 생활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미렐라 달라 파스쿠아(여·31)는 베네치아 토박이다. 직장도 베네치아에 있다. 유서 깊은 리알토 다리 근처 가게에서 일한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인근 이탈리아 육지 쪽에 집을 샀고, 베네치아로는 출퇴근한다. 그녀는 “베네치아 출신이라는 게 자랑스럽지만, 비싼 집값 때문에 살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천년의 도시’ 베네치아는 지중해 상권을 장악하면서 무역으로 번성했고,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유럽 문화의 중심지였다. 또 20세기 들어서는 세계적인 관광지로 사랑받았다. 베네치아를 찾은 관광객은 연간 1500만~18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관광객이 밀려들면서 역설적으로 도시는 빠르게 쇠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도시 인구가 급감했다. 1951년 17만1000명이던 인구가 지금은 6만2000명을 밑돈다. 주민의 엑소더스(대량 이주)가 계속되면서 도시로서의 기능을 급격히 상실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IHT)가 지난 30일 보도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에지오 미첼리도 “자족(自足) 기능을 상실하는 지점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살인적인 집값. 100㎡(약 30.25평) 크기의 아파트는 100만 유로(약 12억원)가 훨씬 넘는다. 기차로 10분쯤 떨어진 이탈리아 본토 도시 메스트르 등에 비하면 집값이 3~4배다. 외지인들이 베네치아의 집을 사서 호텔과 레스토랑, 관광용품점으로 개조하는 바람에 집값은 치솟고 베네치아의 한정된 주택 공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수퍼마켓, 구두수리점, 영화관 등 생활공간이 관광산업에 점점 밀려나는 것도 도시의 자족기능을 떨어뜨린다.

인근 메스트르에 살고 있는 베네치아 출신의 월터 피터리씨는 “살기 힘들어 다시 베네치아로 되돌아갈 생각이 없다”면서 “베네치아에 살 수 있는 사람은 부모한테 집을 물려받은 사람뿐”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아마도 2030년이면 진짜 베네치아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고 이 역사적인 도시가 관광객들만 북적대는 빈껍데기 도시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마시모 카치아리 베네치아 시장은 “주민들의 엑소더스를 멈추고 베네치아 토박이를 보호하려면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IHT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베네치아 시당국은 중산층 공동화(空洞化) 현상을 막기 위해, 시 소유의 아파트 500~600채를 개발해 중산층 가정에 저렴하게 임대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관광산업 외에 새 일자리 창출 방안도 궁리 중이지만 개발이 제한된 지역이어서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파리=강경희특파원 [블로그 바로가기 khka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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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reenLady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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