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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복서엔진 FR 스포츠카 형제

mistyblue 2013. 5. 19. 14:32

올해 도쿄모터쇼의 스타는 토요타와 스바루가 합작 개발한 86과 BRZ였다. 스바루의 수평대향 엔진과 토요타의 직분사 기술을 결합해 200마력의 출력과 우수한 연비를 손에 넣었고, 본격적인 FR 구동계가 뛰어난 달리기 성능을 보장한다. * 글 이수진 편집위원

SUBARU BRZ

TOYOTA 86

AE86은 사실 오래 전에 사라진 소형 쿠페로 그냥 그렇게 잊혀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니셜 D’라는 만화의 인기가 극적 부활의 실마리가 되었다

AE86의 미국 수출형 SCION FR-S

토요타 86은 해외에서는 GT86으로 불리며, 미국 시장에는 사이언 FR-S로 판매할 예정이다

스바루 BRZ는 토요타 86과 거의 비슷한 디자인을 가진 반면 서스펜션은 독자적으로 세팅했다

스바루의 수평대향 블록에 토요타 D4-S 직분사 기술을 결합한 2.0L 200마력 엔진

오랜 기다림이었다. AE86의 후계차라고 할 수 있는 86(해외명 GT86)의 양산형이 드디어 도쿄모터쇼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더구나 미국 수출형인 사이언 FR-S가 비슷한 시기에 공개되었고, 공동개발된 스바루의 BRZ까지 같은 무대에서 공개됨으로써 세 가지 형제차가 한꺼번에 모습을 드러낸 셈. 시장 부진으로 한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소형 스포츠카, 게다가 본격적인 FR 모델 여러 대가 대거 등장하자 젊은 스피드 매니아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

소형 FR 쿠페의 극적인 부활
AE86은 사실 오래 전에 사라진 소형 쿠페로 그냥 그렇게 잊혀질 운명이었다. 하지만 ‘이니셜 D’라는 만화의 인기가 극적 부활의 실마리가 되었다. 아버지가 만든 두부를 새벽마다 배달하는 고등학생 후지와라 타쿠미. 프로급 운전실력을 가진 이 어린 주인공이 주변 지역 자동차 클럽들을 격파하면서 불패의 신화를 써 내려가는 이야기가 만화의 주된 스토리다. 낡디 낡은 80년대 스프린터 토레노 카롤라 레빈(AE86, 통칭 하치로쿠)을 몰고 산길에서 최신형 터보차들을 격파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묘한 흥분과 쾌감을 느껴왔다. 만화의 인기에 드리프트 경기의 부흥이 더해지면서 FR 중고차들의 값이 치솟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토요타가 소형 FR 쿠페를 부활시킨다는 소문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86 디자인의 바탕이 된 것은 2007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발표되었던 하이브리드 스포츠 컨셉트 FT-HS. 하지만 실제로는 2008년 4월, 토요타가 스바루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면서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2009년 가을, 도쿄모터쇼에서 컨셉트카이자 프로토타입 성격의 FT-86이 베일을 벗었고 이듬해 도쿄오토살롱에서는 FT-86 G스포트 컨셉트, 제네바모터쇼에서는 FT-86Ⅱ 컨셉트가 연이어 모습을 드러냈다.  
86의 개발은 최근의 소배기량화와도 맞물려 있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스포츠카들은 CO₂ 배출과 연비, 효율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형화, 소배기량화가 더욱 중요한 화두다.

따라서 수프라를 오래 전에 단종시켰던 토요타가 소형 스포츠카를 선보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 클래스 모델 대부분은 양산차 플랫폼을 사용하느라 FF 레이아웃을 선택하기 마련. 닛산이 2002년 실비아를 단종한 후 베이직한 FR 스포츠카는 마쓰다 로드스터 정도가 고작이었다. 

86의 디자인은 앞서 공개된 컨셉트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 디자인센터 ED2에서 완성된 외형은 날카로운 헤드램프와 뾰족한 노즈, 립 스포일러와 이어진 오버펜더 라인 등 작은 크기 속에 전형적인 스포츠카의 모습을 온전히 담아내고 있다. 아울러 수퍼카 LFA의 특징까지 보듬어 어느 각도에서나 시선을 잡아끈다. 뒷모습은 대담하게 각을 살렸는데, 아래쪽에는 차급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본격적인 형태의 디퓨저가 자리잡았다.

차체 크기는 매우 콤팩트해 AE86 스프린터 토레노보다 55mm 짧고 75mm 낮다. 감이 잘 오지 않는다면 아우디 TT를 떠올리면 된다. TT보다도 전체적으로 작은 크기다. 공기저항계수는 0.27. 기본형으로도 충분히 멋지지만 토요타의 커스터마이징 브랜드인 모델리스타와 TRD 옵션을 통해 개성적인 외모를 만들 수도 있다. 좀 더 튀는 튜닝 브랜드를 이용할 고객이라면 깡통차 개념의 커스터마이즈 그레이드가 있다.

고전적이고도 스탠더드한 인테리어는 기능적이면서 단단하게 조여진 느낌으로 스포츠카에 잘 어울리는 모습. 계기판은 9,000rpm까지 써진 흰색 타코미터를 중앙에 두고 왼쪽에 속도계, 오른쪽에 연료계와 수온계를 배치했다. 스티어링 휠은 조작 버튼이 달리지 않은 심플하고도 스포티한 디자인. 스티어링과 도어 트림, 시트의 검은색 가죽은 붉은색 스티치로 장식했다. 계기판 바늘과 전자식 속도계 등이 모두 붉은색이라 전체적으로 블랙/레드의 강렬한 대비가 은근히 화려하다. T자형을 그리는 대시보드-센터페시아 레이아웃에 큼직한 조작 스위치를 배치했다.

