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잉은 지난 1월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항공우주연구소(AIAA) 과학기술 포럼ㆍ전시회에서
새로운 항공기 모형을 공개했다.
아주 색다른 모습이었다.
동체와 날개가 일체형이며 수직 꼬리날개는 없었다.
이 같은 항공기의 형태를 BWB(Blended Wing-Body)라 부른다.
지난 1월 2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항공우주연구소(AIAA) 과학기술 포럼ㆍ전시회에서
대표적인 BWB 항공기론 미국 공군의 스텔스 전략폭격기인 B-2 스피릿이 꼽힌다.
보잉은 BWB 수송기 모형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잉은 스텔스 수송기를 만들 계획이다.
왜 보잉이 갑자기 스텔스 수송기를 꺼냈을까.
실마리는 같은 달 11일 미국외교협회(CFR)의 온라인 대담에서 한
프랭크 캔들 미국 공군장관의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차세대 공중급유기 사업에서
BWB를 고려하겠냐는 질문을 받은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동성은 위협의 변화에 의해 주도된다.
점점 더 긴 사거리를 가진 위협이 우리 항공기와 교전하려고
무엇을 하고 있는가에 따라 주도된다.
전통적으로 상업용 항공기를 바탕으로 공중급유기나 수송기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이는 높은 수준의 생존성과 복원력을 요구하는 상황을 고려해 설계한 것은 아니다.
(새로운) 위협은 (디자인의) 자유를 빼았았다.
우리는 무엇을 검토해야할까?
어떤 결과물을 내기엔 아직 이를까?
우리는 차세대 기능을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은 BWB를 언급했다.
BWB는 매우 가능성 높은 대안이다.
미국 공군의 전략폭겨기인 B-2 스피릿. 스텔스 설계 때문에 동체와 날개가 일체형인 BWB로 만들어졌다.
켄들 장관의 발언이 나온 지 12일 만에 보잉은 재빠르게 BWB 수송기 모형을 내놨다.
중국 신형 공대공 미사일이 부른 새로운 위협
수송기나 공중급유기, 전자전기와 같은 지원기는 민항기를 개조한 게 많다.
미 공군의 주력 공중급유기인 KC-135는 보잉의 B707가 기반이다.
미 공군의 전자전기인 RC-135도 B707에서 나왔다.
미 공군이 현재 도입하고 있는 신형 공중급유기인 KC-46은 B767을,
한국 공군의 공중급유기인 KC-330은 에어버스의 A330-200을 각각 군사용으로 재설계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J-20의 내부 무장창에 장착된 PL-15 공대공 미사일.
처음부터 수송기ㆍ공중급유기ㆍ전자전기 등을 설계한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
또 B767이나 A330과 같이 상업적으로 성공한 민항기를 베이스로 제작한 지원기는
일단 실전배치하면 보급ㆍ정비 비용이 훨씬 싸다.
같은 부품을 쓰는 민항기가 워낙 많이 돌아다녀 규모의 경제 덕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공군은 이 같은 이점을 포기하고
공중급유기와 수송기를 새롭게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국의 PL-15 야 오오(霹靂ㆍ벼락)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이란 위협이다.
2015년부터 중국이 실전배치한 PL-15는 현재 알려진 정보는 적다.
미사일 안에 들어간 AESA(능동전자 위상배열) 레이더가
목표물로 유도하는 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 미사일로 보인다.
사거리는 200㎞를 넘을 것이란 예상이 있다.
사거리가 길면서도 정확도가 높은 PL-15 때문에
미국의 지원기는 후방에서도 안전하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캔들 장관이 BWB 공중급유기ㆍ수송기를 언급한 배경이다.
BWB의 스텔스성에 기대서 금쪽 같은 전력인 공중급유기ㆍ수송기를
중국의 PL-15로부터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미 공군은 일찍부터 BWB 공중급유기ㆍ수송기에 관심을 가져왔다.
BWB 설계를 채택하면 10% 정도 연비가 높아지면서
소음도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그래서 지난해 10월 저탄소 친환경 대책으로 2027년까지
BWB 공중급유기ㆍ수송기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록히드마틴의 BWB 스텔스 공중급유기가 F-35 전투기를 공중급유하는 모습(CG).
