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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젖소 없는 진짜 우유, 비동물성 우유 개발 열풍

mistyblue 2022. 11. 11. 14:00

대체 단백질 수요 식물성에서 비동물성으로

영양이나 맛 면에서도 비동물성 유제품 잠재력 높은 것으로 평가

기후 위기 극복과 지속가능성 열풍, 대체 단백질 수요는 식물성에서 비동물성으로

 

지난 몇 년간 우유의 글로벌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9억9800만 톤(9억6000만 미터톤)의 우유가 생산됐고 이는 2010년의 전 세계 우유 생산량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이렇게 엄청난 양의 우유를 생산하기 위한 산업 규모의 낙농업은 삼림 벌채, 오염된 수로 및 지구 온난화에 기여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우유 생산을 위해 길러지는 약 2억7000만 마리의 젖소들은 강력한 온실 가스인 메탄 가스와 아산화질소를 생성한다. 현재 기준으로 가장 최근 데이터인 2015년 낙농 산업은 17억 미터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고 이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4%로 항공 및 해운 부문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합친 것과 동등한 수준이다. 

 

낙농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다면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널리 인식되고 있고 지속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가 커지면서 대체 단백질 부문은 푸드 테크 분야에서 가장 인상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벤처캐피탈, 사모펀드 및 인수합병을 아우르는 사적자본시장 전문 리서치 기관 Pitchbook에 따르면, 대체 단백질 부문은 잠재적인 재정적, 사회적 및 환경적 기회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투자자를 끌어들이며 2021년 한해 VC 자금이 60억 달러에 도달해 2020년 총 거래가치의 2배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단백질 부문 VC 거래건수와 투자금액>

(단위: US$ 십억)

[자료: Pitchbook]

 

현재 우유, 치즈, 요거트, 아이스크림으로 대표되는 유제품 부문에서 대체 단백질이라고 하면 대부분은 대두, 완두콩, 귀리, 쌀, 대마, 아몬드, 캐슈넛 등의 식물성 원료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떠올린다. 실제로 미국의 식료품점에서 식물성 원료로 만들어진 유제품은 기존의 동물성 유제품과 거의 동일한 비율로 진열돼 있어 찾기 어렵지 않고 식물성 유제품만을 소비하는 소비층도 많다. 하지만 식물성 유제품을 만들기 위해 식물을 재배하면서 여전히 삼림 벌채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식물 기반 단백질은 동물성 단백질에서만 얻을 수 있는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적고 맛과 풍미가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또한 식물 기반 단백질은 커피에 응고되고 버터나 치즈를 만드는데 적합한 지방과 단백질이 없어 제품을 다양화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대체 단백질을 합성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미생물을 이용해 우유 단백질(유청과 카제인)을 생산하는 정밀 발효 기법, 젖샘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용하는 세포주를 활용해 우유를 제조하는 세포 배양 기법이 빠르게 발달했고 여기에서 합성된 대체 단백질로 제조된 우유 및 유제품들이 이미 상용화되거나 상용화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들은 현재 비동물성(Animal-Free) 혹은 젖소 없는(Cow-Free) 유제품이라는 용어로 지칭되고 있는데, 영양이나 맛 면에서 식물성 우유와 달리 진짜 우유에 가깝고 젖소에서 전통적인 방식으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실험실에서 제조된 것이므로 환경에 대한 영향이 기존 낙농업에 비해 현저히 적어 기후 위기 극복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상당한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물성 단백질이 들어간 비동물성 우유, 미생물 정밀 발효 기술로 구현

 

미국 실리콘밸리 인근 지역에 기반해 2014년에 설립된 퍼펙트 데이(Perfect Day)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동물 없이 실험실에서 우유 단백질을 만들어 낸 기업이다. 퍼펙트 데이는 2021년 10월 캐나다 연금 계획 투자 위원회 등이 주관한 펀딩 라운드에서 약 3억5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지원받고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 7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회사의 주력제품인 우유 단백질은 미생물(Microflora)을 이용한 정밀 발효 기법을 통해 실험실에서 합성된 것으로, 미생물 발효로 설탕에서 우유 단백질을 만들어냈지만 동물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영양학적으로 동일하다.

