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대부도ㆍ선재도ㆍ영흥도
뜨거워라! 영흥대교의 겨울밤
세상에, 추워도 추워도 이렇게 추울 수가! 그렇다고 방에 틀어박혀 TV만 보며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주말. 오케이, 그렇다면 그 엄동설한 속으로 과감하게 돌진해보자. 맹추위와 맞서서 주말을 보낼 테마 여행지들을 골랐다. 이름하여 겨울 바다, 겨울 노천탕 그리고 겨울 산!
- ▲ 영흥도 해변으로 바닷물이 밀려든다. 으차, 물을 피해 폴짝 뛴다. 지는 해는 구름 뒤로 숨어 얼굴을 가렸다. 하늘이 연한 살굿빛으로 변하더니, 검푸른 저녁 하늘과 오묘하게 섞인다.
겨울 바다에서는 바닷물의 한기(寒氣)를 그대로 담아 귓전을 때리는 매서운 바람과 맞선다. 이게 겨울 바다의 로망이다. 목적지는 인천 대부도·선재도·영흥도다. 시화방조제와 두 다리로 연결돼 자동차로도 쉽게 갈 수 있는 연륙도다. 수도권이라면 늦은 아침 눈을 떠 움직여도 그리 빡빡한 일정이 아니다. 여행의 중점사항은 ▲조개구이와 바지락칼국수 ▲쌍계사 용바위 ▲십리포 소사나무 ▲장경포 송림 ▲갯벌 굴 캐기와 영흥대교 야경.
서울을 빠져나와 달리다 보니 한없이 긴 다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시화방조제다. 왼편으로 펼쳐진 시화호는 높은 벽에 가로막혀 볼 수 없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니 살얼음이 하얗게 올라앉은 가없는 스케이트장이 보인다. 바다였다. 영하 16도를 향해 달려가는 혹한에 얼어붙은 얕은 바다는 호수처럼 미동이 없고, 그 위에 녹지 않은 하얀 눈이 드문드문 쌓여 있다. 멀리 커다란 바람개비 같은 풍력발전기가 세찬 바람에 정신없이 돈다.
시화방조제를 달려 대부도 입구 방아머리에 들어섰다. 입구에 즐비한 음식점들이 식욕을 당긴다. 간판마다 조개·새우·굴을 내세운 걸 보니 과연 바닷가다. 여기저기 돌아다녀 봐도 눈에 보이는 것은 '조개구이' '대하구이' '바지락칼국수' 음식점뿐이다. 특별한 음식이 없으니 고를 것도 없다. 여름에는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조개구이를 맛보기로 한다. 조개의 신선도를 고려해 손님이 많은 식당을 골랐다. 자리를 잡고 창밖을 내다보니 바다가 코앞이다.
- ▲ 영흥도에 밤이 찾아왔다. 겨울 바다는 차가운데, 바다를 비추는 영흥대교 빛은 저리 뜨겁다.
대부도 중심에는 쌍계사가 있다. 방아머리에서 5분 거리다. 입구 좌우로 커다란 소나무 두 그루가 기묘한 굴곡을 뽐내고 서서 방문객을 맞는다. 간밤에 내린 눈이 사찰 마당을 온통 뒤덮어 사람이 오간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낯선 손님의 등장에 놀란 진돗개 몇 마리가 정신없이 짖어대는 소리만 마당을 가득 채운다. 대금산 자락에 둘러싸인 이곳은 바람조차 느껴지지 않을 만큼 한적하고 고요하다.
저벅저벅 발자국을 내며 절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니 오른쪽으로 작은 웅덩이가 나 있는 불당이 눈에 들어온다. 1660년 취촉대사가 5마리 용이 하늘로 승천하는 꿈을 꾸었다는 '용바위'를 감싸고 세운 것이다. 법당의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면 바위가 누워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용바위 아래 웅덩이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는 각종 병에 특효가 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졸졸 흘러나오는 물을 손에 받아 한 모금 입에 무니 이가 떨어져 나갈 듯 시리다.
- ▲ 영흥 화력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전하는 송전탑.
대부도 남쪽으로 15분을 더 달려가면 선감도다. 엄청난 규모의 갈대밭이 도로를 따라 펼쳐져 있다. 내리쬐는 햇살에 누런 갈대가 빛난다. 차창을 열고 흔들리는 갈대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달리니 대부도와 영흥도를 연결하는 선재대교가 나타났다. 선재도는 대부도와 영흥도 사이를 연결하는 길목섬이다. 선재대교 좌측에는 측도가 있다. 물이 빠지면 드러나는 '선재도 측도 간 잠수도로'를 걸어 측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선재도를 지나 마지막 목적지인 영흥도로 향한다. 왼편으로는 영흥 화력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실어 나르는 송전탑이 군데군데 섰다. 영흥대교가 서 있는 바다 위에는 십여 척의 어선이 고기를 잡고 있다. 대교를 지나 영흥도 해안가 어촌마을을 달려 십리포 해변에 도착했다. 짙은 고동색의 그로테스크한 소사나무 군락이 바닷가에 늘어서 겨울 바다의 서늘함을 더했다. 해변을 찾은 여행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들로 훼손된 소사나무 군락은 보존을 위해 철책으로 둘러막았다.
