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외면하지 마세요
라이더가 손가락질 받는 열 가지 이유 (월간 모터바이크 2008년 3월호)
‘답답한 것을 싫어하고 남에게 구속되지 않으며 언제든 마음이 동하면 멀리 여행을 떠나는 자유인.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공포를 즐거움으로, 위험을 스포츠로 승화해 도로 위를 질주하는 승부사. 바로 라이더를 표현하는 말이다…’라고 스스로를 미화하는 라이더들에게 쓴 소리 한 번 하자. 라이더들이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무시당하는 이유가 정말 그네들의 사대주의에 찌든 고정관념 하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차별대우 받는다고 투덜대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
글·정현학
1. 마비된 준법정신
라이더만큼 교통법규를 어기는 것에 대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족속이 있을까. 아니라고 항변하지 말기를. 정지선을 넘어서 신호를 기다리는 것은 자연스럽고 자동차와 인도 사이의 갓길은 아예 바이크 전용도로로 알고 있다. 횡단보도 유턴은 거의 매일 보다 시피 하고 일방통행로 역주행쯤이야 일도 아니다. 이게 모두 자동차보다 차체가 작다는 것에 기인한 만용이다. 자전거와 바이크를 동일시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다. 모터사이클은 엔진이 달린 엄연한 이륜 ‘자동차’다. 스쿠터도 마찬가지.
50cc 엔진으로도 행인에게 얼마든지 큰 상해를 입힐 수 있는 탈 것이다. 자동차 운전자들도 그런 사람 있다고? 최소한 그네들은 엄청난 죄의식과 싸우며 사방으로 눈치라도 본다. 경찰이 멀거니 서 있는데도 태연하게 신호를 무시해버리는 라이더와는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는 말이다.
2. 시도 때도 없이 사자후
다기통 바이크의 배기음은 대부분의 라이더들에게 꿈과도 같은 존재. 덕분에 그것을 손에 넣은 라이더는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나머지 연신 스내칭 하기 바쁘다. 기어를 변속할 때, 신호 대기 중, 그리고 생각 날 때 마다 손목은 움찔거리느라 정신이 없다. 아아, 어쩌면 내가 그리도 자랑스럽고 멋진지. 지나가는 여자들이 모두 나를 보며 말을 걸어볼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남자들은 침을 삼키며 부러워하고 있군. 이거, rpm을 좀 더 올려줘야 하는 거 아냐? 이거 참, 답답하기 그지없다. 지나가는 행인들에겐 그저 시끄러운 소음일 뿐이다. 올 해 바이크 공해 검사 기준이 유로 몇을 기준으로 하는지는 소상하게 알고 있으면서 그 검사 항목에 소음 규정치도 들어 있는 것을 왜 외면하는 걸까? 그 소음 규제는 왜 하는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건가? 군복을 입고 있으면 다 똑같은 ‘군바리’로 보이듯이 바이크에 올라타고 있으면 일반인들에겐 다 똑같은 ‘오돌이’로 보인다. 소음기에 구멍 뚫은 폭주 바이크나 비싼 돈 주고 산 미제 아메리칸이나 다 똑같이 보이고 똑같은 소리로 들린다니까?
3. 털 난 양심
자동차 운전을 하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차의 옆구리에 바짝 붙어 쏜살같이 지나가는 바이크만큼 운전자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덩치가 작아 다가오는 게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자신보다 시속 100km가까이 빠르게 굉음과 함께 스쳐 지나가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물론 방향 지시등은 켤 생각도 없다. 그런 라이더들의 변명은 대부분 비슷하다. ‘어차피 일부러 받으려고 해도 못 받을 정도로 내가 훨씬 빠른걸.’ 타인을 배려하는 기본 매너가 상실되지 않고서야 그런 생각이나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상상해보라. 언제 코앞에서 넘어져 내 차 밑으로 빨려 들어올지 모르는 바이크가 차선을 아슬아슬하게 밟으며 내 곁을 달리는 모습을. 차라리 방향지시등이라도 켜주면 얼른 지나가 버리던지 차선을 양보해 주던지 라도 하겠다.
더 문제인 건 그따위로 달리는 라이더가 동료들 사이에선 빠르게 잘 달리는 친구로 추앙을 받는다는 데 있다. 덧붙여서 누구도 들이받을 수 없는 빠른 머신을 소유하고 있다는 선망의 시선과 함께.
