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 설 차례 간소화 방안 발표
새해 윗사람에게 세배를 올릴 때 아랫사람이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하는 게 옳을까?
그렇지 않다.
전통 예법엔 윗사람이 먼저 덕담을 건넨 뒤
아랫사람이 인사말을 올리는 게 맞는다고 한다.
유교적 예법을 전하는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16일 서울 세종로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함께하는 설 차례 간소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세배 때 하는 절은 ‘전배’(展拜)로 공수 자세를 취한 후
몸을 굽혀 절을 하면 된다.
공수는 복부와 주먹 하나 정도의 간격을 두고
두 손을 배꼽 높이에 가지런히 모으는 것으로,
이른바 ‘배꼽 인사’를 말한다.
이때 음양 원리에 따라 남자는 왼손이 위로, 여자는 오른손이 위로 가도록 포갠다.
공수를 한 상태에서 몸을 굽혀 손을 바닥에 대고 왼 무릎, 오른 무릎 순으로 바닥에 닿게 한 후
손등에 닿을 듯 말 듯 하게 머리를 숙인다.
절할 때 무릎이 먼저 바닥에 닿도록 자세를 낮추고 이후 손을 바닥에 대는 것도 가능하다.
여자는 손을 바닥에 대지 않고 절을 한다.
남녀가 함께 절하는 경우 윗사람이 보는 기준으로 남자가 왼쪽, 여자가 오른쪽에 선다.
일어설 때는 오른 무릎을 먼저 바닥에서 떼고, 두 손을 오른 무릎 위에 올린 후
왼 다리를 펴며 일어선다.
일어선 후에는 공수한 상태에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는 ‘읍’(揖)을 한다.
조부모에게 세배를 하는 경우엔 부모가 먼저 하고, 그 뒤 손주가 한다.
간소한 표준 설 차례상.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 제공
차례상은 추석엔 송편이, 설엔 떡국이 올라가는 것 말고는 같다.
조상들이 생전에 좋아했던 음식을 올려도 되고,
가족들이 상의해서 적절한 음식을 올리면 된다.
성균균유도회총본부 최영갑 회장은
“‘차례상에 이것도 올려도 됩니까, 저것도 올려도 됩니까’
‘전을 좋아하는데 왜 하지 말라고 하느냐’는 질문도 받는데,
가족과 상의해서 좋아하는 것은 얼마든지 놓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인의 이름과 제사 지내는 사람의 관계 등을 종이에 적은 ‘지방’ 대신
사진을 놓고 차례를 지내도 되며, 차례와 성묘 중 어느 것을 먼저 할지는
가족이 의논해서 정하라고 성균관은 제시했다.
이번에 제안한 것은 명절 약식 제사인 차례에 관한 것이며
정식 제사를 어떻게 할지는 추후 발표한다.
최 회장은 “제례 문제는 유림과 국민 의견을 묻고 연구해
9월쯤 결과 보고회를 하겠다”며
“궁극적으로 가정불화나 남녀갈등, 노소갈등이 없는
행복한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종손이 지내는 제사나
불천위(不遷位·큰 공훈이 있어서 영원히 사당에 모시도록 나라에서 허락한 신위) 제사의 경우
문화재급으로 양성하고 지원할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만 일반 국민 사이에 이로 인해
갈등이 생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교 문제로 인해 제사를 놓고 갈등이 생기는 것에 대해서는
“집안 문제라서 우리가 이렇다저렇다 말씀을 드릴 수 없다”면서
“거의 모든 종교에서 나름대로 조상을 숭배하는 의식을 진행하고 있으니
가정환경에 따라 논의해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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