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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엔 수입했는데".. 이젠 외국서 주목하는 전차 만든다

mistyblue 2021. 10. 30. 08:05

육군 K2 전차들이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반도에서 전차는 매우 특별한 존재다. 6·25 전쟁 당시의 기억 때문이다.

T34 전차를 앞세워 전쟁 초기 한국군을 압박했던 북한은

휴전 이후에도 전차를 ‘필승의 수단’이라 생각하고

기갑 전력 증강에 총력을 기울였다.

 

‘T-34 공포’를 경험한 한국군도 북한군의 공격을 저지하고자

전차 확보에 열을 올렸다.

그러나 경제력 등의 문제로 미국에서 공급한 전차를 사용해야 했고,

그나마도 북한군 기갑부대를 완전히 압도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경제력과 기술이 축적되면서 독자적인 전차 개발에 나선 결과,

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는 전차를 확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개발비 부담 등으로 전차를 자체 개발하는 국가가 줄어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국산 전차의 해외 진출 기회는 열려 있다는 평가다.

 

◆미국산 전차 도입·개조로 경험 쌓아

한국군의 첫 전차는 미국산 M4A3E8이다.

6·25 전쟁 당시 미국이 M36을 지원했지만,

장갑이 약하고 포탑도 덮개가 없어 전차보다는

대전차자주포에 더 가까웠다.

따라서 1954년 한국군에 도입됐던 M4A3E8이 첫 전차로 평가를 받는다.

 

육군 M48 전차가 과학화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훈련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M4A3E8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군이 썼던 M4 전차의 최종 개량형이다.

2차 대전 당시에는 5만대가 생산될 정도로 미군에서 널리 쓰이면서 맹활약했지만,

6·25 전쟁 당시에는 85㎜포를 탑재한 북한군 T34 전차에 성능상 열세였다.

 

그러나 전차를 독자 개발할 여력이 없던 한국군으로서는

노후한 M4A3E8도 중요한 존재였다.

1960년 4·19 혁명 당시 서울로 출동했던 계엄군의 전차부대는

M4A3E8를 주로 사용했다.

시민들이 M4A3E8에 올라탄 채 이승만 정권 퇴진 시위를 벌이는 모습은

4·19 혁명의 상징이 됐다.

 

M4A3E8의 뒤를 이어 한국군에 배치된 전차는 M47이다.

1959년부터 새롭게 도입된 M47은 미국이 구소련에 뒤진

기갑전력을 만회하기 위해 1952년에 개발했다.

기존 전차와 달리 거리측정기를 갖췄고,

포탄 적재량도 71발에 달하는데다 엔진의 신뢰성이 높아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쓰였다.

 

1966년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에 따른 전력 보완 차원에서

미국이 공급한 M48 전차는 지금도 일부 수량이 남아있다.

M48은 여러 차례 개량을 거듭하면서 90㎜포를

105㎜포로 교체해 공격력을 높였다.

한국군은 1970년대 M48을 계속 도입하면서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성능개량을 추진했다.

이를 통해 한국군 M48은 공격력과 기동력 등이 대폭 향상된

M48A5K 사양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육군 M48 전차가 훈련 도중 길 가장자리에 멈춰선 채 대기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내 개발 본격화…해외 수출도 ‘눈앞’

한국군은 미국에서 M계열 전차를 지속적으로 도입해 기갑전력을 구축했지만,

북한군과의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력한 성능을 지닌 국산 전차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이에 따라 1970년 창설된 국방과학연구소(ADD)는

M48 성능개량 경험과 해외의 전차 관련 자료 수집 등을 통해

한국형 전차 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 기술 수준으로는 독자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미국 크라이슬러와 개발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물이 1988년 한국군에 채택된 K1 전차다.

K1은 기존 전차보다 월등히 뛰어난 성능을 지니고 있다.

1200마력 디젤엔진은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

전술적 기동에 필요한 힘과 속도를 발휘한다.

제자리 선회와 신속한 방향 전환 능력을 갖췄다.

주야간 관측이 가능하고 전기 유압식 포탑 구동장치를 이용해

최단 시간 내 표적을 정확하게 추적한다.

