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강물 따라 걷는 길, 봄을 만나러 가는 길

mistyblue 2014. 1. 19. 21:03

[봄이 오는 소리] 강물 따라 걷는 길, 봄을 만나러 가는 길

  • 최홍렬 기자 hrchoi@chosun.com
  • 강변은 봄소식이 제일 먼저 들려오는 곳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푸른 하늘빛을 고스란히 담은 강물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계절이다. 강줄기를 따라 걷기 좋다 보면 무심히 휘감아도는 물줄기에도 나름대로 사연이 숨어 있고 저절로 노래가 나올 것 같기도 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공동 기획해 최근 펴낸 강변 도보 여행 가이드 '강으로 그린 풍경'에 나온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섬진강변의 대표적 도보여행 코스를 하나씩 소개한다. 자, 이제는 운동화 끈 조여매고 길 떠나는 일만 남았다.

    ◆한강 꽃벼루재길

    한강 상류의 아우라지는 강폭이 넓어지고 유량이 많아져 조선시대 한양으로 목재를 운반하는 뗏목들의 출발지였다. 아우라지는 버스를 타고 정선까지 가서 아우라지행 버스로 갈아타는 게 편하다. 아우라지역 뒤편에 정선아리랑전수관과 아우라지 처녀상, 어름치 카페도 둘러보자. 이곳에서 구절리까지 7.2㎞ 구간을 운행하는 정선레일바이크는 가족여행객들에게 인기다.

한강 상류인 아우라지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본 조양강 풍경

꽃벼루재길로 가려면 아우라지역을 나와 역전사거리, 성도아파트를 거쳐 염장봉길로 접어든다. 별도의 이정표가 없어 바닥에 쓰인 파란 글씨 'O2' 표시를 따라가면 된다. 강원도가 2008년부터 만들고 있는 '산소길' 표시다. 꽃벼루재로 오르는 길은 초반부터 가파른 오르막이다. 솔숲을 거쳐 30여분 정도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면 고갯마루의 정상에 오른다. 송신탑 옆에 마련된 전망대에서 유유히 흐르는 조양강과 어깨를 맞댄 산들을 조망할 수 있다. 북평면을 향한 내리막길은 소나무가 무성해 쉬엄쉬엄 산림욕을 즐길 수 있다.

●코스: 아우라지역→역전사거리→성도아파트→꽃벼루재→봉화마을→북평교→나전역(12.4㎞). 강원도 정선군청 관광문화과(033-560-2361)

◆금강 무주벼리길

금강 상류인 무주에서 만나는 금강 벼룻길과 잠두마을 옛길은 뱀이 지나가듯 구불구불 흐르는 금강의 속내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길이다. 부남면사무소에서 1.8㎞ 농로를 지나, 강 옆 언덕에 자리한 사과밭이 끝나는 곳에서 금강 벼룻길이 열린다. 동네 사람들은 '보뚝길'이라고 부른다. 한쪽은 산, 다른 한쪽은 물길로 향한 낭떠러지 위 좁은 길은 밤송이마을까지 1.5㎞ 정도 이어진다. 길이 좁고 돌이 많아 걷는데 속도가 붙지는 않지만, 햇살 가득히 반짝이는 금강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지루할 틈이 없다. 거대한 각시바위 뒤편으로 난 동굴길을 거쳐 밤송이마을에 이른다. 이 강변은 래프팅 보트 코스이기도 하다. 대티교 삼거리의 레저클럽에 들르면 래프팅, 등산, 서바이벌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

잠두마을로 향하는 길도 물길을 닮아 구불구불하다. 잠두마을 옛길(2㎞)은 잠두2교에서 시작해 잠두1교에서 끝난다. 잠두1·2교를 잇는 37번 국도가 뚫리기 전까지 이 길은 무주와 금산을 잇는 중요한 교통로였다.

●코스: 무주군 부남면사무소→대소리 금강 벼룻길→밤송이마을→굴암리→잠두2교→잠두마을 옛길→잠두1교→용포교→늘목삼거리(12.5㎞). 전북 무주군청 문화관광과(063-320-2548)

◆낙동강 승부역길

사방을 둘러봐도 보이는 것은 산과 계곡뿐인 산골 기행이다. 석포역에서 승부역으로 가는 길은 석포제련소에서 다리 하나 건너면 시작된다. 이정표나 지도 없이도 갈 수 있는 외줄기 길이다. 첩첩산중으로 들어가는 길은 낙동강 물길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다. 물이 맑아 속살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물가 옆에는 산나물 천지다. 인적이 드문 오지라 그런지 계곡의 물소리가 더 요란하게 들리는 것 같다. 한숨 돌리고 땀을 닦을 무렵, 산비탈에 조성된 고랭지 배추밭 옆으로 승부마을이 나타난다. 20여 가구가 메밀, 배추, 무 등의 밭농사를 짓고 산다.

