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torcycles & 그 이야기들

[스크랩] 할리데이비슨이라는 바이크에 대해서.

mistyblue 2013. 11. 17. 18:27

우리 흔히 아메리칸 바이크라고 하면 보통 사람들도 할리데이비슨이라는 메이커를 떠올린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덩치에 크롬 장식, 웅장한 머플러 소리를 내는 바이크를 보면 그냥 할리데이비슨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할리데이비슨이라는 브랜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바이크의 대명사로 각인되어 있다.

 

또한 위 사진처럼 한적하고 탁 트인 길에서 바람을 맞으며, 말발굽 소리와 비슷한 고동감을 즐기면서 여유있게 달리는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를 상상하면서 동경하기도 한다.

 

사실 바이크의 기계적인 완성도를 떠나 이런 감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승부를 보는 바이크 회사는 할리데이비슨이 유일하다고 할 수 있고,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상당히 탄탄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이가 좀 들어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서 바이크에 대한 꿈을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가장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바이크가 할리데이비슨이 아닌가 한다.

 

실제로 할리데이비슨 영업사원들도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바이크에 이제 막 입문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아내와 함께 온 그런 사람들에게 '저희 바이크는 위험하게 타는 바이크가 아닙니다.'라고 얘기한다.

 

그건 맞는 말이다.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는 절대 위험하게 타는 바이크가 아니다. 다른 바이크에 비하면...

실제로도 할리데이비슨 바이크 타는 분들은 빨라도 100km 전후 그 이상은 잘 안넘긴다. 바이크를 모르시는 분들 중에서는 그 정도면 빠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타 브랜드 고배기량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은 보통 140km~150km는 넘기고, 여건만 되면 200km는 가뿐히 넘긴다.

 

그렇다면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를 타는 사람들은 왜100km 전후 그 이상을 넘기지 않는걸까?

 

할리데이비슨 바이크 중에 팻보이란 모델을 타는 사람이 한 말이 있다.

'할리데이비슨은 80km~100km 정도 달릴 때가 가장 기분 좋다. 둥다다당하는 고동감도 그대로 전해지고... 그러다 120km를 넘기면 기분이 슬슬 나빠진다. 더 속도를 내면 엔진의 진동이 온 차체로 전해지면서 바이크가 부서질 것 같다.'

 

실제로 팻보이를 타고 140km 정도로 잠깐 달려본 또 다른 분도 이런 말을 하더라.

'140km가 되니까 온 차체가 흔들리고 핸들이 떨려서 너무 위험하더라.'

 

할리데이비슨 바이크 자체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래서 빨리 달리기엔 적합하지 않은 바이크고, 그런 이유로 천천히 다니다 보니 위험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다.

 

더불어 하나 더 보태자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운전자들에게는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는 '무지하게 비싼 바이크다.'라는 인식이 박혀 있고 묵직한 배기음과 육중한 자체는 자동차 운전자들도 조심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 실제로 BMW의 F800GS를 탈 때는 무식하게 밀어 붙이는 자동차를 쉽게 볼 수 있는데 할리데이비슨의 나이트로드스페셜을 탈 때는 거의 그런 경우가 없다는데서도 잘 알 수 있다.

 

<2010년형 '팻보이'로 '로드킹'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할리맨들이 타는 바이크다.> 

 

흔히 할리데이비슨 바이크의 브레이크를 잡으면 쭈우욱하고 밀린다고 한다.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역시 팻보이를 타시는 분과 얘기하는 도중에 팻보이의 앞 브레이크가 싱글이라고 한다. 싱글이라고? 별로 관심없는 바이크라 자세히 본 적도 없지만 너무나 당연히 더블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싱글이란다.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는 신차 순정상태로 타는 사람은 1%로 되지 않을 것이다. 1~2천만원 정도의 옵션을 넣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기본이다. 팻보이의 신차 가격은 거의 3000만원, 옵션 포함하면 최소한 4000만원을 넘어가는 고가의 고배기량 바이크가 싱글 디스크라니...

