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니 사는 게 따분해.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어.”
“뭘 해도 즐겁지 않고 사소한 일에도 화가 나고 짜증이 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귀찮아. 의욕도 없고, 그냥 이대로 살래.”
이런 사람들의 뇌는 십중팔구 딱딱하게 굳어 퇴화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말랑말랑하고 쌩쌩한 뇌를 가진 사람들은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80~90대에도 뇌가 늙지 않는 사람들, 바로 슈퍼 에이저(Super Ager) 얘기다.
슈퍼 에이저처럼 나이 들어도 건강하고 튼튼한 뇌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선일보 [왕개미연구소]가 일본의 저명한 뇌과학자인 니시다케유키(西剛志) 박사에게 해법을 들어봤다.
니시 박사는 도쿄공업대학에서 유전자와 뇌내 물질을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은 행복한 노후를 보내기 위한 뇌 관리법 등을 일반인에게 알리는 ‘젊은 뇌 전도사’로 활약 중이다.
2년 전 출간한 저서 ‘80세에도 뇌가 늙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것’은
일본에서 20만부 이상 팔리면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한국에는 ‘80에도 뇌가 늙지 않는 사람은 이렇게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번역 출간됐다.
✅눈 감고 한발 서기 30초 넘어야 40대 뇌
–뇌의 노화는 언제부터 시작되는가.
“노인이 되어서야 뇌가 늙는 게 아니다.
빠르면 30대부터 뇌가 늙기도 한다.
실제로 일본에선 65세 미만에 발병하는 약년성(若年性) 치매가 늘고 있다.
또 뇌의 능력은 정점을 찍는 시기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에 따르면, 사람 이름을 기억하는 능력이나 정보 처리 능력은
20세 전후(18~22세)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E스포츠(게임)는 젊은 사람들이 해야 좋은데,
뇌의 정보처리 능력이 18세에 최고치를 찍기 때문이다.”
–뇌가 늙었는지 아닌지 어떻게 아나.
“50세 이상이라면 간단한 셀프 진단법이 있다.
두 눈을 감고 한 발로 서는 시간을 측정하면 된다.
30초 이상 버틸 수 있다면 뇌가 상당히 젊다고 볼 수 있다.
만약 80대인데 눈 감고 한 발로 35초 이상 서 있었다면 뇌의 나이는 40대로 젊다.
눈을 뜨고 한발 서기는 오래 하는데 눈만 감으면 바로 균형 감각을 잃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경우는 안타깝지만 뇌의 노화가 제법 진행된 상태다.”
–노인 뇌와 눈 감고 한발 서기 관계는?
“일반적으로 눈을 뜨고 있을 때는 대뇌 시각피질이 균형을 잡으려 한다.
그런데 눈을 감아서 시각피질이 완전히 차단되면,
시각 정보 대신 신체 균형 감각으로 서 있어야 한다.
바로 이 신체 균형 감각이 뇌의 건강 상태와 비례한다.
그런데 신체 나이보다 뇌의 나이가 늙게 나왔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눈 감고 한 발 서기를 2초만 해서 뇌의 나이가 80대였던 지인(48세)이 있었다.
결과에 쇼크 받아 여러 번 연습하니 지금은 18초쯤 설 수 있게 됐다.
균형 감각도 훈련하면 좋아진다.”
✅고기를 먹어야 뇌의 노화 막아
–음식으로 뇌의 노화를 막을 수 있나?
“슈퍼 에이저들은 식욕이 왕성한데, 특히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세계 최고령자였던 기타가와미나(115세 사망)씨는
100세가 될 때까지 농가에서 일하며 소고기를 즐겼다.
나카치시게요(115세 사망)씨 역시 하루 세 끼 꼬박 챙겨 먹었는데
닭고기 영양밥과 소고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의외일지 모르겠지만 건강한 백세인 중에 소고기나 유제품 같은
동물성 단백질을 매일 섭취하는 비중이 60%나 된다.
단백질에서 필요한 아미노산을 섭취하지 못하면 뇌 속 물질을 만들지 못해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노인 뇌가 가속화된다.
채식주의는 오히려 뇌졸중(뇌 혈관이 막히는 질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도 있다.”
–뇌가 늙으면 어떤 행동을 하게 되나.
“일본에는 로가이(老害·노해)라는 단어가 있다.
한국의 ‘꼰대’와 비슷한 말인데, 상대방에게 벌컥 화를 내고
짜증을 내면서 불만을 퍼붓는 고령자를 의미한다.
뇌가 늙은 고령자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 중심적인 행동을 해서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이런 행동은 전두엽 앞쪽 부분인 전두전야(前頭前野) 기능이 약해져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뇌의 노화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뇌가 건강한 백세인의 특징을 살펴 봤더니 크게 7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즐거운 식사였다.
현재 일본 최고령자(115세)인 타츠미후사씨는 요양시설에 누워 지내지만
‘밥, 아직인가요?’라는 말을 습관처럼 한다.
왕성한 식욕으로 삼시세끼를 즐기면 노쇠 위험이 낮아진다.
두 번째는 따뜻한 집.
방이 추우면 혈관이 수축해서 혈압이 올라가고 치매 위험이 높아진다.
일본 게이오대에서 겨울철 거실 온도가 낮은 집과 5도 정도 높은 집을 비교한 연구가 있는데,
따뜻한 집에 사는 사람의 뇌 나이가 10살이나 젊었다.”
–겨울철 난방비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하하, 일본은 목조 주택이 많아서 실내 온도가 제법 내려가는데,
18도 이상 유지하는 것이 뇌의 건강에 좋다.
뇌가 젊은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갖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취미 부자’여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도 뇌의 회춘(回春)에 도움이 된다.
은퇴하면 수첩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는 은퇴하면 꼭 써야 하는 것이 수첩이라고 생각한다.
수첩에 손 글씨를 쓰면 뇌의 인지 기능이 좋아진다.
몸을 움직이고 오감을 자극하면서 입력되므로 기억에도 잘 남는다.”
–퇴직하면 일정이 없는데 수첩에 뭘 적나.
“수첩에 삶의 목표를 적는 것이다.
가령 ‘1년 뒤에 죽는다면?’이라고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적는 것이다.
일정이 없는 날은 ‘오늘 하고 싶은 일 5가지’,
‘오늘 성공한 일 3가지’ 이런 식으로 목표를 정하고 답을 쓰면 된다.
실현 가능성이 낮아도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해지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목표가 생겨야 뇌가 녹슬지 않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뇌의 노화는 생활 습관과 관계가 커 보인다.
“그렇다. 평소에 말을 할 때도 뇌를 젊게 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탕탕, 휘익, 타닥 등과 같은 의성어를 쓰는 것이다.
별 의미 없이 쓴다고 해도 뇌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운동 선수들이 의성어를 많이 활용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운동할 때 의성어를 넣어서 하면 몸의 움직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의성어를 외치면 뇌에서 지령을 내리고, 근육의 한계까지 힘을 낼 수 있다(샤우팅 효과).”
–말 한 마디로 뇌의 노화를 막는다니 재미있다.
“피곤해, 지루해, 힘들어... 이런 부정적인 말은 뇌를 지치게 한다.
만약 이런 부정적인 말을 하게 됐다면 ‘하지만’을 뒤에 붙여 보자.
‘피곤해, 하지만 오늘 하루 열심히 일했어’라고 덧붙이는 것이다.
뇌는 마지막 정보를 주로 기억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했어’가 뇌리에 남게 된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하지만’이라는 세 마디로 인생이 바뀐 사람을 직접 봤을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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