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을 때 그린은 치즈를 좋아한다며 즐겼다.
하지만 한국에서 먹던 치즈는 정사각형 모양으로 얇게 저며서 만든 슬라이스 치즈다.
진열장 한 쪽 구석에 이상한 몰골의 치즈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유럽의 대형마트에는 우리나라의 라면코너처럼 어머어마한 종류의 치즈가 진열되어있다.
현지인들의 카트를 훔쳐보면 호박덩어리 같은 치즈가 몇 통씩 담겨져있다.
도대체 저렇게 많은 치즈를 사가서 얼마나 먹으며 어떻게 요리해먹을까?
그리고 형형색색의 치즈들은 과연 어떤 맛과 향을 가졌을까?
호기심과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오르는 순간 적당한 크기의 다양한 치즈가 한 군데 담겨져 있는 모듬치즈세트를 발견했다.
유럽치즈를 체험해보기에는 안성맞춤인 것 같았다.
주황색 껍질이 있는 맛있어보이는 치즈다.
아마 5가지 중에 가장 맛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스폰지를 혀 끝으로 핥으면 이런 질감이 나지않을까 싶다.
어깨놓은 두부를 씹는 듯 부서러지지만 두부처럼 부드럽지는 않다.
맛은 강하지 않고 싱거운듯 하면서 마지막에 우유맛이 살짝 나는 듯 하다.
향이 첨가되지 않은 하얀 요플레와 비슷한 맛인 듯..
다른 조미가 되거나 특별한 방법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기본치즈인 것 같다.
Green : 빨래를 세탁기에서 몇일 꺼집어내지 않을 때 나는 쉰 냄새 같은 맛…
노랗고 딱딱한 껍질에 쌓여있는데 색상이 알록달록한 것이 야채나 향식료를 넣은 듯 하다.
씹는 느낌은 약간 쫄깃하다.
첫 입에 피망냄새가 확 나는 것이 피망이 많이 들어간 콤비네이션 피자를 먹을 때와 같은 향이난다.
바질이나 후추 같은 것도 들어간듯하고 씹을 때 그 부분에 어떤 향신료가 들어갔느냐에 따라 다른 맛이 난다.
Green : 뭔가 양념을 한듯하고 가장 맛있다.
피자맛.. 고추랑 허브가 들어간듯~
모습은 마치 연두부 같고 손으로 만지면 몰랑몰랑하다.
왠지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맛은 특별하지 않고 약간 짭쪼롬하다.
씹는 느낌은 쫀득쫀득하고 좋다.
따끈한 치즈스틱 속의 치즈처럼 부드럽고 끈적한 느낌이 든다.
Green : 우유맛이 많이 나고 짜다.
입에 들어가면 바로 녹는다.
처음에는 향을 알 수 없으나 먹다보면 고소하다.
다양한 종류의 모듬치즈가 있었으나 이 치즈 때문에 이 조합의 치즈를 선택했다.
그냥 보기에도 감당이 되지않을 것 같은 녹색곰팡이가 가득한 치즈다.
왜 이런 치즈를 먹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이유를 몸소 체험해보고 싶기도 했다.
칼로 자를 때 어스러져 버린다.
곰팡이 맛이다.
균사체로 된 버섯을 생으로 먹을 때 느낄 수 있는 향이다.
그냥 보기에는 상한 음식같은데 먹을수록 향긋함이 입 안에 가득하고 또한 그 향이 그윽하게 오래도록 느껴진다.
계속 먹으면 먹을 수록 빠져든다.
Green : 썩어서 푸른 곰팡이가 생긴 것처럼 보이는 치즈다.
실수로 향수가 입에 들어갔을 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치즈를 들자마자 양말냄새가 코를 찌른다. 제대로 냄새를 맡으면 그보다 더 심히다.
실제 맛도 고약하다.
계속해서 먹으면 어느 정도 향에 익숙해지지만 찌푸려진 미간은 쉽게 펴지지않는다.
아마도 과메기나 홍탁처험 특정 부류가 좋아하듯이 매니아층이 있을 듯하다.
Green : 딱 황석어젖 맛과 향기가 정답일 듯하다.
치즈의 비닐포장을 벗기는 순간 한 달간 씻지않은 발샘새와 함께 극심하게 술을 퍼지 않고도 토를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치즈도 나의 입맛을 사로잡아 머깨비 같은 나의 식성에 불을 붙인 것은 없었다.
경험삼아 하지 않았다면 절대 먹을 일 없을 것 같은 그런 시식회다.
시식회를 마치려는 이 순간, 입 안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고소한 치즈향이 감돈다.
된장국을 좋아하는 촌티나는 미각의 나로서는 앞으로도 한국식 슬라이스 치즈에만 손이 갈 것 같지만 유럽에 와서 다양한 치즈의 경험은 나름 좋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2007. 03. 27
Writen by Blueb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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