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스크랩] GreenLady in Lisboa

mistyblue 2013. 4. 28. 15:49

 <프랑스 오베르-쉬르-와즈에서 0.8유로 주고 산 바게트빵>

 

 

 <프랑스 에트르타의 코끼리 바위>

 

 

  <프랑스 몽셀미셀 수도원의 낮과 밤>

 

  <스페인 세고비아의 노을>

 

  <스페인 똘레도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스페인 똘레도에서 맞은 석양>

 

  <스페인에서부터 밤새워 달려온 끝에 맞은 포르투칼 로카곶에서의 아침>

 

  <포르투칼 리스본 외곽의 별 4개짜리 캠핑장 방갈로창에서 바라본 풍경>

 

  <포르투칼 리스본 벨엠지구의 요트선착장>

 

 <포르투칼 리스본의 세계에서 2번째로 크다는 수족관>

 

  <포르투칼 리스본 벨엠지구의 유명한 빵집 앞에 길게 늘어선 줄>

 

<포르투칼 리스본 수족관 옆 까페 앞을 한가롭게 산책하는 강아지와 멋쟁이 언니>

 

 

날씨 : 기온은 춥지않으나, 밤마다 비가 조금씩 흩뿌려 지붕을 두드드드 두들기는 날씨

       어쩜 비가 아니고 산다람쥐가 지붕을 오가며 내는 소리일지도...

 

포르투갈 시간 : 오전  2 41

한국     시간 : 오전 10 40

 

날마다 한국 시간과, 포르투갈 시간을 적다 보니 시차가 약 여덟시간 난다는 걸 알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포르투갈과 프랑스는 여덟시간이 차이가 나고, 스페인은 아홉시간 차이가 난다.

국경 하나만 넘으면 되는데, 굳이 한시간 더 뒤로 한 건 무슨 이유인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여기 와서도 늘 한국 시간이 언제인지 궁금해하는 걸 보면, 일상생활에 질력이 나서 떠난 한국이지만 역시 내 나라, 내 조국이 그립다는 걸 부인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처음 프랑스에 도착해서 끝도없는 푸른 잔디가 깔린 벌판을 보며, 저마다 경쟁이라도 하듯 알록달록 지은 예쁜 집들을 보며, 또 그들이 가꿔나가는 아늑한 정원을 보며 한없이 부러웠지만,

역시 외딴곳에 오니 파란눈들의 너는 대체 어디서 온 누구냐는 말없는 질문을 저버릴 수 없음이다.

그럴때마다 이곳에서 만나는 SAMSUNG, LG, KIA 등의 간판에 자그마한 위안을 느낀다.

 

지나가는 스포티지며, 아줌마가 몰고가는 다수의 마티즈를 볼때마다,

우리가 그 차를 만든 나라입니다. 우리가 그 에어컨를 만들어낸 나라라구요~

만나는 사람마다, 우리를 보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들을 붙들고 일러주고 싶어진다.

그래서 삼성 로고가 새겨진 아파트의 옥상을, LG로고가 새겨진 버스토큰 가판대의 머리를 보이는 족족 찍어보곤 한다.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포르투갈이 위대하긴하다.

한때 세계를 제패했던 스페인 역시 위대하긴 하다.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이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한 프랑스 역시 위대하긴 하다.

그치만 내가 나고 자라온 우리나라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위대한 것 같고, 그리워진다.

예전엔 아름다운 자연, 고성에 둘러싸인 고풍스런 유럽에 할 수만 있다면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역시나 한국 사람은 한국에서 살 때가 가장 편하고, 어울리는 것 같다.

 

내일은 스페인의 꼬르도바를 향해 가려고 한다.

다음엔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을 향해 갈 것이다.

 

이전에 그저 입으로만 되뇌이던 곳들을, 또 머리속으로만 그려보던 곳들을,

이제는 차로 운전해서 여덟시간, 다섯시간이면 속속 도착할 수 있다.

 

한국에서 열두어시간을 날아오기만 하면, 그라나다던 알프스건 어디던 갈 수 있는데,

그걸 여태껏 왜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 그제는 한국에서도 바빠서 못 가던 수족관과 동물원을 갔었다.

현지인들과 같이 재미나게 구경하다 보니, 여기가 리스보아(LISBON은 미국식 표기이고, 포르투갈 현지에서는 LISBOA라고 표기한다.)인지 한국인지 순간 구별이 가지않는 기이한 경험도 했던 것 같다.

