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관광공사 추천 10월의 가볼만한 곳①
“강추! 우리 고장 가을 길”
바다와 가을의 추억을 나누다, 변산 마실길
정현규 객원기자 (2011.10.03 15:38:35)
◇ 변산마실길 이정표 ⓒ 한은희
바다와 가을의 추억을 나누다, 변산 마실길
위치 :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전라북도 부안군은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변산반도에 자리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수려한 자연을 따라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변산반도를 찾는다. 그곳에 새로운 명소가 만들어졌다. 두 발로 변산반도를 기억케 하는 변산 마실길이다.
총길이가 66km나 되는 변산 마실길은 4개의 구간으로 나뉜다. 새만금전시관에서 격포항까지 이어지는 1구간(18km, 6시간20분 소요), 격포항에서 모항갯벌체험장까지 이어지는 2구간(14km, 4시간 소요), 모항갯벌체험장에서 곰소염전까지 이어지는 3구간(23km, 8시간 소요), 곰소염전에서 줄포자연생태공원까지 이어지는 4구간(11km, 4시간 소요)이다. 하나의 구간은 대략 2~3개의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총 8개의 코스로 코스의 시작과 끝 지점은 버스가 다니는 큰 길과 이어지므로 저마다의 체력을 고려해 걸을 수 있다.
국립공원지역답게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길을 만든 것도 장점이다. 처음부터 사용하다 방치된 길을 되찾아 만들었고, 숲에서 간벌해 버려지는 나무를 가져와 푯말을 만들고 길을 보수하는 재료로 사용했다. 이러한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은 덕에 걷기여행자들이 손꼽는 아름다운 길이 됐다.
부안군은 바다를 따라 이어지는 현재의 변산 마실길 이외에 변산반도의 속살을 보여줄 수 있는 내륙길도 만들고 있다. 2012년에 완성될 내륙길은 바닷길에서 출발해 내륙의 명소를 돌아보고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는 순환연결형 코스와 내륙의 산을 넘어가는 등반형 코스다. 이 길이 완성되면 변산 마실길의 총 길이는 약 200km에 달한다.
변산 마실길 중 가장 오래된 길은 1구간이다. 2009년 가을에 만들어진 1구간의 시작점은 새만금전시관. 자동차를 가지고 왔다면 새만금전시관 주차장에 세워두고 출발하면 된다. 길은 전시관 입구 옆, 바닷가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 시작된다. 1구간 1코스 시작점이라는 표지판에서 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바다가 손에 잡힐 듯한 바닷길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다른 해변과 달리 이곳의 모래는 단단해 발이 빠지지 않아 걷기도 좋다.
하지만 밀물 때는 바닷물이 가득 차올라 이 길을 이용할 수 없다. 때문에 바닷길을 걸을 예정이라면 출발하기 전, 반드시 물때를 알아봐야한다. 밀물 때는 시작점에서는 물이 빠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 걷다보면 길이 물에 잠겨 더 이상 걸어갈 수 없는 물길이 된다. 부안사람들은 바닷길을 걷기 좋은 시간은 바닷물이 가장 멀리 나가있는 저조점을 기준으로 앞뒤 한 시간씩이라고 말한다. 이미 바다에 물이 가득 찬 시간에 도착했다면 시작점에서 왼쪽 언덕으로 이어지는 해안길을 따라 걸으면 된다. 새만금방조제의 위용을 감상할 수 있는 길이다.
◇ 영상테마파크 ⓒ 한은희
바다 물결이 새겨진 변산반도의 속살을 만나고 합구 솔숲으로 올라오면 길은 대항리 패총을 지나 1구간 2코스의 시작점인 송포 포구로 이어진다. 송포 포구에서부터 사망(士望)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은 옛 초소
길이다. 초소길로 올라서면 이곳이 해안을 경계하던 군인들이 사용하던 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제일 처음 알 수 있는 것은 해안을 따라 둘러있는 철책이다. 길의 역사를 알 수 있도록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고. 철책을 지나면 눈높이로 파 내려간 흙길을 만난다. 병사들이 이 길을 오가며 해안을 경계했을 당시의 느낌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그곳에서부터 봄부터 가을까지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꽃길이 시작된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상사화이다. 9월 초순이면 노란색 토종 상사화가 1km가 넘는 길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피어나는 것. ‘선비들이 조정에서 불러줄 날을 기다리는 곳’이라는 사망(士望)마을에 피어나는 상사화라서인지 더욱 애틋한 마음이 담긴 듯하다. 상사화가 진 자리에 피어난 것은 가을의 꽃이라 불리는 코스모스이다.
1구간 2코스가 끝나갈 쯤 고사포해수욕장에 닿는다. 솔숲이 아름다운 이곳은 갯벌체험장으로도 이름난 곳이다. 광장의 상점에서 호미를 빌려 바다로 나가면 그저 모래를 뒤집는 것만으로도 금방 한바구니 가득 조개를 캘 수 있다니 잠시 머물며 조개잡이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1구간 3코스는 기암절벽과 코스모스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사자가 바다를 응시하며 앉아있는 듯한 적벽강과 수 만권의 책이 쌓인 듯한 채석강을 잇는 이 길에 코스모스 명소인 수성당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언덕 가득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이곳에서 얼마 전까지 드라마 <근초고왕>이 촬영됐다고 한다. 중국의 소금마을 세트가 있었다고. 언덕 위로 올라가 좌우로 펼쳐지는 격포항과 적벽강의 아름다움도 감상해보자.
변산 마실길의 즐거움은 걷는 길 곳곳에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다는 것이다. 사극촬영지로 이름난 부안영상테마파크, 조각과 자연의 어우러짐이 아름다운 금구원조각전시관, 소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소금과 해산물이 어우러져 완성되는 다양한 젓갈을 만날 수 있는 곰소염전, 부안 청자의 역사를 공부할 수 있는 부안청자박물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내소사, 개암사 등 변산반도가 품고 있는 고즈넉한 사찰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가을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이다.