▲ 연탄불로 조개를 굽는다. 부드럽고 쫄깃한 조개 맛에 빠지면 추위도 크게 문제가 안 됨
10분을 더 달리면 장경리 해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의 묘미는 바닷가를 따라 길게 조성된 송림(松林)이다. 높다란 소나무에 기대서서 바다를 바라보니 멀리 여객선 한 대가 떠간다. 날씨가 좋으면 바다 너머로 인천국제공항이 보인다지만, 당장에라도 눈이 내릴 듯 구름이 깔린 흐린 하늘 때문에 볼 수 없었다. 장경리 해변과 십리포 해변 사이 갯바위에 가보려 20분 넘게 헤맸다. 하지만 이정표도 없는데다, 찾아가는 길이 온통 사유지여서 통과할 수 없었다. 지도만 보고 찾아갔다간 골탕먹기 십상이다.
시곗바늘이 이제 겨우 오후 4시를 가리키는데 해가 진다. 일몰을 놓칠까 서둘러 차를 돌려 영흥대교 해안으로 향했다. 바닷가는 모래가 아닌 모난 검은색 돌들로 가득했다. 가만히 살펴보니 돌 표면 위 회색 꽃들이 잔뜩 피었다. 굴이다. 돌을 들고 콩콩 찧어보니 굴이 뽀얗게 속살을 드러낸다. 아니나 다를까. 여행객 몇몇이 비닐봉지를 들고 굴을 캔다.
빠져나갔던 바닷물이 밀려 들어온다. 돌 웅덩이로 차오르는 바닷물을 피해 폴짝폴짝 뛰어 바위 위에 섰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일몰을 기다리는데 눈치 없는 해가 구름 뒤로 숨어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직 구름에 묻어나는 붉은 기운만이 하늘을 물들일 뿐이다. 아쉽다. 해가 졌는지도 모르게 어물쩍 어둠이 찾아왔다. 오후 5시 40분.밤이 왔음을 알리는 불이 영흥대교에 켜지고, 주황빛 조명이 다리 위를 감싼다. 사람 대신 매서운 바람이 가득 채운 겨울 바다의 황량함을 대교의 화려한 야경이 뒤덮었다.
- ▲ 주민들이 매서운 해풍을 막기 위해 심어 놓은 소사나무 군락.
- 겨울이라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나목(裸木)이 됐다.
가는 길(서울 기준): 경인고속도로→서운JC→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중동IC→서창JC→영동고속도로→소래대교 삼거리→제3경인고속도로→정왕IC→시화방조제→대부황금로→대부동 유턴→쌍계사→대동초등학교→선감도→선재대교→측도→영흥대교→내동저수지→십리포 해변→영흥북로→장경리 해변.
▲대부도 중심부에 있는 쌍계사는 17세기 후반에 세워진 사찰이다. 사찰 안쪽에 있는 용바위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도 놓치지 말아야 할 체험거리. (032)886-2110. 대부도 남쪽 선감도 인근에 펼쳐진 무성한 갈대숲 지대는 드라이브 코스로 그만이다. 안산시청 (031)481-2000, 2114. www.iansan.net
▲영흥도 십리포 해변에는 수령이 400~500년 된 300여 그루의 소사나무 숲이 있다. 해풍 때문에 생기는 농사 피해를 막기 위해 소사나무를 심어 방풍림을 조성했다. 한국 특산종으로 제주·인천 옹진·거문도 등지에서 자란다. 영흥도 장경리 해변에 자라는 3000여 그루의 노송(老松) 지대도 거닐어 보자. 장경리 해변 뒤편 국사봉에 오르면 일출도 볼 수 있다. 영흥대교에 조명이 켜지는 시간은 오후 5시 40분. 야경을 감상하고 싶다면 명심할 것. 영흥군청 관광문화과 (032)899-2212, www.ongjin.go.kr/tour, 영흥면 사무소 (032)899-3814
시화방조제를 지나 대부도 입구 방아머리에 들어서면 조개구이와 바지락 칼국수 음식점들이 모여 있다. 조개구이는 조개의 크기와 양에 따라 소·중·대로 나뉘어 있으며, 2만원대부터 4만원대까지다. 바다가 보이는 창가 자리에 앉으면 좋다. 하늘에 바다에 (032)886-2664, 우리밀 칼국수(032)884-90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