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영상에서 다룬 내용
‘탄수화물은 다이어트의 적이고 단백질은 든든한 동반자다.’
상식처럼 통용되는 이 말은 사실 잘못됐다. 탄수화물이 다이어트의 적이 되는 경우는 ‘나쁜 탄수화물’을 먹을 때다.
주변에 흔히 보이는 ‘나쁜 음식’은 대부분 ‘나쁜 탄수화물’을 포함하고 있다. 과자나 음료는 당으로 범벅이 됐다. 각종 첨가물과 포화지방도 듬뿍 들어 있다. 정제된 탄수화물을 먹으면 뇌는 즉각 쾌감을 주는 물질을 분비한다. 자연히 많이 먹게 되고, 여분의 칼로리는 지방으로 축적된다.
최신 영양과학에 따르면, 탄수화물은 죄가 없을 뿐더러 오히려 적극 권장돼야 한다. 반면 단백질은 과대평가됐다. 근육과 호르몬, 효소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지만 과다하게 섭취하면 수명을 갉아먹는다. 단백질은 세포 성장을 돕지만, 또한 노화를 가속화한다.
발터 롱고 서던캘리포니아대 장수연구소 소장은 “성장과 노화는 비슷한 맥락”이라며 “몸의 기능을 과도하게 활성화하면 그만큼 생명의 사이클을 빨리 돌려 노화 역시 앞당긴다”고 설명했다.
수십년 간 대세는 ‘저탄고지(저탄수화물 고지방)’ 혹은 ‘저탄고단(저탄수화물 고단백질)’ 식단이었다. 하지만 현대 영양학이 제시하는 식단은 정반대다. 고탄수화물에 적당한 단백질과 지방을 보조하는 것이다.
현대 과학이 찾아낸 최고의 식단 전략은 무엇일까.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떻게 먹어야 할까.
① 저탄고지, 왜 틀렸나
② 단백질, 왜 몸을 죽이나
③ 고기를 먹어야 하는 사람의 특징
④ 단식 모방 식단
⑤ 최적의 장수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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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게 곧 약이자 독이다.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먹느냐도 매우 중요하다. 사실 약과 독을 가르는 건 물질이나 성분 그 자체이기보다는 양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픽 이가진·박지은
※아래 텍스트는 영상 스크립트입니다.
저탄고지, 저탄고단, 아직 이게 맞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언젠가부터 탄수화물은 건강의 적이 됐습니다.
하지만 최근 영양학은 반대로 말합니다.
고탄저단이 답이라는 거죠.
탄수화물이 금기시된 건 사실 당분 때문입니다.
당분은 영양학에서 가장 유명한 악당입니다.
하지만 당분이 탄수화물이라고 모든 탄수화물이 다 나쁜 건 아니죠.
당이 악당이라고, 탄수화물마저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아니, 오히려 식단의 대부분을 채워야 하는 존재다. 그래픽 이가진·박지은
마찬가지로 단백질이 항상 옳지도 않습니다.
근육 발달에 도움은 된다지만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그 자체로 수명이 짧아집니다.
최근 10년간 영양학이 밝혀낸 장수의 비결은 당분을 제외한 좋은 탄수화물을 많이 먹고 단백질을 오히려 자제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첨단 영양학이 밝혀낸 건강하고 오래 사는 식단은 뭘까요?
과학적 연구 결과와 발터 롱고 교수와의 인터뷰로 알아보겠습니다.
참고로 롱고 교수는 할리우드 배우 귀네스 팰트로(Gwyneth Paltrow)의 식단을 짜주기도 한 세계적 영양학자입니다.
🍚저탄고지, 왜 틀렸나
저탄고지는 왜 정답이 아닐까요?
한국에 다이어트 개념이 들어온 건 1990년대 후반입니다.
이소라, 조혜련 같은 연예인과 간고등어 코치까지 등장한 2000년이 돼서야 일반인들도 다이어트와 친숙해졌죠.
다이어트(diet)의 본디 의미는 ‘식단’이다. 우리는 ‘체중 감량’이라는 의미로 쓰지만 말이다. 다이어트가 한국 사회에 지배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미디어가 멋진 몸매를 강조하면서 수많은 다이어트 비디오가 나왔다. 그리고 이때 세상을 지배했던 게 저탄고지 다이어트였다. 그래서 우리는 저탄고지를 훌륭한 식단 전략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픽 이가진·박지은
그때 세상을 풍미했던 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입니다.
고기 위주로 먹고 탄수화물을 금기시하는 앳킨스 다이어트(일명 황제 다이어트)가 대표적이죠
우리의 다이어트 세계에선 저탄고지나 저탄고단이 선점 효과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탄수화물을 나쁘다고 인식하는 데 매우 익숙합니다.
그런데 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대세가 됐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만 미국에서 80·90년대 유행했던 건 고탄수화물 저지방 다이어트였습니다.
눈에 띄는 성공을 거두진 못했고 그 반작용으로 저탄고지가 대세로 성장했습니다.
이후 유행한 키토제닉, 구석기, 앳킨스 다이어트 모두 저탄고단이나 저탄고지가 기본입니다.
