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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날아오면 '쾅', 국산 요격 무기 배치된다

mistyblue 2021. 9. 12. 10:06

 

 

천궁 지대공미사일이 발사관에서 솟아나와 표적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반도 내 주요 시설을 보호할 ‘방패’가

조만간 일선 부대에 배치될 전망이다.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춘 천궁-Ⅱ가 그 주인공이다.

천궁-Ⅱ는 항공기 요격용으로 국내 개발된 천궁 지대공미사일에

탄도미사일 파괴 기능을 추가해 성능개량한 무기로 2017년 개발에 성공했다.

 

국방기술품질원은 지난달 18일 국방과학연구소(ADD) 안흥시험장에서

천궁-Ⅱ 품질인증사격시험을 실시, 성공을 거뒀다.

품질인증사격시험은 연구개발 단계에서 충족된 국내 유도무기 성능이

양산품에서도 구현되었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품질인증사격시험을 통과하면서 천궁-Ⅱ는 본격적인 양산단계로 돌입한다.

국내 최초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국산 무기가 생산되는 셈이다.

탄도미사일 요격 무기를 자체 개발한 국가가 미국, 러시아, 중국, 이스라엘 등

소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성과다. 

 

천궁 지대공미사일이 발사관에서 솟아오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반도 제공권 다툼의 산물

천궁-Ⅱ가 등장한 것은 한반도의 하늘을 장악하려는 남북 간 치열한 힘겨루기의 결과다.

현대전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제공권을 장악해야 한다.

 

북한도 이를 잘 알고 있지만, 정치적·재정적 이유로 러시아나 중국에서

최신 전투기를 도입할 수 없는 처지다.

반면 한국은 미국산 KF-16, F-15K, F-35A 전투기와 E-737 조기경보통제기,

KC-330 공중급유수송기 등을 지속적으로 도입하면서 공군력을 증강하고 있다.

주한 미 공군도 오산, 군산 등에 F-16, A-10 전투기를 운용중이다.

 

북한으로서는 유사시 전투기를 동원한 공중전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한미 공군 전투기들을 지상 기지에 묶어두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넣는 탄도미사일이 필수다.

탄도미사일로 한국 내 공군기지를 계속 공격하면 전투기의 작전 활동은 큰 제약을 받는다. 

 

천궁 지대공미사일 이동식 발사대는 무게가 가볍고 기동력이 우수해 작전활동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공군 제공

 

냉전 시절 옛 소련이 탄도미사일 공격을 통해 서유럽 공군을 봉쇄하려는 전략을 추구했는데,

북한도 1980년대부터 스커드 탄도미사일을 시작으로 KN-02과 KN-23,

‘북한판 에이태킴스’라 불리는 전술지대지유도무기 등을 개발하면서

이와 유사한 방식을 채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KN-23과 전술지대지유도무기는 발사차량에 미사일 2발을 탑재,

초탄 발사 후 빠른 시간 안에 동일 표적을 재차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

KN-23은 미사일이 정점고도를 지나 하강 단계에서 활강 및 상승 비행을 하는

풀업 기동이 가능해 요격회피 시도도 가능하다.

 

이에 대응해 한국군은 유사시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차량을 타격하는 작전을

준비하면서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천궁 지대공미사일이 발사대에서 솟아나와 엔진을 점화해 날아가고 있다.

미사일 옆의 측추력기와 아래쪽의 엔진 점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KAMD 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 천궁-Ⅱ는 항공기 요격용으로

1990년대부터 약 10년 간 개발한 천궁 지대공미사일을

탄도미사일 요격용으로 개조한 것이다.

 

 

천궁은 개발과정에서 러시아의 기술이전을 받았다.

그 결과 미국 패트리엇(PAC-3)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띠게 됐다.

대표적인 특징이 콜드론치다.

일반적으로 PAC-3 등은 미사일 엔진이 점화하면서 발사관 밖으로 솟구치는

핫 론치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천궁은 발사관에 내장된 압축가스로 미사일을 발사관 밖 일정 높이로 쏘아올린 뒤

미사일 엔진이 점화되는 콜드론치 방식을 채택했다.