◇ 채석강 ⓒ 한은희
부안여행을 마무리하기 전 들러보아야 할 공간이 있다. 부안나들목을 나와 멀지않은 곳에 자리한 신석정생가와 2011년 10월 말에 개관하는 석정문학관이다. 부안읍 선은리에 자리한 이곳은 부안 문학을 대표하는 시인 신석정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부안의 자연이 키워낸 시인의 시를 살펴보며 여행의 감흥을 정리해보자. 아이와 함께 찾아갔다면 문학관을 돌아본 후 동시 한편을 지어보아도 좋겠다.
석정문학관이 있는 선은리는 ‘선비들이 머무는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마을이다. 이곳에 조선 말기에 이주해온 전주 이씨들의 공간이 있다. 한옥체험장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갑수고택과 그 형제들의 집이다. 현대의 건물들로 가득한 마을 앞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다.[데일리안 여행 = 정현규 객원기자]
<당일여행코스>
도보여행/ 새만금전시관 → 대항리 패총 → 송포 포구 → 사망마을 → 고사포 → 하섬전망대 → 격포자연관찰로 → 격포항(18km, 약 6시간 20분 소요)
명소탐방/ 금구원야외조각공원 → 부안영상테마파크 → 내소사 → 부안청자박물관 → 개암사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새만금전시관 → 고사포 송림 → 적벽강 → 수성당 → 채석강 → 부안영상테마파크 → 숙박
둘째날/ 휘목미술관 → 내소사 → 곰소염전 → 부안청자박물관 → 신석정문학관
한국관광공사 추천 10월의 가볼만한 곳②
강추! 우리 고장 가을 길”가을 풍경 속으로 빠지다, 팔공산 올레길
◇ 팔공산8코스 ⓒ 대구시청
가을 풍경 속으로 빠지다, 팔공산 올레길
위치 : 대구광역시 동구
대구광역시를 대표하는 산은 동구의 팔공산이다. 이곳에 산 이름을 가진 걷기 좋은 길 ‘팔공산 올레길’이 있다. 제일 처음 문을 연 길은 2009년 6월에 만들어진 1코스 ‘북지장사 가는 길(5km, 약 2시간 소요)’이다.
이후 10월까지 매월 1개의 코스가 만들어졌다. 2010년 봄, 여름에 4개의 코스가 더해져 총 9개 코스가 팔공산에 생겨난 것. 이중 현재까지 운영되는 것은 모두 8개의 길이다. 길은 산과 들, 계곡은 물론 구석구석 숨겨진 문화유적지까지 아우르고 있다. 1코스는 방짜유기박물관과 북지장사, 2코스 ‘한실골 가는 길(11km, 약 3시간 소요)’은 신숭겸장군유적지와 파계사, 3코스 ‘부인사 도보길(9.8km, 약 4시간 소요)’은 용수동 당산과 수태지, 4코스 ‘평광동 왕건길(7.5km, 약 3시간 소요)’은 효자 강순항 나무와 모영재(신숭겸 장군 영각 유허비), 5코스 ‘구암마을 가는 길(7~8km, 약 4시간 소요)’은 내동 보호수와 추원재, 6코스 ‘단산지 가는 길(6.8km, 약 2시간 30분 소요)’은 불로동고분군, 7코스 ‘폭포골 가는 길(8.17km, 약 3시간 소요)’은 동화사, 여름철에만 개방되는 8코스 ‘수태지 계곡길(7.1km, 약 3시간 소요)’은 부인사와 동화사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어느 길을 택해도 색다른 걷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그중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2코스와 드넓은 사과밭을 볼 수 있는 4코스, 팔공산의 대표적 사찰 동화사를 지나는 7코스이다.
2코스 ‘한실골 가는 길’은 처음 마을의 문화와 역사가 어우러진 길이다. 아파트촌 사이로 옛 건물이 숨은 듯 자리하고 있는 이 길의 시작점은 신숭겸 장군 유적지이다. 이 일대는 927년 신숭겸 장군이 왕건과 함께 후백제의 견훤과 목숨을 걸고 ‘공산전투’를 벌인 곳이다. ‘공산’은 팔공산의 옛 이름으로 신라시대에는 신라 5악의 하나인 ‘중악’으로 불리며 중요하게 여겨졌다. 김유신장군이 신라의 통일을 구상하며 수련하던 곳이라고도 전해진다.
신숭겸 장군 유적지를 뒤로 하고 걷다 보면 어느새 한실골에 접어든다. 숲길 양옆으로 측백나무, 회화나무, 소나무 등 다양한 수종이 자라는 울창한 자연림이 넓게 펼쳐져 있다. 싱그러움이 온몸으로 전해지는 이 길에는 두 곳의 쉼터가 있다. 그 중 하나인 만디(언덕)쉼터에서 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건강한 산의 정기를 가슴 가득 담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자연의 정기가 온몸 깊숙이 스며들어 묵은 피로가 말끔히 씻기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동화사 단풍 ⓒ 대구시청
언덕을 지나면 자그마한 오솔길이 나오고, 이내 정겨운 시골마을을 연상케 하는 용진마을이 나온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에 닿는다. 가볍게 걷고 싶은 사람은 이곳에서 돌아 내려가도 좋지만, 아쉬움이 남는다면 파계사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이 아름다운 파계사는 조선 제21대 왕 영조의 건강을 기원하던 원당사찰로 알려져 있다. 정갈하고 조용한 경내에 앉아 호흡을 고르며 걷기를 마무리해도 좋은 장소이다.
