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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가져간 ‘백제의 미소’ 불상···해방 이후 첫 국내 전시

mistyblue 2024. 3. 26. 08:06
 
금동 관음보살 입상, 백제, 7세기 중반, 높이 26.7cm, 개인 소장. 호암미술관 제공

 

해방 후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던 ‘백제의 미소’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

한국 관람객과 만난다.

그동안 사진으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백제 금동 관음보살 입상이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기도 용인시 호암미술관은 오는 27일 새로 선보이는 불교미술 전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에서 금동 관음보살 입상을 전시한다.

 

개막에 앞서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실제로 마주한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과연 ‘백제의 미소’라 할 만했다.

7세기 중반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불상은 26.7㎝ 높이로 아담한 크기이지만,

그 미소와 자태의 아름다움은 빼어났다.

 

머리에 삼면보관을 쓰고, 왼손에 정병을 든 관음보살상은 계란형의 얼굴에 오똑한 코,

입꼬리를 올려 미소지은 모습이 젊은 청년을 연상시킨다.

잘록한 허리에 어깨와 허리를 살짝 비튼 삼곡 자세가 절묘했다.

상반신에 어깨끈이 달린 승각기를 속옷으로 입고 그 위에 길이가 긴 천의를 둘렀다.

승각기의 끝과 가장자리는 섬세한 넝쿨무늬를 새겨넣었다.

불상 뒷면의 옷 주름의 음영과 몸의 굴곡까지 섬세하게 세공됐다.

목에 건 목걸이 양끝에 영락 장식을 고정하기 위한 커다란 꽃무늬 장식은

중국 수 보살상 형식의 영향을 받을 것을 보여주며,

어깨와 허리를 살짝 비튼 삼곡 자세는 당 초기의 형식과 유사하다.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금동 관음보살 입상의 전시 모습. 이영경 기자

 
‘백제의 미소’로 불리는 금동 관음보살 입상의 전시 모습. 이영경 기자

 

부드러운 곡선미가 돋보이는 신체 표현과 아름답고 인상적인 ‘백제의 미소’로 인해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1907년 부여의 한 절터에서 발견되었다고 전해지는 이 불상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에 팔렸고, 해방 직후 그가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6월 관음보살상의 존재가 다시 알려지며 화제에 올랐다.

당시 문화재청이 최대 42억원에 매입해 환수하려 했으나

소유자가 150억원을 제시하며 협상이 결렬됐다.

 

호암미술관 관계자는 “전시 초기 기획 단계부터 염두에 두었던 불상이고,

협의를 거쳐서 전시를 위한 대여가 성사되었다”며

“소장자에 대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시 소장자인 일본인이 계속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은 한·중·일 불교 미술에 담긴 여성을 재조명하는 전시다.

금동 관음보살 입상은 관음보살의 형상이 초기엔 청년의 모습을 띠다가

점차 여성형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전시됐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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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만에 마주한 ‘백제의 미소’…한중일 불교미술 속 ‘여성의 마음’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 속 여성을 조명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에서 선보인 백제의 금동 관음보살 입상.

 

계란형의 우아한 얼굴에 오똑한 콧날, 입꼬리를 또렷이 올린 지은 선명한 미소는 청년의 것이다.

하지만 허리를 살짝 비틀어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곡선미가 돋보이는 신체와 의상은

여성의 자태를 연상시킨다.

7세기 중반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26.7㎝ 크기의 일명 ‘백제의 미소 불상’,

금동 관음보살 입상과 마주한 첫인상이다.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 속 여성의 존재를 조명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을 열며 이 불상을 95년만에 국내 관람객에게 선보였다.

1907년 부여의 한 절터에서 출토된 이 불상은 1929년 대구 전시 이후

일본인 소장가 손에 들어가며 국내에서 자취를 감췄다.

문화재청이 지난 2018년 일본 개인 소장가와 환수 협상을 벌였으나

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다시 수면 아래로 잠긴 사연을 품고 있어 관심이 모인다.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 속 여성을 조명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에서 선보인 백제의 금동 관음보살 입상 뒷모습. 