4. 빛바랜 귀족들
본디 ‘모터사이클’이라는 탈 것은 취미용 도구라는 걸 아는지. 불편한 자세로-자동차에 비해- 바람을 맞아야 하며 방향전환을 하기 위해서는 온몸을 다 사용해야 하고 형편없이 작은 수납공간을 가진 것부터가 단순히 이동을 위한 물건으로써는 지극히 비효율적인 탈 것이란 말이다. 때문에 바이크는 오래전엔 귀족들, 혹은 ‘있는’ 집에서나 즐길 수 있는 취미도구로써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런대 요즘의 귀족들에게서는 자부심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기천만원이 넘는 수입 바이크를 타는 ‘양반’들이 꼬질꼬질한 글러브에 세탁을 하지 않아 시큼한 냄새나는 재킷 따위나 입고 다녀서야 어디 될 말인가. 그 비싼 라이딩 어패럴을 어떻게 매번 갈아입느냐고? 말했잖은가. 이건 귀족들이나 즐기던 탈 것이라고. 고급 스포츠를 즐기면서 그만한 투자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반인들이 라이더를 손가락질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 꼬질꼬질한 행색이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건 아니니 깔끔하신 분들은 도매 급으로 매도당하기 싫다면 계몽활동(?)에 힘써주기 바란다.
5. 비뚤어진 드레스 코드
최근의 라이딩 웨어들을 살펴보면 이것이 바이크용인지 일반의류인지 분간이 안가는 디자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전도를 대비한 보호대는 기본이요 마찰에 대한 내성도 갖추었으니 라이딩 기어임엔 분명하다.
이는 전보다 더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이 바이크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평상시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서가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딱한 프로텍터가 여기저기 붙어 갑각류를 연상시키는 라이딩 기어를 여전히 선호하는 무리들이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그렇게 라이더라는 것을 티내고 싶으면 헬멧 하나만 들고 있어도 충분하다.
핏 한 라인에 어딘지 모르게 단단한 느낌을 주는 멋진 디자인의 재킷을 입은 남자가 밖에 나가서 보니 커다란 바이크에 올라타고 사라지더라… 어쩐지 멋지지 않은가? 게다가 일반인들이 모이는 곳에서 단연 튈 수밖에 없는 과격한 라이딩 기어는 주위 사람들까지 무안하게 만든다는 것을 잊지 말도록. 원피스 가죽 수트를 입고 레스토랑에 들어서는 사람은… 그냥 포기다. 날 보고 아는 척만 하지 말아주길 바랄 뿐이다.
6. 이기주의
도의적으로 약자가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인 법칙이라고 착각하는 약자들이 있다. 도로위에서 자동차보다 약자라 할 수 있는 바이크들을 볼까? 정류장에 들어서려는 버스가 밀어 붙인다고 역정을 내는 라이더는 단순히 자기가 먼저 가려고 강짜를 부리는 이기적인 사람이다.
왜 수시로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자신이 달리고 있는 길을 독차지하려는 겐지. 이뿐만이 아니다. 라이더라면 누구나 알만한 ××산이니, ○○령이니 하는 곳을 가보면 주말마다 헤어핀 아웃코너에 장사진을 이룬 무리들이 달리고 있는 동료들을 구경하기 바쁘다. 자동차들이 코너를 돌다 갑자기 나타나는 도로변의 사람들 무리에 놀라 휘청거리는 모습이 속속 연출되고…. 안하무인도 이런 안하무인이 없다. 자신들이 정말 위험한 곳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고 있으니 더 슬퍼진다. 나쁜 줄 알면서 하는 게 더 나쁜 거다.
7. 바이크 말고 아는 건?
라이더들이 북적이는 곳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 녀석이 마후라를 바꿨는데 소리가 죽여.”라든가 “○○랑 ××가 어디에서 드래그를 붙었는데….” 혹은 “요전에 290킬로 땡겨 봤는데….” 따위의 이야기가 전부다. 머릿속에 바이크 말고 다른 것은 뭐가 있는지 궁금하다.
요즘 읽을 만한 책은 뭐가 있는지, 관심 가는 뮤지컬이 있는데 볼만한지, 이런 것들을 물어볼 사람은 가뭄에 콩 나듯 하다. 자연히 그네들과는 함께 있어봐야 심심하기만 할 뿐. 같은 라이더가 이러할진대 일반인들은 어떻겠는가.
