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 모터스 히스토리 2부 - 세계로 나아가는 길목
1986년의 아시안 게임 개최와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는 과거 전쟁의 피해로부터 발전한 한국 모습을 세계로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이란 국가의 존재를 보다 쉽고 널리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S&T 모터스의 전신인 효성기계공업(상표명은 효성스즈끼) 역시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공식 모터사이클로 지정되었고, 이 대회에서 해외 취재진들이 촬영한 필름을 메인 프레스 센터로 옮기는 메신저의 역할을 담당했다.
작지만 큰 발걸음
1986년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시점에서 효성기계공업은 신모델인 FM 100을 내놓았다. FM 100은 스즈키의 언더본 모터사이클로 역사적인 1988년 서울 올림픽의 공식 모터사이클로 선정되며 활약을 기대하게 했다.
차츰 모터사이클 수출의 길도 조금씩 열리게 됐다. 고유 모델의 수출은 아니었지만 기술 제휴선인 일본 스즈키에서 일본 내 생산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 덕분에 OEM 방식으로 스쿠터를 수출하게 됐다.
대망의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도 효성기계공업은 공식 모터사이클로 선정된 FM 100으로 한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이듬해인 1989년부터 국내 경기에 물가 인상 러시가 이어졌다. 모터사이클 역시 기존 대비 약 3.5% 정도의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서 시장의 소비 심리가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무릎을 꿇은 것은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었을까. 1990년대로 접어들면서 모터사이클 판매는 다시 호황을 누리게 됐다. 89년 대비 판매량은 약 50% 가까이 성장하면서 상업용 뿐 아니라 레저용 수요가 늘었다.
효성기계공업의 시장 점유율도 40.9%대로 약 10% 이상 성장했다. 특히, 경쟁사에 비해 다소 취약했던 소형 기종의 판매율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스쿠터 ‘파트너’가 투입된다. 파트너는 넓고 평평한 플로어 매트를 적용해 상업 용도로의 사용은 물론 도심에서의 활용도가 높은 모델이었다.
또한 6.5마력의 50cc 2스트로크 엔진을 채택해 높은 출력을 냈으며, 1991년에는 연간 3만 2천대를 시장에 공급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따라 효성기계공업은 1992년에 들어서면서 파트너의 생산량을 3만 5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을 발표했다.
효성기계공업은 모터사이클의 생산 뿐 아니라, 서비스 부문의 강화를 꾀하기도 했다. 서비스 사업부를 신설하고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키면서 전국 5개 지역에 서비스 사업소를 개설하게 된다.
1991년에 새롭게 소개된 윈디는 기존의 언더본 스타일의 모터사이클과는 차별화를 시도한 모델이다. 특히 디자인을 강조하면서 4단 변속 트랜스 미션을 적용한 배기량 99cc 급 엔진과 텔레스코픽 프론트 서스펜션을 채용했다.
로드 스포츠 모델의 등장 또한 이어졌다. 특히, 1992년에는 ‘RG 125 감마’와 ‘TN 125’가 함께 라인업에 합류하면서 젊은 라이더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두 모델 모두 스포츠 모터사이클에 더욱 근접한 풀 카울링 모델이었다.
‘RG 125 감마’는 서스펜션 방식에 따라 모델이 나뉘어 시판됐다. 또한, 리어 서스펜션을 하나만 사용한 감마-모노 모델과 두 개의 서스펜션을 배치한 감마-더블 모델이 각각 판매됐다. TN 125는 원형의 듀얼 헤드라이트가 가장 큰 특징이었다.
4스트로크 125cc 엔진의 출력은 한계가 있었지만, 국내 모터사이클 시장 안에서 스포츠 스타일의 모터사이클들이 대거 등장한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었다.
같은 해, 스쿠터 라인업으로 새롭게 추가된 어드레스 V100 역시 화제를 모은 모델이다. 프론트 브레이크는 디스크 방식을 채용하고, 시트 밑 수납 공간은 램프도 내장되어 편의성을 높였다. 2스트로크 100cc 엔진을 장비한 스쿠터로는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 모델이기도 했다.
비 내린 뒤 땅이 굳는다
1993년에 추가된 스쿠터 ‘캡’은 그 성능과 디자인면에서 눈에 띄는 모델이었다. 캡(cab)의 의미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택시’라는 뜻 외에도 ‘당신의 비즈니스를 도와줄 수 있는(Can Assist your Business)’이란 의미로 사용됐다.
단순한 성능과 국내 인기를 넘어서, 캡은 수출 모델로도 이름을 알렸다. 한국산 스쿠터로는 처음으로 스쿠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이태리로 수출됐기 때문이다. 고유 모델로 해외 수출 길을 연 캡은 수출 첫 해에 400대, 이후 매년 4천에서 5천대 가량을 수출할 수 있도록 이태리 현지 공급 업체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효성기계공업은 1995년까지 독자 모델과 기술 제휴 모델의 비율이 50:50에 이르게 됐다. 단순히 독자 모델 개발 뿐 아니라, 기술 제휴선을 통한 엔진 제조 기술에 대한 발전도 뒤따랐다. 국내 최대 배기량인 300cc 급 엔진을 장착한 GA300이 모습을 드러낸 것 또한 이 즈음이다.
