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rcycles & 그 이야기들

[스크랩] 모터사이클 이야기 1

mistyblue 2013. 11. 17. 18:27


↑ 헨더슨 1911년형 모터사이클. 이 특이한 디자인의 모터사이클은 배기량 917cc, 출력 7마력의 4실린더 엔진을 갖고 있었으며 . 당시 판매가격 325달러였습니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약 750만원 정도의 가격이죠...


정보의 보고(寶庫)라는 인터넷입니다만, 실제로 인터넷에서 찾아낼 수 있는 정보들 중 보물급의 정보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정말 귀한 자료 사이트로 "20세기 모터사이클의 역사" 라는 곳이 있었는데, 얼마전에 오랫만에 가보니 사이트가 없어졌더군요. 주소만 바뀐 것인가 해서 여기저기 찾아 보았는데, 이사간 것이 아니라 아예 없어진 모양입니다. ㅠㅠ

아쉬운 마음에, 옛날에 "20세기~" 에서 받아내려둔 그림과 사진들을 활용한 오토바이 관련 포스트를 해볼까 합니다. 그냥 짤방만 올리긴 뭐하고 해서 사이사이에 오토바이 관련 글도 좀 넣어 보았습니다만, 메인은 귀중한 사진들입니다. 클릭하면 확대되도록 해 두었으니 즐겁게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 실베스터 로퍼의 "증기 벨로시페드", 1869년작. (이 그림은 클릭해도 확대되지 않습니다.)


오토바이라는 것이 자전거로부터 파생된 물건이니만큼, 오토바이를 처음 만든 사람이 누구다- 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벨로시페드(자전거)에 엔진을 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 꽤나 많았고, 그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긴 시기도 비슷비슷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동력 벨로시페드를 만든 사람으로 꼽히는 사람이 미국 발명가인 실베스터 로퍼입니다. 로퍼는 1869년에 위의 짤방에 나온 증기 벨로시페드를 만들어, 박람회 등에서 시연을 하고 판매까지 했죠 (몇대나 팔았는지는 모릅니다만...)

로퍼는 자신의 증기 벨로시페드가 "언덕도 올라가고 말보다 빨리 달릴 수 있다" 고 주장했는데, 그것을 입증하기 위해 너무 무리를 한 것인지 시연 도중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따라서 로퍼는 오토바이를 처음으로 발명한 사람이자 오토바이 때문에 죽은 첫번째 사람일지도 모르죠.

만약 오토바이를 "내연기관이 달린 두바퀴 탈것" 이라고 정의할 경우, 오토바이의 발명자는 자동차로 유명한 고트립 다이믈러일 것입니다.

↑ 고트립 다이믈러의 "아인스퍼", 1885년작. 프로토타입의 냄새가 풀풀 납니다. 작은 보조바퀴가 두개 붙어 있으니 이륜차가 아니라는 지적을 하실 분도 계실 듯.


위 짤방을 보시면 짐작하실 수 있듯 아인스퍼는 본격적인 탈것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며, 다이믈러가 자동차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엔진 테스트용으로 만든 실험기에 불과합니다. 배기량 264cc의 싱글실린더 4행정 엔진을 단 아인스퍼는 최고 시속 10킬로미터 정도의 탈것이었는데, 4륜차를 움직이기에는 엔진의 출력이 너무 낮았기 때문에 우선 이륜차를 만들어 본 것 뿐이죠. 엔진의 성능이 좋아진 후 다이믈러는 오직 자동차만을 만들었고, 2륜차에 대해서는 까맣게 잊었습니다.

아인스퍼와는 달리, 힐데브란트와 볼프뮬러의 1896년작 이륜차는 상업적으로 판매하기 위한 만들어진 탈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오토바이를 "실용적 탈것으로서 제작된 내연기관 이륜차" 로 정의할 경우, 오토바이의 발명자는 힐데브란트와 볼프뮬러가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힐데브란트-볼프뮬러는 클러치가 없는 등 사용이 골치아픈 탈것이었기 때문에, 몇대 팔리지도 않아서 곧 그 발명자들을 망하게 만들었죠.

↑ " 힐데브란트-볼프뮬러", 1896년작. 엔진과 후륜 사이에 체인이나 벨트가 아니라 크랭크 암이 달려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증기기관차 같네요.


19세기 말에 "안전 자전거" 가 널리 보급되고, 그 프레임에 달 수 있는 성능 좋은 엔진과 동력전달계 등 핵심부품이 상용화되자, 세계 여러 나라의 여러 회사들이 오토바이를 만들어 팔기 시작합니다. 물론 이 오토바이들은 본격적인 오토바이라기보다는 원동기 자전거에 가까운 물건들이고, 이를 만드는 회사들 역시 회사라기 보다는 개인이나 파트너쉽 수준이었습니다만...





