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릉빈가
/ 손한옥
어머니를 땅에 묻고 집으로 돌아오니
창 옆에 한 손으로 마지막 씻어놓고 간 신발이 있다
삭아서 더 말랑한 흰 고무신 한 켤레,
햇빛 속에서 얇은 양 날개가 팔랑거리고 있다
감자꽃이 피고 살구가 떨어지는 텃밭을 날던
어머니의 얇은 날개다
한 손으로 얼굴을 씻고 한 손으로 머리를 감고
뒤틀리는 다리를 쓸며 잠든 내 등을 흔들다가
다시 저린 다리로 돌아가던 어머니의 손들이
나팔꽃처럼 일어나 내 발목을 잡는다
뜨거운 날개다
- 어머니 이제 나를 밟고 날아오르세요
절룩거리던 어머니 다리에 깃털이 돋는다
날개가 펄럭인다 푸른 보리밭을 차고 오른다
아 어머니,
붉은 새 한 마리 노을을 물고 하늘의 문을 열고 있다
출처 : 상아의 추억
글쓴이 : 윤성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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