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일본 수도 도쿄(東京) 이치가야(市ケ谷) 방위성에 3세대 패트리엇(PAC-3) 포대가 배치됐다.
철수 1년 3개월 만이었다. 방위성 간부는 청사 부지에 패트리엇이 배치됐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구체적인 운용 방안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고 이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앞선 9일, 일본 항공자위대는 도쿄도 내에서 패트리엇 전개 훈련을 펼쳤다.
자위대 또는 주일 미군 시설을 벗어나 패트리엇 전개 훈련을 한 것은 2013년 이후 네 번째다.
일본이 최근 들어 이런 훈련을 한 이유를 추측하기는 어렵지 않다.
북한이 2일 원산 인근 해상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시험발사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미국의소리(VOA)는 11일 미국 의회조사국이 발표한 ‘탄도미사일 방어’ 보고서를 인용,
북한이 이미 한국 전역을 사거리 안에 둔 수백 대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비롯해
일본과 역내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탄도미사일 수십 기를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ㆍ단거리 미사일 공격 방어를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포대가
한국과 괌 미군기지 등에 배치돼 있고, 강력한 탐지 능력을 자랑하는 사드 레이더도 일본에 배치돼 있다고 덧붙였다.
◇걸프전서 이라크군 스커드 방어한 패트리엇
일본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결국 패트리엇이었다.
패트리엇은 1980년대 미국 방위산업체 레이시온(Raytheon)이 개발하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1988년부터 1세대 패트리엇(PAC-1)이 냉전이 진행 중이던 유럽에 배치됐고 실전에서 본격적으로 사용된 것은
1990년 8월부터 1991년 2월 말까지 벌어진 걸프 전쟁에서부터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은 걸프전 중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표적으로 탄도미사일인 스커드를 발사했고,
미국을 위시한 다국적군의 2세대 패트리엇(PAC-2)과 PAC-3이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하는 장면이
CNN 방송으로 중계되면서 지금까지 빠른 속도 때문에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책으로 패트리엇이 떠오르게 된다.
일본 방위성에 배치된 3세대 패트리엇은 길이 5.2m에 직경 255~300㎜로
2세대에 비해 비행속도가 빨라진 것이 특징이다.
2세대 패트리엇은 최고 속도가 마하(음속)5에 그쳤지만 3세대 패트리엇은 이를 뛰어넘는다.
사정거리는 70㎞가 넘고 30㎞ 거리에 있는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대응할 수 있다.
지상 통제소의 지령을 받아 적의 탄도미사일을 탐지했던 2세대와 달리 3세대 패트리엇은
미사일 스스로 레이더 전파를 발신하고 반사파를 수신해 적을 추적한다.
소형 로켓 모터 수십여 개를 미사일 측면에 장착해 공기가 희박한 곳에서도
방향 전환을 할 수 있는 게 장점 중 하나이다.
◇표적 위치 따라 요격 방법 갈려
탄도미사일 요격은 표적 미사일의 비행 단계별로 방법이 달라진다.
표적 미사일의 비행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린 ‘상승 단계’에서 요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미사일의 발사 장소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발사 장소 인근까지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어려움은 더욱 커진다.
미국과 같이 태평양과 대서양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두고 적국과 맞서는 국가는 ‘중간 단계’ 요격법을 사용할 수 있다.
중간 단계 요격법은 미사일이 표적으로 비행하는 동안 격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거리 3,000㎞ 이상을 비행하는 중거리 탄도미사일과 그 이상의 사정거리를 가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중간 단계 요격법의 목표다.
미국이 자랑하는 미사일방어체계(MD)는 미국의 풍부한 해군 전력을 십분 활용,
전 세계 해상에 군함을 보내면서 적의 미사일 발사를 추적하고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패트리엇은 ‘종말 단계’ 요격 시스템으로 분류된다.
박근혜 정부 시절 배치 문제로 국론을 분열시켰던 사드 역시 종말 단계 요격 시스템 중 하나다.
사드는 주 임무인 항공기 요격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추가되는 일반적인 방공 미사일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 마틴이 개발했다.
1,800㎞에 달하는 레이더 탐색 범위를 기반으로 미국의 MD에서 탄두가 대기권으로 재진입해
낙하하는 중 고고도 요격을 담당한다.
확실한 적 미사일의 파괴를 위해 ‘직접 파괴(Hit-to-kill)’ 방식을 채용하는 것도 특징이다.
◇예멘 내전에서도 맹활약
2015년 발발해 지금까지 계속되는 중동 예멘 내전에서도 탄도미사일 요격은 큰 역할을 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후티 반군이 정부군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패트리엇이 효과적으로 막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공개된 바 있다.
게다가 후티 반군은 지대공 미사일을 개조해 탄도미사일로 사용하는 등 변칙적 공격을 시도해 왔다.
2017년 5월 패트리엇의 제조사 레이시온은 개전 후 첫 2년 동안 사우디와 예멘을 상대로 발사된
탄도미사일 100여발 중, 패트리엇이 요격을 시도한 표적 대다수가 격추됐다고 밝혔다.
미국의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도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 공격 50번 동안 (사우디 등이)
피격당한 빈도는 14건”이라면서 패트리엇이 적의 탄도미사일을 70% 막아 내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예멘에서 패트리엇의 성과는 한국에도 시사점이 크다.
후티 반군의 뒤를 봐주고 있는 이란은 북한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010년 이란에 대포동 2호 미사일 기술을 제공하는 등 군사협력도 지속하고 있다.
1990년대 미국 정보당국은 “북한의 지속적인 대이란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과 부품 수출이
이란의 군사력을 질적으로 향상시켰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후티 반군이 사용하는 탄도미사일이 북한의 기술을 기반으로 생산됐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사우디가 예멘 반군의 탄도미사일 요격에 성공했다면, 한국 역시 패트리엇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2010년 독일이 사용하던 2세대 패트리엇 2개 대대, 8개 포대를 도입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3세대 패트리엇 구입을 결정했고 미국 정부의 판매 승인이 이뤄졌다.
주한미군 역시 3세대 패트리엇을 한반도에 배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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