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y less, Choose well, Make it last, 옷 적게 사고, 잘 고르고, 오래 입어라”…명품 패션계 거장이 남긴 이 한 마디

 

[사진출처 = 비비안웨스트우드 공식 인스타그램]

“Buy less, Choose well, Make it last(적게 사고, 잘 골라서 오래 입어라)”

 

지속가능한 패션을 추구하는 철학을 보여준 한 마디입니다.

패션 디자이너이지만, 환경 운동가로 활동했습니다.

환경 문제와 더불어 사회, 정치문제에서도

제 목소리 내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죠.

 

영국의 인디펜던트는 이같은 행보를 두고

“패션을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적어도 옷의 영역을 넘어서는 이야기를 들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영국 패션의 거장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가 그 주인공입니다.

 

영국 명품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설립한 비비안 웨스트우드

[사진출처 = 비비안웨스트우드 공식 인스타그램]

 

 

영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저항 문화의 아이콘이자

새로운 패션 역사를 개척해온 그가 향년 81세로 별세했습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 패션하우스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오늘 런던 남부 클래펌 자택에서 가족들에게 둘러싸인 채

평화롭게 숨졌다”고 알렸습니다.

고인의 이름을 딴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행성 모양의 로고(ORB)로

국내 MZ세대들 사이에서도 인기인데요.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1970년대를 관통하는 ‘펑크 룩’의 대명사로

매니아층이 두터운 명품 브랜드입니다.

영국의 버버리하면 체크무늬가 떠오르듯,

비비안웨스트우드도 특유의 타탄체크로 유명합니다.

 

[사진출처 = 비비안 웨스트우드 공식 인스타그램]

길거리 패션으로 시작한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패션 뿐 아니라

액세서리 향수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자신의 브랜드를

전 세계적인 명품으로 자리 잡게 했습니다.

 

이처럼 영국 패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과 1991년 연이어 ‘올해의 영국 디자이너’로 선정됐고요.

고(故)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1992년 대영제국 훈장(OBE)을,

2006년에는 2등급 작위급 훈장(DBE)을 받았습니다.

 

웨스트우드는 정식으로 패션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재봉사와 제화공으로 일했던 부모 밑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적부터 옷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습니다.

16살때 예술학교에 다니면서 디자인에 눈을 떴고,

이 때부터 시장에서 산 중고 옷을 뜯어보며 재단법 등을 스스로 익혔습니다.

 

 

영화 ‘섹스 앤 더 시티(sex and the city)’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가

비비안웨스트우드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

[사진출처=비비안웨스트우드 공식 인스타그램 ]

 

안정적인 벌이를 위해 초등학교 교사가 된 그는

1963년 자신이 직접 만든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을 했습니다.

하지만 3년 후 이혼했고, 싱글맘으로 살던 중

당시 미술학도였던 맬컴 멕라렌을 만나며 디자이너로 전향하게 됐습니다.

웨스트우드가 서른살이 되던 해가 바로 일생일대의 전환점이었죠.

웨스트우드는 1971년 록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매니저인 맥라렌과

런던 킹스로드에서 렛잇록(Let it rock)‘이란 옷 가게를 엽니다.

도발적인 디자인으로 입소문이 난 그의 가게에는

수많은 밴드 가수들이 단골이 됐고요.

1970년대를 시대적 반항 문화를 대표하는 ’펑크 룩‘의 발상지가 됐습니다.

 

지난 2006년 여름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사진출처 =AP 연합뉴스]

 

그가 패션업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 것은 1981년 런던 패션위크에서였습니다.

웨스트우드는 이 패션위크에서 제3세계와 약탈을 주제로 한 ’해적 컬렉션‘을 공개했는데요.

우아하고 고상한 디자인이 주류를 이뤘던 때 해적 컬렉션은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웨스트우드를 독창적인 디자이너로 각인되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는 명성이 높아져도 기존 규범을 뒤집는 날카로운 패션을 고수했습니다.

87년 코르셋을 옷 밖으로 드러내 여성 억압을 타파하자는 메시지가 담긴 패션을 선보이고,

90년대 성별의 경계를 지우는 디자인에 주력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웨스트우드를 “조르지오 아르마니,

칼 라거펠트, 이브생로랑 등과 함께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거물”로 평가했습니다.

 

[사진출처 = 비비안 웨스트우드 공식 인스타그램]

 

 

웨스트우드는 패션을 통해 사회 정치적인 의견을 거침없이 밝혔습니다.

또 이를 행동으로 실천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2014년 그는 자서전에서 “내가 패션을 하는 유일한 이유는

’순응‘이란 단어를 파괴하기 위해서다”라고 밝혔는데요.

실제로 2011년 봄 여름 시즌 콜렉션 런웨이에서 사형수를 연상시키는 복면을 등장시켜

사형제 반대에 힘을 실어주는가 하면, 핵 군축과 반전을 옹호했고,

가난한 이들에게 타격을 주는 여러 정책에 반기를 들었습니다.

패션쇼에 서는 모델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담은 팻말을 들게 하기도 했습니다.

 

2015년 셰일가스 개발을 추진한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 관저에

웨스트우드는 탱크를 몰고가 시위를 벌인 일화는 이미 유명합니다.

가스개발 기술이 기후 변화를 일으켜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서였죠.

 

[사진출처 = 비비안 웨스트우드 공식 인스타그램]

 

 

2020년에는 전 세계 패션 관계자들이 모이는 런던패션위크 기간에

위키리스크 설립자인 줄리안 폴 어산지의 미국 송환을 반대하며 패션 이벤트를 벌였습니다.

어산지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도피생활을 하던 중

웨스트우드와 우정을 쌓아 왔는데요. 어산지가 옥중 결혼식을 올릴 때

웨스트우드가 직접 예복을 디자인해줬을 정도였습니다.

 

패션을 통해 늘 기후 변화와 사회 정의 등의 문제에 관해 얘기하려고 한 그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지해 준 이는 디자이너 동료이자 남편인

안드레아스 크론살러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사진출처 = 비비안 웨스트우드 공식 인스타그램]

 

 

오스트리아 빈의 미술 학교에서 만난 크론살러는 25살 연하 남편입니다.

그와 두번째 결혼을 한 웨스트우드는 지난 30년간 결혼생활을 해왔는데요.

크론살러는 “웨스트우드와 나는 항상 끝까지 함께 일했고,

앞으로도 마음으로 함께할 것”이라고 추모했습니다.

죽기 전까지도 패션의 경계를 허물며 기후변화와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인 웨스트우드.

그가 처음으로 연 옷 가게의 또 다른 이름

‘Too fast to live, Too young to die(살기엔 너무 빠르고, 죽기엔 너무 어리다)’가 계속 떠오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