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비연 KIDA 선임연구원 보고서 4일 발간해
미국의 신형 3종 저위력 핵무기 특성 등 분석
살상력 낮춘 대신 정밀성, 안정성 등 향상돼
'쓸 수 없는 핵'에서 '쓸 수 있는 핵'으로 전환
동맹국에 대한 '확장억제'공약 신뢰도 향상
북한·중국의 핵 위협 상황 발생할 경우
사상자 700명이내로 줄이며 中ICBM 파괴가능
낙진위험 줄인 벙커버스터로 참수작전도 가능
미국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Ⅱ'가 지난 2016년 8월 31일
핵잠수함 메릴랜드호를 통해 발사되고 있다.
이날은 시험발사여서 미사일에 탄두가 실리지 않았으나 2019년부터는
저위력핵탄두 등을 탑재한 채 핵잠수함에서 운용되고 있다. /사진제공=미 해군
[서울경제]
미국이 근래에 3종의 신형 저위력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면서 동맹국에 대한
'핵 확장억제’ 안보공약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한층 다양화하고 정밀해진 위력으로 북한의 핵도발 가능성을 억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 선임연구원은 4일
‘미국의 신형 3종 저위력 핵무기의 기술적·전략적 특성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냈다.
기존의 전술·전략핵무기는 과도한 살상력 등 부작용으로 인해 사실상 사용이 금기시 됐으나
저위력 3종 무기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해 유사시 실전사용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게
보고서 요지다.
특히 “저위력 핵무기는 유사시 적의 수뇌부에 대한 참수작전과 외과적 수술을 가능케 함으로써
적의 사전공격의 심리적·군사적 비용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조 연구원은 평가했다.
일반적으로 저위력 핵무기란 핵무기 중에서도 파괴력을 20kt(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 수준)
미만으로 낮춘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지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3종의 저위력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3종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W76-2형 트라이던트-Ⅱ’(이하 저위력 핵트라이던트)와
항공기 투발폭탄인 ‘B71-12중력폭탄’(이하 중력폭탄), 핵순항미사일(SLCM)인
‘W80-4형 토마호크’(이하 핵토마호크)다.
이중 저위력 핵트라이던트의 위력은 5~7kt정도다.
개발이 이미 완료돼 지난 2019년부터 미국 핵잠수함 USS테네시함에 탑재됐다.
중력폭탄은 폭탄에 달린 다이얼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위력을 최저 0.3kt에서부터
1.5kt, 10kt, 50kt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이 폭탄은 개발이 거의 완료된 상태이지만 일부 부품 문제로 생산은 2022년까지 연기됐다.
핵토마호크는 향후 7~10년후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료: KIDA 보고서)
조 연구원은 이번 3종 무기의 특성에 대해 투발 수단의 다양화,
현대화, 정밀성·안정성 향상을 꼽았다.
핵트라이던트는 전략 핵잠수함에, 중력폭탄은 장거리 전략폭격기와
주요 전투기(F-15, F-16, F-35)에 탑재 가능하다.
그만큼 미국이 유사시 핵을 싣고 쏠 수 있는 투발수단의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다.
또한 표적에 대한 정밀 타격력이 향상됐고, 과도한 살상우려와
핵 낙진 부작용 발생 가능성은 줄었다.
미국 국방부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북한 내 5곳의 목표물을 중력폭탄으로 파괴할 경우
발생할 사상자는 100명 미만으로 예상됐다.
이는 같은 북한 시설을 전략 핵무기(475kt 위력의 W88 핵탄두)로 타격할 때
남북한에서 200만~30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 것에 비해
부작용 우려가 한층 낮아진 것이다.
해당 시뮬레이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의 모든 대륙간탄도미사일 저장고(ICBM 사일로)를 타격해도
사상자를 최대 700명 이내로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목표물을 타격했을 때 최대 300만~400만명의 사상자를 낼 것으로 예측된 기존의 전략핵무기보다
조 연구원은 특히 지하에 은닉된 적 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로서 저위력 핵무기의 유용성에 주목했다.
그는 우선 중력폭탄에 “정밀성을 기반으로 지하에서 폭발을 유도함으로써 핵 사용에 따르는
낙진문제를 해소 할 수 있고, 이는 보다 사용가능한 핵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저위력핵트라이던트에 대해선 “타격 오차 범위도 90m 이하로 알려져 있으며
슈퍼신관을 사용하여 B61-12와 같은 ‘핵 벙커버스터’로의 사용도 가능해졌다”고 소개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수뇌부가 유사시 지하벙커에 숨은 채
한국 및 동맹국에 대한 무력 행사에 나설 경우 미국이 저위력 핵무기로 이들 수뇌부만
정밀폭격해 제거하는 ‘참수작전’ 에 나설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미 해군 핵잠수함 테네시호가 저위력 핵탄두를 탑재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트라이던트-Ⅱ미사일을 싣고 지난 2019년 하반기 임무작전에 나서는 모습(사진제공=미 해군)
조 연구원은 “이러한 신형 3종 저위력 핵무기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함의는
‘제한된 핵사용’을 기술적으로 현실화하였다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핵 사용을 사실상 금기시켰던 확전의 위협, 낙진문제, 대량살상과 같은
정치·군사·도덕적 요인들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보다 ‘사용가능한’ 핵전력을 통해 상징적인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 대한 공격을 즉시 무력화될 수 있음을 적에게 인식시켜 공격 가능성을 막는
‘거부적 억제’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 공격시 미국의 3종 핵무기로 보복을 당하기 때문에
공격의 이익보다 훨씬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적에게 익식시키는 응징적 역제 효과도 낼 수 있다고 조 연구원은 전했다.
조 연구원은 미국 국방부의 ‘2022년도 국방예산안’ 내용도 환기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에도 전임 트럼프 정부 시절 추진된
저위력 핵무기 관련 예산항목들이 상당 부분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핵 전략기조는 트럼프 행정부와 연속성을 띠는 것으로 분석됐다.
조 위원은 미국의 3종 저위력 핵무기가 향후 중국 및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고조시
한반도의 안보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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