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해전의 판도가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바다를 장악하려면 거대한 크기의 전함들로 구성된 함대를 파견,
적군이 바다에서 움직이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을 써야 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 당시 영국이 아르헨티나로부터 포클랜드를 탈환하기 위해
경항공모함 인빈시블호 등이 포함된 함대를 출동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이같은 기조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도무기 기술 발전을 계기로 바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 모스크바함이 대함미사일 2발에 격침됐고,
우크라이나 해군의 해상드론이 흑해를 누비며 러시아 연안을 타격하고 있다.
해안과 섬을 장악해 해양 통제권을 장악하는 것은
예전부터 해군력이 열세인 국가가 제해권을 장악하고자 썼던 방법이다.
동지중해 패권을 놓고 해군 강국 베네치아와 대립했던 오스만 투르크는
압도적 우위에 있던 지상군을 투입, 동지중해 주요 항구와 섬을 점령하는 방식으로
베네치아 해군을 동지중해에서 밀어냈다.
지상군으로 바다를 장악한 셈이다.
군사과학기술이 발달한 최근에는 과거보다 발전된 방식이 등장하고 있다.
자국 해안에서 미사일이나 드론을 발사, 먼바다나 적 해안의 표적을 공격하는 방식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지상에 배치된 해상드론으로 러시아 함정이나 해군기지를 공격 중이다.
폭발물을 실은 해상드론을 투입해 노보로시스크에 있는 러시아 군함을 공격했으며,
크름반도 인근 케르치 해협에서 러시아 유조선을 타격했다.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도 표적이 됐다.
최근 외신에 공개된 해상드론은 우크라이나가 설계 및 제조했다.
원격 제어되며 러시아군 공격과 정찰 임무에 사용된다.
300㎏의 폭발물을 실을 수 있고, 최대 800㎞까지 항해한다.
최대 시속은 80㎞다.
크기가 작아서 러시아군이 탐지하기가 쉽지 않은 해상 드론을 이용하면
러시아가 장악한 아조우해 내에서도 공격작전을 펼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만든 TLK-150 무인잠수정은 크기가 2.5m에 불과하다.
카메라와 통신장비 등을 갖추고 있으며,
러시아군의 핵심 기지인 크름반도 세바스토폴 등을 겨냥해
작전 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우크라이나가 만든 R-360 ‘냅튠’ 대함미사일은
사거리가 280㎞로 알려진 아음속 대함미사일이다.
지대함 버전이 먼저 배치됐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러시아 흑해함대 기함인 모스크바함을 격침시켜 성능을 입증했다.
시속 14㎞ 정도로 추정되는 해일 공격정에 대해서는 초보적 성능을 지녔다는 평가도 있으나.
최대 1000㎞까지 항해할 수 있어 북한 최북단 해역에서
남한 내 동해안의 모든 항구를 공격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모스크바함 격침으로 대표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은
해안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이나 해상드론의 위협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같은 위협은 이제 시작 단계다.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달하는 기술은 미사일과 해상드론 사거리,
파괴력, 명중률 등을 지속적으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
미래 전략무기로 주목받는 극초음속미사일은
척당 1조원이 넘는 고가의 첨단 대형함정에 대한 위협을 더욱 키운다.
과거에는 강력한 위력을 갖춘 수상함대나 잠수함이
적군의 연안 접근 시도를 거부하는 핵심 수단이었지만,
미래에는 장거리 탐지자산 지원을 받는 지상 배치 대함 미사일과
해상드론이 그 역할을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해전에 대한 기존 시각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는 군함 대 군함 간의 해전이었으나, 이젠 위협의 종류가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130억 달러(17조4000억원)짜리 제럴드 포드 핵추진항공모함이나
이지스순양함 같은 대형함정이 필요했다.
우크라이나처럼 해상드론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해상드론은 크기가 작아서 탐지 및 파괴가 쉽지 않다.
대형함정이 해상드론에 접근하면, 함정에선 이를 저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여러 척의 해상드론이 함께 움직이면 효과는 더욱 커진다.
저가의 해상드론을 잘 활용하면 적군으로 하여금
군수품과 식량 등을 운반하는 상선과 더불어 배가 드나들면서 화물을 하역할 항구,
군함과 해군기지 방어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도록 함으로써
전쟁의 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백㎞의 항속거리를 지닌 해상드론은 적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적군의 감시망을 피해 해군기지와 함정을 타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적 해군을 해안에 묶어두고, 자국 해안에 대한 피해가 발생할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사실상의 해상 봉쇄가 되는 셈이다.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는 군사적 자산을 통합해서 해전에 투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과 무인전력 등으로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 대한
미국의 접근을 거부하는 중국의 전략에 맞서고자 다영역작전(MDO) 개념을 추진하고 있다.
MDO는 지상, 공중, 해상, 우주, 사이버로 분리해서 다뤘던 전장을 통합해서
합동군 관점에서 하나의 유기체로 신속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기존보다 더 높은 수준의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외에도 재래식 전력 증강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중국 등 주변국이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지상군이 바다를 장악하는 시대가 열릴 가능성도 있다.
한국도 전통적 방식의 대응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전략과 개념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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