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여행4일째 날2]고흐의 흔적을 찾아서, 아는만큼밖에 안 보여서 아쉬웠던 오베르쉬르와즈

mistyblue 2013. 4. 28. 15:40

우연히 누군가 다녀온 글을 보고 꼭 가야지 하고 생각한 오베르쉬르와즈~

운하를 따라 면해있는 도시다. 기차를 타고 특정 역에서 딱 내려서 여기가 오베르다 ~ 라고 하는게 아니다.

자동차여행을 하니, 어느 경계에서 마을이 시작되고 끝이 나는지 트미할 때가 많다.

여기가 바로 그랬다.

표지판에 오베르쉬르와즈가 계속 보이기 시작했고, 대충 이 근방인 것 같기는 한대~

짐작하고 있을 무렵 그림이 그려있는 표지판이 보이고 번호 7번이 매겨져있었다. 

bLUE는 차를 후진해서 대놓고 얼른 그 사진을 찍는다.

고흐의 그림 배경이 되는 곳에 싸인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근데 이 동네 어디를 돌아다니면서 찾아야 한다는건지? 대략 난감하다.

그리고 이 동네보다 우리가 묵었던 쥬빌레퐁이 훨씬 더 이뻤는데, 마을이 워낙 예뻐서 그냥 둘러봐도 좋다는 가이드북의 말이 어째 어색해지는 순간이다.

앞으로는 정말 유명한 관광지만 가야지, 이거 너무 실망이라고 BLUE가 말한다.

그러고 가고 있는데 왼쪽에 반고흐의 뭐뭐라는 표지판을 본 것 같다.

그리고 오른편에 마침 오베르쉬르와즈 간이역이 보인다. 

 

 

돌아가서 다시 살펴보자고 해서 유턴이나 라운드어바웃 도로를 찾아보는데, 한 오분을 더 가도 돌아갈 방법이 없다.

오늘따라 날은 왜 이리 변덕인지 모르겠다.

해가 쨍하고 났다가 비가 내리다가, 눈도 내리다가~ 심지어는 우박까지 내린다.

새차게 내리기도 했다가, 부슬부슬 내리기도 했다가~

날씨까지 살을 에이듯, 손이 다 굳을 정도로 추웠다가 해가 나면 바로 지중해의 해변에 온듯 따뜻해진다.

여튼 집에서 무겁게 가져온 비옷을 오늘 처음 사용해봐서 보람있긴 하다.

 

결국 유턴 도로는 없고 좀 넓어보이는 길에서 그냥 유턴을 해버렸다.

가는 길에 또 고흐의 그림 싸인 두세개를 찾았지만 길가라 차를 대기에 만만치않다.

오베르쉬르와즈역에 다시 와서 앞에 놓인 두대의 차 옆에 우리 차를 대었다.

주차가 가능한건지 좀 살펴보는데, BLUE역시 이 마을은 작아서 주차는 신경쓰지 않아도 될 듯하단다.

마을 분위기를 좀 봤는데, 길도 이차선에 정말 아기자기한 작은 마을이다.

간이역도 그렇다. 역에 좀 들어가보려 했는데 문이 잠겨있다.

다음 열차 예정시각이 나타난 작은 TV가 안에 보이는데, 네시반을 가르키고 있다.

지금은 네시가 안 된 시각. 아마 열차가 올 때만 문을 오픈하는 듯하다.

열차가 올 때만 문을 여는 간이역인 것 같다.

마을을 좀 걸어본다. 고흐가 마지막 생을 마감한 곳이라고 하니 생각만해도 가슴이 쨘해오는 곳이다.

우리나라 이름모를 시골처럼 동네가 작고 아담하다.

길도 아주 좁은 이차선도로다.

그렇지만 다른 점은 우리나라의 시골 슈퍼는 작고 허물어져가는 건물에, 물건도 언제적에 갔다놨는지 낡았고 개수도 얼마없는데~

여기 슈퍼는 너무 너무 크고 예쁘다.