↑ 20세기 오토바이 역사의 선구자들. 자전거 프레임의 형태는 대부분 비슷비슷한 가운데 동력계는 싱글 실린더 및 트윈 실린더의 4행정 엔진, 동력전달은 체인과 벨트 방식이 주를 이룹니다.


↑ 이 싱어 1904년형은 엔진이 후륜에 직접 달려 있군요. 싱어는 재봉틀 제작으로 유명한 회사입니다. 재봉틀과 오토바이가 무슨 관계일까 싶으시겠지만, 일본의 스즈키도 원래는 직조기를 만들던 회사였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의외로 통하는 데가 있는 모양입니다.


이때만 해도 오토바이는 생활용 탈것으로서 자동차와 엇비슷한 입지에서 경쟁하는 관계였습니다만, 자동차의 성능이 점점 좋아지고 1908년 포드의 "T형" 자동차가 양산되면서 자동차 가격이 대폭 낮아지자, 적어도 미국에서는 "생활용 탈것 = 자동차" 라는 공식이 굳어지고 맙니다. 때문에 이때부터는 미국산 오토바이는 실용적인 탈것이 아닌, 스포츠용 탈것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나오는 오토바이들을 봐면 "빠르고 날렵한 경주용" 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죠.

↑ 1914년, 오토바이 경주. 이무렵부터 미국 전역에서 오토바이 경주가 열리고, 선수들은 스폰서 회사의 오토바이를 타고 실력을 겨루었습니다.




↑ 미국의 스포츠 모터사이클들.


↑ 예일 "모터 사이클" 광고. "보쉬 발전기" 와 배터리, 점화기가 달린 트윈 엔진의 경우 가격이 300달러입니다. 관계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대학원생 시절 타던 혼다도 300달러 주고 산 중고였지요.


스포츠 탈것으로 탈바꿈한 오토바이들의 성능이 점점 좋아지는 것에 때맞춰(?) 제 일차세계대전이 발발하였고, 오토바이들은 군용 탈것으로서 전선에 투입되었습니다. 물론 일선 전투용은 아니고, 주로 전령이나 장교를 실어나르는 고속 수송용 탈것이었죠.

↑ 말과 마차들 옆을 달리는 군용 할리-데이비슨 모터사이클.


↑ 참고로 일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자동차가 군용으로 쓰이긴 했습니다. 이것은 독일군이 쓰던 "장갑 자동차". 멋진 차체 위에 조잡하게 덧붙인 장갑판이 안쓰럽습니다.


미국에 비해 자동차의 보급이 더뎠던 유럽의 경우, 오토바이들은 생활 탈것으로서 많은 활약을 했습니다. 영국의 노튼, BSA, 트라이엄프, 독일의 메골라, BMW, 쥔다프, 프랑스의 푸조, 테로 등 오토바이 회사들의 수도 많았죠.

↑ 유럽의 오토바이들. 기계로서의 기능미 위주인 미국의 오토바이들과는 다른 맛이 느껴집니다. 특히 독일 메골라의 라디얼 엔진 전륜구동식 모토라드가 확 눈에 띄는군요 (맨 위).


유럽 오토바이 메이커 중에서, 국내에서는 BMW가 특히 유명하죠. 1916년에 설립된 바바리아 모터 제작사 (Bayerische Motoren Werke), 즉 BMW는, 원래는 비행기 엔진 전문업체였습니다. 하지만 독일이 제일차 세계대전에서 패하면서 BMW는 베르사이유 조약에 따라 군수물자인 비행기 엔진을 더이상 할 수 없게 되었는데, 이때 BMW가 사운을 걸고 만든 것이 민간용 탈것인 모토라드 R32입니다 (독일말로 오토바이가 모토라드입니다).

↑ BMW "R32" 모토라드, 1923년작. 배기량 486 cc, 8.5 마력의 복서 엔진을 탑재한 최고 시속 100km의 걸작 모토라드입니다.


요즘도 고성능 고급 승용차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BMW입니다만, R32는 지금 보아도 탐이 날 정도로 뛰어난 모토라드입니다. 우선 그 엔진의 외형이 다른 오토바이의 엔진과는 많이 다름을 보실 수 있는데요, 저것이 바로 "복서" 엔진입니다. 복서 엔진은 당시 흔히 쓰이던 싱글 실린더나 V-트윈 엔진에 비해 진동과 잔고장이 적은 뛰어난 엔진입니다.

↑ 위에서 본 BMW 복서 엔진. 실린더가 서로 반대방향으로 배치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 복서 엔진의 작동방식 도해. 한쌍의 피스톤들이, 하나의 축을 따라서 동시에 정반대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그 운둥으로부터 발생하는 진동이 대부분 상쇄되어, 진동이 적습니다. 참고로 복서 엔진의 개발자는 유명한 카알 벤츠.


