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길고 긴 페루에서의 일정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아마 내일이나 늦어도 모레쯤엔 다시 에콰도르로 넘어갈 것 같다.
아레끼빠에서 아무것도 하지않고 며칠동안 쉬기만 한 효과가 있는 것인지,
매너리즘에 빠졌던 여행이 다시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다.
길고 지루하게만 생각됐던 버스에서의 시간도,
즐겁게 생각되는 걸 보면 말이다.
아레끼빠에서 이까로 가려다 너무 늦을 것 같아 나스카까지만 가서 하루 묵었는데,
다음날 뉴스에서 이까로 향하는 시바버스의 사고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8명 사망, 30명 부상의 큰 사고였다.
물론 페루의 버스 회사도 한두개가 아니고,
이까로 향하는 밤버스를 탄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가슴을 쓸어내릴 수 밖에 없었다.
마침 다음날 나스카에서 이까로 향하는 도중,
아직도 사고수습이 끝나지않은
시바버스의 사고현장을 목격하기도 했다.
차체가 옆으로 넘어져서
의자가 드러난 채 흉한 몰골을 드러내고 있었다.
주변에선 순박한 페루승객들이
놀라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육개월여를 여행을 다니다보면,
이런저런 불상사가 많이 생길만도 한데..
이렇게 무사히 잘 다니고 있는 걸 보면,
어떤 보이지않는 힘이
우리를 보호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늘 집에서 우리의 여행이 무사하기를 기도하신다는,
할머니, 아빠, 우리 가족들..
가족이 있다는 건 참 좋은 것 같다.
주는 것 없이 받기만 해도 되는건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한국 가서 잘 해드려야겠다는 생각만 할 뿐..
어찌됐건 오늘도 리마에서 밤버스를 타고 17시간이 넘는 거리를 가야한다.
오늘도 부디 무사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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