장착된 105㎜포는 사격이 가능한 범위가 넓다.

 

과학화훈련에 참가한 육군 장병들이 K200장갑차(왼쪽)와

K1전차에 올라타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1은 개발 당시 기준으로는 우수한 성능을 지녔지만,

120㎜ 주포 탑재 등을 포함한 최신 기술 적용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초 성능개량에 대한 소요제기가 이뤄지면서

K1의 성능 향상이 이뤄졌다.

 

가장 먼저 등장한 개량형은 주포를 120㎜로 교체한 K1A1이다.

한국형 복합장갑을 적용해 방어력을 높였으며

전차장 조준경에 열상기능을 추가했다.

KIA1이 K1을 성능개량해 신규생산한 것이라면,

K1A2와 K1E1은 K1A1과 K1 전차의 창정비와 성능개량을 통해 탄생했다.

K1A2는 디지털 전장관리체계와 피아식별장치,

전방과 후방을 볼 수 있는 감시카메라 등을 추가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 정보공유와 더불어 오인사격 위험을 낮췄다.

 

K1E1은 K1의 노후화에 따른 성능개선 요구에 따라

K1A2에 적용된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전차다.

조종수 열상 잠망경, 디지털 전장 관리체계, 냉방장치,

보조전원 공급 장치 등을 새로 장착했다.

 

1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 2021

(서울 ADEX) 프레스데이 행사를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야외 전시장에 전시된

K2 전차를 살펴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014년부터 일선 부대에서 활동한 K2 전차는 선진국에서 만든 전차와

맞먹는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다.

기동성에 중점을 둔 K2는 외국에서 만든 전차보다 가벼운 55t의 중량을 갖고 있다.

1500마력 파워팩(엔진+변속기)을 탑재, 산악지형이 많은 한반도에서도

신속한 기동력을 발휘한다.

적 대전차미사일 등의 위협에 대응하는 능동방호장치를 사용해 생존성을 높였다.

 

K2는 해외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2008년 터키에 기술 수출 형태로 수출이 이뤄졌다.

최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에서는 노르웨이 수출형이 공개됐다.

노르웨이는 노후한 독일산 레오파르트2A4를 대체하기 위해

신형 전차 70여 대를 도입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K2와 독일의 레오파르트2A7이 후보에 올라 있는

노르웨이 전차 도입 사업의 결과는 내년 말 공개될 예정이다.

 

노르웨이 전차 사업에서 K2가 최종 선정된다면,

전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기술력을 인정받는 것이 된다.

그만큼 해외 시장에서 K2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셈이다.

K2는 노르웨이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추가 수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추가 생산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2010년부터 양산이 시작된 K2는 2023년까지 260대가 생산될 예정이다.

 

육군 K2전차들이 가상 표적을 향해 사격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2023년으로 예정된 양산 종료 시점 이전에

추가로 K2를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육군에 남아있는 M계열 전차는 기준수명(25년) 대비

13~14년 이상 초과 운용됐다.

잔존가치가 없다보니 ‘깡통전차’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동력과 화력, 방어력이 취약하고 수리부속 확보에도

문제가 발생해 유지비가 급상승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육군은 2019년 말에 K2 추가 양산 소요를 제기했다.

K2를 추가 생산해 M계열을 모두 퇴역시키고

육군 전차 전력 구조를 국산으로 재편하려는 것이다.

방위산업계에서도 K2의 후속군수지원 보장,

수출 등을 위해서는 생산의 지속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군 안팎에서는 K2의 추가 생산 여부가 양산 종료 예정 시기인

2023년 이전에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K2 이후의 전차 개발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개막한 서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서울 ADEX)에서

국내 유일의 전차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차세대 전차의 컨셉을 공개했다.

55t 중량에 130㎜포를 탑재한 차세대 전차는 인공지능 기반의 운용체계와

유무인 복합운용개념을 적용한다.

스텔스 설계를 통해 탐지 확률을 낮출 예정이다.

차세대 전차가 개발된다면, 2040년 이후의 육군 전차 전력은

K2 개량형과 차세대 전차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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