이젠 더 나아가 생존 차원에서 BWB를 고려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무기체계라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스텔스
미 공군의 사례는 스텔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는 추세를 보여준다.
지금까지 스텔스는 군용 항공기에서,
특히 전투기나 폭격기에서만 찾을 수 있는 기능이었다.
이젠 전 무기체계에서 반드시 갖춰야 하는 기능으로 진화하고 있다.
치체에 붙인 스텔스 위장막인 ADAPTIV. 이 위장망은 육각형 모양의 디스플레이로 짜여있다.
냉전이 끝난 뒤 강대국과 테러 단체간 테러와의 전쟁이 주류였지만,
미국ㆍ서방권과 중국ㆍ러시아ㆍ권위주의 국가간 신냉전이 심각해지면서
군사 강대국끼리 제한전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
지금까지 위장이 전부였던 지상 무기체계도 스텔스를 점점 많이 도입하고 있다.
E-8 J-STARS 등 지상 감시 항공기는 이동 목표물을 추적하며,
지상 감시 레이더는 전방의 적을 찾는다.
그래서 러시아가 미래형 전차라고 내놓은 T-14 아르마타는 튀어나온 곳이 적고,
스텔스 항공기처럼 각진 모양이다.
레이더 탐지를 줄인 설계다.
러시아ㆍ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맹활약한 FGM-148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은
적외선 유도 방식이다.
전차에서 나오는 열로 목표를 조준한다.
그래서 지상 무기체계의 스텔스는 주로 열상 장비로부터 감추는 쪽으로 발전했다.
영국의 방산기업인 BAE가 개발한 ADAPTIV는 얇고 가벼운 위장막이다.
위장막은 육각형 모양의 작은 화면들로 짜였다.
이를 전차나 장갑차에 입히면 주변 환경을 그대로 위장막에 뿌린다.
투명 망토와 같은 개념이다.
그리고 이 위장막을 데우거나 식혀 주변 환경과 비슷한 온도로 만든다.
미국 육군의 신형 위장막인 ULCANS(초경량 위장막 체계)도
산악ㆍ도심ㆍ사막 지형에서 모습을 감출 수 있을뿐더러 열상 장비로부터 숨을 수 있다.
에이브럼스 X는 하이브리드 엔진으로 움직여 조용히 적에게 다가갈수 있다.
지상무기 체계의 스텔스에서 열 다음으로 신경 쓰는 스텔스는 소리다.
미국의 제너럴 다이나믹스 지상체계부문(GDLS)이 공개한 기술실증 전차인 에이브럼스 X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달았다.
‘적은 우리가 오는 걸 절대 듣지 못한다(They’ll Never Hear Us Coming)’는
‘조용한 타격(Silent Strike)’이 에이브럼스 X의 장점이라고 GDLS는 자랑했다.
잠수함 스텔스에 쓰이는 승용차 소음 감소 기술
해상 무기체계에서도 스텔스는 대세다.
미 해군의 줌월트급 구축함은 보통 구축함과 겉모습이 무척 다르다.
얼핏 우주전함처럼 생겼다.
스텔스를 고려한 설계 덕분이다.
적 전투함의 레이더엔 줌월트급 구축함은 어선 크기의 배로 나타난다고 한다.
일본의 모가미(最上)급 호위함, 대만의 퉈장(沱江)급 고속함도 스텔스 설계로 지어졌다.
미국 해군의 줌월트급 스텔스 구축함인 마이클 몬수르함. 김상진 기자
현대적 스텔스 설계 전투함의 시초는 스웨덴의 비스뷔급 초계함이다.
이 초계함의 선체는 강철이 아닌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RP)이다.
그래서 레이더 전파에 훨씬 덜 걸린다.
비스뷔급이 영불해협을 통과할 때 일부러 레이더 반사체를 달았지만
항해용 레이더에 잘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근처를 지나는 배는
매우 주의해야한다고 영국 항만청이 특별 주의 경보를 발령할 정도다.
현재 각국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대함 미사일은
상당수가 적외선 감지 시커로 조준한다.
미사일이 적 수상함의 열을 쫓아간다는 뜻이다.
그래서 수상함의 생존성은 열차단에도 달려있다.