롱고 교수는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먹는 건 경계해야 하지만 탄수화물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며 “하루 칼로리의 상당량을 탄수화물로 채우는 게 바람직하고 거기에 적당한 단백질과 지방을 곁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영양학에선 탄수화물은 적이 아니라 오히려 식단의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또 단백질은 기분 좋은 친구가 아니라 가려 만나야 할 존재라고 합니다.
단백질의 종류와 양에 따라 우리 몸의 운명이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사람들은 탄수화물 섭취를 과도한 양을 먹는 것과 혼동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100세 노인뿐 아니라 동물의 장수 식단에도 일반적으로 탄수화물 함량이 상당히 높습니다.
몇 년 전 많은 연구를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탄수화물을 적게 섭취하는 것보다 탄수화물로 전체 칼로리의 80%를 섭취하는 것이 수명과 건강 수명에 더 좋다는 것입니다.
체질량 지수, 체중, 허리 둘레만 양호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탄수화물이 주요 칼로리 공급원이 돼야 합니다.”
(발터 롱고 서던캘리포니아대 장수연구소 소장)
🍖단백질, 왜 문제인가
단백질은 뭐가 문제일까요?
단백질은 필수영양소로 근육과 살과 호르몬과 항체를 만듭니다.
하지만 단백질이 소화돼 나오는 BCAA(가지사슬 아미노산)과 메티오닌은 양날의 검입니다.
단백질이 위와 소장에서 소화되면 폴리펩타이드, 아미노산으로 쪼개진다. 아미노산 자체도 과도하면 문제가 되지만 그중에서도 BCAA와 메티오닌은 과도할 경우 건강에 해를 입힌다. 그래픽 이가진·박지은
적당히 섭취하면 근육을 성장시키고 몸을 튼튼하게 하지만 많이 먹으면 질병을 부릅니다.
이 BCAA와 메티오닌은 동물성 단백질에 풍부합니다.
2021년 네이처(Nature)에 실린 더들리 래밍 교수의 논문을 보면 BCAA를 제한한 수컷 생쥐의 수명이 크게 늘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목숨이 짧아진다는 거죠.
근육을 키우기 위한 단백질 과다 섭취는 수명 단축을 담보로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BCAA를 과도하게 먹은 생쥐는 적당한 수준으로 먹은 생쥐에 비해 수명이 짧았다. 그래픽 이가진·박지은
“아미노산만으로도 노화 과정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근육을 만들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먹으면 좋지만, 건강해지려면 엄청난 양을 먹어야 된다는 건 아닙니다.
과도한 양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아이들이 정상적인 수준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아이들보다 근육이 더 성장하는 건 아니라는 게 밝혀진 적이 있습니다.
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권장 수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어린이나 젊은이 모두 식물 기반이든 동물 기반이든 체중 1kg당 약 0.8g의 단백질이면 충분합니다.
고단백질은 확실히 짧은 수명과 관련이 있지만, 저단백질도 짧은 수명과 관련이 있으니까요.”
(발터 롱고 서던캘리포니아대 장수연구소 소장)
올해 9월 래밍 교수가 펴낸 또 다른 논문을 보면 단백질 제한 식단은 생쥐의 알츠하이머병 발병과 진행을 늦췄습니다.
단백질을 제한한 생쥐의 인지 기능이 더 나았다. 미로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훨씬 적었다. 그래픽 이가진·박지은
물론 동물 연구가 항상 사람에게 옳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BCAA와 메티오닌 섭취를 줄이는 게 건강 유지와 수명 연장에 좋다는 연구는 최근 10년 새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고기를 먹어야 하는 사람
그런데 동물성 단백질이 모든 사람에게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꼭 먹어야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014년 셀(Cell)에 실린 롱고 교수의 연구를 보면 젊은 성인은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는 게 해롭습니다.
하지만 노인은 동물성 단백질을 잘 챙겨 먹는 게 오히려 좋았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연령대에 맞게 식단을 조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롱고 교수는 미국인 8만 명을 18년 동안 추적 조사했습니다.
단백질 섭취량으로 세 그룹으로 나눠 살펴봤는데요.
중년 남성을 보면 전체 사망률, 암 사망률 모두 단백질을 많이 먹는 사람이 적게 먹는 사람보다 현저히 높았습니다.
다만 식물성 단백질은 많이 먹어도 사망률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66세 이상의 사람들은 오히려 단백질을 많이 먹는 사람들의 사망률이 낮았습니다.
65세 이하에선 저단백질 그룹이 고단백질 그룹보다 사망률이 낮았다. 하지만 66세 이상 노안 중 고단백질 그룹의 사망률은 당뇨병을 제외하곤 오히려 낮았다. 그래픽 이가진·박지은
젊다면 식물성 단백질 위주로 먹는 게 좋고요.
나이가 들면 동물성 단백질을 충분히 먹는 게 좋다는 겁니다.
🍲단식 모방 식단
그렇다면 최신 영양학이 알려주는 최적의 영양 전략은 뭘까요?
2022년 롱고 교수는 영양과 노화 연구 100건 이상을 종합해서 무병장수와 식단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했습니다.
