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 이 바이크, 베이스가 뭐야?” 러프크래프트 윈스턴 예(Winston Yeh)가 보여준 트래커 스타일의 까만 커스텀 바이크는 한눈에 베이스 모델을 알기 어려웠다. 그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씨익’ 웃으며 “두카티 하이퍼모타드!”라고 대답했다. 다시 보니 그제야 화려한 매니폴드의 존재감에 가려진 L트윈 엔진과 블랙으로 칠해진 트렐리스 프레임이 눈에 들어왔다. 러프크래프트 윈스턴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커스텀 빌더다. 대만은 의외로 국내보다 대형 모터사이클 커스텀의 규제가 많아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일찍부터 해외시장으로 진출했다. 대만에서는 자르고 용접하지 않는 볼트-온 방식의 커스텀을 주로 하고 있다. 윈스턴은 이런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새로운 커스텀 바이크 ‘이그니어스 리퍼’는 두카티 하이퍼 모타드 939를 최근 유행하는 트래커로 변신시킨 것이다. 여기에 17인치 온로드 휠과 타이어를 장착해 도로에 최적화시키고 ‘스트리트 트래커’라고 정의했다. 이 스타일로 꾸미게 된 계기가 재밌다. 바이크의 오너는 하이퍼모타드에 반해서 구매했지만 막상 타이페이 시내의 막히는 도로에서 달려보니 870mm의 높은 시트고가 큰 스트레스였다고 한다. 하지만 업라이트 포지션 주행 스타일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그에게 작업을 의뢰할 때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높이를 낮추고 새로운 스타일로 주문했다고 한다. 그래서 트래커 스타일임에도 17인치 휠 사이즈를 유지시켰고 차고를 낮추기 위해 수많은 스케치와 시뮬레이션 작업을 거쳤다. 프런트 서스펜션은 가와사키 ZZR1400용 올린즈 FRGT207모델을 사용했다. 리어쇽은 올린즈 하이퍼모타드 제품을 커스텀해서 12mm 줄였다. 엔진과 서브프레임, 스윙암 등 차체를 구성하는 요소는 순정을 그대로 사용했고 서브프레임은 원오프로 제작한 것이다. 프리미엄 파츠들로 특별해지다 러프크래프트는 퍼포먼스 향상과 디자인 카리스마를 위해 카본 섬유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이그니어스 리퍼에도 프런트 플레이트와 연료탱크 커버, 시트 카울 등 전반에 카본 섬유를 사용했다. 휠은 BST 카본파이버를 사용했고 독특한 디자인의 리어 카울은 스페인 BOTTPOWER가 뷰엘XB12용으로 만든 트래커 키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브레이크 시스템은 브렘보 대신 베링거 제품을 사용한다. 베링거는 러프크래프트의 파트너 브랜드로 오랜 시간 협업을 진행하며 러프크래프트 전용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고품질 절삭 가공제품을 선보이는 CNC레이싱 트리플 클램프와 배틀가드 핸들바 홀더 등을 사용해 장착했다. 역시 일부 제품은 러프크래프트 전용 모델이다. 다이아몬드 스티치가 들어간 시트는 러프크래프트와 협업으로 더 유명해진 킹스맨 시트 작품이다. 정교한 용접비드와 티타늄의 오묘한 컬러, 마치뱀이 또아리 튼 것 같은 굴곡이 매력적인 배기시스템은 트론 레이싱에서 제작한 매니폴드에 SC 프로젝트 소음기를 조합했다. 이렇듯 러프크래프트는 다양한 브랜드 협업을 통해 단순한 커스텀 바이크 작업을 넘어 브랜드 사이에서 콘셉트 모델과 프로토타입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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