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길고 길었던 여행지에서의 마지막 글이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곳은 멕시코의 치아파스 주에 속한 산크리스토발이라는 곳이다.
고도가 2000미터가 넘는 지역이라, 날씨가 매우 쾌적하다.
멕시코의 가장 아름다운 도시 중 하나라는 가이드북의 말에 정말 동감하고 싶을 정도로 참 컬러풀하고 밝은 느낌의 도시다.
오늘 밤버스로 오악사카로 향할 예정이다.
9월 10일에 멕시코시티에서 영국, 벨기에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오악사카, 푸에블라, 멕시코시티에서 남은 일정을 마치게 될 것이다.
여행이 끝나가서인지,
요즘엔 자꾸 처음 여행길에 나섰던 때가 생각난다.
아무리 준비해도 모자란 것 같았던 여행 짐 꾸리던 풍경...
결국 이것저것 산 물건의 반도 못 가져왔으며,
가져온 짐들 중에 쓸모있는 것도 별로 없어서 새로 사야했지만 말이다.
프랑스 공항에서 차를 받아들고 낯선 길에서 헤메던 일들...
그 헤메는 와중에도 동네며, 집들이 어찌나 예쁘고 잘 가꿔놨던지 감탄하느라 바빴다.
기다리는 일은 언제나 지루한 것 같다.
호텔에서 체크아웃 해버리고 나면, 밤 늦게 출발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이 여행하면서 가장 곤혹스러웠던 것 같다.
내가 들어가 쉴 곳이 없다고 생각하면 어찌 그리 아쉬운지 모르겠다.
오늘도 밤 11시에 버스가 출발하여, 12시간이 걸리는 이동을 해야한다.
오후 한시에 숙소에서 나와서,
제법 높은 성당에도 올라가보고,
괜히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차요떼"라고 피망 닮았지만 맛은 감자와 호박맛이 나는 것도 사먹어보고,
아이들이 다니면서 파는 팔찌도 몇개 사고,
털실을 짜서 만든 고양이 인형을 사러 다니다가
아예 꾸러미에 12개를 엮어서 팔고 다니는 도매 아줌마를 잡아서 싸게 구입하기도 했다.
여행 올 때 가졌던 설렘처럼,
이젠 한국에 돌아가면..
여행지에서 샀던 것들, 내가 봤던것들로
우리 스위스홈을 이국적으로 한번 꾸며보고 싶다는 설렘이 생겼다.
벌써 예쁜 원색으로 칠한 벽에,
못생긴 고양이인형 12개가 나란히 놓인 상상을 하면 너무나 즐겁다.
남은 기간이 짧다보니 뭔가 더 보고싶다는 욕심도 있고,
그 긴 비행기타는 여정을 건너뛰고 얼른 집으로 공간이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내 바램과는 달리 남은 여행기간을 늘릴 수도 없고,
집에 휙 하고 날아가버릴 수도 없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절차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차츰 땅거미가 지려고 한다.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했던 산크리스토발에서의 나의 하루도 조용히 흘러가고 있다.
2007년 9월 5일 수요일
멕시코 산크리스토발(San Cristobal de Las Casas)에서
written by GreenL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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