빵집도, 호프집도 다 얼마나 멋을 부려 지었는지 모르고, 안에 진열된 물건들도 아주 멋스럽다.

 

아까 봐두었던 고흐의 집을 가봤는데, 안엔 태권도장밖에 없고 저쪽에 레스토랑인 듯 보이는 건물이 있다.

분명 입구에 고흐의 석상이 있는 걸로 봐서 여기가 맞는데~

 

물어볼 사람도 없고, 그냥 석상 사진을 찍는 걸로 만족하고 마을 어귀를 또 어슬렁거려본다.

그러다보니 또 무슨 안내판 같은 게 있어서 보니, 그냥 건물인 줄 알았던 곳이 고흐가 예전에 살았던 집이란다.

왼편에 초록색 건물엔 고흐의 생애 등에 대해 설명해주는 물건들이 진열되어있다.

 

우리가 유심히 보고있으니, 지나가던 할머니 할아버지가 걸음을 멈추고 함께 구경하기 시작한다.

갑자기 소란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처럼 분명 여기 어디를 둘러봐야할지 난감했던 게 틀림없다.

 

길 건너편을 보니, 또 고흐의 싸인이 나타난다.

이 동네를 다니며 이 싸인 찾기 놀이를 하면 참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BLUE 하는 말이 이 그림은 유명해서 기억이 난단다.

 

지금은 호텔로 쓰이는 노란 건물이다.

기념으로 그 앞에서 사진도 한번 찍었다. 

그렇게 와보고싶던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싱겁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고흐가 살았던 마을이다.

걷다보니 왠지 정이 드는 곳이기도 하다.

저녁때가 다 되어가는지 사람들이 작은 빵가게에서 바게트를 사가지고 나온다.

지금이 빵이 구워나오는 시각일까?

갑자기 시장기가 돌고, 빵이 먹고 싶어진다.

한국에선 빵을 입에도 잘 안 댔는데, 이 프랑스의 공기엔 빵을 먹고 싶게 만드는 마법이 흐르는 것 같다.

아까 베르사유에서 젊은 남녀가 빵을 먹을 때도 그랬고, 이 마을에서 사람들이 바게트에 종이를 둘둘 말아 손으로 잡고 다니는 것만 봐도 침이 꿀떡 넘어간다.

그래서 초록빵집으로 들어갔다.

가격은 얼마인지 안 적혀있지만 설마 빵 하나에 얼마하겠어 싶다.

아주머니가 뭘 사고 싶은지 물어본다.

흙빛색깔에 허옇게 가루가 뿌려있는 짧은 바게트도 있고, 길쭉한 것도 있다.

아까 보니 길쭉한 걸 많이 사가길래 그걸 달라고 했다.

아주머니는 계산기에 0.8이란 숫자를 찍어놓고 우리가 돈을 지불하길 기다린다.

BLUE는 잔돈을 세서 아주머니에게 건낸다.

어째 동전이 좀 작다 싶었는데..

아주머니가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말한다.

당황한 BLUE. 생각보다 빵이 좀 비싼가보다고 이번엔 오유로 지폐를 건낸다.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돈을 거슬러준다.

일유로짜리만 주는 게 아니고 오십센트를, 십센트 등을 막 섞어주니 BLUE의 정신이 없다.

이번에도 터키에서 오백원으로 포도 오천원어치를 사려고 한것처럼,

팔십원으로 빵 팔백원짜리를 사려한거다.

아주머니가 너무 기가 막혔겠다.

내 손에 들린 빵이 너무 따뜻하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또 후두둑 쏟아진다.

얼른 오베르역에 세워둔 차로 달려가기 시작한다.

BLUE는 자기 머리도 못 가리고 DSLR의 렌즈를 소중히 가린 채 달려간다. 

출처 : GreenLady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글쓴이 : greenlad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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