콜드론치는 미사일 발사 시 열폭풍이 일어나지 않는다.

수풀이 무성한 곳에서도 천궁을 쏠 수 있다. 

이는 천궁의 작전운용능력을 크게 높이는 효과가 있다.

 

반면 핫 론치 방식인 PAC-3는 발사 후 화재 등의 위험을 고려해

콘크리트 포장이 이뤄진 곳을 위주로 작전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궁이 PAC-3보다 훨씬 많은 지역에 전개해 작전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천궁-Ⅱ 지대공미사일이 가상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천궁-Ⅱ는 천궁의 장점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부여해 성능을 높인 것이다.

요격 개념은 PAC-3처럼 표적과 직접 충돌해서 파괴하는 방식이다. 

파편을 표적 방향으로 폭발시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것보다

파괴력이 강해 탄도미사일 잔해가 지상에 낙하, 2차 피해를 유발할 위험이 낮다.

직접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고온, 고압으로 화학탄을 파괴할 수 있다.  

 

탄도미사일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조치도 이뤄졌다.

천궁보다 비행속도가 더 빨라졌고, 신속하고도 정교한 궤도 수정을 위해

미사일에 측추력기를 추가했다. 

 

천궁에서도 발사 초기 단계에서의 선회, 최종 단계에서

표적 접근을 위한 궤도 수정에 사용할 측추력기를 장착했다.

하지만 전투기보다 훨씬 빠른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천궁-Ⅱ에서는 측추력기를 추가했다.

 

군과 산업계에서는 천궁-Ⅱ를 개량한 천궁-Ⅲ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다.

천궁-Ⅱ의 표적 탐지를 담당하는 X-대역 다기능레이더(MFR)는

1980년대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개량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수출 통제가 심한 질화갈륨(GaN)

마이크로파집적회로(MMIC)를 국산화해

천궁-Ⅱ 레이더에 활용하는 방안과 더불어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탑재,

다른 포대에서 탐지한 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협동교전통제 기술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천궁 지대공미사일 체계. 다기능레이더(왼쪽)와 발사대(가운데), 교전통제소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가성비는 미국산보다 더 우수

천궁 계열 지대공미사일 체계의 또다른 장점은 우수한 가성비다.

천궁-Ⅱ는 사거리 50㎞, 요격고도는 20㎞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산 PAC-3와 유사한 수준이다. 

 

반면 가격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천궁-Ⅱ 미사일의 한 발 당 가격은 17억 원 안팎이지만,

PAC-3 미사일은 약 50억 원에 달한다.

가성비 측면에서 천궁-Ⅱ가 PAC-3보다 우수한 이유다. 

 

한국군으로서는 제한된 예산 사정 속에서도 많은 곳에

천궁-Ⅱ를 배치할 수 있다.

이는 KAMD 능력의 강화로 이어진다.

배치 후 성능개량 및 창정비 요소 등을 고려하면,

해외 도입 장비에 비해 국방예산 절감은 물론

더욱 신속하고 안정적인 유지보수도 가능하다. 

 

이같은 장점은 수출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제공한다.

현재 서방 국가 중에서 탄도미사일 요격 작전 소요를 갖고 있는 나라는

PAC-3를 운용한다.

서방측에서 탄도미사일 파괴가 가능한 지대공 요격체계는

사실상 PAC-3가 유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천궁 지대공미사일 체계의 일부인 교전통제소 내에서 부대원들이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하지만 PAC-3를 도입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폴란드가 2018년 PAC-3 2개 포대 분량의 발사대 16대와

요격미사일 208발 등을 구매하는데 47억5000만 달러(5조600억 원)가 필요했다.

 

반면 천궁-Ⅱ는 PAC-3보다 가격이 낮고,

한국군이 대량 운용해 후속군수지원과 성능개량이 용이하다.

 

러시아 이스칸데르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유사한

북한의 KN-23을 요격할 수 있다면,

러시아 등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직면했으나

PAC-3 구매에 부담을 느끼는 국가를 중심으로

PAC-3의 대안 역할도 가능하다는 평가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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