4코스 ‘평광동 왕건길’은 달콤한 사과향 가득한 가을을 만나는 길이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도동 측백나무 숲을 지나면 4코스의 시작점인 효자 강순항 나무와 마주치게 된다. 그곳에서부터 신숭겸 장군을 추모하는 모영재에 이르는 길은 왕건의 도피로로 추정되는 경사가 완만한 농로이다. 농촌마을의 푸근함을 느끼며 아이와 손잡고 걸어가기도 좋다. 특히 10월이면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과 지천이다. 깊어가는 가을날 붉게 익어가는 사과향기는 가는 이의 발을 멈추게 한다. 평광동 사과는 맛과 향이 우수하고 빛깔이 곱기로 유명해 한 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맛이 입 안 가득 전해진다.
길을 걷다 전통놀이학교 ‘마당’으로 탈바꿈한 옛 평광초등학교를 만나면 동행과 함께 전통놀이를 즐겨보자. 윷놀이, 팽이치기 등 전통놀이와 탈 만들기, 연 만들기 등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이 길에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가 있다. 올레꾼들을 위해 가장 늦게 수확한다는 우리나라의 최고령 홍옥 사과나무(수령 80년)와 1945년 광복을 기념해 심은 ‘광복소나무’이다. 팔공산 올레길 기념사진 포인트이기도 하다.
7코스 ‘폭포골 가는 길’은 오색단풍으로 물들어가는 팔공산의 운치를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팔공산의 가을을 좀 더 가까이, 좀 더 깊숙이 느끼고 싶은 여행객이라면 반드시 이 길을 걸어볼 것을 추천한다. 코스의 시작점인 탑골 등산로는 나무들이 빽빽이 솟아 있어 숲 그늘이 길다.
◇ 팔공산8코스 ⓒ 대구시청
그래서인지 이 길에는 버섯향이 가득하다. 그 향기를 따라 숲길을 한참 걷다 보면 공포의 ‘깔딱고개’와 맞닥뜨리게 된다. 숨이 깔딱 넘어갈 만큼 힘들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처럼 200여 개가 넘는 계단을 올라야 하는 순탄치 않은 길이다. 하지만 마지막 계단을 밟고 정상에 올라서서 심호흡을 하는 순간 쌓인 피로가 확 달아나는 느낌을 누릴 수 있다. 청량한 가을바람과 맑은 공기가 지친 심신에 생기를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깔딱고개를 넘으면 상상골에 접어든다. 상상골은 누군가 가져다놓은 벽시계와 벤치를 벗 삼아 휴식을 취하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장소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팔공산 자연공원 관리사무소(053-982-0005)에 예약하면 탑골 등산로에서 상상골까지 숲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상상골을 지나 동화사 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봉서루, 대웅전, 비로암 등의 불교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누각인 봉서루로 오르는 계단 중간의 널찍한 자연석은 봉황의 꼬리, 세 개의 둥근 돌은 봉황의 알을 상징한다. 돌을 만지면 아들을 낳는다는 이야기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동화사 구문인 봉황문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7코스의 백미인 폭포골 가는 길이다.
폭포골을 왕복한 후 봉황문(동화사 일주문)으로 내려오면 왼편에 신라시대 동화사를 중창한 심지대사가 손수 정을 들고 새겼다고 전해지는 부드럽고 인자하게 미소 짓는 마애불좌상이 반긴다.[데일리안 여행 = 정현규 객원기자]
<당일 코스>
불로동고분군→옻골마을→올레길4코스(평광초등학교→첨백당→평광지→모영재→첨백당)
<1박 2일 코스>
첫째날 : 올레길 2코스(신숭겸 장군 유적지→한실골 가는 길→자연염색박물관 또는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파계사)
둘째날 :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동화집단시설지구→팔공산 케이블카→동화사
영동과 영서를 잇는 민초들의 옛 고갯길, 구룡령 길
한국관광공사는 “강추! 우리 고장 가을 길” 이라는 테마 하에 2011년 10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바다와 가을의 추억을 나누다, 변산 마실길(전라북도 부안)’, ‘가을 풍경 속으로 빠지다, 팔공산 올레길(대구광역시 동구)’, ‘영동과 영서를 잇는 민초들의 옛 고갯길, 구룡령 길(강원도 양양)’, ‘메타세쿼이아 단풍길 걸으며 가을 정취에 젖다(대전광역시 서구)’, ‘산과 강의 합작품 상주 낙동강길(경상북도 상주)’, ‘카누타고 즐기는 유유자적 물레길(강원도 춘천)’ 등 6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 구룡령 옛길 ⓒ 서영진
영동과 영서를 잇는 민초들의 옛 고갯길, 구룡령 길
위치 : 강원도 양양군 서면 갈천리
양양은 여행의 3박자를 갖춘 고장이다. 깊은 숲길과 계곡, 드넓은 바다, 맛과 체험이 어우러진다.
양양읍내에서 56번 국도를 따라 구룡령(1013m)으로 향하는 길은 볼 것들이 아기자기하게 널렸다. 송천 떡마을을 지나면 양양에너지월드, 미천골 자연휴양림, 갈천약수 등이 길손을 반긴다. 그 길 끝자락에 자리잡은 고개가 구룡령이다. 구룡령 길은 한가롭고 고즈넉해 가을이면 운치를 더한다. 최근에는 한계령이나 미시령을 주로 이용하지만 예전에는 구룡령이 영동, 영서를 잇는 주요 통로였다.
구룡령은 아홉 마리의 용이 갈천약수에서 목을 축이기 위해 고개를 구불구불 넘어갔다고 해 구룡령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구불구불한 길에는 옛 민초들의 지난한 삶이 담겨 있다. 양양과 홍천을 오갔던 옛 사람들은 구룡령 옛길에 땀과 희망을 실었다. 서면 갈천리 갈천산촌학교에서 시작해 구룡령 정상까지 이어지는 옛길은 사람 한두명이 지날 수 있는 좁은 숲길이다. 이 길을 따라 등짐장수들은 홍천의 농산물과 양양의 해산물을 짊어지고 다니며 소문과 사연을 함께 전했다.
구룡령 옛길은 문화재청이 명승 제29호로 지정한 문화재길이기도 하다. 구룡령 옛길을 포함해 문경새재, 문경의 토끼비리, 죽령 옛길 등 4곳만이 우리나라 4대 명승길로 등재돼 있다.
