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로까곶, 포르투갈]유럽대륙의 끝, 로까곶에 서다.

mistyblue 2013. 4. 28. 15:46

 

[유럽대륙의 끝, 로까곶의 등대]

 

이제 충분히 똘레도의 석양을 즐겼으니, 포르투갈로 떠나야 한다.

세고비아, 똘레도의 구시가지에 질렸으니 다른 나라로 가보자고 가이드북을 펼친다.

생각해보니 포르투갈에서 뭐가 유명한 지 모르겠다.

5백년 전까지만 해도 세상의 끝인 줄 알았다는 로까곶 말고는 말이다.

거기다 내용을 읽어보니 온통 구시가지, 구시가지~ 구시가지의 모습을 간직한 것이 매력이란다.

 

큰일이다. 구시가지에 질려버려 새로운 곳으로 떠나려는데 포르투갈에 볼거리가 오로지 구시가지라니~

난 그냥 포르투갈을 빼버리는 게 낫지않을지 BLUE에게 말해본다.

사실 여행지로 별로 유명한 나라도 아니고, 나도 아는 것도 없고 하니 건너뛰는 건 어떠냐고~

그러자 BLUE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가봐야한다고 생각한단다.

예전에 터키를 가기 전에 터키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막상 가본 후에야 그렇게 아름답고 좋은 나라인 줄 알았듯이~

포르투갈도 잘 모른다고 가지 않는다면 영원히 모르는 나라로 남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거다.

, 듣고 보니 그렇다.

그리고 그 말이 왠지 근사해보인다. 잘 모른다고 넘겨버리면, 영원히 모르는 나라로 남게 된다는 말~

그러고 보니 빨리 가고 싶어졌다.

 

일단 수도인 리스본에 가보고, 로까곶으로 넘어간 뒤 남부지방으로 가서 여건이 되면 푹 이틀쯤 쉬기로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리스본에 일찍 도착할 것 같아, 그냥 내친김에 멀지 않으니 로까곶을 먼저 가기로 한다.

잘만 하면 해뜨는 걸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난 졸려서 몇번 깜빡 졸다 일어났다. 계속 안 피곤하다고, 괜찮다고 하던 BLUE가 조금씩 졸기 시작하는지 중앙선을 밟는다.

깜짝 놀라서 BLUE의 손을 비틀어 꼬집자, 비명을 지르며 아프다고 난리다.

화를 안 내는 걸로 봐서, 꽤나 졸리고 비몽사몽인가보다.

스페인의 휴게소에서는 노숙하는 차에 수면가스를 주입해 몽땅 털어간다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다.

시간은 새벽 서너시를 향해가고 한두시간만 가면 곧 포르투갈이다. 괜찮다는 BLUE를 설득해 포르투갈의 휴게소에 가면 조금 자다가자고 했다.

BLUE도 너무 피곤했던지 포르투갈 국경을 넘고 한참만에 만난 휴게소에서 차를 세우고 잠에 빠져든다.

추워서 준비해온 침낭을 나눠덮고 잠이 들었다.

그럼에도 추워서 문득 잠을 깨고 나니 새벽 여섯시가 넘었다.

얼른 가던 길을 재촉해서 다시 리스본을 향한다.

리스본의 출근 체증도 말도 못하게 심한지 도심지에 다가오자 차가 거북이 운행을 한다.

보아하니 저 앞에 다리건너는 곳 앞에 요금내는 곳이 있어 지체되는 것 같다.

 

포르투갈에 도착하기 전 BLUE는 이곳의 안녕, 고맙습니다 라는 말이 어떻게 되는지 묻는다.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오브리가도 라고 알려준다.

BLUE는 톨게이트마다 오브리가도 라는 말을 열심히도 한다.

내가 톨게이트마다 라고 한 건, 이곳 포르투갈은 톨게이트가 우리나라만큼 정말 자주 나타난다.

