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모터사이클이 플랫트랙 레이서를 모티브로 한 FTR1200에 이어 새롭게 선보인 모델은 현대적인 감각의 투어러 챌린저다. 기존에 없던 이미지의 새로운 모델로 새로운 시장에 도전하는 인디언 모터사이클의 이미지는 점점 젊고 도전적으로 바뀌고 있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1901년에 설립된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모터사이클 브랜드다. 비록 1950년대 이후 회사의 소유권이 이리저리 넘어가는 바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도 닥쳤지만 브랜드가 가진 힘과 팬들의 사랑에 힘입어 꾸준히 명맥을 이어왔다. 브랜드에 날개를 단것은 2011년 ATV와 빅토리 모터사이클로 유명한 폴라리스 인더스트리로 인수되면서부터다. 치프 시리즈를 시작으로 스카우트 시리즈까지 브랜드 고유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새로운 모델을 투입하며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도전자 인디언 모터사이클이 다음 세대의 투어러로 선보인 ‘챌린저’는 프레임 마운트 방식의 페어링을 가진 배거 크루저다. 배거는 아메리칸 크루저 중 새들백을 장착한 투어링 모델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크루저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에서는 챌린저의 성능을 강조해 ‘퍼포먼스 배거’라고 부르고 있다. 프레임 마운트 방식은 말 그대로 페어링이 프레임에 붙어있어 핸들에 무게를 더하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가장 큰 장점은 거대한 페어링이 핸들과 함께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핸들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할리데이비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번에 로드글라이드를 떠올릴 것이다. 전체적인 실루엣부터 구성이 무척 닮았다. 인디언 모터사이클도 이를 숨기기보다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자사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챌린저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로드글라이드와 비교 테스트 영상을 올리고 있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이름부터 ‘도전자’라는 것은 꽤나 노골적인 작명이다. 진보적인 디자인 차량의 전체적인 디자인은 현대적인 분위기를 넘어 미래지향적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다. 강렬한 인상을 자아내는 프런트 페어링과 헤드라이트 디자인은 전에 없던 독특한 형태다. 사실 챌린저가 이러한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택한 이유는 꺼낼 헤리티지가 없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할리데이비슨 로드 글라이드는 오래전부터 만들어온 모델로 자신만의 역사가 있지만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이러한 타입의 투어링 모델이 처음이다. 그래서 오히려 완벽하게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접근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다. 없는 헤리티지를 억지로 씌우려고 했다면 그저 아류로 남았을 것이다. 챌린저의 디자인 책임자인 올라 스테네야드Ola Stenegard는 2018년 초까지 BMW모토라드에서 수석디자이너로 근무했고 HP2 스포트와 S 1000 RR, 그리고 R나인티 등 굵직한 모델을 디자인한 스타 디자이너다. 고전적인 실루엣에 현대적인 디테일로 채우는 것은 그의 장기인데 챌린저에도 그 능력이 십분 발휘되고 있다. 전면의 화려함에 비해 리어가 조금 단순해 보이지만 큼직한 차체에 강조된 볼륨, 선 굵은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 고전적이고 우아하기보다 파격적이고 도전적이다. 기능적인 면과 조형적인 면을 고르게 만족시켜주며 바이크를 세워두고 한참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감탄하게 만든다. FTR 1200에 이어 챌린저까지, 기존의 인디언의 분위기에서 벗어난 현대적인 모델들을 인디언 브랜드로 출시하기 위해 폴라리스 그룹이 빅토리 브랜드를 정리한 것이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인상적인 주행성능 아이들링 상태에서도 클러치만 슥 붙여주면 바이크를 출발시킬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넘친다. 낮은 회전영역의 토크를 이용해서 달리면 “투두두두두”하고 깔리는 저음과 엉덩이를 두드리는 기분 좋은 고동감이 크루저의 매력을 어필한다. 고출력 엔진으로의 변화는 스로틀을 크게 비틀면서 시작된다. 한 발 한 발 터지는 것이 명확하게 느껴지던 배기음이 그르렁 거리는 소리로 바뀌는 순간, 순식간에 주변 풍경을 뒤로 던져버린다. 아메리칸 머슬카의 화끈한 가속감과도 닮았다. 그러고 보면 엔진 자체가 저속으로 달릴 때에도 약간은 신경질 나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꾸 회전수를 높여 달리라고 재촉하는, 그러니까 크루저 바이크 치고는 느긋한 타입의 엔진은 아니다. 생각해보니 스카우트 엔진과도 비슷하다. 전자식 스로틀의 채택으로 레인, 스탠더드, 스포츠의 3가지 주행모드가 있으며 각 모드별로 스로틀의 반응 차이가 확실하다. 강력한 토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다룰 수 있다. 트랙션 컨트롤 시스템도 탑재하고 있는데 메뉴에서 트랙션 컨트롤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재밌다. 전자 장비의 개입 없이 강력한 토크를 즐기며 탈 수 있는 배려(?)라니! 여느 스포츠 바이크 두 대 무게에 육박하는 377kg의 묵직한 바이크지만 바퀴가 구르기 시작하면 마술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낮게 깔린 무게중심으로 바이크를 적극적으로 다뤄도 크게 부담이 없다. 서스펜션 세팅에서 주행성능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다. 앞에는 스포츠 바이크들이 흔하게 사용하는 고사양의 도립식 포크를 사용하고 포크의 각도를 25도로 날렵하게 세워서 민첩한 핸들링을 만든다. 덕분에 길게 쭉 뻗은 도로뿐만 아니라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릴 때도 상당히 즐거웠다. 특히 리어 서스펜션의 세팅이 인상적이었다. 가속 시 리어 서스펜션이 늘어나는 안티 스쿼트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크루저들이 리어를 낮게 설정하기 위해 안티 스쿼트를 적용하지 못하는데 챌린저는 이를 적용하기 위해 엔진 설계부터 구동축을 높게 설정했다. 덕분에 가속할 때 리어의 그립이 더욱 또렷하게 느껴진다. 여기에 언제든 멈출 수 있도록 320mm대구경 더블 브레이크 디스크와 4피스톤 브렘보 캘리퍼 조합이 강력한 제동력을 선사한다. 이처럼 차량의 구성을 살펴볼수록 주행성능에 신경을 많이 썼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양면의 매력 헬멧 주변을 맴돌던 바람소리는 전동 윈드쉴드를 올리자 볼륨을 줄인 듯 사라진다. 오디오의 볼륨을 높였다. 배경 음악이 깔리고 배기음이 부드럽게 박자를 맞추며 바이크 위에 폼을 잡고 앉아 있으니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을 달리는 것 같다. 좌우 68리터 용량의 새들백은 며칠 분 옷가지를 챙겨가기에는 넉넉하다. 이대로 발, 아니 바퀴가 닿는 대로 계속 달리고 싶다. 이 도로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기분 좋은 주행이었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새로운 엔진으로 야심차게 도전을 걸어온 인디언 챌린저는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에 크루저 본연의 여유로운 매력과 파워풀한 주행이 주는 짜릿한 재미를 함께 누릴 수 있었다. 기존의 배거에 없던 젊고 다이내믹한 에너지가 마음에 콱 박힌다. Indian Motorcycle Challe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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