구룡령 길은 지금은 폐교가 된 갈천산촌학교가 출발점이다. 갈천리는 칡으로도 유명한 고장이다. 산허리께 마을에는 성급한 단풍이 물들었다. 산촌학교 옆에는 코스모스와 함께 구룡령 옛길의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숲길은 울창한 소나무로 빽빽하게 채워진다. 횟돌반쟁이, 솔반쟁이 등을 지나 정상까지는 약 4km의 숲길이 이어진다. 숲길은 백두대간과 연결되고 하산길에는 갈천약수 방향으로 내려설 수 있다. 등산길은 갈천약수와 연결되는 길이 잘 닦여져 있어 한결 편리하다. 소나무숲과 계곡이 끊임없이 이어져 산행의 동무가 되며, 철분이 함유된 갈천약수는 톡 쏘는 맛으로 갈증을 풀어준다.
구룡령으로 향하는 56번 국도변에는 가족여행객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곳들이 숨어 있다. 길 초입의 송천 떡마을은 고향의 향기가 가득한 마을이다. 전통방식대로 떡메를 쳐서 손으로 직접 빚어 떡을 만든다. 떡 마을의 역사는 40년 가까이 됐고 떡 체험장도 마련돼 있어 직접 떡을 만드는 정겨운 체험이 가능하다. 길 중간에 현대식으로 세워진 건물은 양양에너지월드로 양수 발전에 대해 체험하며 배우는 공간이다. 전기가 없는 방, 워터풀 등 관람객이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깔끔하게 구성돼 있다. 입장도 무료다. 구룡령길 여행은 미천골 휴양림에서 하룻밤 묵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휴양림에는 숲속의집, 야영 데크 등이 마련돼 있어 울창한 숲에서 호젓한 밤을 즐길 수 있다.
◇ 하조대 전경 ⓒ 서영진
구룡령길이 숲길로 단장됐다면 법수치로 향하는 길은 깊은 계곡을 만날 수 있어 즐겁다. 연어가 오른다는 남대천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어성전, 법수치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어성전은 물고기가 성과 밭을 이룰 정도로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곳은 바다에서 귀향한 황어나 은어를 낚으려는 플라이 낚시꾼이 몰려드는 낚시꾼들의 아지트였다. 법수치로 오르는 10㎞ 계곡길은 이제는 아담한 펜션들이 자리 잡고 있다.
피서객들이 빠져나간 법수치는 가을이면 호젓한 절경과 함께 한적한 휴식처로 다시 태어난다. 아무도 없는 계곡에서 가족들이 계곡 한 곳을 차지한 채 휴식을 즐길 수 있고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주인공처럼 플라이 낚시에도 빠져 볼 수 있다. 법수치의 가을 밤은 계곡물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빛의 향연으로 황홀하다.
동틀 무렵 법수치 계곡 물은 청옥빛을 낸다. 물이 맑고, 수량이 풍부한 계곡은 새벽에 소리와 빛이 그 진면목을 뽐낸다. 법수치는 불가의 법문처럼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는데, 불가에서 예를 올릴 때 이곳 맑은 물을 떠갔다고 한다. 오대산 자락에서 내려오는 법수치 계곡에는 아직도 꺽지, 산천어 등이 서식한다.
숲과 계곡에서 벗어나면 양양의 바다다. 양양의 남쪽 끝단에 자리잡은 남애항은 양양의 포구 중 가장 아름다운 항구로 꼽히는 곳이다. 남애항 언덕에 자리잡은 소나무가 이곳의 상징이며 남애항과 남애 해수욕장에서는 영화 ‘고래사냥’에서 주인공들이 모래사장을 뛰어가는 마지막 장면이 촬영되기도 했다. 포구 끝자락에는 양양의 트레이드 마크처럼 굳어진 송이등대가 들어서 있다.
◇ 남애항 송이등대 ⓒ 서영진
남애항에서 7번 국도를 따라 북쪽으로 거슬로 오르면 양양의 명소 해변들이 줄줄이 모습을 드러낸다. 죽도해변은 소나무와 대나무가 어우러진 죽도로 유명한 곳으로 죽도는 예전에는 섬이었지만 지금은 육지와 연결됐으며 정상에는 죽도정이 자리잡고 있다.
양양의 바다를 제대로 조망하려면 하조대, 의상대 등을 빼놓을 수 없다. 고운 모래가 인상적인 하조대 해변을 에돌아 오르면 하조대와 하조대 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파도소리, 불경소리가 어우러진 절경은 의상대에서 정점을 찍는다. 낙산사의 절벽에 기대선 의상대는 사찰과 낙산해변을 아우른 풍경으로 연중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2005년 화재로 소실된 낙산사는 복원이 완료된 상태다.
