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대형마트 점보, 리스본]가끔은 시장보는 재미, 밥해먹는 재미로 여행의 단순함 극복하기

mistyblue 2013. 4. 28. 15:47

 

[우리나라의 대형마켓같은 곳, 점보에 진열되있던 돼지머리.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 사가서 여행초반 고사라도 지냈어야 하나 싶다.]

 

 

숙소가 너무 마음에 들어 우리는 시내관광을 하고 일박한후 이곳을 떠나려는 계획을 수정해,
밤새 달려왔으니 오늘 하루는 쉬고 내일 관광하고, 그 다음날 밀린 글을 쓰며 인터넷을 하며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글도 올리기로 한다.
그래서 한 이틀 정도 더 있기로 말이다.
한국에서 가져온 천일염과 까나리액젖으로 김치를 담그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물가가 싸니, 채소도 쌀 것 같다.
BLUE
는 너무 피곤한지 쉬고 싶어하지만, 난 하루를 그냥 공치고 싶지가 않다.
리셉션에 물어봐서 어디서 야채와 과일을 살 수 있는지 물었다.
예쁘고 늘씬한 흑인 여직원이 영어도 어쩜 그렇게 잘하는지~
차가 있는지 묻고는 자기네는 점보라는 아주 큰 마켓이 근처에 있다고 한다.
이런 질문을 사람들이 많이 하는 듯 미리 준비해둔 프린트한 종이를 꺼내어 형광펜으로 표시해준다.
차로 마켓을 찾아가는데, BLUE가 갑자기 그 마트가 몇시까지 영업한다고 들었냐고 묻는다.
11시 아니야? 이렇게 대답하니~ 영어 잘 알아듣네 하며 웃는다.


코끼리 마크가 그려진 점보에 도착했다. 우리로 치면 이마트나 홈플러스처럼 포르투갈 자국의 대형마트인 것 같다.
전자매장, 문구매장 등 매장이 나누어져있다.
우리가 찾는 식료품 매장은 전문적으로 식료품만 하나가득이다.
한국에 있을 때도 마트만 가면 눈이 반짝거리는 터라 신이나서 장보기에 나섰다.
우와 말로만 듣던 포르투갈의 물가는 정말이지 상상을 초월한다.
맥주가 하이네켄이 여섯병에 3유로가 조금 넘고, 닭은 커다란 걸로 두마리에 1.25유로다.
스파게티를 해먹으려고 면을 보니 0.29유로에, 소세지 통조림이 0.32유로부터 있다.
뭐든 1유로 넘는 게 거의 없고 비싸봤자 1유로 조금 넘을 뿐이다.
신나서 카트에 마구마구 담았다.
우리가 식수를 해결하려고 프랑스에서 0.89유로에 샀던 5리터짜리 물이 여기선 0.3유로밖에 안한다.

 


정말이지 이건 말도 안되는 가격이다.
근데 가격이 옆에 조그맣게 87$라고 되있다.
옆에 지나가던 아저씨를 불러서 이 가격은 뭐냐고 물어보니 화폐개혁때문에 예전 가격이랑 함께 표시한거라고 한다.
그래서 내친김에 이게 US달러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포르투갈달러라고 하고, 둘다 동일한 가격을 표시한거란다.
우리가 이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물가가 너무 말도 안되게 쌌기 때문이다.
한 일곱시에 마트를 가서 열시가 넘어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그 정도로 신이나서 마트를 돌아다녔다.

얼마나 싼가하면, 스파게티를 해먹으려고 스파게티 면을 보니 0.29유로고 소스가 1유로다.
이 정도면 둘이 스파게티를 해먹는데 2천원도 안 드는거다.

고기 한근에 이천원 정도밖에 안하고, 상추는 엄청 큰 포기상추를 샀는데 0.3유로밖에 안된다.
오렌지도 큼지막한걸로 네개 담았는데 1유로, 우리나라에선 한개에 이천원도 넘는 애플망고도 두개 담았는데 1유로다.

