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주는
느낌을 색깔로 규정한다면 회색이다.
서로의 삶에 무관심한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작은 아파트의 한 집에 축소시켜놓은 것
같다.
요시다 슈이치에 대한 평판도 그렇고, 이 책에 대한 칭찬도 너무 대단하길래,
한번 읽어봐야겠다 생각하다가 결국 읽게
되었는데...
나에겐 그닥 호감은 가지않았다.
마지막 반전이 굉장히 충격적이고, 읽는 내내 배를 잡고 웃어댔다는 서평들은,
정말이지 어이가
없다.
이런 띄우기식 서평만 아니었다면, 그냥 이 책을 보고 참 깔끔하고 냉소적으로 쓰되,
서로의 삶에 무관심한 체, 적당한 웃음과 베려를
가장하며 살아가는,
너와 나, 바로 우리 자신을 블랙코미디처럼 꼬집고 있는 괜찮은 편에 속하는 책으로 기억했을 것 같다.
작가는, 이 책으로 제15회 야마모토 슈고로상을 받았다고 한다.
흠, 내가 너무 시대에 뒤쳐진걸까?
왜 그렇게 요시다 슈이치에
사람들이 열광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번역서를 읽다보면, 왠지 뭔가 아쉬운 느낌이 항상 남는다.
과연 작가가 이렇게 표현했을까?
그 나라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
특유의 재밌고 독특한 표현을 우리식으로 바꾸면 어색해지는 표현들..
내가 뭐, 그렇다고 여러나라 말들을 다 원어민들처럼 해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읽자니, 불후의 명작이라는데 태어나서 그걸 접해보지 못하는 것도 원통한 일이다.
정말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다음엔 연애소설이라는 동경만경을 읽어봐야겠다.
요시다 슈이치 著 / 권남희 譯
2002년 대중성 높은
신인작가에게 주어지는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고, 순수문학 신인상인 제127회 아쿠타가와 상을 연이어 수상한 일본의 신예 '요시다 슈이치'의
첫 장편소설. 우연히 한 아파트에서 동거하게 된 다섯 남녀의 일상을 통해 일탈을 두려워하는 현대 젊은이들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적당한 거리 이상의 관계맺기에 대한 두려움, 상처를 처리하는 세련된 방식은 일본 문학을 규정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듯.
21세의 평범한 대학생 스기모토 요스케, 인기 탤런트가 된 남자친구에게 목을 매는 오쿠치 고토미, 공원을
배회하는 남창인 18살의 고쿠보 사토루 등 남자 셋, 여자 둘 이렇게 다섯 젊은이들이 한 아파트에서 공동생활에 들어간다. 그들은 서로 깊은
관계도 아니고, 그렇다고 서먹서먹한 사이도 아니다. 적당히 친한 다섯 명의 젊은 남녀 사이에는 한 겹의 투명한 단층이 자리잡고 있으며, 모두들
자기 혼자만 그곳에 유리되어 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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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권남희)
사람들은 누구나 무겁거나 진지한 자아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생활에서는 그런
자신의 내부를 살짝 가려두고 타인들과 원만하고 순조롭게 잘 섞여서 살아갈 수 있을 만큼의 가벼운면만을 부각시킨다. 그리고 가끔 꿍금해진다.
타인에게 비치는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하고. 간혹 '넌 이런 사람이야' 라는 말을 듣고 '어, 난 그렇지 않은데?' 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역시 내 속에는 또 하나의, 아니 여럿의 '대외용' 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퍼레이드>는 같은
집에 사는 다섯명의 동거인들이 차례로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옴니버스식 구성으로, 화자가 바뀌어도 시간은 흐르고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래서 뒤에 나오는 화자의 글 속에서 앞에 나온 화자가 어떤 심정 변화를 보여주고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아까는
주인공이었던 사람을 다른 글에서는 그저 조연으로 다시 만나는 독특한 즐거움이 있다.
여기 나오는 다섯명의
화자, 즉 다섯 명의 동거인들은 겉으로는 고민이 있으면 털어놓으며 친한 척 대하지만, 속으로는 서로에 대해서 '당장 내일 헤어져도 섭섭하지
않을' 사라들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야기해도 되는 것만' 이야기하며 그들은 '대외용' 나와 '진지한' 나를
구분하며 공동생활에 자기를 맞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진정한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자신을 연출하며 최대한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
나간다. 어뜻 모두 가벼워 보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 화자가 되었을 때 보여주는 진지한 내면세계를 들여다보면, 등장인물로 나올 때 그들에 대해
가졌던 편견들이 한꺼번에 무너져버린다.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아직 우리에게 낯선 이름이지만 머잖아 하루키나
류만큼 친숙한 이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상복이 많아서인지 운수대통해서인지 모르게지만 그가 지금까지 발표한 네 권의 작품은 모두 권위있는
문학상들과 인연이있다. 데뷔작 <최후의 아들> 이 문학계 신인상을 수상하는 동시에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고, 두 번째 작품
<열대어>도 아쿠타가와상 후보에 올랐으며, 세 번째 작품 <퍼레이드>로 야마모토슈고로상을 수상하고,
<파크라이프>로 결국 아쿠타가와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데뷔 5년에 참으로 화려한 경력이다.
그러나
그런 화려한 경력보다 더 대단한 것은 책을 붙들기 무섭게 작품에 풍덩풍덩 빠져들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가라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만나서 참으로 행복했던 몇
개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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