양양 여행에는 각종 체험거리가 어우러진다. 오산 해변 인근에는 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이 들어서 이 일대 신석기문화의 흔적을 직접 만나 볼 수 있다. 갈대밭을 따라 야외에 조성된 나무데크길이 인상적이다. 또 양양읍내의 5일장도 반드시 들려볼 일이다. 양양 5일장은 영동지방에서 가장 큰 전통장으로 인근 시골에서 생산되는 각종 특산물이 쏟아져 나온다. 매 4일, 9일에 남대천 하류에 장이 선다. 양양의 가을에는 축제도 풍성하다. 10월3일까지 송이축제가 열리며 10월 22~23일, 29~30일에는 남대천 일대에서 연어축제와 연어 맨손잡이 행사가 펼쳐진다.[데일리안 여행 = 정현규 객원기자]
<당일 여행코스>
송천 떡마을→구룡령 옛길→갈천약수→남애항→의상대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송천 떡마을→양양에너지월드→구룡령 옛길→갈천약수→법수치(숙박)
둘째날: 남애항→하조대→오산리 선사유적박물관→의상대→양양 5일장(양양장터)
메타세쿼이아 단풍길 걸으며 가을 정취에 젖다
한국관광공사는 “강추! 우리 고장 가을 길” 이라는 테마 하에 2011년 10월의 가볼만한 곳으로 ‘바다와 가을의 추억을 나누다, 변산 마실길(전라북도 부안)’, ‘가을 풍경 속으로 빠지다, 팔공산 올레길(대구광역시 동구)’, ‘영동과 영서를 잇는 민초들의 옛 고갯길, 구룡령 길(강원도 양양)’, ‘메타세쿼이아 단풍길 걸으며 가을 정취에 젖다(대전광역시 서구)’, ‘산과 강의 합작품 상주 낙동강길(경상북도 상주)’, ‘카누타고 즐기는 유유자적 물레길(강원도 춘천)’ 등 6곳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 장태산휴양림 가을 풍경 ⓒ 유연태
메타세쿼이아 단풍길 걸으며 가을 정취에 젖다
위치 : 대전광역시 서구 장안길 353
대전광역시 남부의 장태산자연휴양림은 수종이 다양하면서도 특히 메타세쿼이아 숲이 울울창창하게 형성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메타세쿼이아는 석탄기 이전부터 번성한 식물이라서 은행나무와 함께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 낙우송과에 속하는 이 나무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송’이라고도 부르며 가로수나 조경수로 많이 활용된다고 한다.
장태산휴양림의 메타세쿼이아나무는 정문을 지나면서부터 듬직한 모습을 드러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리저리 뒤틀림 없이 그저 하늘로만 곧게 뻗어올라간 수형, 위아래로 긴 삼각형 형태를 이룬 나뭇가지, 계절의 변화에 따라 갈색으로 물들어가는 나뭇잎, 군집을 이뤄 숲에 고요함을 선사하는 착한 능력. 다른 휴양림에서는 좀체로 찾아보기 힘든 분위기이다.
휴양림을 찾은 여행객들은 만남의 숲이나 연못에서 잠시 숨을 고른 다음 관리사무소 앞에서부터 ‘숲체험 스카이웨이’라는 독특한 시설을 걷기 시작한다. 워낙 메타세쿼이아의 키가 크다 보니 나무 중간쯤의 높이에 목재데크로 스카이웨이 길을 만들어놓았다. 외국에는 이런 공중 산책길이 종종 만들어져 있다.
하늘 길을 따라가면서 여행자들은 곳곳에 붙은 안내판을 통해 숲에 대해 재미있게 공부를 하게 된다. ‘솎아베기와 가지치기의 효과’, ‘항암제를 만드는 식물공장’, ‘가을엔 왜 단풍이 들까’ 등의 안내문을 읽는 재미가 발걸음을 느리게 만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안내판에는 ‘새의 해충구제 효과’, ‘나비와 나방은 무엇이 다를까’, ‘버섯의 종류’, ‘독버섯을 구별하는 방법’ 등도 상식을 풍부하게 해준다. 또 하나, ‘산에서 이런 때는 이렇게 하자’를 주의깊게 읽어두면 큰 도움이 될 듯싶다. 뱀에 물렸을 때, 벌에 쏘였을 때, 독버섯을 먹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잘 일러주고 있다.
스카이웨이는 스카이타워로 이어진다. 달팽이관처럼 빙글빙글 도는 데크길을 따라 올라 정상에 서면 장태산휴양림 주변 산들이 가깝게 다가오고 바람 또한 시원하기 짝이 없다. 키 큰 메타세쿼이아들도 발 아래에서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 듯하다.
◇ 장태산휴양림 숲속의집 ⓒ 유연태
스카이웨이 초입의 숲속어드벤처 지역에서 숲속의 집 지역까지 이어지는 산길(0.78km)이 있는데 이 길 대신 관리사무소 앞에서 출발, 임간교실 옆을 지나는 산책길(0.5km)을 이용하면 걷기가 덜 힘들다. 메타세쿼이아 숲에 조성된 임간교실에는 평상이 여기저기 놓여 있어 도시락을 꺼내놓고 가을 소풍을 즐기기에 적당하다. 숲의 향기, 숲의 노래가 훌륭한 디저트이다.
이곳을 지나면 철마다 다양한 꽃들이 번갈아 피어나는 교과서식물원이 나온다. 다시 방향을 바꿔 산림문화휴양관 뒤편 숲길을 걷다보면 숲속수련장이 모습을 보인다. 이곳까지의 거리가 대략 0.5km, 숲속수련장에서 연못까지가 0.3km, 연못에서 정문까지가 또 0.3km이니 이 정도만 걸어도 총 2km 정도의 숲속길을 산책하는 셈이다. 서두르지 않고 느린 걸음으로 돈다면 1시간 정도가 걸린다.
장태산자연휴양림에서는 주말이나 휴일에 가족들을 대상으로 한 숲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숲해설가와 함께 다니면서 숲의 가치와 혜택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 확대경인 루페나 돋보기 등을 미리 준비해가면 좋다. 주중에는 유치원생, 청소년 및 성인 단체를 대상으로 오전 10시부터 두 시간에 걸쳐 숲해설 및 체험놀이가 이뤄지기도 한다.
숙박시설은 평형별로 다양하다. 숲속수련장에는 4인용인 까치실, 제비실, 5인용인 뻐꾸기실, 참새실이 모여 있다. 6인용 숲속의 집은 감나무집, 대나무집, 밤나무집, 벚나무집, 잣나무집, 전나무집, 참나무집, 향나무집 등의 이름을 달고 있다. 15인용 대형 숲속의 집은 세쿼이아집, 소나무집 등 두 동이다.
휴양림을 떠나기 전 고 임창봉선생의 흉상을 만나본다. 독림가로 훌륭한 업적을 남긴 임선생은 1972년부터 장태산 80여ha(24만평)에 2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사람이다. 1991년에는 민간 최초의 휴양림을 만들고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숲을 가꾸었다.
