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 PM 15:00 프랑스 파리
드디어 빠리 샤를드골공항에 도착했다.
도착한 뒤에 푸조리스 회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하고(물론 블루가 영어로 했다. 정말 기특하닷!!!),
픽업한 담당자를 따라가 보험증서 및 차 등을 인계받고난 후, 차를 몰고 도로로 나섰다.
와! 정말 유럽의 길에 우리차로 우리가 운전하며 달리고 있는거로군~ ^.^
엄청 감동먹기 시작했다.
그랬으나...
곧 도무지 알아먹을 수 없는 표지판이며, 말로만 듣던 라운드어바웃방식의 교통체계며..
해는 저물어가지, 숙소도 못 잡았지..ㅡ.ㅡ
원하던 유럽의 첫 여정길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평균적으로 하루 숙박비가 20유로도 안한다는 캠핑장에서만 묵으며 여행경비를 줄여보자고 한 계획은 첫날부터 수포로 돌아가는걸까?
블루는 일단 날도 저물고, 아무래도 캠핑장 찾기는 어려우니, 아무데서나 1박을 하자고 한다.
시간은 오후 여덟시를 지나고 있어, 나도 더 이상 캠핑장을 고집할 순 없어, 근처에 보이는 Mr.Bed란 곳에서 하루 묵기로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Mr.Bed란 숙소도 빠리의 중저가형 숙소들 중 하나라고 하니 블루가 순간적으로 괜찮은 판단을 한거였다.
하지만 이 중저가형 숙소의 가격도 무려 56유로나 했다.
거기에 아침식사비 12유로를 포함하여 68유로를 계산하고 숙소로 들어갔다.
들어가니 손바닥만한 방에 침대 하나, 자리가 좁아서 그런지 TV는 천장에 매달려있고, 한켠에 욕실이 있다.
결정적으로 방안에 담배냄새가 쩔어있다.
첫날부터 예상보다 세배도 넘는 숙박비가 나갔지, 쇼핑할 시간도 없어 저녁도 쫄쫄 굶고있자니 나도모르게 눈물이 펑펑 나왔다.
아까 길을 못 찾아 블루가 헤맬때부터,
옆에서 툴툴대던 내가 급기야 울음을 터뜨리니,
블루는 어쩔 줄 모르고 달래기 바쁘다.
"꼭 내일부턴 캠핑장 찾아줄께.. 내가 프랑스 지도 샀으니까 공부해서 꼭 찾아가줄테니까 아무 걱정마"
사실 내 성질에 못 이겨 울기시작했지만..
생전 처음 유럽땅을 밟았고, 초행길 운전을 한 블루가 더 고생했는데, 옆에서 짜증만 내고 울기까지 하는 날 나도 이해할 수가 없다.
거기다 남자라는 이유로 어거지쓰는 나를 달래주기까지 해야하다니...
생각해보니 참 머쓱하더라~
그래서 조금 더 울다가, 잠든척 해본다.
(이때 블루의 마음이 어땠을 지 참.. 늦었지만 정말 미안하다 ^^;;)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그런지..
눈은 감았지만 잠도 이루지 못하고, 새벽 두세시까지 일기를 쓰고 선잠을 자다가..
새벽을 맞았다.
낯선 유럽땅에서의 첫 아침.. 그런데 이름도 모르는 어느 주택가인지라 실감이 안 난다.
아침식사로 제공되는 몇가지 종류의 빵, 여러종류의 쨈..
우유, 씨리얼로 아침을 떼웠다.
여긴 분명 여관일텐데.. 어찌된건지 어린 초등학생들의 단체수련회 장소같다.
고만한 또래아이들 수십명이 식당이 떠나가라 소란을 떤다.
비록 장소는 외진 주택가지만, 분명 여기가 외국이구나라는 걸 느끼겠다.
옆에 밥먹는 아이들은 분명 외화에서 봤던,
하얀 얼굴에 금발의 곱슬머리를 한 미소년, 미소녀들이쟎아~
촌스러운 줄 알면서도 몰래 흘끔거리게 된다.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한 다음 밖으로 나왔다.
참 빠리답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안개가 자욱한 새벽이다.
우리의 까만색, 빨간 번호판(리스차량은 원래 빨간 번호판이다. 우리나라의 렌트카 첫자리가 "허"로 시작되는 것처럼)을 단 푸조차가 반짝반짝 빛이난다.
흠, 그러고 보니 한국서 부유층만 탈 수 있는 푸조를 타게 된 것만도 얼마나 즐거운 경험인가?
우리 차 뒤로 빨간 이층버스가 섰는데..
아까 우리 옆에서 소란스레 밥먹던 초등학교애들이 그 차로 달려간다.
흠, Mr.Bed가 기숙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지나가던 귀여운 꼬마아이가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GJ~"하고 소리를 치자, 저쪽에서 다른 꼬마아이가 대답하며 달려온다.
또 한 꼬맹이는 지나가며 친구에게 "드�~"하고 부른다.
ㅋㅋ 사람 이름이 GJ며 무슨 돼지이름에나 어울릴 법한 드위프라니..
정말 프랑스에 온 거 맞구나..
엊저녁 나의 짜증으로 아직도 좀 데면데면하던 우리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기 시작했다.
별것도 없는 여관에 불과하겠지만, 우리가 유럽에서 처음으로 머문 숙소기에 의미가 있는 곳이 바로 Mr.Bed가 되었다. 더 낭만적인 곳이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나와 관계를 맺게 되는 것들이기에 더 소중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기가 의외로 나그네들이 많이 머무는 곳인지,
새벽부터 배낭을 메고 캐리어를 끌고 가는 여행객의 뒷모습에 자연스레 눈이 따라가진다.
저 사람의 여정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문득 앞으로 6개월이나 되는 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는 게 불안하게 느껴진다.
참으로 길게 느껴졌던 어제의 하루만큼이나 매일매일이 길게 느껴질까봐~
하지만 저기 혼자서 터덜터덜 발걸음을 재촉하는 나그네보다,
우린 둘이니까, 함께니까..
더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라 희망적인 마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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