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3.21 몽셸미셸2]몽셸미셸의 밤은 낮보다 더 아름다웠다

mistyblue 2013. 4. 28. 15:41

 

말은 몽셸미셸의 야경을 찍자고 했지만, 숙소에 돌아오니 엄청 피곤하다.

잠깐 사이에 BLUE는 잠이 들었다. 바깥이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자면 억울한 생각이 들어 BLUE를 깨웠다.

조금만 더 있다 나가자는 BLUE를 달래서 대충 츄리닝을 입고 사진기를 메고 몽셸미셸쪽으로 향한다.

나와서 5분 정도 걸으니 몽셸미셸로 가는 진입로다. 근데 바람이 너무 많이 불고 정말 춥다.

BLUE가 돌아가서 옷을 입고 나오자고 하지만, 걸어나온 게 억울해서 그냥 걷는다.

 

 

 

근데 생각대로 몽셸미셸의 석양 그림이 나오질 않는다.

이곳은 몽셸미셸 근처로 해가 지지 않는다. 대체 노을진 몽셸미셸의 사진은 어떻게 찍은건지 이해가 안된다.

배타고 나가서 찍은걸까? 뭐 그럴지도~

조금 실망하고 있는데 날이 더 어둑어둑해져온다.

그러자 멀리 몽셸미셸의 불빛이 하나둘씩 켜지기 시작한다.

은은한 조명을 받자 몽셸미셸이 더욱 신비한 모습을 드러낸다.

파란 조명, 빨간 조명, 초록색 등. BLUE는 날이 어두운 것도 아니고 밝은 것도 아니라서 사진이 어설프게 나온다고 들어가서 옷 챙겨입고 다시 나오잔다.

 

숙소에 돌아와서 여행와서 산에 갈 때 입으려고 산 고어택스 잠바를 챙겨입고 다시 걸어나왔다.

이제 주변은 완전 어둠에 휩싸였고, 몽셸미셸로 가는 길은 걸어서 약 20분 거리인데 가로등 하나 없이 깜깜하다.

찻길을 중심으로 가쪽으로 보도가 있긴 하지만 좀 위험해보이긴 하다.

작은 렌턴을 하나 들고 야경찍기에 도전해본다.

멀어서 아직은 몽셸미셸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조금씩 다가가며 사진을 찍어본다.

저녁 일곱시 이후엔 차를 주차할 수 없는 줄 알았는데, 몽셸미셸의 호텔 전용 주차장이라는 곳을 지대가 높아서 그런지 차가 계속 들고난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우리도 숙소에 두고 온 차가 생각났다.

 

다시 이십분여를 숙소로 다시 돌아가서 차를 몰고 나왔다. 나오면서 우리는 어쩌면 동시에 이렇게 머리가 안 돌아갈까 계속 자문했음은 물론이다. ^^

 

 

 

 

몽셸미셸은 밤에도 입장이 가능할까 궁금했지만, 그곳 내부에 호텔이 있기 때문에 입장할 수 있다.

기념품 가게들은 거의 문을 닫지만, 몇몇 레스토랑은 호텔 손님이 있어서인지 문을 열고 있다.

 

 

 

 

 

 

 

 

낮과는 달리 한가진 이곳에서 젊은 남녀들이 한껏 사랑을 나누고 있다.

어두운 골목, 테라스 사이사이에서 입맞춤을 하고 있기도 하고, 레스토랑의 한켠에 자리잡고 앉아 사랑이 담뿍 담긴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정말 너무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다.

 

노르스름한 불빛이 비추는 성벽의 돌들, 골목길이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느새 올려다본 하늘에는 북두칠성이 한눈에 들어오고, 별이 쏟아질 듯 많다.

한국에서 본 것보다 별도 더 큰 것 같다. 가느스름한 초승달도 아주 예쁘다.

아름다운 이곳의 낮과 밤을 모두 경험해본다는 사실이 참 색다르다.

생각해보니 낮에 빵 몇조각 먹고, 저녁 열시가 되도록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BLUE도 나도 많이 지쳤다. 얼른 차로 돌아와 BLUE가 시동을 거는 사이 나는 바닷물이 찰랑거려 차 바로 밑까지 올라온 걸 보며, 계속 절대 후진하는 걸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나처럼 덤벙거려서 후진한다는 걸, 전진한다면 우린 꼼짝없이 바다에 퐁당 빠지고 마는거니까~

신중한 BLUE는 역시 그런 실수는 하지않았고 우리는 무사히 숙소로 돌아와 늦은 저녁을 먹고는 잠에 빠졌다.

다음날 해뜨는 아침의 몽셸미셸을 보자고 했지만, 잠이 깬건 날이 훤히 밝고 나서였다.

 

기왕 해뜨는 건 못 본 거고, 몽셸미셸까지 달려보기로 했다. 몽셸미셸을 몇번이고 눈앞에 봐도 자꾸 비현실적인 느낌이 든다.

몸으로 체험한 건 잊지 못하는 법. 이렇게 몽셸미셸을 바라보며 조깅을 하면, 이제 잊지않을 것 같다.

안하던 조깅을 하려니 조금만 뛰어도 숨이 가쁘고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말이 조깅이지 거의 걷다시피 몽셸미셸을 향해 전진한다. 아침부터 부지런한 관광객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비수기인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찾는 걸 보면 이곳이 유명하긴 한가보다.

 

달리다보니 피해야 할 개똥이 너무나도 많다. 이곳 사람들은 어디를 가나 개를 많이 데리고 다니고, 산책시키는 것 또한 빼먹지않는다.

근데 문제는 개가 저질러놓은 용변을 치우지않는다는 거다.

때문에 유명한 곳일수록 더더욱 개똥이 많다. 나도 피한다고 피했지만 알게 모르게 밟은 개똥이 꽤 될 것 같다.

이제 난 낮과 밤, 아침의 몽셸미셸을 모두 체험해봤다. 처음에 내 눈앞에 과연 저런 게 존재하는 게 사실인지 눈을 꿈뻑댔지만, 이젠 내 눈에, 몽셸미셸을 향해 걷고 뛰던 다리에,

몽셸미셸을 카메라에 담던 이 손에, 짭짤한 내음을 맡던 내 코에, 바닷바람이 묻어있는 입술을 핥을 때 짠 맛이 느껴지던 내 혀에~ 그렇게 온 몸에 몽셸미셸을 잔뜩 느껴보았다.

 

다시 언제 만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당분간은 그립지 않을 것 같다.

떠나는 날 짐을 정리하고 차에 싣고, 체크아웃을 하는 사이 어느새 몰려든 구름은 하늘을 회색으로 만들고 어느새 굵은 빗방울까지 후두둑 떨어지기 시작한다.

안녕, 몽셸미셸~ 파란 하늘을 보여줘서 정말 고마웠어~

나중에 나도 그 광고처럼 나와 BLUE를 닮은 예쁜 아이를 데리고 널 다시 찾을께. 그때까지 안녕~

출처 : GreenLady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글쓴이 : greenlady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