시프트 레버 최대한 가까이 놓인 시동 버튼이나 운전석 쪽 가까이에 둔 파킹 브레이크 레버는 이 차가 스포츠주행에 충실한 차임을 보여주는 작은 증거들. 시트는 물론 홀드성이 뛰어난 버킷 디자인이며 좁지만 유용한 뒷좌석 두 개를 갖추고 있다. 뒷좌석을 접어 화물칸을 넓힐 수도 있다.

스바루 복서+토요타 D-4S
토요타와 스바루가 함께 FR 스포츠를 만든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할 때 임프레자 구동계를 FR로 개조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수평대향 엔진+4WD 구동계에서 프론트 디퍼렌셜만 제거하면 간단히 FR로 바꿀 수 있기 때문. 하지만 86과 BRZ는 이런 뻔한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우선 엔진은 스바루의 수평대향 4기통을 바탕으로 토요타의 직분사 시스템인 D-4S를 결합했다. D-4S는 직분사 인젝터와 포트분사 두 가지 인젝터를 사용하는데, 부하가 높을 때에는 직분사, 중저부하에서는 포트분사를 함께 가동해 효율과 유연성을 확보한다. 엔진 블록 역시 스바루의 것을 그대로 쓰지 않고 86×86mm의 스퀘어형을 새롭게 개발했다. 스바루의 현행 2.0L 엔진은 92×75mm의 숏스트로크형. 그 결과 배기량 2.0L이면서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20.9kg·m에 연비 13.0km/L(6단 수동, 표준형, JC08 모드)를 달성했다. 스트로크가 늘어났지만 최대토크가 6,600rpm에서 나오고 최고출력은 7,000rpm 그리고 레드라인이 7,400rpm에 이르는 여전히 고회전형 엔진이다. 무엇보다도 납작한 엔진 블록으로 차체 무게중심 높이가 포르쉐와 페라리 수준인 460mm에 불과하다는 점이 큰 강점이다.

무게중심이 낮을수록 롤링이 줄어들어 보다 고속 코너링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엔진과 변속기의 위치 역시 기존 스바루와는 다르다. 프론트 디퍼렌셜이 사라지는 만큼 엔진을 뒤로 밀어 프론트 미드십 레이아웃으로 만들어진 86은 앞뒤 무게배분이 53:47. 최대한 드리프트하기 쉽도록 무게배분을 조정했다고 한다. 변속기는 고전적인 수동 6단과 자동 6단 두 가지로 6단 AT의 경우 패들시프트가 달리며 시프트다운 때 자동으로 엔진회전수를 맞추는 블리핑 제어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노말/스포츠/스노/매뉴얼 등의 모드가 제공된다. 앞 4포드, 뒤 2포드의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에 타이어는 기본 205/55 R16부터 최대 225/40 R19 사이즈까지 선택할 수 있다.
값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표준형이 200만엔(약 2,900만원)대 중반, 고급형이 200만엔대 후반으로 마쓰다 로드스터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옵션이 다 빠진 커스터마이즈 버전은 200만엔 정도다.

같으면서도 다른 BRZ와 86
86과 동시에 개발작업을 진행한 스바루 역시 같은 무대에서 BRZ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컨셉트카를 통해 디자인을 꾸준히 선보였던 토요타와 달리 스바루는 ‘복서 스포츠카 아키텍처’를 통해 새로운 FR 구동계를 공개했을 뿐 디자인을 선보인 적은 없었다. BRZ의 익스테리어는 토요타 86과 꼭 닮아 차이점을 다른 그림 찾기를 해야 할 지경. 위아래가 뒤집힌 역사다리꼴 흡기구나 램프 내부 디자인 차이를 제외하면 동일 차의 다른 그레이드 정도로 보일 뿐이다.

구동계 역시 86과 동일한 복서 2.0L 200마력과 FR 구성. 그런데 소문에 따르면 86과 BRZ 모두 고성능형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AE86을 따라 수퍼차저를 얹는 86과 달리 BRZ는 터보형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출력은 두 차 모두 250마력 정도를 목표로 한다. 또한 모터쇼장에 공개되었던 파란색 버전은 검은색 루프와 대형 립 스포일러, 대형 리어 윙, 멀티스포크 휠을 조합하고 있어 고성능 BRZ STI 버전의 등장 가능성을 높여주었다.

두 차의 구동계는 거의 동일하지만 서스펜션은 스바루의 독자적인 세팅이기 때문에 BRZ가 86에 비해 다소 단단하게, 롤링을 줄이는 쪽으로 완성되었다. 스바루의 아이덴티티인 복서 엔진과 좌우 대칭형 구동계를 유지한 반면 AWD가 빠졌다는 점에서 BRZ는 지금까지의 스바루 스포츠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스바루는 함께 공개된 GT300 버전을 통해 이 차가 86보다는 조금 더 스포츠 지향임을 주장한다. GT300형은 오버펜더로 차체를 넓혀 레이스용 슬릭 타이어를 끼우고 거대한 리어 윙과 전용 언더 윙을 갖추고 있으며, 내년 시즌 수퍼GT GT300 클래스에 참가한다.      


<자동차생활, 2012년 01월호 - 저작권자 (주)자동차생활,
출처 : 항상 여기 이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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