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째 전통한지 만드는
무형문화재 장성우 장인
한지에 기록된 다라니경
1천년 세월 견디며 보존돼
日 화지보다 습도·온도 강해
伊·佛 문화재 복원에도 사용
장성우 한지 장인(57)은 뛰어난 내구성으로 ‘천년의 약속’이라 불리는 한지를
4대에 걸쳐 전통 방식 그대로 만들고 있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부친에 이어 그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지장(紙匠)으로 지정됐다.
“사람이 편하면 종이는 망가진다”고 말하는 장 장인을 매일경제가 만났다.
한지의 또 다른 이름은 ‘백지’다.
빛깔이 희고 곱기도 하지만, 아흔아홉 번 장인의 손질을 거친 후
백 번째가 되어서야 사용자가 종이를 만져보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장 장인은 “닥나무를 베고, 찌고, 삶고, 말리고, 벗기고, 다시 삶고, 두들기고,
종이를 뜬 뒤 말려야 한지 한 장이 만들어진다”며 “한지 100~150장을 만드는 데
약 3주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화학약품 등을 사용하면 4~5일 이내로 작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만
그는 부친으로부터 전수받은 전통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장 장인도 한지 기술 계승을 포기하려 한 적이 있다.
작업방식이 고된데다 한지 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일을 배우기 시작한 20대엔 월급도 받지 못하고
일주일에 1~2만원 용돈을 타 쓰곤 했다”며
“한지 사용처가 줄어든다는 불안감에 아버지와의 의견 충돌까지 겹쳐
두어 번 집을 뛰쳐나간 적도 있다”고 했다.
이후 공예용 한지 수요가 증가하고 일본 수출이 늘어나면서 숨통이 트였다.
특히 최근엔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문화유산 강국에서 한지의 특성에 주목하는 중이다.
이탈리아 국립기록유산보존복원 중앙연구소(ICPAL)는 지난 2018년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자필 노트 ‘새의 비행에 관한 코덱스’의 복원에 한지를 활용했다.
로마가톨릭 수도사 성 프란체스코의 친필 기도문, 6세기 비잔틴 시대 복음서 등도
모두 한지로 복원됐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역시 문화재 복원에 한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앞서 복원용 종이로 알려졌던 일본의 화지에 비해 우리 한지는
습도와 온도에 저항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 장인은 “한지에 쓰이는 닥나무 섬유는 일반 종이에 사용되는 목재 펄프에 비해
섬유가 길고 강한데다 투명하기까지 하다”면서 “아주 얇게 떠서 만든 한지를
훼손된 서적 위에 붙이면 활자를 가리지 않으면서도 종이를 보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장인은 201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한지 전시회에서
직접 한지 제조 과정을 시연했다.
또 매년 이탈리아 대학 등을 찾아 특강으로 한지 제작법을 가르친다.
수묵화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한지의 번짐 효과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장 장인은 “일반 종이와 달리 한지는 물감이 부드럽게 스며들면서
독특한 얼룩과 번짐이 나타난다”면서 “의도하지 않은 우연성을 표현할 수 있는
한지에 주목하는 서양 예술가들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한지를 만드는 공방은 10여 곳 남짓이다.
전통 방식의 한지 제작 기술을 후대에 전수해 명맥을 잇는 것이 장 장인의 목표다.
그는 “화학첨가제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 재료로 만든 전통 한지는
벽지와 내의 등 생활용품의 소재로도 조명받는다”며
“아버지께 배운 기술을 후대에 전수해 우리 한지의 명맥을 잇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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