최근 수상함은 배기 가스를 차가운 공기와 섞어 내보내고,
열기관의 통풍을 강화하면서 단열재를 더하거나,
바닷물로 강제냉각하는 방식을 쓴다.
전투함이 레이더 전파, 열말고도 신경 써야할 요소가 더 있다.
바로 소음이다.
바닷속의 암살자 잠수함은 적 수상함을 소나로 들으며 추격하거나 조준한다.
반대로 수상함이 적 잠수함을 소나로 찾는다.
2010년대 천안함 피격 후 해군은 영국에
대잠수함 작전 능력을 어떻게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자문했다.
영국은 함선에 고성능 소나를 다는 것도 중요하지만,
함정의 소음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음 감소는 적 적 잠수함의 탐지 확률을 낮출뿐더러
아군 소나의 탐지 확률을 높인다는 의미에서다.
스웨덴의 비스뷔급 초계함. 위키피디아
그 결과물로 나온 게 CODLOG 추진방식의 울산-Ⅱ 배치-Ⅱ(대구급) 호위함의
CODLOG 방식 추진체계다.
저속항해는 디젤 발전기로 만든 전기로 프로펠러를 돌려 나간며,
고속항해는 가스터빈으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저속항해의 소음은 크게 줄었다.
해군은 완전전기식 추진시스템의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패시브(수동) 소나는 적의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가장 큰 소음은 프로펠러에서 난다.
프로펠러가 돌면 주위에 공기방울이 생긴다.
이 공기방울이 터지면서 소리가 난다.
그래서 프로펠러의 날개 수, 모양, 재질을 바꾸면서
소리를 줄이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펌프제트와 같이 프로펠러가 아닌 새로운 추진 방식도 연구 중이다.
엔진에서 발생하는 진동도 소음의 원인이다.
진동을 억제하는 탄성 마운트는 소음 감소 방법 중 하나다.
탄성 마운트는 소음을 잡으면서도 잠수함 승조원의 거주 여건을 나쁘게 만드는 주범인
진동도 함께 줄여준다.
자동차 제조사인 현대ㆍ기아차는 2013년 능동제어 소음저감(ANC) 기술을 개발했다.
차량 소음의 주파수ㆍ크기ㆍ음질을 분석한 뒤
역파장의 음파를 내보내 소음을 상쇄하는 기술이다.
그런데 이 기술은 잠수함 건조에도 도입됐다.
2018년 9월 14일 진수된 도산안창호함. 이 잠수함의 선체엔 흡음타일이 촘촘하게 붙여져 있다.
잠수함 선체의 흡음타일은 적 잠수함이나 수상함이 쏘는
액티브(능동) 소나의 음파를 줄일 수 있다.
한국 해군의 도산안창호급 잠수함은 해군 잠수함 중
처음으로 흡음타일을 붙였다.
기체뿐만 아니라 레이더도 감춰야 생존성 보장
스텔스는 이제 적의 탐지수단로부터 걸리지 않는 기술만을 뜻하지 않는다.
상대가 쏜 레이더 전파를 레이더 경보 수신기(RWR) 등으로 잡아내면
상대가 나를 찾는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적에게 내 탐지수단이 걸리지 않는 역탐지도 스텔스의 한 분야가 됐다.
한국 공군도 보유하고 있는 스텔스 전투기인 F-35A 라이트닝Ⅱ의
AN/APG-81 AESA 레이더는 저피탐(LPI) 전파를 발신한다.
이 때문에 F-35A는 먼저 보고 먼저 쏠 수 있다.
미국의 스텔스 공대지 미사일인 AGM-158 JASSM. 록히드마틴
노르웨이의 대함 미사일인 NSM,
미국의 공대지 순항미사일인 AGM-158 JASSM은 스텔스 형상이다.
최근 눈에 띄게 발전한 레이더와 미사일 요격 기술에 맞서려면
스텔스로 진화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군사 전문 자유 기고가인 최현호씨는
”스텔스 기술이 널리 쓰이는 것은 전장에서 생존성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스텔스 성능은 수출형 무기에서도 중요한 지표가 되는 만큼
우리도 무기 개발에 스텔스 성능을 기본으로 더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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