◇ 장태산휴양림 숲체험스카이웨이 ⓒ 유연태
숲길 산책 여행을 마친 다음에는 대전 시내로 이동해서 국립중앙과학관, 대전시민천문대, 대전교통문화센터, 뿌리공원과 족보박물관 등을 방문한다. 초등학생들의 교과서 체험학습 여행지로 좋은 곳들이다. 국립중앙과학관은 우리나라의 첨단과학기술, 기초과학, 과학기술역사, 자연사 등을 종합적으로 전시하고 있다.
상설전시관을 중심으로 천체관, 특별전시관, 영화관, 탐구관 등이 배치돼있다. 상설전시관에서는 우주에서 인간까지, 한국의 자연사, 한국과학기술사, 지구과학, 에너지의 이용 등을 이해할 수 있다. 모형, 대형패널 등 다양한 전시기법이 동원돼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도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가 즐거운 마음으로 과학의 세계에 빠져든다.
대전시민천문대는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낮시간대에는 태양을 관측할 수 있고 해가 진 뒤부터는 밤하늘의 별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천체투영관 돔스크린에는 계절별로 밤하늘의 별이 투영되는데 가히 환상적이다. 별자리와 천체의 운행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2층의 전시실에는 우주개발의 역사, 우주의 탄생에서 지금까지, 망원경의 구조와 기능, 미래 우주 가상 체험 등에 대해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이어서 보조관측실과 주관측실로 이동하면 굴절망원경, 반사망원경, 반사굴절망원경, 쌍안경 등을 통해 태양흑점과 홍염, 월면, 행성, 성운, 성단, 은하수 등을 찾아볼 수 있다.
엑스포과학공원 안에 있는 대전교통문화센터는 교통사고로부터 우리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는 방법도 배우고, 미니카를 운전하면서 교통안전도 체험하고, 교통수단의 변천 과정도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교통안전시뮬레이션체험관은 마치 수십 대의 놀이기구가 가지런히 놓여진 실내놀이 게임장처럼 생겨서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실제가 아닌, 가상의 현실을 통해서 교통안전의 중요성을 몸으로 익힐 수 있다.[데일리안 여행 = 정현규 객원기자]
<당일여행 코스>
① 장태산휴양림→뿌리공원과 족보박물관→오월드→대청댐물문화관
② 장태산휴양림→국립중앙과학관→대전교통문화센터→대전시민천문대
<1박 2일여행 코스>
첫째날/한밭수목원→이응노미술관→엑스포과학공원→국립중앙과학관→대전시민천문대→장태산휴양림 숙박
둘째날/장태산휴양림 산책→뿌리공원과 족보박물관→오월드→우암사적공원→동춘당 근린공원→대청댐물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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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우리 고장 가을 길”
산과 강의 합작품 상주 낙동강길
정현규 객원기자 (2011.10.04 15:24:03)
◇ 상주자전거 ⓒ 오주환
산과 강의 합작품 상주 낙동강길
위치 : 경북 상주시 사벌면 삼덕리 산12-3
산은 물을 품고, 물은 산의 품에서 조금씩 커간다. 하나를 만나 둘이 되어 내를 이루고, 또 다시 둘을 만나 강이 되어 흐른다. 제법 큰 물줄기가 된 뒤에는 산과 조화를 이루며 멋진 경관을 만들어낸다.
낙동강 천삼백리 물길에서 ‘낙동강 제1경’으로 꼽는 곳이 상주 경천대다. 깎아지른 절벽과 그 밑을 흐르는 강이 만들어내는 절경이 가히 하늘이 만들었다는 말이 실감난다. 이곳이 바로 상주의 ‘MRF 이야기 길’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제1코스인 낙동강 이야기의 시작점이다. 경천대를 배경으로 숲이 우거지고, 강변에는 낙동강의 금빛 모래사장, 사벌면의 들녘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기 때문이다.
‘MRF 이야기길’은 상주시가 제주 올레길에 버금가는 길을 만들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걷기 코스다. MRF란 산길(Mountain Road), 강길(River Road), 들길(Field Road)을 걷는 코스다. 반드시 산길, 강(하천)길, 들길이 포함 되어야 하고, 원점 회귀가 가능하면서 해발 200~300m로 낮은 산길이 있어야 한다. 이 길은 걷는 것만 아니라 상주를 상징하는 자전거를 타고 여행할 수 있는 개념을 도입한 길이다. 낙동강, 이안천, 상주시내 등 3개 권역에 13개 코스를 선보이고 있다.
낙동강 이야기길의 출발점인 경천대에서는 먼저 전망대에 올라가 보자. 3층의 전망대에 오르면 S자로 흐르는 낙동강이 내려다보인다. 들녘을 휘돌아 부드럽게 내려오는 낙동강은 경천대를 만나면서 절벽에 부딪쳐 다시 물길을 돌려 휘어 나간다. 경천대를 중심으로 위는 부드럽고 아래는 거친 느낌의 풍경이 사뭇 다르다.
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자연스레 경천대로 발길이 옮겨진다. 절벽 위 기암이 소나무와 어우러져 있다. 가까이에서 보는 것보다 멀리서 보는 풍경이 더 멋지지만, 발밑으로 흐르는 강 풍경은 경천대에서 봐야 제격이다. 예전에는 물 깊이를 헤아릴 수 없어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고 한다.
경천대는 임진왜란 때 활약한 정기룡 장군이 젊어서 용마와 함께 수련을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때 장군이 바위를 파서 만들었다는 말먹이통이 남아 있다.
◇ 경천대낙동강 ⓒ 오주환
경천대 옆에는 무우정이란 정자가 얌전하게 들어 앉아 있다. 조선 인조 15년(1637) 우담 채득기가 은거하며 학문을 닦던 곳이다. 우담은 병자호란 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간 소현세자와 봉림대군을 따라가 함께 고생했던 인물이다. 봉림대군이 왕(효종)으로 등극한 뒤 곁에 있기를 청했으나 끝끝내 거절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무정을 세웠다.