 

퍼펙트 데이는 당초 동물 없이 유제품을 만드는 방법을 개발하는 단순한 목표로 출발했다. 하지만 자사의 우유 단백질 제조과정이 물 소비량을 최대 99%까지 줄이고 온실 가스 배출량을 최대 97%까지 줄이는 등 ISO 기준 전 과정 평가(LCA)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잠재력을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해당 기술과 비즈니스가 글로벌 식품 공급망 전반에 걸친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른 식품 회사들에 자사에서 제조한 단백질을 판매하는 B2B 비즈니스로 전환했다.

 

Betterland, Bored Cow, Brave Robot, California Performance Co., Modernkitchen, Natreve, CO2COA, JuiceLand 등의 식품 회사는 퍼펙트 데이의 우유 단백질을 활용해 우유, 아이스크림, 단백질 파우더, 프로틴바, 크림치즈 등 다양한 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 중 베터랜드(Betterland)는 퍼펙트 데이의 우유 단백질을 활용해 우유와 프로틴바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스타벅스 시애틀 매장 두 곳(벨뷰와 렌튼)에서는 베터랜드의 비동물성 우유를 이용한 2% 바리스타 블렌드 라떼 커피를 시험적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퍼펙트 데이의 우유 단백질을 활용한 다양한 유제품들>

[자료: Perfect Day]

 

<베터랜드의 비동물성 우유(좌)와 비동물성 우유를 활용한 커피 제품을 시험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스타벅스 시애틀의 매장 모습(우)>

[자료: Betterland, The Spoon]

 

2018년 실리콘밸리 인근에 설립된 또 다른 기업 New Culture는 ‘COW CHEESE WITHOUT THE COW’(소 없는 치즈)라는 슬로건으로 비건을 위한 비동물성 치즈를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선보이는 주력 제품은 기존의 치즈와 완벽히 비슷한 맛·냄새·질감을 구현하는 모짜렐라 치즈로, 미생물 정밀 발효 기술로 합성된 우유 단백질로 제조된 것이다. 2022년 11월 3일 한국의 식품 및 생명공학 기업인 CJ 제일제당으로부터 23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고 비건 치즈 시장에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게 됐다.

 

<뉴컬처에서 개발한 비동물성 치즈로 만든 피자>

[자료: New Culture]

 

한편 다국적 식품 기업인 네슬레(Nestle)도 자사가 새로 설립한 미국 R&D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정밀 발효로 합성된 우유 단백질을 활용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네슬레의 유제품 개발센터 책임자인 Heike Steiling은 "네슬레는 세계 최대의 식품 및 음료 회사로서 사람과 지구에 좋은 식품과 음료를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우리는 맛, 풍미 및 질감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영양가가 있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공한다. 우리의 R&D 전문성, 혁신 능력 및 규모를 결합해 비동물성 우유 단백질 기반 제품을 개발 및 테스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젖소 없이 만드는 진짜 우유, 세포 배양 기술 나날이 발전 중

 

세포 배양 유제품은 앞서 소개한 미생물 정밀 발효 유제품에 비해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지난 몇 년간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세포 배양 유제품 역시 식물기반 대체 단백질 식품 대비 환경 영향이 적고 지방을 비롯한 필수 영양소 및 미량 영양소를 완전히 보유하고 있어 실제 유제품과 동일한 영양학적 특성을 보유한다.

 

2021년 설립된 브라운 푸드(Brown Foods)는 젖소의 세포 배양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진 UnReal Milk 제품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실리콘밸리의 저명한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 Combinator Wintor 2022를 졸업하고 최근 AgFunder, SRI Capital, Amino Capital, 개별 엔젤 투자자 그룹인 Collaborative Fund 및 Y Combinator가 후원하는 시드 펀딩 라운드에서 236만 달러를 모금했다. 브라운 푸드 측에 따르면 해당 자금은 제품 개발과 세포 배양 바이오 프로세스 확장에 사용할 예정이며, 조만간 시장에 제품을 출시할 전망이다.

