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지에 따른 모터사이클 브랜드 특성 (7) 러시아
전쟁이 만들어낸 모터사이클
[최홍준의 모토톡] 러시아는 광활한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 많은 전쟁을 치러왔다.
현재 러시아의 모터사이클 브랜드는 단 하나, 사이드카를 만들고 있는 우랄 모터사이클뿐이다.
러시아 역시 1920년대부터 모터사이클 브랜드가 많이 탄생했었다.
전쟁을 겪으면서 군수물자를 만드는 곳으로 전환되거나 군소브랜드끼리 합병되거나 수익이 좋지 않으면 해체되곤 했었다.
대부분 국영기업이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더해지거나 빼지거나 하는 일이 비교적 손쉬웠던 것이다.
◆ IMZ-우랄 (Ural)
1940년 소비에트 연방은 독일군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핀란드와의 겨울 전쟁 때 자국의 모터사이클이 형편없는 성능을 보여준 것에 한탄하며
우수한 독일제 모터사이클을 전쟁 대비용으로 도입하기로 결정한다.
당시 최고 성능을 보여주던 독일 BMW R71 5대를 몰래 반입해 분해, 연구에 들어간다.
리버스 엔지니어링에 성공한 소련은 M72라는 이름으로 대량생산하기로 결정.
모스크바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에 들어간다.
생산은 성공적이었고 곧 대량으로 M72 사이드카가 나오기 시작했다.
독일의 폭격에 대비해 우랄 산맥 근처의 이비츠로 공장을 옮겨 더욱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
1942년 첫 생산된 이후 2차 세계 대전이 끝날 때까지 9,799대의 M72 사이드카가 생산되어서
정찰병이나 기동 부대에 보급되었다.
전쟁이 끝난 후 우크라이나의 KMZ공장에서만 군용 사이드카를 생산했고
이비츠(Irbit Motorcycle Works)의 공장은 민간용 사이드카 생산을 시작한다.
이비츠의 공장 약자가 IMZ였고 1950년에는 중국으로 M72의 금형과 도면을 판매한다.
이를 도태로 중국은 중칭750이라는 사이드카를 만들어냈고 북한으로 이 물자들을 지원해 한국전쟁 때 사용하게 만들었다.
북한은 천리마라는 이름으로 이를 다시 복제 생산하는 역사의 아이러니를 만들어냈다.
우랄은 전쟁 후 민간용으로 수출도 시작해서 영국은 물론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1992년 민영기업으로 전환을 시도, 2000년부터는 완전한 민간 기업이 되어 많은 공장을 매각하고 인원을 감축했으며
생산 대수로 대폭 축소했다.
그간 특별한 기술 개발이 없었기 때문에 현대화에 투자에 성공했다.
2010년 이후 연간 800대 생산에 그치고 있지만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사이드카 브랜드로,
러시아 유일의 대형 모터사이클 회사로 남게 된다.
우랄 사이드카는 비포장을 달리기 적합하게 만들어져서 세계를 여행하는 월드 투어러나
오프로드를 즐기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여전히 인기 있는 모터사이클이다.
◆ 데그차례프 (Degtyaryov)
1916년부터 국영기업으로 각종 무기를 만들어오던 데그차례프.
잘 알려진 RPG-7이나 한국전쟁 때 유명해진 PPSH-41 같은 총들이 모두 데그차례프에서 만들어졌다.
총기뿐만 아니라 배터리나 트랙터 등을 만들었고 모페드나 소형 모터사이클도 만들었다.
보스호트Voskhod)는 데그차례프의 대표적인 모터사이클 기종으로 1965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다.
175cc 엔진 모델이 주력이었으며 1970년대에는 영국으로 수출되기도 했다.
현재는 소형 스쿠터위주로 생산하고 있다.
◆ 벨로모터스 (Velomotors)
1996년 시작된 벨로모터스는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회사다.
자전거와 스쿠터, 모터사이클을 비롯해서 ATV, 스노모빌 등을 기계화된 대형 공장에서 생산하며
아시아의 몇몇 브랜드들과 기술 제휴로 자신들의 모델을 공급하고 있다.
2007년에 총생산 10만대를 넘어섰으며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현재는 모터사이클 생산은 하지 않고 스노모빌과 ATV가 주력이다.
러시아의 몇 안 되는 자전거 브랜드로는 남아있다.
러시아도 세계 대전 전에는 다른 유럽 국가들처럼 이동 수단의 하나로 모터사이클을 생산했다.
그러다 전쟁을 겪으면서 필요한 군수물자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했다.
기후와 지형이 모터사이클을 타기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도 있어 레져용 모터사이클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아
다른 브랜드들이 커나가기 어려웠고 그나마도 있던 곳들은 기술 투자를 받지 못해 도태되고 말았다.
그나마 꾸준히 수요가 있었던 사이드카 브랜드 우랄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기본 바탕은 1940년대의 것이지만 그간 꾸준한 개량을 통해 현대화에 성공했다.
칼럼니스트 최홍준 (<더 모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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