승부역은 산골 오지의 간이역이다. 이곳이 처음 도시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10여 년 전 섬처럼 고립되었던 승부역을 지나는 눈꽃순환열차가 운행을 시작하면서부터다. 겨울이 되면 이 열차는 도시 사람들을 태우고 깊은 산골짜기를 누빈다.

●코스: 석포역→굴현교→결둔교→승부마을→승부역(12㎞). 경북 봉화군청 문화관광과(054-679-6342)

◆영산강 담양수목길

영산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심은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룬 담양 관방제림
홍수가 심했던 담양읍을 관통하는 영산강 남쪽에 둑을 쌓고 나무를 심어 범람을 막았던 곳이 관방제림이다. 조선 인조·철종 때 나무를 심기 시작해 현재 느티나무·푸조나무·팽나무 등 320여 그루의 아름드리나무가 남아 있다. 울창한 숲으로 담양 사람들의 피서지 역할을 하는 관방제림에는 국궁장과 조각공원, 담양추성경기장 등 볼거리가 있다. 이곳을 벗어나면 물억새가 자라는 조용한 영산강변 저편으로 30~40m 높이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보인다. 학동교차로에서 금월교에 이르는 옛 24번 국도 구간은 주말이면 관광객으로 붐빈다. 이번 도보 여행의 반환점인 금월교를 건너 강둑길을 걷다 보면 담양종합체육관이 눈에 들어온다. 담양장이 열리는 2·7·12·17·22·27일에는 강을 따라 조금 더 걷다가 만성교를 건너 장터를 들르는 게 알찬 코스다. 장이 서지 않는 날은 울창한 대숲인 죽녹원과 담양향교를 둘러보고, 담양국수거리에 가보자. 강변 평상에서 후루룩 먹는 국수 맛이 일품이다.

●코스: 관방제림→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금월교→강둑길→죽녹원 입구→향교리사무소→고부정→만성교→담양장→담양국수거리(11.1㎞). 전남 담양군청 관광레저과(061-380-3153)

◆섬진강 꽃 기차길

2005년 기차 테마파크인 '섬진강 기차마을'로 변신한 옛 곡성역에서 출발해 증기기관차와 도보로 섬진강을 꼼꼼히 살펴보는 여정이다. 기능을 다한 옛 곡성역과 버려졌던 섬진강변 철길은 기차를 테마로 한 여행지로 개발되면서 180도 달라졌다. 특히 곡성역에서 가정역(10㎞)까지 옛 전라선 철도 위를 달리는 증기기관차가 여행의 백미다. 기적을 울리며 기차 굴뚝에서 하얀 김을 피어 올리는 것은 영화에서 보던 증기기관차의 모습 그대로다. 세량짜리 기차가 시속 30~40㎞의 느린 속도로 2시간 간격으로 하루 다섯 번 오간다.

전남 곡성 기차마을에서 출발한 증기기관차가 옛 모습 그대로 섬진강변을 달리고 있다.
가정역에서 두가세월교로 강을 건너 이어진 강변길을 통해 곡성역으로 되돌아가는 10여㎞의 걷기 코스가 시작된다. 청소년 야영장과 곡성섬진강천문대 인근에 있는 마을에서 자전거를 빌려 강변을 달릴 수도 있다. 언덕길도 거의 없는 이 평평한 길은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할 만큼 아름답다. 호곡나루터에는 강 양쪽을 줄로 연결해 손으로 줄을 끌어 배를 움직이는 '줄배'가 다니는 장소였으나, 지난해 8월 물난리 때 나룻배와 줄이 떠내려가 곧 복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코스: 전남 곡성버스터미널(또는 곡성역)→섬진강 기차마을→가정역→두가세월교→곡성섬진강천문대→호곡나루터→고달면소재지(21.2㎞). 전남 곡성군청 관광개발과(061-360-8289)
출처 : 박연서원
글쓴이 : 박연서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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