 

타 브랜드의 네이키드나 레플리카들은 600cc급만 되어도 거의 다 앞 브레이크가 두 개의 디스크로 되어 있는 더블 디스크고, YAMAHA 로드스타 워리어나 HONDA VTX1800F 같은 아메리칸 크루저 바이크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고가인 팻보이가 싱글이라니...

 

운전자가 승차한 무게가 거의 400kg 전후가 되는 쇳덩어리 바이크가 싱글 디스크, 싱글포트 갤리퍼니 브레이크를 잡으면 쭈우욱 밀릴 수 밖에...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분들 중에서는 '할리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해'라고 말하는 분들이 제법 많은 것 같다라는 것이다. 그뿐이면 말을 안하지... 심지어는 앞 브레이크를 아예 때어버리고 타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최근 들어서 할리데이비슨에서도 그런 부분에 대해서 신경을 쓰기 시작했는지  스포스터 계열의 XR1200, XL883R, 다이나 계열의 팻밥, 브이로드 계열, 그리고 투어링 쪽에서도 조금씩 더블 디스크를 채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투어를 나가기 전, 나의 나이트로드스페셜과 함께 있는 팻보이> 

 

나의 나이트로드스페셜도 그렇고, F800GS도 그렇지만 순간 가속이 뛰어나고 브레이킹이 대단히 좋다. 그립을 감으면 감는 만큼 바로 치고 나가고, 브레이크를 잡으면 즉각 반응한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뒤를 천천히 따라가는 짓은 하지 않는다. 어느 정도 틈만 생기면 바로바로 추월해서 가버린다. 가속을 했다가도 순간적으로 속도를 줄이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다.

 

 

 

언젠가 팻보이 2대와 투어를 나간 적이 있는데 왕복 2차선 국도를 팻보이 2대가 앞에 서고 내가 젤 뒤에서 따라갔다. 우리 앞에는 버스 한대가 약 70km~80km 정도의 속도로 가고 있었는데 한참을 가도 팻보이 2대는 추월할 생각을 하지 않고 버스 뒤를 계속 따라가는 것이다.

 

제 버릇 개주지 못한다고, 한참을 따라가던 나는 결국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팻보이 2대와 버스를 한꺼번에 추월해서 혼자 목적지를 향해서 가버렸다. 보통은 다른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를 잘 따라 다닐 때도 있지만 가끔은 좀 당기고 싶은 때가 있는 법이다. ^^

 

투어가 끝난 후에 내가 그럴 때는 좀 추월해서 갑시다..라고 얘기했더니 팻보이 타던 후배가 그런다.

'형, 팻보이는 그게 안되요.'

이해를 못한 내가 다시 물었다.

'왜 안돼?'

 

후배의 말을 정리하면 이렇다. 팻보이는 즉 할리데이비슨은 그립을 당기면 즉각적으로 반응이 와서 가속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립을 당기고 난 후에 두다다다다당~하고 천천히 가속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다른 바이크 처럼 그렇게 순간적으로 가속해서 추월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순간적으로 속도를 올려서 가속을 했다 치더라도 그 브레이크 성능으로는 또 다른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그제서야 난 이해했다.

왜 할리데이비슨 바이크 타는 분들이 천천히 달리면서, 다른 바이크들 처럼 차 사이를 빠져나가지도 않고, 고속으로 달리지 않으며 매너 있게 타는가를... 그 분들은 할리데이비슨을 선택할 때부터 흔히 말하는 '할리답게' 타려고 그걸 선택한 것이다.

 

레플리카를 타는 분들이 와인딩과 속도를 즐기려고 그걸 선택한 것처럼, 할리데이비슨을 선택한 분들은 타인의 시선, 여유, 거친 고동감을 느끼기 위해서 그걸 선택한 것이다.

 

이제부터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들과 투어를 나가면 답답해 하지 말고 나부터 그 바이크들에게 맞추려고 맘을 먹고 나가야겠다. 할리데이비슨 바이크들은 원래 그러니까. ^^

 

출처 : http://blog.daum.net/motolife

출처 : 소울 라이더 <Soul Riders>
글쓴이 : 필리 바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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