터널을 건널 때 몇백원씩, 시 경계를 지날 때마다 몇천원씩 내는 것처럼 포르투갈은 시내로 들어갈 때마다 톨게이트가 나왔다.

한번 길을 잘못 들어 다른 시내로 빠지면 들어갈 때 나올 때마다 두배로 아까운 돈을 계속 지불해야 한다.

다행히 로까곶까지 가는 동안 다른 마을로 빠진 건 단 한번뿐이었다.

 

 

 

까스까이스로 오기만 하면 로까곶을 얼른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또 못 찾겠다.

까스까이스의 해변으로 나오니 이곳 또 꽤나 근사하다.

역시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천천히 산책을 즐기는 노인들 역시 많다. 유럽 어디를 가나 비슷한 풍경이다.

이제 남쪽으로 내려온 게 맞긴 맞는 것 같다.

집채만한 소철들, 야자수들을 흔하게 볼 수 있고, 집집마다 레몬트리도 있다.

레몬도 주먹만한 것들이 소담스럽게 열려있다.

언젠가 집에서 키웠던 오렌지나무가 꽃을 피웠는데 어찌나 그 꽃이 향기롭던지~

쟈스민과 오렌지나무가 자라는 뜰을 갖고 있는 집에서 살겠다고 다시한번 예전의 꿈을 떠올려본다.

 

 

 

프랑스는 지도책이라도 샀지만, 이제부터 다른 나라들은 빨간 미쉐린 유럽지도책 하나만 가지고 찾다보니 구석구석 세세한 길은 알 수도 없다.

그렇다고 나라마다 지도책을 사려니 돈도 돈이지만 그 지도책들을 다 한국으로 붙여버리는 것도, 버리는 것도 일이다.

그냥 유럽 전역이 한 지도책에 나온 미쉐린 지도책 하나만 의지하기로 했는데, 프랑스를 벗어나니 무조건 마을로 이어져버리는 길이 아니고 우리처럼 마을을 지나쳐 계속 가던 길을 가게 되있는 구조라 제법 다닐만하다. 그나마 다행이다.

지도를 보니 말베이라 쪽으로 가면 로까곶이 나오게 되어있다.

우연히 말베이라를 보고 차를 돌려나간다.

눈을 쫑끗하고 사방을 샅샅이 둘러보다보면, 어떻게든 길은 찾을 수가 있다.

 

 

 

 

 

 

드디어 로까곶이 표지판에 보이기 시작했다.

 

언젠가 누군가 다녀온 로까곶의 빨간 등대, 바위, 유럽대륙의 끝에 다녀온 사진과 감흥을 적어놓은 글을 보고 막연히 나도 가봐야지 생각했었다.

근데 내가 그곳에 드디어 온 것이다. 이럴때마다 정말 감회가 새롭다.

뭐든 생각만하고, 간절히 꿈으로 간직하면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실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어릴 적 꿈만 꾸는 데 그쳤지만, 이제 내 손으로 돈을 벌고, 인생을 계획하고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거기다 나와 비슷한 생각과 꿈을 간직해주는 동반자도 있다.

정말 인생은 즐거운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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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도착해서인지 로까곶은 아무도 없었고 갈매기만 끼룩대며 멋지게 날고 있었다.

나와 BLUE 오직 둘만이 로까곶을 온전히 차지할 수 있었다.

저쪽에 우리보다 조금 큰 푸조차가 오더니 동양인 부부가 내리고 연이어 아이들이 둘 따라내린다.

아내는 캠코더로 로까곶을 담고 있고, 아이들은 뛰어놀고 있다.

남편은 사진을 찍고 로까곶 이곳저곳을 거닐고 있다.

 

우리도 나중에 우릴 닮은 예쁜 아이들과 여행하고 싶다고 생각해본다. 역시 BLUE는 당연히 와야지~ 하며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대답한다.

저럴때마다 정말 믿음직스럽다.

 

출처 : GreenLady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글쓴이 : greenlad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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