십여일간 프랑스 일주를 했고, 또 스페인을 건너뛰어 이곳 리스보아엘 왔다.

 

흰 거미 한마리가 식탁을 기어간다.

거미가 나타나면 큰 부자가 될 징조라길래, 그래서 한국에서도 거미를 보면 잡지않았다.

캠핑장이 큰 부자가 될 징조일까? 아님 우리가?

여하간 이제는 노트북 가방에 들러붙어 서서히 기어가고 있다.

계속 보아하니 은근히 귀여운 구석도 있다.

 

BLUE가 살짝 경사진 침대에서 잠을 잘못 들어서인지, 목과 어깨가 아프다고 호소하더니 급기야 드러누웠다.

너무 아픈지 하루 더 쉬면 안되는지 묻는다. 아직 두달도 훨씬 넘는 날들이 남아있고, 많아봐야 열시간이 안 넘는 곳에 또 다른 나라가, 다른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하루 더 머물러간들 안 될 것이 무예 있는가?

 

더구나 온통 새소리, 다람쥐 지나가는 소리, 푸른 숲에 둘러싸인 이곳 캠핑장에서의 하루하루가 무척이나 즐겁다.

재밌고 편하다보니 이젠 우리 집같이 느껴진다.

 

어제는 시내랑 동물원을 관광하고 들어와보니, 청소부아줌마가 너저분하게 어지른 집안을 말끔히 청소하고 갔다.

그제 오전 열한시경 "봉디아"하고 청소아줌마가 들렀더랬다.

아줌마가 청소해야 하지 않느냐고 묻길래, BLUE TOMORROW, TOMORROW에 청소하시라고 말했는데,

의미 전달이 잘못 됐나보다.

 

서양 사람에게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을 섞어놓고 구별해보라고 하면 잘 못 할 것이다.

그것처럼 유럽 사람들도 비슷한 데 살고 있으니,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씩 머물면서 보아하니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사람들이 참 많이 다르게 생겼다.

 

프랑스는 밝은 금발머리가 많고 키도 늘씬하니 크고 훤칠하다.

어딜 가나 흑인은 엉덩이가 허리춤에 붙어 다리가 길고, 피부는 고우며, 머리칼이 심한 곱슬이긴 하지만 얼굴은 참 자그마하다.

스페인 사람들은 강렬한 태양 탓인지 얼굴이 거무스름하며, 코다 심하게 매부리코인 경우가 많다.

마치 소피아로렌같이 생긴 사람들이 많다.

 

이곳 포르투갈 사람들은 스페인 사람들처럼 얼굴이 거뭏하지도 않고, 머리도 금발이 많은 것 같다.

서양 사람이지만 이상하게 나보다 키작은 사람들이 많다.

대항해시대를 열고나서 어떤 열성 민족과 섞였는지는 몰라도, 참 키가 작다.

그래서 기죽지않아 좋다.

 

여행 열여섯번째 날, 헤아리니 어느덧 이렇게나 많이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밖에 보지못했다.

아니 열닷세만에 세나라나 봤다.

 

대학때 22일만에 열나라를 찍고 돌아봤을 때랑 달리, 충분히 느끼고 즐기는 여유가 있어 좋은 것 같다.

예전같으면 파리 이틀,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일정상 와보지도 못했을터다.

 

아직 남은 날들이 많아 기쁘고, 예전과 달리 유스호스텔을 전전하지 않고 현지인들이 즐기는 캠핑장을 돌아다녀 재밌다.

주방에 냉장고, 히터, 샤워부스, 화장실 등이 다 되어있고 더블베드와 트윈룸이 갖춰있는 숙소가 40유로밖에 안한다.

주위엔 산다람쥐가 뛰놀다 다가와 재롱을 부리고, 아침마다 신선한 공기, 산새소리에 잠을 깬다.

 

이렇게 평생을 살라고 해도, 기꺼이 살아낼 것 같다고 BLUE는 호언장담을 한다.

나는 과거지향적인 사람이라, 차선을 휙휙 급작스레 뛰어넘고, 물건값 일이백원 깎으려고 빽빽 소리지르는 한국이 그립긴 하지만,

이렇게라면 기꺼이 평생을 여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시간과 돈이 조금 아깝더라도, 아니 많이 아깝더라도~

이렇게 넓고 다양한 세상을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80평생을 살아내면서, 이렇게 베짱이처럼 지내는 6개월이야 봐줄만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든다.

출처 : GreenLady와 함께하는 세계여행
글쓴이 : greenlady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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