 

<자사 프로그램에 합류하게 된 브라운 푸드를 축하하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Y Combinator>

[자료: Twitter]

 

브라운 푸드의 CEO인 Sohail Gupta는 Fast Company와의 인터뷰에서 “지방, 탄수화물, 단백질을 생산하는 전체 유전 구조를 가진 포유류의 유방 세포를 이용하면 기존의 우유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우유를 제조할 수 있으며 염소 우유에서 인간 모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우유를 만들 수 있다”며,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식품 시스템이 동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고 앞으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기반 터틀트리(Turtletree)는 최근 미국 기반 교육 기관, 연구 중심 파트너, 전략적 파트너, 미래 고객 및 투자자와 연결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샌프란시스코 인근 새크라멘토에 대규모 R&D 시설을 건설하고 세포 기반 우유 및 유제품 성분을 소비자 시장에 제공하기 위한 상업화 계획을 가속화하고 있다. 해당 기업은 독점적인 세포 기술과 정밀 발효 기술을 활용해 최신 ISO 표준에 따라 천연으로 간주된 락토페린, 모유 올리고당(HMO) 및 알파-락트 알부민을 포함해 모유와 우유에서 자연적으로 발견되는 고기능성 성분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장 잠재성을 인정받은 터틀트리는 최근 VERSO Capital이 주도하는 시리즈 A 펀딩 라운드에서 30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받고 다양한 B2B 파트너십을 통해 곧 미국에서 첫번째 제품을 출시하고 향후 4~5년 내 세포 배양 우유를 완전히 상용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2019년에 설립된 바이오밀크(Biomilq)는 인간의 유방세포에서 배양된 모유를 생산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세계 최초로 체외에서 세포 배양 모유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바이오 밀크가 생산한 세포 배양 모유에는 모유 단백질, 생리활성 지질, 모유 올리고당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유아용 조제분유와 달리 고도불포화지방산(PUFA)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밀크는 최근 생명과학 전문 투자자인 Novo Holdings와 청정 기술 기업인 Breakthrough Energy Ventures가 주도하는 시리즈 A 펀딩 라운드에서 2100만 달러 규모의 자금을 조달받고 세포 배양 모유를 시장에 출시할 준비를 갖췄다.

 

<자사 실험실에서 인터뷰 중인 바이오 밀크 공동설립자 Leila Strickland>

[자료: Biomilq]

 

비동물성 유제품의 미래

 

식품 시스템의 산업화는 탄소 배출, 삼림 벌채, 질산염 유출을 통한 막대한 환경 피해를 초래하고 농장에서 식탁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의 모든 부분에서 폐기물을 증가시켰다. 특히 산업 규모의 낙농업은 항생제 남용, 유전자 조작 성장 호르몬 사용, 열악한 사육조건 등 동물복지 관점에서 문제가 많은 시스템으로 지적받은 지 오래다. 비동물성 유제품을 선보이고 있는 기업들은 기술의 발전을 활용해서 보다 지속가능하며 맛있고 건강한 식품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의 식물 기반 대체 단백질로 만든 유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거나 개인적인 신념에 따른 선택지로 존재할 뿐이며 대다수에게는 영양이나 맛 면에서 만족감을 주지 못하며 지속가능성·동물복지·기후위기의 극복을 위한 측면에서도 비동물성 유제품은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비동물성 유제품과 같이 소비자들에게 아직 생소한 카테고리의 식료품을 미국으로 수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소비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해당 제품을 받아들일 것인지 충분한 사전 시장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식음료 트렌드, 식품 규제 및 라벨링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식품 전문 컨설팅 업체 F사에서 근무하는 객원기자는 인터뷰에서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정밀 발효 기술이나 세포 배양을 통해 단백질을 제조하는 방법이 가능하다는 점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특히 많은 사람이 제품이 천연인지 인공인지 알고 싶어하며 제품이 얼마나 안전한지,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궁금해 한다. 또한 제품의 라벨링에도 유의해야 한다. ‘Animal Free Dairy(동물 없는 유제품)’, ‘Cow Free Dairy(젖소 없는 유제품)’, ‘next-gen Dairy(차세대 유제품)’, ‘Cultivated Dairy(배양된 유제품)’ 등의 용어는 직관적이고 긍정적인 제품상을 떠올리게 해 소비자들 사이에 선호도가 높지만 ‘생체-동일 유제품’, ‘병렬 유제품’과 같이 식품 이름으로 적합하지 않거나 명확성이 떨어지는 용어는 선호도가 높지 않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DNA와 같은 용어는 소비자들이 유전자 조작과 관련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므로 해당 표시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자료: Pitchbook, Time, Perfect Day, Betterland, Grist, Food dive, Foodnavigator, Foodtech, Fobes, VegNews, Fastcompany,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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