바이크에 대한 호기심을 해결하고 나면 라이더는 별 볼일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멍하니 핸들을 잡고 있는 어리석은 운전자들은 어떠냐고? 느리고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무시하는 자동차 운전자들은 그렇게 막히는 도로에서 고생하면서도 어떻게든 문화생활 꺼리를 찾아 즐기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호○ 아트홀’이니 ‘예×의 전당’ 같은 곳을 찾아가보라. 주말이면 꽉꽉 들어차는 수천 평의 주차장에 바이크가 단 한 대라도 있는지.
8. 이기주의 - 2
자동차사이를 헤집고 다니고 방향지시등을 켤 줄 모르는 것과 비슷한 이야기인데, 조금 더 심각하게 파고들어 볼까? 도로위에서 달리는 동안 주위의 자동차들을 놀라게 하는 건, 막말로 얘기해서 ‘어차피 안 볼 사람들’이니 잊어버린다 치자. 그 정도 이기심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
하지만 한겨울에 여자 친구를 태워가지고 다니는 건 무슨 생각인지? 바이크가 너무 좋아 추위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탈 수 있는 건 인정하겠다. 그런데 뒤에서 벌벌 떨며 매달려 있는 그녀는 무슨 죄가 있나. 물론 “난 괜찮아. 재미있어.”라고 말하겠지. 당신을 사랑하니까. 하지만 머지않아 당신의 무책임함에 질려 만남을 회피하게 될 건 불 보듯 뻔한 결말이다.
그래놓고 웬 자동차 타는 녀석에게 애인을 빼앗기고 나면 그러겠지? “여자들은 차 있는 남자만 좋아하는 속물이야.”라고. 쯧쯧쯧. 여자를 탓하기 전에 그녀의 꽁꽁 얼어 시퍼렇게 변한 손부터 어떻게 해줘야 할지를 생각하도록. 내가 좋아한다고 누구나 다 그럴 거란 생각은 하지 말란 말이다. 칼바람이 부는 1월에는 BMW의 럭셔리 투어러보다 10년 묵은 국산 경차가 더 끌리는 게 당연하다.
9. 상처 입은 맹수? 단지 천덕꾸러기
그렇게 자신들의 만행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차별대우를 받는다느니 덮어놓고 무시 한다느니 하며 투덜대는 것은 단순한 자격지심이다.
뭐, 가만히 생각해보니 스스로가 못나 보이는 이유가 계속해서 보이는데 그런 기분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그래서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고? 쓸데없이 신경질만 부려대는 쌈닭이 되고 만다. 단순히 사람이 드나드는데 방해 되어 문 앞에 주차하지 말라는 말에 “오토바이라고 무시하는 거야? 주차도 못해?!” 라며 발끈한다거나, 내 앞에 끼어들려는 차만 보이면 “작다고 무시하지 말라구!” 라며 스로틀을 쥐어짜게 된다는 말이다.
결국 라이더는 죄다 성질 더럽고 양보심도 없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수밖에. 일방통행로에서 거꾸로 들어온 주제에 “내가 먼저 들어왔으니 아저씨가 비켜주셔야죠!”라며 역정을 내는 아주머니 초보운전자와 다를 게 뭐가 있는지.
10. MB(월간 모터바이크)만 열심히 읽었어도…
이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글이 가득한 MB를 열심히 읽지 않으니 라이더들이 작금의 사태에 봉착된 것이 아닌가싶다.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주간 점등 운동을 시작으로 정석 바이크 용어, 최신유행의 어패럴 소개, 올바른 주행 법, 바이크 외의 문화생활 등을 열창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못난이 라이더가 늘어나는 것이 바로 그 증거다. 할 말 없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MB가 제안하는 대로만 하면 자다가도 휘발유가 생긴다. 열심히 읽고 공부하도록. 알찬 바이크 라이프가 펼쳐질 것이다.
발문1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MB가 제안하는 대로만 하면
자다가도 휘발유가 생긴다. 열심히 읽고 공부하도록.
알찬 바이크 라이프가 펼쳐질 것이다.
발문2
자신들의 만행은 생각하지 않고 그저 차별대우를
받는다느니 덮어놓고 무시 한다느니 하며 투덜대는 것은
단순한 자격지심이다. 결국 라이더는 죄다 성질 더럽고
양보심도 없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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