GA300은 DOHC 방식의 수랭식 4기통 엔진을 적용한 크루저 모터사이클이었다. 차체 디자인은 125cc 크루저 모터사이클로 인기를 끌었던 ‘크루즈 125’와 흡사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정부의 공업기반 기술개발자금 지원을 받아 약 5년 만에 결실을 맺은 쾌거였다.
GA 300의 300cc 급 엔진은 국내 최대 배기량으로, 125cc 이하의 모터사이클이 대다수인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GA 300이 양산되는 일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GA 300은 시판되지 않았지만, DOHC 방식을 적용한 국내 최초의 모터사이클이 등장한 것 역시 1995년의 일이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엑시브(EXIV)’가 국내에 등장하면서, 대림자동차의 VF와 경쟁하게 됐다.
효성기계공업의 기술은 과거 기술 제휴를 받는 입장에서 기술 제휴의 주체로 수출이 가능한 시점에 도달한 것도 이 즈음이다. 기술 성장 부분에서 모터사이클의 엔진과 차체 개발은 물론이지만 디자인 또한 성장하고 있었다. 1996년에는 스쿠터 모델인 ‘제파’가 통상산업부와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이 선정하는 우수산업디자인상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7년은 효성기계공업이 그동안의 발전 상황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기였다. GA 300이 서울모터쇼를 통해 전시되고, 유럽 수출 전략 모델인 센스(Y-III), 110cc급 언더본 모델인 마이다스 등이 소개됐다. 기업의 이익 구조 또한 개선되어 앞으로의 전망은 밝아 보였다.
하지만 연말에 가까워진 97년 11월 21일. 국제 통화 기금. 즉,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구제 금융 프로그램이 실시되면서 대혼란이 왔다. 매일 저녁 뉴스를 보는 것이 두려울 정도로 부도를 맞는 은행과 기업들이 속출했다.
효성기계공업 역시 IMF 구제 금융 프로그램이 가동된 지 약, 한 달 만인 12월 22일 최종 부도 처리되며 법원에 화의 신청을 하게 됐다. 신기술의 개발과 독자 생산 모델들로 내실을 다져가던 것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순간이었다.
회생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자구책은 다각도로 진행됐다.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본사 사옥을 매각하는 등 부동산 자산을 처분하는 것으로 약 6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한편, 인력 부문의 비용도 줄였다.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못했지만, 지속적인 신모델 개발 및 출시도 이어졌다. 1998년에는 해외 수출로 높은 인기를 끌었던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인 ‘GF 125’ 를 비롯해 MX 125의 뒤를 잇는 오프로드 모터사이클인 ‘RX 125’, 125cc 크루저 모터사이클을 표방한 크루즈의 후속 기종인 ‘크루즈 클래식’, 스쿠터 모델로는 ‘SD 90’을 포함해, 98년에만 총 4대의 모델이 공개됐다.
적극적인 독자 모델 출시는 이 뒤로도 계속된다. 1999년에는 스포츠 콘셉트 스쿠터인 ‘프리마 50’이 출시되고, 110cc 급 비즈니스 모델인 ‘마이다스 II’를 발표했다. 특히, 프리마 50은 기존의 국내 시장에서 보기 드문 디자인으로 환영을 받았다.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등장하게된 미라쥬 125는 그간의 노력이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국내 최초의 공유랭식 V형 2기통 엔진은 1997년 공개됐던 GA 300의 4기통 엔진이 실물로 등장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덜어낼 만한 것이었다.
낮고 긴 실루엣의 전형적인 크루저 모터사이클의 스타일을 갖고 있었지만, 125cc의 소배기량으로 V형 2기통 엔진을 얹다보니 출력면에서 부족한 점은 분명했다. 차체의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면 125cc 이상의 엔진이 적용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미라쥬 125(GV 125)가 출시된 지, 멀지 않아 출시된 미라쥬 250(GV 250)은 말 그대로 대한민국의 모터사이클 역사를 새로 쓴 모델이다. 약, 20년 만에 125cc 배기량을 뛰어넘은 엔진이 상용화 된 것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초의 V형 2기통 엔진, 그리고 대배기량 엔진이라는 점 만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미라쥬 250은 그 이상이었다. 단기통 125cc 엔진을 적용했던 다른 크루저 모델들과 차별화되는 보다 당당한 차체와 시내 교통 상황에서 충분히 활용 가능한 출력과 가속 성능, 경쾌한 핸들링 등 장점이 많았다.
꾸준한 발전을 이어오다 만난 IMF는 단순한 경제 위기 정도가 아닌 국가적 재난 수준이었다. 이런 엄청난 위기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가능한 발전 방향을 유지하고 노력해 온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에게 국내 모터사이클의 한계를 벗어던진 미라쥬 250은 그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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