 

한중일 세 나라의 불교 미술에 담긴 여성의 번뇌와 염원, 공헌을 짚어보는 이번 전시에는

이처럼 국내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1~7권’, ‘수월관음보살도’,

‘아미타여래삼존도’ 등 9점에 이른다.

2년여간 준비한 전시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영국박물관,

도쿄국립박물관 등 국내외 27개 컬렉션이 소장한 불화와 불상, 사경, 자수, 도자기 등

92점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이가운데 47점은 한국에서는 처음 전시된다.

 

1부에서는 불교미술 속 인간, 보살, 여신 등으로 재현된 여성상을 통해

사회와 시대가 여성을 바라본 시선을 가늠해볼 수 있다.

특히 해외에 각각 흩어져 있던 조선 15세기 불전도(석가모니 일생의 주요 장면을 그린 그림)의 일부인

일본 혼가쿠지 소장 ‘석가탄생도’와 쾰른동사이사미술관 소장 ‘석가출가도’가 세계에서 처음으로

나란히 내걸려 눈길을 끈다.

 

일본 혼가쿠지 소장 ‘석가탄생도’. 조선 15세기. 호암미술관 제공

 

쾰른동아시아미술관 소장, 삭가출가도, 조선 15세기. 호암미술관 제공

 

2부에서는 찬란한 불교미술 너머 후원자와 창작자로서의 여성들을 조명한다.

저고리 안 발원문, 사경에 적힌 기록, 불화의 화기란에 적힌 여성들의 이름과

이들의 바람을 짚어보며 환경, 제도의 제약에서 벗어나 오롯히 자신으로 서고자 했던 여성들,

이들이 꿈꿨던 이상적 내세를 만나보는 자리다.

 

당대 최고 권력자의 아내나 어머니였을 진한국대부인 김씨가

1345년 조성한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1~7권’에는

고려 여성들의 자기 인식과 성불에의 염원이 낱낱이 맺혀 있다.

고려 시대 나라에서 왕실 밖 여성에게 내린 가장 높은 칭호인 국대부인 지위를 누리면서도

그는 발원문에 “겁의 불행으로 여자의 몸을 받았다”고 한탄하며

다음 생에는 여성의 몸을 버리고 성불하고자 하는 마음을 담았다.

고려 후기 최고위층 여성 신도가 분명한 동기로 발원했다는 점,

막대한 재원과 뛰어난 장인이 투입됐다는 점 등에서 고려 사경의 걸작으로 꼽힌다는 설명이다.

 

감지금니 묘법연화경. 리움미술관 소장, 고려 1345년. 호암미술관 제공

 

처음으로 한 자리에 선보인 16세기 금선묘 불화인 ‘영산회도’, ‘석가여래삼존도’,

‘약사여래삼존도’는 모두 문정왕후(1501~1565)가 발원한 것으로,

한 시대의 불화 양식을 이끈 독보적인 후원가로서 왕실 여성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다.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하나로 미공개작이었던 16세기 ‘궁중숭불도’도 전시에 나왔다.

궁궐 안 불당에서 비구니가 작법무(作法舞)를 올리는 모습에서

왕실의 안녕을 빌던 내불당이 여성들의 신앙 공간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승혜 리움미술관 책임연구원은

“조선은 불교를 통제했으나 왕실 여성들의 적극적인 불교 지지로

불교 교단이 조선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고 품격 있는 불화와 불상도

대규모로 만들어졌다”며

“종묘를 받들고 후손을 잇는 것이 왕실 여성들의 가장 큰 의무였기 때문에

왕의 무병장수, 아들 출산을 비는 이들의 발원은 기복을 넘어서는

공적 측면이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6월 16일까지. 유료 관람.

 

영산회도, 개인 소장, 조선 1560년. 호암미술관 제공

 

궁중숭불도, 국립중앙박물관 조상, 조선 16세기, 이건희 컬렉션. 호암미술관 제공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이 동아시아 불교미술 속 여성을 조명한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전시 전경. 호암미술관 제공

 

정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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