 

  


김치 담그려고 배추를 찾는데 비슷해보이는 게 있긴 한데 양배추랑 배추 중간같고 냄새를 맡으니 빨래 쉰 냄새가 나서 엄두가 안 난다.
쭉 보니까 순무같은 게 보이는데 BLUE가 이걸로 담아보자고 한다.
무청이 많이 달린걸로 네개를 집어 무게를 달아보니, 가격이 1.37유로~
너무너무 싸고 기특한 가격에 점점 더 포르투갈이 마음에 든다.
현지인 할아버지가 고른 SAGRE맥주도 여섯병 따라 골랐다.
가격은 2유로가 조금 넘는다. 한병에 오백원꼴밖에 안 되는 가격이다.

우리처럼 고기를 먹어도 부위별로 다 먹는지, 콩팥 간 등 도시장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각종 부위들을 모두 팔고 있다.
아기돼지도 한마리에 육천원 정도 밖에 안한다.
캥거루인지 뭔지 눈이 그대로 동그랗게 박혀있는 놈도있다.
가까이 가서 구경하려다 너무 무서워서 도망오고 궁금해서 또 가서 보고 그랬다.
아마 현지인이 보고, 쟤 뭐하나 싶었을 거다.
캥거루 비슷한 그건 양이었다. 양도 한마리에 1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다.
이런 걸 통으로 구워먹는 것 같다.
우리보다 더 다양하게 먹거리를 즐기는 것 같았다.

 

 

[안에 껍질째 계란이 박혀이던 빵, 도전해볼걸 그랬다.]

 

소세지와 치즈를 좋아하는 내게 BLUE는 유럽 가면 많이 사준다고 했었다.
BLUE
는 내친김에 오랫동안 유럽에 가면 먹어야지 싶었던 치즈랑, 수제소세지도 먹어보자고 한다.

한 대여섯 종류가 들어있는 모듬치즈가 가격이 6유로이다.

 

 

 

파란곰팡이가 들어있는 치즈, 겉에 껍질에 쌓여있는 치즈, 둥글고 하얀 치즈, 노란 치즈, 구멍뚫린 치즈까지~
한국에선 이 하나만 골라도 가격이 만원이 넘는데.
여기는 기성품도 아니고 수제품에 가격도 싸다.
프랑스 까르푸에서 산 와인 안주도 할겸해서 치즈와 소시지를 사보라고 한다.

 

 

 

 [정통 쏘시지에 가까와보여 샀는데, 완전 실패했던 씁쓸했던 기억만 안겨준 쏘세지모양의 정체불명의 음식]


여기까지 와서 이런 것도 안 먹어보면, 언제 경험해볼거냐고 하며 말이다.
근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사야할지를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순대처럼 생긴 것도 있고, 곰팡이가 쓴것처럼 징그러운 색깔도 있다.
커다래서 슬라이스로 썰어 파는 것도 있고, 빨갛게 양념이 된 소시지도 있다.
처음이라 자신없어서 무난하게 생긴걸로 제일 양 작은 걸 하나 골랐다.

카트가 그득그득 찼다.
그렇게 계산대로 가면서 너무 많이 산 건 아닌가 걱정하고 있는데, 캐셔가 물건의 가격을 찍고 비닐에 사이즈별로 종류별로 넣어주고 뭘 탁 누르면 비닐봉투가 지잉 하고 우리앞으로 나온다. 아까 점보로 들어올 때 사람들마다 왠 비닐을 몇개씩 갖고오길래 이 사람들은 비닐봉투를 저렇게 많이 사나 싶었더니 이렇게 작은 봉투에 몇개씩 담아 비닐이 차면 다시 새 비닐봉투로 포장해준다. 물론 비닐 가격은 공짜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으니 계산하던 여직원이 씩하고 웃어보인다.