무우정에서 강변 오솔길을 따라 가면 절벽 위에 드라마 <상도> 세트장이 나오고, 다시 주차장 방향으로 걸어가 고갯마루에 있는 육각정 이정표를 따라가면 정기룡 장군이 용마를 얻었다는 낙동강 제1용소가 나온다. 이곳에서 길을 내려가면 자전거박물관을 만난다.
자전거박물관은 상주시가 자전거 도시임을 대변해 주는 존재다. 2002년 남장사 입구에 개관했다가 2010년 10월에 지금의 자리로 이전했다. 박물관의 규모는 크지 않다. 전시물은 모두 자전거. 초창기에 발명된 자전거에서 현재의 MTB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자전거가 전시되어 있다. 전시물 중에는 나무로 만든 자전거, 이층자전거, 물 위를 달릴 수 있는 수륙양용자전거 등 희귀한 자전거도 있어 눈길을 끈다. 지하 1층 자전거대여소에서는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준다.
박물관 앞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경천교를 건너면 오른쪽으로 드라마 <상도>촬영세트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포장되지 않은 1.5km의 강변길이다. 낙동강 이야기길에서 유일하게 강변을 따라서 걸을 수 있는 길이라 강바람 맞으며 가을 햇살이 부서져 흩날리는 강줄기를 즐기며 걷는 행복한 여정이다.
<상도> 촬영 세트장에서는 대장간, 물레방앗간 등에서 지난 드라마 속 장면을 떠올리며 사진도 찍어보자.
촬영세트장에서 청룡사 가는 길은 오르막이다. 포장되어 있어 그리 힘들지는 않다. 1672년에 창건되었다고 하나 아쉽게도 세월의 흔적이 많이 사라졌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게 하나 있다. 유유하게 흐르는 낙동강 줄기다. 경내 범종각에서 바라보는 강줄기는 경천대에서 보는 것보다 길게 뻗은 것이 다른 맛이 난다.
◇ 경천대 ⓒ 오주환
청룡사 뒤편으로 비봉산 정상 전망대로 이어지는 길이 나 있다.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충분하다. 오르막이지만 발 아래로 낙동강이 함께 해 주니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다. 한 발 내딛고 앞을 바라보면 상주보가 낙동강을 가두어 수량을 풍성하게 하고, 또 한 발 내딛고 뒤를 돌아보면 유장한 강물이 계속 뒤따른다. 그렇게 정상 전망대에 오르면 낙동강 이야기길의 진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산을 돌고 들을 감아 흐르는 물길, 강을 보듬은 산자락, 여기에 인간의 솜씨가 더해진 수변생태공원이 정점을 찍는다. 4대강 정비사업으로 금빛 모래사장에는 잔디와 나무로 그림이 그려지는 중이다. ‘나래공원’으로 이름 지어진 수변생태공원에는 화원, 들꽃군락지, 해오름전망대, 농경지체험원, 조류관찰원, 잠자리 서식처, 산책로, 갈대밭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냥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작품을 만드는 손길은 그 위에 솜씨를 더해 더욱 멋진 공간으로 탄생시키겠다는 의지가 녹아난다.
비봉산 전망대에서 다시 길을 되짚어 경천대로 돌아오는 데 4시간이면 족하다. 길지 않은 코스지만 산길도 걷고, 강변길도 걸으며 가을이 만들어낸 자연의 선물을 한아름 받아갈 수 있는 행복한 하루다.[데일리안 여행 = 정현규 객원기자]
<당일여행코스>
경천대→상주박물관→자전거박물관→상도촬영세트장→청룡사→비봉산전망대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경천대→상주박물관→자전거박물관→상도촬영세트장→청룡사→비봉산전망대
둘째날
사벌왕릉→충의사→임란북천전적지→남장사
한국관광공사 추천 10월의 가볼만한 곳⑥
“강추! 우리 고장 가을 길”
카누타고 즐기는 유유자적 물레길
정현규 객원기자 (2011.10.04 15:28:53)
◇ 물레길 ⓒ 최갑수
카누 타고 즐기는 유유자적 물레길
위치 : 강원도 춘천시 송암동 일원
제주 올레길을 시작으로 걷기 열풍이 불었다. 지리산 둘레길, 북한산 둘레길이 생긴지도 오래다. 걷기는 이제 여행의 한 패턴으로 자리잡았다. 호반의 도시 춘천에는 걷기 길과는 또 다른 길이 있다. 의암호 일대를 카누로 여행하는 ‘물길’이다. 이 길은 ‘물레길’이라는 멋진 이름이 붙어 있다.
카누는 우리에게 익숙한 레저는 아니다. 주변에서도 카누를 체험했다는 이를 만나기도 쉽지 않다. 혹시 배우기가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두어도 된다. 30분이면 누구나 물살을 가르며 호반을 미끄러지듯 멋지게 나아갈 수 있다.
카누는 북미 인디언들이 즐겨타던 배다. 강이나 바다에서 교통수단, 수렵도구로 사용했다. 흔히 카약과 혼동하는데, 카누는 한쪽에만 날이 달린 노를 사용하는 반면 카약은 양쪽에 날이 달린 노를 사용한다. 또한 카약은 배의 덮개가 있지만 카누는 덮개가 없다. 카약이 민첩하고 다이나믹한 반면, 카누는 느리고 여유롭다. 카약은 에스키모인들이 주로 탔다고 전해진다.