그리고 건강을 해치는 세 요소를 꼽았죠.
동물성 지방, 당분 그리고 동물성 단백질입니다.
이 세 성분은 신진대사의 톱니바퀴에 쓰레기 더미와 노폐물을 잔뜩 끼얹습니다.
그 결과는 질병으로 나타나고 단명으로 이어집니다.
건강을 해치는 세 영양소는 어떻게 우리 몸을 망칠까. 그래픽 이가진·박지은
하지만 우리가 영양 전략을 올바르게 짠다면 쉽게 대비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공통적인 게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식과 간헐적 단식입니다.
하루 칼로리 25% 정도 적게 먹는 게 좋습니다.
보통 500칼로리 정도 줄이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하루 11~12시간은 공복을 유지하는 게 좋습니다.
때때로 물만 마시는 단식을 하는 것도 건강에는 매우 좋습니다.
롱고 교수는 단식을 힘겨워하는 사람을 위해 단식 모방 식단을 제안합니다.
한 달 한 번 5일 동안 단식과 비슷한 효과를 주는 식단을 실행하는 거죠.
단식 모방 식단의 예시. 단식 모방 식단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몸에 단식과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단식만큼 고통스럽지 않지만,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래픽 이가진·박지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버전은, 첫날에 1100칼로리를 먹습니다.
그리고 2~5일 차에는 800칼로리를 먹습니다. 대부분 비건 채식으로 돼 있고 견과류와 올리브오일 등이 주로 추가됩니다.
이걸 아시아 버전으로 응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아시아 사람의 입맛에 맞게 조정해서 사용해도 됩니다.
단식 모방 다이어트는 1년에 세 번 정도만 해도 좋습니다.
단식 모방 다이어트는 5일만 지속하면 되기 때문에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는 점에서 좋습니다.”
(발터 롱고 서던캘리포니아대 장수연구소 소장)
이런 식단은 암 환자에게도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근육량을 감소시키지 않으면서 화학요법 효과를 높여주고 암 진행 위험을 줄였습니다.
🥗최적의 장수 식단
그럼 두 번째로 식탁엔 어떤 걸 놔야 할까요?
바로 블루존 식단입니다.
탄수화물 위주에 동물성 단백질을 제한합니다.
페스코테리언 혹은 페스코 비건 식단이 좋습니다.
통곡물과 콩과 생선, 견과류로 채워진 식단입니다.
장수 식단 중엔 페스코 비건 식단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를 100% 따를 필요는 없다. 통곡물 위주로 채소를 풍부하게 먹고, 생선이나 견과류, 식물성 기름 등을 보조하면 된다. 그래픽 이가진·박지은
대표적 블루존인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미국 로마 린다의 식단이 이렇습니다.
육류 대신 생선을 먹고 콩과 통곡물, 견과류를 많이 먹습니다.
이런 식단은 신진대사의 톱니바퀴를 매끄럽게 흘러가게 합니다.
세계 대표적인 장수 마을의 식단. 그래픽 이가진·박지은
“대부분 비건으로 돼 있는데 채소에 생선을 더한 식단입니다.
콩류와 통곡물을 많이 먹고 일주일에 서너 번 생선을 먹습니다.
하루에 12시간 정도만 먹습니다.
예를 들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 안에 식사를 마치는 거죠.
각 나라마다 고유한 콩이 있을 겁니다, 그렇죠?
각 나라마다 고유한 음식의 종류가 있습니다.
그러니 식단에 있는 그 식품을 정확히 먹으라는 게 아니라, 각 나라의 고유한 버전의 음식을 찾아서 먹으면 됩니다.”
(발터 롱고 서던캘리포니아대 장수연구소 소장)
결론적으로 요약하자면 간헐적 단식은 몸을 리셋(reset)해서 몸속 쓰레기를 말끔히 청소하고요.
이후 먹는 장수 식단은 조직을 재생하고 면역력을 키웁니다.
일찍 시작할수록 수명 연장 효과도 좋다고 합니다.
다만 근육이 많이 줄어드는 60대 후반부터는 고기를 충분히 먹는 게 오히려 좋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방법들을 너무 팍팍하게 적용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영양을 섭취한다는 건, 음식과 요리를 즐긴다는 것이고 그건 그저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각 나라의 고유한 버전의 음식을 찾아서 먹으면 됩니다.”
(발터 롱고 서던캘리포니아대 장수연구소 소장)
결론적으로 요약하자면 간헐적 단식은 몸을 리셋(reset)해서 몸속 쓰레기를 말끔히 청소하고요.
이후 먹는 장수 식단은 조직을 재생하고 면역력을 키웁니다.
일찍 시작할수록 수명 연장 효과도 좋다고 합니다.
다만 근육이 많이 줄어드는 60대 후반부터는 고기를 충분히 먹는 게 오히려 좋습니다.
그렇다고 이런 방법들을 너무 팍팍하게 적용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영양을 섭취한다는 건, 음식과 요리를 즐긴다는 것이고 그건 그저 오래 사는 게 아니라 더 즐겁고 나은 삶을 위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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