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집기 경주여행 8. 남산 서쪽 기슭에서. 포석정외 - 유네스코 문화유산
경주 시내나 시내 가까운 곳의 사진은 이럭저럭 많이 있지만
남산의 사진은 상대적으로 찍어놓은 숫자가 거의 없는 편이다.
1988년 가을로 기억하는데 울산 출장길에 꼭 차를 가져가야 할 일이 있어서 내 최초의 자가용
포니2 중고차를 끌고 울산엘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 주말이라 큰맘먹고 하루밤을 경주에서 자고
오랫동안 못본 경주를 둘러보기로 작정했다.
필름 두통 정도를 가지고 제일 처음 들른 곳이 신라건국시조 박혁거세의 탄강지인 나정이었다.
나정(蘿井)
나정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가 알의 형태로 태어난 곳이다.
혁거세 신화의 핵심어는 말과 하늘과 알이다.
이 세가지는 알타이계 민족신화의 거의 공통된 모티브인데
간단히 말하면 기마민족이요, 천손족이요, 난생설화의 이 모티브들이 혁거세 신화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포석정
쇠망해가는 신라말기의 비극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곳.
국력의 약함으로 인해 맞은 비극이다. 게다가 경계까지 소홀했으니...
어떻게 적국의 군대가 수도까지 들어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단 말인가?
포석정 사건은 한 국가의 기강의 해이가 어떤 일을 불러오는가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역사적인 교훈이다.
경계의 소홀함... 오늘에도 발생할 수 있는 사건 아닌가?
남산 유감
이틀 동안 최대한 많은 것을 보기 위해서는 남산도 차를 몰고 올라 가기로 했다.
당시엔 포석정 옆에 비포장 찻길이 있어서 차로 올라가는 것이 가능했을 때인데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를 일이다.
남산에 대해서는 그전에 이미 '빛깔없는 책들'이라는 시리즈물중 '남산 하나'와 '남산 둘',
두권 모두 사서 틈틈이 본 터라 많은 곳을 보겠다고 마음먹고 그 험로를 낡은 포니2로 올라갈 결심을 했다.
포석정에서 오르다보면 조그만 계곡위에 놓인 다리가 하나 나온다.
거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안내판이 있어서 윤은골 마애불을 찾아갈 수 있었다.
남산성이 무너진 돌무더기가 이곳 저곳에 보인다.
(윤은골 마애불)
그런데 그만 중간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남산에서 경주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금오정 가까운 곳에 차를 세웠는데
엔진룸에서 뭔가 '쉭-'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포니2가 워낙 낡다 보니 라디에이터에 연결된 고무호스 클립이 고무를 파고 들어가서 고무가 씹힌 것이다.
그 틈으로 냉각수가 가늘게 뿜어져 나오는 소리였다.
부랴부랴 경주 시내방향의 사진을 두서너 장 찍고 내려올 수 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불안한 것이었다.
중간 쯤 내려오다 보니 올라올 때 본 다리 아래 계곡에 물이 조금 고여 있는 것이 보였다.
건천이나 다름 없는 계곡에 운좋게도 물은 있는데 물을 뜰 그릇이 없으니 무용지물 아닌가.
궁즉통, 그 때 계곡 바위 틈새에 누가 버린 비닐 봉지가 보이는 것이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비닐 봉지를 기술적으로 이용해서 계곡물을 라디에이터에 채워넣고
시내 쪽으로 가장 가까운 카센터로 달려가서 해결한 것이다.
그리고 나니 스케쥴 자체에 차질이 생겨 버렸다.
그래서 남산에 다시 올라가는 것은 포기하고 열심히 이틀을 돌아 다닌 결과가 필카 사진 70장 쯤 남은 것이다.
안압지, 반월성, 계림, 첨성대, 경주박물관, 월정교터, 황룡사터, 분황사, 노서동,노동동 고분군,
백률사, 사면석불, 표암, 탈해왕릉, 사방불, 오릉, 효소왕릉, 성덕왕릉, 신문왕릉, 신무왕릉, 선덕여왕릉,
구황동 모전석탑지, 미탄사지 석탑, 진평왕릉, 설총묘,정강왕릉, 남산리 석탑, 방형분 등이었다.
남산에서 남긴 것은 포석정 비극의 주인공인 경애왕릉과 배리삼릉.
용장골...
2003년 추석연휴중에 아내와 같이 부산에서 울산을 거쳐 서울로 가다가 경주에 잠시 들러
남산을 용장골방향에서 올라갔다. 남산 전체를 기단으로 가지고 있다는 용장사탑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올라가서 탑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내려왔다.
그러나 멀리서나마 탑을 보고 내려올 수 있었다.
올라가는 길엔 주인 잃은 맷돌이 뒹굴고...
멀리 용장사탑이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요상스럽게 생긴 바위도 하늘을 깉이 찌른다.
뒤돌아보는 남산 서쪽 벌판은 황금색으로 물들어가고,
용장사탑은 의연히 서있다.
남산은 조만간 날씨가 풀리면 등산 겸해서 꼭 한 번 가볼 생각이다.
하나하나 뒤져가면서...
계속합니다.
다음 블로그 '옛정자 그늘.'
http://blog.daum.net/oldpavilion
파빌리언
스크랩만 허용합니다.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짜집기 경주여행 6. 남산 동쪽 기슭에서 1.통일전 (0) | 2013.05.04 |
---|---|
[스크랩] 짜집기 경주여행 7. 남산 동쪽 기슭에서 2. 서출지 그리고 - 유네스코 문화유산 (0) | 2013.05.04 |
[스크랩] 짜집기 경주여행 9. 진평왕릉, 설총묘 부부총 등? (0) | 2013.05.04 |
[스크랩] 짜집기 경주여행 10. 소금강 구역 1.(헌덕,탈해왕릉,표암) (0) | 2013.05.04 |
[스크랩] 짜집기 경주여행 11. 문무왕 수중릉, 감은사 외 (0) | 2013.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