↑ 하지만 복서 엔진은 실린더들이 양 옆을 향해 있기 때문에, 엔진 중요부위가 차체 옆으로 돌출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짤방은 위의 복서 엔진을 탑재한 BMW "R68" 의 모습.


↑ 할리-데이비슨의 V-트윈 엔진. 실린더들이 V자 형으로 배치되어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인데, 엔진 주요부위를 차체 프레임이 껴안고 있는 구조여서 엔진의 보호는 확실합니다. 하지만 피스톤들이 하나는 앞으로, 하나는 뒤로 서로 엇갈리며 운동을 하기 때문에 전후 진동은 어느정도 상쇄되지만 상하 진동이 엄청납니다. 신호 대기중에는 승차자의 이가 서로 맞부딛히며 떨릴 정도.


R32는 또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웻섬프 방식의 윤활유 순환을 채택했고, 또 체인이나 벨트가 아닌 샤프트 구동 방식을 채택하여 유지관리가 용이한 뛰어난 모토라드였는데요, 1994년에 "F650" 이 나오기 전까지의 BMW의 모토라드는 전부 샤프트 구동이었습니다. (샤프트, 체인, 벨트 등의 구동방식의 차이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트에서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

이렇게 성능 좋고 디자인까지 멋진 BMW의 모토라드들은 당연히 큰 인기를 얻으며 널리 보급되었습니다. 스포츠용 탈것이던 미국의 인디언이나 할리-데이비슨과는 달리 BMW의 모토라드들은 일단 서민의 발로 쓰이기 위해 만들어진 생활용품이었는데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 주행성능만 따져봐도 무거운 미국산 모터사이클을 앞지르는 물건들이 많았습니다 (당시 오토바이 속력의 세계 최고기록인 시속 279.83km도 에른스트 헤네가 BMW를 타고 세운 것이죠).






↑ BMW 로고가 아니더라도 독일인이 디자인했다는 느낌이 풀풀 나는 BMW 모토라드들. 제이차대전때 유럽에서 싸웠던 미국의 참전용사들이, 이런 고성능 모토라드를 타보고는 그 맛에 반해서 나중에 귀국한 뒤 바버 모터사이클을 만들게 됩니다만... 그건 나중 이야기.


모토라드의 성공에 힘입어 1928년부터는 승용차도 만들기 시작한 BMW는, 하지만 1930년에 독일이 재무장을 시작하면서 다시 비행기 엔진의 제작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세계는 제이차대전의 광기에 휩싸이게 되죠.

↑ BMW "R12" 의 군납 모델.


↑ 군용 BMW 모토라드로 R12보다 더 유명한 것이 R75, 그리고 그 변종인 "사하라" 죠. 하지만 사실 R75는 원래 BMW의 모토라드가 아니라 쥔다프 "KS750" 의 카피입니다.


↑ 이쪽이 오리지널인 쥔다프 KS750. 정교한 기계디자인과 고성능을 추구하는 BMW에 비해 쥔다프는 원래부터 "모든이를 위한 범용 탈것" 을 만들던 회사인지라, KS750, 그리고 그 카피인 R75는 험하게 다뤄도 끄떡없는 신뢰성으로 호평받았습니다.


↑ 쥔다프는 이런 느낌의 대중용 모토라드를 만들던 회사입니다. 이제는 없어진 회사지만, 오늘날의 폭스바겐이 쥔다프의 피를 이어받은 회사라고도 말할 수 있죠.


↑ R75의 모형은 밀리터리 모델러라면 한번쯤 만들어 보셨을 겁니다.


물론 미국도 군용 모터사이클이 있었습니다. 인디언과 할리-데이비슨 모두 많은 모터사이클을 만들어 연합군에 납품했는데, 특히 할리-데이비슨은 생산시설을 확장해 만든 수많은 모터사이클들을 소련을 비롯한 연합군 국가들에게 제공했습니다. 이 군납 할리-데이비슨은 제이차대전 종전 후에도 오랫동안 동유럽인들의 탈것으로 활용되었다고 하는군요.

↑ 인디언의 군납형인 "640B", 그리고 할리-데이비슨의 "WLA 아미". 앞쪽 포크에 매달린 라이플 총집이 인상적입니다. 640B는 야전삽도 붙어 있네요.


↑ WLA. 요새 할리-데이비슨에 비하면 의외로 아담한 체구네요.


다음번 포스트에서는 제 이차대전이 끝난 다음부터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출처 : http://werdna.egloos.com/5111036 

 

출처 : 소울 라이더 <Soul Riders>
글쓴이 : 필리 바이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