 

 

돈은 우리나라처럼 벌면서, 포르투갈에 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전부 해서 30유로가 조금 넘는데 BLUE는 계속 돈 꺼낼 생각을 안 한다.
아마 십만원은 너끈히 넘을 거라고 생각하고 계속 계산하길 기다리고 있는거다.
여직원이 계산대를 가리키며 말을 시키자 정신이 든 듯 돈을 지불한다.
나오면서도 BLUE는 이 가격이 말도 안된다며 신기해한다.
한국 같으면 이십만원은 나왔을 것 같은데 말이다.
점보 덕분에 포르투갈이 더욱 더 마음에 들려고 한다.

이제 BLUE는 거의 기절할 지경이다.
밤새 운전을 하고, 마트를 세시간 구경다니니 배도 고프고 쓰러질 것 같단다.
다행히 안 헤매고 숙소로 돌아왔다.
역시 다시 봐도 너무 근사한 숙소다.
삼겹살을 굽는데 너무 두꺼워서 전부 익히는데 삼십분이 넘게 걸렸다.
상추를 씻고, 순무를 다듬어 김치거리를 만든다.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이다.

포르투갈의 맥주인 듯 보이는 SAGRE맥주를 곁들여 삼겹살에 상추, 한국에서 가져온 고추장에 된장을 섞어 쌈장을 만들어 먹었다.
0.5
유로하는 고추초절임도 샀는데, 우리나라 청량고추처럼 매운 것이 입맛 돌게 하는 데 그만이다.

 

 

 

 

 

[마트에 다녀온 뒤 가득채운 캠핑장의 작은냉장고.. ]

 

 

[캠핑장의 찬장도 가뿐히 채워버렸다. 밥해먹는다고 냄새 벨까봐 페브리즈같은 방향제까지 함께.. 마치 여기서 영원히 살기라도 할것처럼 잠깐 최면에 빠졌더랬다.]

 

한국에서도 한번도 담가보지 않은 김치를 담그고,

맨날 맞벌이한다고 집에서 밥도 잘 안해먹던 우리가 손수 반찬거리를 다듬고 손수 만들어 저녁밥을 해먹었다.

뭐하러 여행와서까지 고생하냐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매일 무료한 여행이 반복되다보면.. 한국에서의 소소한 것들 하나까지 그리워지고 대단해보이는 기현상을 겪게된다.

 

그게 뭐 별거라고 한국에서 먹던 컵라면 떡볶이 새우깡이 그리워지고,

강아지 데리고 산책시키는 연인도 부럽고 집에 두고 온 우리 똥강아지들 생각에 주책맞게 눈물까지 글썽이기도 한다.

이럴때 장을 보고, 밥을 해서 맛있게 먹으면 어느 정도 진정이 되는 걸 많이 경험해봤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는 기나긴 여행기간동안 그 지역의 유명한 마켓이나 장을 찾아서

마치 거기 사는 사람처럼 가격을 꼼꼼히 비교해서 물건을 골라보고..

여긴 어떤 특별한 물건을 파나 샅샅이 둘러보기도 하면서 유난히 돌아다녔던 것 같다.

 

어떤 이는 그게 박물관이나 미술관, 레스토랑 가기 등이 될 수도 있겠는데,

암튼 우리에겐 마트에서 장보는 게 그렇게 신나고 좋았더랬다.

거의 처음으로 마음 푹 놓고 장보고 밥해먹고 푹 쉰 그날이 너무너무 좋았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무척이나 그림처럼 아름답고 깨끗하지만, 왠지 남의 집 온 것 같은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날만큼은 우리집 안방처럼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애플망고로 가볍게 입가심을 하고 기분좋게 잠들었다.
리스본에서의 남은 이틀이 기대된다.
영원히 모르는 나라로 남지않게 하기 위해 왔던 포르투갈, 역시 가보지않고는 알 수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다시한번 깨달은 날이었다.

 

 

출처 : GreenLady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글쓴이 : greenlad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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