카누를 만드는 재료는 자작나무, 바다표범 가죽 등 다양한데, 춘천 물레길에는 적삼나무로 만든 클래식 우든 카누가 사용된다. 일일이 손으로 나무를 붙여 만들며 무게가 20kg 안팎으로 가볍고 탄성이 좋다. 성인 남성이 들고 어디든 이동할 수 있는데다 최대 400kg까지 짐도 실을 수 있어 캠핑과 낚시 등 다양한 아웃도어 레저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열흘 정도의 시간을 내면 자신만의 카누를 직접 제작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레길에는 다양한 코스가 있다. 가장 쉬우면서도 대중적인 코스는 ‘붕어섬 길’ 코스. 송암스포츠센터에 자리한 물레길 운영사무국에서 출발해 붕어섬을 한 바퀴 돌아본다. 붕어섬을 왼쪽으로 돌면서 삼악산과 의암댐을 바라보는 풍경이 탄성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아름답다. 카누잉 중 잠시 붕어섬에 들려 휴식을 취하는 것도 이 코스의 장점이다. 약 4km.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중도 길-1‘코스는 선착장과 중도, 하중도사잇길을 돌아보는 약 6km의 코스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중도 길-2‘코스는 선착장에서 출발해 하중도사잇길을 지나 애니메이션박물관을 돌아보고 오는 8km 코스.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 닭갈비 ⓒ 최갑수
카누의 묘미는 느리고 여유롭다는 것. 패들링(노젓기)을 하면 배는 고요히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간다. 카약이나 수상스키나 요트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부드럽게 수면을 미끄러지는 카누는 타는 이의 마음을 가라앉혀준다. 주위 풍경도 새롭게 다가오며 쉽게 자연과 동화될 수 있는 것 같다. 구름이 흘러가는 것도 보이고 노에 물살이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린다. 이게 모두 카누가 느리기 때문이다. 한결 여유롭게 주위 풍경을 즐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마음 내키는 곳에 배를 세우고 자연을 느낄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카누만의 매력이다.
물안개가 피는 요즘 같은 가을철이면 카누는 더 매력 있는 레저가 된다. 우윳빛 물안개를 헤치며 유유히 앞으로 나아가는 기분은 마치 구름 속을 떠다니는 듯 한 느낌. 안개 속에 아련히 떠 있는 섬이며 날개를 퍼득이며 날아가는 물새의 풍경은 이곳이 천국이 아닐까 하는 착각에 빠지게 할 만큼 아름답다.
자, 이제 카누에 익숙해졌다면 본격적으로 의암호 주변 여행에 나서보자.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붕어섬. 1967년 의암댐이 만들어지면서 생겨났다. 인근에 위치한 삼악산에서 내려다보면 꼬리 잘린 붕어가 떠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이름붙었다. 현재 태양광발전단지를 조성중이다.
카누를 타고 가다보면 멀리 중도유원지가 아스라히 보인다. 넓은 잔디밭이 펼쳐지고 울창한 나무숲이 자리하고 있는데다 자전거 대여소, 전동자전거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어 가족여행 장소로 좋은 곳이다. 최근에는 오토캠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갔다면 애니메이션 박물관에 꼭 들러보기를 권한다. 국내 유일의 애니메이션 박물관으로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역사와 원리, 제작 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으며 아트갤러리, 입체극장, 음향제작 체험실 등 다양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각국의 애니메이션이 어떻게 다른지를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황금박쥐>, <로보트 태권 V> 시리즈 등 추억의 만화영화 소품도 볼 수 있다.
◇ 물레길 ⓒ 최갑수
춘천 여행에서 닭갈비와 막국수를 빼놓으면 허전하다. 춘천 명동에는 닭갈비 골목이 있는데 30여개가 넘는 닭갈비집이 영업중이다. 춘천 지역을 통틀어서는 약 400~500여개 업소가 성업 중이라고 한다.
막국수 역시 춘천의 대표음식. 1970년대부터 춘천 도심지 곳곳에 생겨나기 시작한 막국수 전문점은 현재 130개 업소에 달하고 있다. 각종 야채와 소스를 곁들인 쟁반막국수, 뜨거운 육수에 말아먹는 온면막국수를 비롯해 산채막국수, 꿩막국수 등 막국수의 종류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막국수 체험박물관도 있는데, 춘천의 대표 요리인 막국수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다. 거대한 맷돌 모형이 있는 박물관 1층에서는 메밀의 생태와 효능, 유래와 분포 등을 알려준다. 또 전통적인 메밀 재배 방법과 현재의 제분, 반죽, 제면 방식도 보여준다. ‘막국수 만들기’ 체험도 해볼 수 있는데, 메밀가루를 반죽해 면을 뽑고 삶아 식당에서 곧바로 시식해볼 수 있다. 체험 비용은 3천 원이다.
명동 닭갈비골목에서 중앙시장이 가깝다. 200여 개가 넘는 점포가 이어지는데 시장의 뒷골목에 10여점의 벽화와 설치미술 작품이 있는 ‘골목갤러리’, 시장의 옛 물건들을 통해 지역의 역사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장박물관’ 등이 눈길을 끈다.
국밥집과 떡볶이집, 메밀부침개집 등 맛볼 음식도 많다. 가장 인기 있는 집은 ‘명동&12539;명물떡볶이’.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배용준이 라면을 먹었던 분식집이다. 일본인, 중국인이 반드시 찾는 명소이기도 하다. 모듬 접시를 시키면 떡볶이, 순대, 만두, 튀김, 도너츠, 김밥, 어묵 등을 한 접시에 푸짐하게 담아준다.
남이섬도 찾아보자. 아기자기한 건물들과 나무가 가득한 산책길로 유명하다. 특히 메타세쿼이아와 잣나무, 자작나무 등이 들어선 숲길은 남이섬에서도 가장 운치 있는 곳. 섬 안에는 기념품을 파는 가게와 식당, 리조트 등이 들어서 있어 하루 쯤 돌아보기에 좋다.
<당일여행코스>
춘천물레길 카누체험→애니메이션박물관→명동 닭갈비골목→중앙시장
<1박2일 여행코스>
첫째날 : 춘천물레길 카누체험→애니메이션박물관→명동 닭갈비골목→중앙시장
둘째날 : 중도유원지→막국수체험박물관→→남이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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